안녕하십니까?
술붕어입니다.
어제 첫사랑의 추억이 깃든 황학동 벼룩 시장을 다녀 왔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 여인의 형부가 운영하던 약국이 지금도 있었습니다.
유 옥선(가명)
눈이 유난히 크고 까만 전형적인 동양미인 이었습니다.
전북 부안 격포 103전경대 도깨비초소 분대장 시절.
어느 날 휴가 후 귀대를 하려고
이리(현 익산)시외버스터미널에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데,
눈에 확 띄는 미인이 가족들과 함께 차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처음 보는 순간 저 여자다 라는 느낌과 함께
세상이 환해지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옆 어머니와 여동생 때문에 말을 걸을 수가 없었습니다.
귀대 시간은 다가오고 말을 걸을까 말까 망설이고 있는데
그 여자가 화장실에 가는 것 같았습니다.
이때다 싶어 재빨리 뒤 따라가 가지고 있던 월간영어 잡지에 초소 주소를 적어
아가씨가 맘에 드니 꼭 편지 하라는 말과 함께 건네주고
도망치 듯 귀대를 하였습니다.
그런데 편지가 오리라고는 크게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얼마 후 놀랍게도 편지가 왔습니다.
하늘을 날아갈듯한 기분 이었습니다.
그날부터 각종 명언집에서 따 온 온갖 미사어구를 동원하여
매일 편지를 써서 보냈습니다.
그런데 편지를 주고받은 지 얼마 되지 않아 수색작전에 나갔다가
초소에 돌아와 보니 그녀가 덜컥 면회를 와 있었습니다.
도깨비 초소는 변산과 격포를 지나 모항 못 미쳐 인적이 드문 곳으로
워낙 오지다보니 여관도 없고 민가도 없어 마땅히 잘 곳이 없었습니다.
할 수 있습니까?
매복 초소 창문 등을 모포로 가리고 신방을 만들어
무서우니 손만 잡고 자겠다는 약속과 함께 하루 밤을 보냈습니다.
정말 손만 잡고 잤습니다.
꿈같은 하루 밤을 보내고 떨어지지 않는 발길을 돌려 서울로 올라 갔고
얼마 후 이번에는 내가 휴가를 얻어 서울로 올라갔습니다.
서울 역에서 내려 택시를 타고 중구 황학동으로 가자고 하였더니
운전 기사가 어딘지 모르겠다고 했습니다.
이런 황당한 시츄에이션이?
지금이야 네비게이션이 있지만 당시에는그런 게 없었습니다.
어렵사리 황학동이 청계천 6가라는 사실을 알아내고 주소지를 찾아갔습니다.
주소지는 오늘 가 본 황학동 벼룩시장 안에 있는 약국이었습니다.
형부가 운영하던 약국이었는데
왼 산적 같은 놈의 뜻밖의 방문에 경계의 눈초리가 역력했음에도 불구하고
안집에 있던 처제를 불러 주었습니다.
촌놈에게 서울 구경을 시켜주겠다며 남산도 올라가고 인천 연안부두도 구경하고
며칠간의 밀월(蜜月)같은 휴가를 보냈습니다.
휴가 마지막 날 헤어지기 아쉬워 서울 역에서 두 손을 놓지 않던
그 순간이 어제인 듯 눈에 선합니다.
그 날 마지막임을 예고라도 하듯 어디에선가 나훈아의 “가로등”이란 노래가
울려 퍼져 심사를 어지럽게 했습니다.
“ 마지막 인사는 가로등 아래서 ..........”
그 뒤 한동안 편지가 오고 갔지만 경찰에게 딸을 시집보낼 수 없다는
그녀 부모님들의 완강한 반대에 부디쳐 부산으로 시집간다는 편지를 끝으로
소식이 끊겼습니다.
술붕어 마음속에 아직도 남아있는 여인입니다.
어느 하늘 아래 잘 살고 있는지?
첫댓글 잘했네요.
젊은시절 그런 추억 하나 없다면
해 다 넘어간 이 추운 날에 쓸쓸해서 어찌 견디겠어요.
아름다운 이야기입니다.
손만 잡고 잔 것도 잘한 일이요
보내고 그리워하는 것도 잘한 일입니다.
지금 마주 앉아 있은 들 서로 주름살만 쳐다보며 찡그리고 있을 텐데요.
안 만나보는 게 좋을 듯 합니다
맺지 못한 인연은 추억으로,
맺은 인연은 축복으로 이어가시는
행복한 술붕어 이십니다.~**
ㅎㅎ
그렇습니까?
즐거운 하루 되세요
나도 술붕어님과 비슷한 추억이 있습니다
나 군대에 가면서 애절한 이별을 했구
그여인은 나 군대에 있는동안 결혼을 했습니다
오랜세월이 흐른후에 내나이 39 살때에 만났는데?
만나서 대화를 나누다보니 미모는 많이 변했지만
과거 추억의 대화는 해도 해도 끝이 없었습니다
과거 추억은 우리들의 것 이었습니다
나는 과거의 여인을 만날기회가 있으면 만나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충성 우하하하하하
ㅎㅎ
당시는 여자는 좀 일찍 시집을 갔고
남자는 군대도 갔다 와야 하고
취직도 해야 하고
결혼 할 여건이 안 되었죠
당연 헤어지는 게 필연 같습니다
그래서 첫 사랑은 안 맺혀진다고 하는가 봅니다
읽는 내내 제가 설레면서 읽었습니다~~
매복초소 창문을 담요로가리고 잤다는게 상상이 안되네요
매복 초소는 어떤곳인지..
혹시 근무 서는곳은 아닌지ㅋ
별 상상을 다해보네요..
아름다운 추억 부자 시네요~~^^
매복 초소는 적의 침투 예상 지점 땅속에
밖에서 잘 안 보이도록 숨겨 논 초소인데
안에서 밖을 감시하도록 작은 구멍을 두 개 내 놓았습니다
구멍이 작아 모포 한 장이면 간단히 막을 수 있습니다
풋풋했던 그 시절이 그립습니다
안타까워유 아련한 첫사랑 그님도 술붕어 님처럼 그리워 하며 살구 있것지유 저또한 가슴시린 첫사랑이 있었는디유 어느하늘 아래 잘살구 있는지 궁금하네유
ㅎㅎ
그런 추억이 없는 사람이 있겠습니까?
젊은 날의 아름다운 추억이지요
즐거운 하루 되세요
@술붕어 반가워유 새해 복 많이 받으시구 건강 하셔유
@예하지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젊은 군대시절 특별한 추억이네여
그여인은 죽을때까지 잊어지지 않겠지여
그럼 쉽게 잊혀지겠나?
올 잘 마무리 하고
희망 찬 새해가 되길 빈다
손만 잡고 잤다는 그말씀
믿어지지 않는데 왜 일까요?
청문회 라도 열어 봄이.....
잘 기억나지 않습니다
시정 하겠습니다
충성!
@술붕어 조사하면 다나와~ ㅋ
@호 태 뻔한 걸 뭘 조사 해?
아유 ㅎㅎ
제 마음이 다 애틋하네요
그 첫사랑의 여인도
지금까지 술붕어님을
마음속에 고이 간직하고 있을꺼 같아요 ㅎ
저기 약국 주인도
그 여인의 형부가 아직 하고 있을까요?
그건 들어가 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습니다
여자 약사 분이 앉아 있는 것을 멀리서 보니
주인이 바뀐 것도 같고
술붕어님의 첫사랑
재미있게 잘읽어습니다.
누구에게나 첫사랑은 있겠지요?
그럼요
첫 사랑 없는 사람이 있겠습니까?
젊은 날의 아름다운 추억이지요
무조건 고지에 깃발을 먼저 꽂는 사람이 임자입니다.
.
.그리고 2세를 만들면 게임은 끝...순진하게 손만 잡으니 그렇게 된겁니다.으 하 하 하...
ㅎㅎ
그렇긴 한데
진짜 사랑하면 함부러 못 대하는 게 사랑입니다
@술붕어 사랑은 쟁취하는것...ㅋㅋ
저는 110 전경대에서 근무할때
격포 ~마포 구간에서 근무 했습니다
선배님 같은데 저는 61기로 1980~1981년에 근무했습니다
그때는 격포가 낭만이 있고 멋진 청춘들이 여행오는 곳이었는데 지금은 완전 상업적으로 변했더군요
첫사랑 러브스토리 잘 읽었습니다
ㅎㅎ
그렇군요
당시 전북 해안에 베치 된 전경대 103, 106, 208. 209, 110...
맞는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13기로 106전경대에서 76년 전역 순경으로 특채 되어
77년 103전경대에서 근무했습니다
마포 쪽은 1소대 관할이었고
저는 수락동 쪽 5소대 관할에서 근무했습니다
반갑습니다
당시 110대는 군산에서 부안까지 평야지대에 근무 했었습니다
순수하고 아름답고 애절한 첫사랑 얘기 읽으면서 이 늦은 밤에 혼자 영화도 만들고, 소설도 쓰고 했네요. 술붕어님이 말씀하신 첫 만남때의 후광이며, 초소, 약국, 연안부두, 첫 편지 받았을 때와 면회 때 행복하셨을 얼굴이 영화속 장면처럼 그려지더라구요. 아름다운 추억 공유해 주셔서 즐거웠습니다.
ㅎㅎ
고맙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가슴아픈 첫사랑이야기 너무 재밌게 읽고 갑니다
그때 헤어지고 얼마나 가슴아팠을까 그때부터 술붕어가 되었을까요 ㅎ
ㅎㅎ
당연 가슴 아팠죠
세월이 약입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