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http://news.naver.com/sports/index.nhn?category=worldbaseball&ctg=news&mod=read&office_id=264&article_id=0000000260
이번 야큐리포트 좋은것같아 퍼옵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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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30일 박찬호와 이승엽의 입단 기자회견이 열렸다. 한국에서는 필시 떠들썩하게 보도되었을 것이다. 솔직히 말해 일본에서는 한국 팬들이 상상하는 만큼 그렇게 비중 있게 다루어지지는 않았다. 전날 축구 아시안컵에서 일본이 우승하면서 이와 관련된 이슈들이 이어지고 있다. 프로야구도 다른 팀들이 잇달아 전지훈련지에 도착하고 있어 물리적으로도 사용할 수 있는 신문 지면이 한정되어 있다. 입단 기자회견을 하기에는 다소 타이밍이 좋지 않았던 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비중 있게 다루어지지 않았던 것은 이러한 이유에서만은 아닐 것이다. 역시 일본언론에서는 아무리 ‘한국의 두 영웅’이라 해도 박찬호는 38세의 전성기를 지난 투수이고 이승엽은 요미우리에서 극심한 부진을 겪었던 타자라는 싸늘한 시선(혹은 다소 거리를 둔 시선)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는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필자가 그렇게 느끼는 것은 바로 기사 내용이나 에피소드를 다루는 방식 때문이다. 문구 자체는 그럴듯하게 표현되어 있지만, 모두가 표면적이고 건성으로 썼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것이 가장 뚜렷하게 나타나는 것은 박찬호가 말한 “우선 1승이 목표이고 1승을 한 뒤 다음 목표를 세우겠다”라는 발언에 대한 그들의 해석법이다. 일본 매체 중에서도 호의적인 입장인 경우는 ‘1승’이라는 발언을 통해 박찬호의 겸손함을 느낀 듯하다. 메이저리그에서 124승을 올린 투수이긴 하나 일본 프로야구는 미지의 세계인 만큼 먼저 첫 1승을 올리는 데 전력을 다하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인 것이다.
한편, 싸늘한 시선을 보내는 매체에서는 너무나 무난한 우등생 발언이라고 받아들인 듯하다(이 발언에 대해 전혀 언급하지 않은 기사도 있다는 것이 그 증거). 어떤 식으로 받아들이는가는 기자나 매체에 따라 다를 수 있다. 겸손함은 둘째 치더라도 박찬호 정도의 투수라면 부상만 당하지 않으면 첫 1승을 올리는 것은 시간 문제일 것이다.
개막 때부터 선발투수로 시작한다면 3월 중(일본 개막은 3월 25일)이나 늦어도 4월 중으로는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우선 1승’이라는 말은 너무 신중하고 무난한 발언이었다고 받아들이는 것도 이해가 간다. 아니면 일본인 기자들은 더 과감한 발언을 기대하고 있었던 것일까?
그럼 왜 박찬호는 ‘두자릿수 승리’등이 아닌 ‘우선 1승’이라는 목표를 제시한 것일까? 그것을 알려 하지 않으면 이번 시즌에 임하는 박찬호의 첫 시작을 우리는 잘못 이해하게 될 수도 있다. 일본 매체들도 명백히 이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박찬호는 실질적으로 2년이나 선발등판을 못하고 있다(한국 팬들에게는 새삼스러운 정보이겠지만 그가 메이저리그에서 마지막으로 선발등판한 것은 2009년 5월 17일 워싱턴 내셔널스전이고 2010년에는 AAA에서 1경기 선발로 출장하였으나 던진 것은 1이닝뿐이다). 이 공백기는 우리 아마추어들이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큰 불안감을 느끼게 할 것이다.
물론 선발투수의 역할이 단순히 경기 첫회에 등판만 하면 된다는 것이 아니다. 적어도 5회나 6회까지는 던져야 하고 그것도 이기고 있는 상태에서 다음 투수에게 바통을 넘겨줘야 하는 것이 ‘최소한의 몫’이다. 투구 수도 100개 안팎으로 조절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며칠 간격을 두고 다시 등판하여 일정한 투구 내용으로 로테이션을 유지하며 봄에서 가을까지 이어지는 1시즌을 던져야 한다.
이를 통해 비로소 “저는 선발투수입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그 때문에 체력이나 순발력, 지구력, 피로 회복에 이르기까지 캠프 기간 동안 모두 계산해 놓고 말 그대로 몸에 익혀나가야 한다. 이전에도 언급했듯이 프로야구선수, 특히 투수에게는 F1자동차를 튠업하는 것과 같은 치밀함과 엄격함이 요구된다. 튼튼한 하반신과 끈기, 강인한 상체, 유연한 어깨, 그리고 날카로운 팔 스윙, 손끝의 감각, 이 모든 것들이 갖추어지고 조화를 이루어야 투구라는 이름에 걸맞은 볼이 되는 것이다.
타자와의 승부는 이것이 갖추어진 다음에 비로소 찾아온다. 여기서부터 제구력, 순간적인 판단력, 데이터가 필수요소로 추가된다. 지금 박찬호는 2년간의 공백으로 이와 같은 ‘과제’에 당면해 있는 투수인 것이다. 모든 것이 암중모색 상태이고 모든 것이 불안요소라 해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덧붙이자면 아무리 훌륭한 경력이 있다 해도 아직 미지의 세계인 일본 프로야구에서는 1구도 던져본 적이 없는 신인이라 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만 생각한다면 일본에서 연일 화제가 되고 있는 대졸 신인 사이토유키(Saito Yuuki)와 전혀 다를 바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박찬호는 ‘두자릿수 승리’라는 등의 무의미하고 근거도 부족한 수치가 아니라 ‘우선은 1승을 올리는 것’을 목표로 내세운 것이다. 이러한 섬세한 언어 선택은 타고난 감각인 것일까? 아니면 메이저리그에서 보낸 17년이라는 세월이 만들어 준 것일까?
생각해 보면 이전에 한국에서 열렸던 기자회견에서도 박찬호는 이와 비슷한 섬세한 표현을 했던 것 같다.
“한국에 돌아오는 것이 아니라 한국 프로야구에 진출하는 것입니다. 한국에서는 아직 뛰어 본 적이 없으니까요”라고 말이다. 이것을 섬세함이 아닌 다른 어떤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
만약 위에서 말한 필자의 추측이 맞다면 미야코지마 캠프에서의 연습기간은 일본에서 처음 뛰는 박찬호라는 투수에게 있어 너무나도 중요하고 그야말로 섬세한 ‘1승을 올리기까지의 충전기간’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한 미야코지마에 필자도 한번 찾아가 볼 생각이다.
첫댓글 이 칼럼도 자주 보고 있는 것 중에 하나인데 참 글을 잘 쓰시고, 단편적인 야구 기사에서 행간을 잘 이끌어내시는 것 같아서 재미있게 보고 있습니다. 시즌 중의 칼럼도 기대가 크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