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금륜원을 산재를 다녀와서
금요일 현로거사님 미용실에서 8시쯤 출발했습니다. 동탄에서 서산 태안까지 평소 1시간 30분이면 되는데 거사님과 이야기하느라, 또 네비게이션을 국도로 맞춰놓은 걸 깜빡해서 고속도로로 나중에사 들어가 2시간 30분 좀 더 걸려 묘금륜원 터에 도착했습니다. 현욱 거사님과 주련 보살님 계신 창융당 2층에 여장을 풀고 샤워를 했습니다. 깨끗한 공기, 휘영청 두-웅그렇게 솟은 정월대보름 달! 맑고 깨끗하고 선연하기가 이를 데 없었습니다. 생업으로 하는 번역작업을 새벽 2시 가까이까지 했습니다. 현로 거사님은 방에 꽂힌 여러 불서나 양서들을 읽었습니다. 참 이런 좋은 곳에서 독서도 하고 일도 할 수 있고, 내일이면 도반님들도 만나 뜻 깊은 의식을 같이 하는구나, 하는 행복감에 전율했습니다.
저절로 새벽에 일찍 눈이 떴습니다. 세수하고 대금을 좀 불었습니다. 현로 거사님은 인도 갈 껄 염두에 두고 영어공부를 열심히 했습니다. 주련 보살님께서 해주신 아침을 현욱거사님과 함께 달게 먹고 현욱, 현로 거사님이 잘라놓은 오가피 가지를 상자에 담아 테이프로 봉해 쌓아놓는 일을 했습니다. 이 일이 끝난 뒤 창융당 뒤쪽 야산에 널브러져 있는 잘린 나무들을 정리해놓고 있자니 혜견 보살님 일행이 맨 먼저 도착했습니다. 속속 도착하시는 도반님들이 벌써 스무 명을 넘어서는 것 같았습니다. 드디어 산재를 창융당 거실에서 봉행했습니다. 천수경에 뒤이어 팔양경을 봉송했습니다. 팔양경은 처음 봉송해보았는데, 불교의 많은 교리를 총망라하면서 원만불사를 기원할 때 주로 독송되는 경전이라 합니다.
묘금륜원 터로 경주 법사님, 오성 거사님을 위시하여 모든 도반님들이 올라갔습니다. 팥과 메밀, 막걸리를 묘금륜원 터 곳곳에 뿌렸습니다. 팥과 메밀을 준비해주신 오성 거사님 감사합니다 _()_ 전날 양조장 가셔서 좋은 막걸리 넉넉하게 준비하신 현욱 거사님 감사합니다 _()_ 지신들께서 더욱 편안하시며 사람의 피와 같다는 바위들도 좀더 안정되어 자리하길 기원하면서~~ 또한 정법계 진언 ‘옴 남’을 외우고 또 외웠습니다. 묘금륜원터 주위를 연신 맴돌면서~~
점심을 먹었습니다. 거짓말 안 보태고 최근 몇 년간 가장 맛있는 비빔밥이었습니다! 이어 간식을 먹는데 참 푸짐했습니다. 재 지낼 때 쓰고 묘금륜원 터에 뿌리고 남은 막걸리를 음복했습니다. 수형보살님께서 마련하신 쿠키, 공덕성 보살님이 마련하신 천리향 귤, 광덕거사님의 떡, 비갠 아침님의 쵸콜렛, 세화보살님의 더치커피, 선법화님의 딸기, 대도행 보살님의 묵과 막장 등이었습니다. 보시해주신 도반님들 감사합니다 _()_
산재후 이런 저런 소회를 나누는 자리가 있었습니다. 오성 거사님께서 불사를 하다보면 어려운 일이 닥치기 마련인데 그때마다 발전을 위한 기회이겠거니 하며 수행으로 잘 넘어가라는 말씀과, 넉넉한 낙관과 자신감을 힘차고 웅혼하게 말씀해주신 무착거사님의 말씀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저로서는 중간 중간 2층 거실에서 대금을 불었습니다. 주로 불자분들하고 같이 정진회를 가면 밥하실 때나 정담을 나누실 때 대금을 간간히 불었는데, 무슨 공연 같은 것은 실력이나 분위기로도 어울리지 않고, 이렇게 대화 나누거나 일하실 때 배경 음악 내지는 또 하나의 대화로 살짝이 대금을 부는 게 제게는 제격이었습니다. 더구나 반야월 보살님이 옛날 한 가락 하시던 때를 회상하시며 제 대금으로 격조있는 '경풍년'이라는 곡을 연주해주셔서 참 좋았더랬습니다.
이어 신두리 해변으로 가서 해안사구를 거닐며 도반님들끼리 정담도 나누고 바다와 파도와 바람소리와 함께 하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또 학암포 해변으로 가서 아름다운 섬들과 주위 풍광으로 눈을 호사시켰습니다.
중국집에 들러 저녁 식사를 하는데 오성 거사님을 비롯한 몇몇 분들의 저녁 보시 경쟁에서 당당히 월광거사님이 당첨 되시어 보시해주셨습니다. 만두, 쟁반 짜장 등 맛난 세트메뉴를 4인 일조씩 되어 주로 법담을 나누며 먹었습니다. 산재를 지내며 모인 보시금이 묘금륜원 1구좌 108만원에서 좀 모자란다고 권선대보살 수형 보살님께서 발표하시자, 아니나 다를까 금강정진회 회장님이시자, 묘금륜원 불사추진위원회 위원장님이신 인월거사님께서 즉시 채워주시어 1구좌가 또 확보되는 기쁜 순간을 맞이했습니다. 산재 보시금 내주신 도반님들 감사합니다 _()_ 경주 법사님을 비롯해 일정이 있는 도반님들께서 서울로 올라가심에 배웅해 드리고 하룻밤 묵고 갈 도반님들은 다시 창융당으로 돌아왔습니다.
밤이 되어 웅숭깊고 그윽한 나눔의 자리가 이어졌습니다.
오성 거사님: 경주, 수형 보살님이 잘 하시겠지만 이렇듯 들어오는 보시금을 잘 써야한다는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실 것입니다. 그에 따른 고심과 힘겨움이 있을 것입니다. 도반님들께서 이분들을 격려해주시고 성원해주셔야 할 것입니다. 불교학 쪽으로 보아 경주 거사님의 수준은 상당히 높으십니다.
현로: 수행의 측면에서도 따라올 분이 누가 있겠습니까?
오성: 태안사에서 청화 큰스님께서 경주 거사님한테 스님들 앞에서 법문을 하게 시켰더랬습니다. 경주 거사님 이외에는 큰스님께서 그렇게 권한 사람이 거의 없었습니다. 제가 여기에 온 것은 경주 거사님을 믿기 때문입니다. 거사님은 실천을 하시면서 별 말씀이 없는 분입니다. 이 시대의 본받을 만한 분이십니다. 큰스님께서 법명을 주실 때 하나는 세속에서 크게 될 수 있는 법명을, 또 하나는 불교계에서 널리 이름이 알려질 법명을 선택하게 했는데 경주 거사님은 후자를 택했죠. 빛날 경자에 우주 우자입니다.
군포교를 할 때였습니다. 당시 저는 기독교 교회 측에서 하는 것 못지않게 불자 군장병들에게 통닭과 피자까지 준비해서 제공했고 신부, 목사님들도 초청해서 법문하게 한 적도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법문 중에 기독교를 비판하는 내용이 좀 있었습니다. 여단장이 기독교 신자라 어찌어찌 법문 내용이 흘러 들어가 조사를 받게 되었는데, 거짓말을 한 적이 없고 떳떳하게 한 법문이었기에 무사히 넘어가자, 그때사 자격 시비를 하더군요. 그래서 포교사 자격증을 따서 법문했습니다. 용기를 갖고 애쓰면 어떤 난관도 헤쳐 나갈 수 있습니다.
보살님 거사님들 아이 데리고 절에 가세요. 아이들한테 절에 갔던 기억이 남아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나중에 불교와 가까워질 수 있어요.
(이어서 오송거사님은 칠불사 근처 '건양다원' 보살님과 청화큰스님에 얽힌 아름다운 일화를 소개해주셨습니다. 우리는 여기서 큰스님께서 주위 사람들에게 보내시는 큰 사랑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선법화 보살님(오성거사님의 평생도반): 도반의 인연은 부모 자식보다 더 지중한 것이라는 말이 있어요. 부모 자식 인연이야 잠시 만나는 것이지만, 도반의 인연은 도업을 모두 이룰 때까지 영원히 가는 것이니까요.
청화스님은 참 모든 걸 다 아시는 분이셨습니다. 큰스님의 원력으로 저도 이 자리에 왔고 이 얘기 저 얘기 하게 됩니다. 말이 좀 많았다면 이해해주세요. 내가 선한 마음 가지면 선신이 보호하니 좋은 마음만 가지세요.
주련: 창 하나 하죠.
도안: 이태리 가곡 오 솔레 미요 (오 나의 태양) 한국어로 부름.
월광: 도안 거사님, 오성 거사님 말씀 잘 기록해서 올려주세요.
세화: 조용필의 ‘바람의 노래’ 부르심.
(앙콜 쇄도)
세화: 민요 ‘성주풀이’를 춤에 곁들여 부르심.
명관: 저희 집안이 형제들끼리 의가 참 좋습니다. 그렇다 해도 명절날 모여서 제사 지내고 얼마 있으면 서로 헤어집니다. 그런데 우리 도반님들은 언제 만나도 법담과 덕담과 훈훈한 이야기에 시간 가는 줄 모릅니다. 참 이렇게 좋은 만남이 어디에 또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대도행: 가수 이미자 씨의 섬마을 선생님을 부르심.
경란: 내가 내 마음을 못 다스릴 때 나는 왜 이러고 있나 하는 생각이 많았습니다. 평생도반 거사와 답사를 많이 다녔죠. 전국의 유명한 절을 다 다녔습니다. 원래 결혼할 때 하나 놓고 하나는 입양하려 했습니다. 그런데 둘째를 보자고 제가 청해서 놓은 아이가 소묵이었습니다. 실상사 마당에서 석불에 예배도 않고 구경만 하는 저를 보고 어떤 보살님이 어찌 합장도 안하고 구경만 하냐는 지적에 큰 자극을 받았습니다. (중략)
금강에서 지혜가 나오는 것 같습니다. 항상 무슨 복이 있길래 이렇게 도반님들과 함께 할 수 있는지요! 이런 자리를 어디 가서 누릴 수 있겠습니까?
주련: 월광 거사님은 ‘베푼다’는 말을 안 쓴다 합니다. 보시할 때, 어쩌다 인연따라 내게 재물이 좀 많이 와서 내가 그걸 나누는 것일 뿐이라고 말한다 합니다.
현욱, 주련: 묘금륜원 터를 사게 된 내력을 말씀하심.
오성: 광륜지에 얽힌 과거 이야기 해주심. 금강 카페와 함께 활동했던 이야기, 진주 선우선방의 과거와 현재에 대해서도 이야기 해주심.
인월: 청화스님의 선법을 잇는 문중의 훌륭한 스님들의 법문도 앞으로 청해 듣는 것도 참 좋은 일이라는 생각입니다. 묘금륜원 불사와 더불어 적합하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해야 하리라 생각합니다.
오성: 우리 회원들끼리만 하면 우물안 개구리인 격이죠. 문중에서 인정받는 스님들도 모시고 또 훌륭한 교수님들도 모시고 해서 앞으로 떳떳하고 당당하게 해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앞으로는 서해안 시대입니다. 일제 강점기로부터 남해안 시대였습니다. 일제가 우리나라 자원이나 재산이나 문화재를 강탈해가는 데 남해안이 거점이었으니까요. 하지만 이제 중국과의 교류가 본격화 되니 이제는 서해안 시대입니다. 서산 태안의 묘금륜원 불사는 정말이지 뜻 깊고 시의적절한 불사임에 틀림없습니다.
이렇게 밤은 깊어만 갔습니다.
나무아미타불
도안 합장 _()_
* 추신: 금강의 샘 아래 메뉴 "금강강독회 사진보며"에 가시면 거의 실시간으로 공사현장의 사진이 생중계되고 있사오니 둘러보세요. 2014년 2월 17일 현재 공사착공 순간부터 사진이 올라와 있습니다. 현지에서 사진을 전송하고 계시는 주련 보살님의 사진을 받아 명관 거사님이 많은 수고를 해주고 계십니다. 현지에서 수고하시는 현욱 거사님과 주련 보살님께 성원과 박수 보내주시고 일하시는 여러 노동자분들의 안전과 편안함을 위해 함께 기도해주시면 좋으리라는 생각입니다.
조남은님, 말씀대로 마음과 마음이 통하는 사람이 같이함은 정말로 행복하고 즐거운 일인 것 같습니다. 늘 편안하세요. 감사합니다. 나무아미타불 _()_
서로 마음을 나누는 자리의 푸근함이 그날의 일을 생생하게 다시 상기하게 합니다, 산재 후에 남은 도반님들의 정담에 덩달에 행복한 시간^^ 감사합니다, 아미타불_()_
비갠아침님이 계셔서 또한 빛나는 금강입니다. 감사합니다. 나무아미타불 _()_
감사합니다. 나무아미타불_()_
명채현님, 요즘 온라인에서도 이렇게 가끔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감사합니다. 나무아미타불 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