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감사하게도 지난 19일 아내가 건강히 넷째를 출산했습니다.
나이 마흔에 자연분만이 많이 힘들었는지
아직도 혈압이 오르내리고 있다는데
3.5 kg 사내아이를 건강히 출산한 것만으로도 충분히 감사합니다.
함께 기도해주시고 격려해주신 모든 분들께도 감사드립니다.
키르기즈에서는 출산을 하면 주변 이웃들에게 '수윈취'라고 말하고
그 말을 들은 사람들은 축하금을 건네는 풍습이 있습니다.
하지만 제일 가까운 이웃인 구잘 아주머니네는 시어머니가 위중하신 상태라
함께 기쁨을 나누기에는 어색한 분위기였습니다.
거의 매일 온 가족 친지들이 모여 할머니 곁을 떠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거의 한달째 그러고 계시는데
며칠전 할머니가 문득 정신이 돌아와 가족들에게 말을 건넬때
저희 아이가 태어났냐고 물으셨다고 합니다.
한 사람은 이 세상의 빛을 기다리고
또 한 사람은 이 세상을 떠날 때를 기다리는
이 매일매일이 참 신비스럽고 경건하기까지 합니다.
죽음을 앞둔 부모님을 모시고 매일 밤을 그 곁에서 지새우는 이곳 사람들의 삶을 통해
우리의 모습을 돌아보게 됩니다.
부모님의 마지막 순간을 곁에서 지키기 위해서 애쓰는 모습이
단지 우리보다 덜 발전되거나 덜 바쁘기 때문에 가능한 것은 아니겠지요.
우리를 낳고 길러낸 부모인데 이제 우리가 당연히 모셔야 사람된 도리가 아니겠냐며
오히려 시어머니의 마지막 순간이 평안하기를 더 걱정하는 구잘 아주머니의 말에서
마음 속에서부터 부끄러움을 느꼈습니다.
이제 막 이 세상에 태어난 우리 아이에게는 우리가 어떤 삶을 가르치고 보여줄 수 있을지......
무엇을 위해서 무엇을 포기하고 살아가야 할지.......
그렇게 삶과 죽음을 기다리는 가운데
아버지의 은혜로 이 땅에서 나그네로 살아가는 삶을 다시 고민해봅니다.
은혜 가운데 항상 평안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