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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나는 여름과 겨울 한 차례씩 집을 떠난다. 겨우 일박이일이지만 마치 델마와 루이스처럼 집을 뛰쳐나가는 것이다. 지난 토요일도 그랬다. 술과 안주를 그득하게 실은 친구의 차에 올라타면서 칸나, 이렇게 외쳤다. 만세! 음악의 볼륨을 높이고 빛나는 일월의 마지막 날, 헐벗은 나무와 숲에게 윙크하면서 달리고 또 달렸다. 그리하여 정확하게 1시부터 술판을 벌이기 시작했다. (칸나, 지금도 내 속을 내가 모르겠다. 왜 그렇게 술을 좋아하는지, 그리워하는지^^;;) 오후쯤부터는 슬슬 취해가기 시작했고, 저녁이 되자 야외에서 바베큐 파티를 하려고 준비해놓은 불판, 숯이 필요없어져 버렸다. 밖으로 기어나가기도 힘든 상황이 된 것이다. 아, 이런 지랄... 한 년은 걱정말라, 내가 숙취 드링크도 준비해왔다, 소리쳤다. 쪼오았어! 어둠속에서 계단을 찾지 못해(그렇게 안보였을까, 취해서였겠지) 바위더미를 수락산 등정하듯 기어내려와 불판, 숯을 소주와 바꾸어왔다. 모두들 기뻐하는 년들! 향략의 밤을 위하여 말보로 두 갑을 단단히 준비해 왔는데 어떤 년이 훔쳐 피우지도 않은 담배가 솔솔 잘도 없어지는게 신기했다. 그날의 나의 주제는 절제없는 술 마시기, 였는데 내 마음속 어떤 육시럴 것은 자꾸 내게 이성을 명하는 것이다. 헤 바로 그 이성 없애려고 예까지 왔는데! 한 잔 씩 마시면서 잔 수를 카운트했는데 열 몇 번을 넘어가면서 숫자 세는 것을 잊어버렸다. 반 잔씩 꺽어마시는 술은 어느새 원샷이 되어 머리위에 붓고 자꾸 확인, 하는 과정이 이어졌다. 사람에게는 가끔 이성이나 의식이 없는 상태가 필요하지 않은가, 하고 년들에게 말했다. 년들 대답했다. 아멘. 밤이 이슥해지자 어쩐지 죽고 싶어졌다. 하지만 그것이 칸나의 엄살이라는 것은 칸나도 알고 년들도 알고 있으므로 주문처럼 외우는 아이 원트 투 다이, 는 노래가락처럼 질질 늘어졌고, 아무도 그것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저년들, 오래된 친구 맞아? 주르르, 눈물이 흘렀다. 목이 칵 잠겨 칸나, 년들에게 속살거리기 시작했다. 뭐시가 어쩌구 저쩌구, 그런데 말씀이야. 듣는 둥 마는 둥 하는 년들이 한 마디 했다. 너, 그거 주정이냐. 칸나, 대답했지. 아니거든? 년들이 다시 합창했다. 됐거든? 됐다니 어쩌겠나. 제법 쌀쌀한 베란다로 기어나가 담배 한 대 피우면서 확, 뛰어내릴까 했는데 가만 보니 일층 펜션에서 어디로 뛰어내린단 말인가. 년들 눈치를 보니 죽는다고 아우성쳐도 눈하나 깜빡할 것도 아닌 것 같아 기침 몇 번 하고 다시 기어들어갔다. 밤 두시가 넘어, 열 세 시간동안 이어진 술자리를 끝내고(더 마시고 싶었으되, 한 년이 토사곽란을 일으킨 통에 술맛이 떨어져버렸다)제법 운치있는 나무계단을 올라가 혼자 이층에서 대자로 뻗어 주무시고 아침에 깨어났는데, 가만히 살펴보니 칸나 손등에 담배빵 자국이 있넹? 아니, 불량 청소년도 아니고 조폭 마누라도 아닌데 내가 어찌하여 이런 자해를 했더란 말인가! 이렇게도 살펴보고 저렇게도 살펴보는데 분명 그것은 담배빵 자국이었다. 아, 칸나, 어제밤 무슨 짓을 한거지? 그렇게 손등에 도장 하나 찍고 집으로 왔다, 칸나, 고통도 흔적을 남긴다는 것을 새삼 깨달으면서.
(도서관에 와 자판 두드리다 손등의 담배빵 자국을 보고 문득 생각이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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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저기에 '닉'을 공갈빵 으로 사용하는 사람있는데요. 설마 빵이 맞나요?. 엄청 아프고 천국 깔때까지 아니 천국에서도 남을 텐데...근심이 걱정이...
희미해서 아무도 모를 겁니당, 하나님도요^^;;
그나마 다행이네요, 위로주, 회생주, 제목이야 뭐든지 한 잔으로..
술독과 안주를 수레에 싣고 입춘 나들이 다녀오셨구만요. 술중매라도 보신 듯 하오.
이토록 화려한 외출을 무사히 마치고 온 칸나를 위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