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아름다워(29) - 별처럼 아름다운 사랑이여
작년에 바꾼 내 휴대폰의 배경음악은 유심초의 노래 ‘사랑이여’에서 다운받은 ‘아 사랑은 타버린 불꽃 아 사랑은 한 줄기 바람인 것을 아 까맣게 잊으려 해도 왜 나는 너를 잊지 못하나 오 내 사랑’ 부분의 가사이다. 이 배경음악을 처음 들은 제자는 다시 전화를 걸 테니 얼른 전화를 받지 말고 음악이 다 끝날 때까지 들을 수 있게 해달라는 부탁을 하기도 하였다. 오전의 밝은 햇살이 거실에 가득 찬 가운데 동생이 컴퓨터에 입력해 놓은 ‘사랑이여’를 두 번이나 연속해서 듣고 있으니 마음이 푸근하다.
사랑이여 / 유심초
별처럼 아름다운사랑이여
꿈처럼 행복했던 사랑이여
머물고 간 바람처럼
기약 없이 멀어져 간 내 사랑아
한 송이 꽃으로 피어나라
지지 않는 사랑의 꽃으로
다시 한 번 내 가슴에
돌아오라 사랑이여 내 사랑아
아 사랑은 타버린 불꽃
아 사랑은 한 줄기 바람인 것을
아 까맣게 잊으려 해도
왜 나는 너를 잊지 못하나
오 내 사랑
아 사랑은 타버린 불꽃
아 사랑은 한 줄기 바람인 것을
아 까맣게 잊으려 해도
왜 나는 너를 잊지 못하나
오 내 사랑 오 내 사랑
영원토록 못 잊어 못 잊어
결혼에 즈음하여 아내와 두 며느리에게 쓴 글의 제목을 ‘사랑과 행복에의 기원’ 1, 2, 3이라고 붙일 만큼 강조하는 ‘서로 사랑하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삶’이 여러분 모두에게 넘치기를.
지난 연말에 리하르트 다비트 프레히트(Richard David Precht)가 쓴 ‘사랑, 그 혼란스러운’이라는 책을 읽으며 사랑의 본질을 이해할 수 있기를 기대하였지만 확실하게 잡히는 부분이 별로 없어서 아쉬웠다. 그러나 동물학, 심리학, 사회학을 두루 섭렵한 전문가의 글에서 한두 가지라도 배워야 하지 않겠는가? 이 책은 제1부 남자와 여자, 제2부 사랑, 제3부 현대의 사랑으로 나누어 14장으로 이루어졌는데 그 중 7장에서 다룬 ‘욕정 끌림 그리고 사랑’이란 부분을 살펴보자.
‘욕정 끌림 그리고 사랑
사랑이 인생의 전부는 아니다. 하지만 사랑이 없으면 전부 아무 것도 아니다. 세상에 사랑보다 중요한 것은 (거의) 없다.((註, ‘믿음 소망 사랑 그 가운데 제일은 사랑이라’는 성경말씀이 연상된다.) 사랑은 우리 우주를 따뜻하게 데워주는 중앙난방기이며 우리 행동에 동기와 의미를 부여하는 감정이다. 사랑은 우리의 사회적 행위를 결정하고 우리에게 자극과 용기를 준다. 하지만 질투와 때때로 미움에 빠뜨리고 파멸로 몰아가기도 한다. 수십만 권의 책과 그만큼의 영화가 남녀 간의 사랑을 주제로 만들어졌다.
사랑이라는 단어의 쓰임은 한계를 모른다. 사람은 자기 일을 사랑하고, 자기 조국을 사랑하고 하나님과 이웃을 사랑하고, 자동차를 사랑한다. 또한 동물을 사랑하고, 초콜릿과 음악을 사랑한다. 철학자는 진리를 사랑하고 문헌학자는 말과 글을 사랑하고 우표수집가는 우표를 사랑하고 필리포스(philippos)는 말(horse)을 사랑한다.
사랑은 누구나 마음대로 입에 올릴 수 있다. 오늘날 서구사회에서 사랑은 역사상 유례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자주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린다. 동물사랑, 이웃사랑, 신에 대한 사랑, 물건에 대한 사랑, 남녀 간의 사랑이 똑같은 개념으로 이야기된다. 하지만 이러한 사랑이 갖는 공통점은 집중적인 애착뿐이다.
남녀 간의 여러 상이한 상태를 뭉뚱그려 ‘사랑’이라는 한 단어로 표현하는 것도 문제다. 욕정도 사랑이고 일시적 끌림도 사랑이고 본래의 의미의 사랑도 사랑이고 파트너십도 사랑이다. 사랑을 이성적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와 관련된 다양한 감정 상태를 구별할 필요가 있다. 여성 인류학자 헬렌 피셔는 사랑을 욕정(lust), 끌림(attraction), 애착(attachment) 등 세 요소로 구분했다.
욕정이 작동하는 공식은 아직 발견되지 않았으나 욕정이 생겨나는 과정에는 다수의 감각이 관여한다. 어떤 사람에게 우리가 욕정을 느끼는 이유는 그의 외모가 매력적이거나 몸동작이 우아하고 세련되거나 목소리가 아름답거나 몸에서 풍기는 향기가 유혹적이기 때문이다. 그밖에 다른 이유도 있다. 그가 권력을 지녔거나 유명하거나 많은 사람의 감탄과 존경을 받을 때도 그렇다. 이에는 생화학적 요소인 ‘뇌 속의 감정체계’와도 연결된다.
끌림의 문제는 욕정보다 한층 더 복잡하다. 끌림의 상태는 보통의 경우 욕정보다 더 오래 지속된다. 상대에게 끌리는 상태인 사랑에 빠지면 욕정에 사로 잡혔을 때와 달리 세상이 완전히 다르게 느껴진다. 지각과 감수성이 달라지고 생각도 달라진다. 이전까지 하지 않던 행동을 하고 그리움과 동경이 충족되는 정도에 따라 기분이 날아갈 듯 좋아지거나 세상에서 가장 비참한 감정에 빠진다. 사랑에 빠진 감정은 뇌를 완전히 지배한다. 뇌신경계에 자극을 주는 신경전달물질과 누군가를 매력적으로 느끼게 되는 잠재의식과 의식의 작용으로.
욕정과 끌림의 설명은 비교적 간단하지만 세 번째 단계인 사랑은 매우 복잡한 구조를 지니고 있어서 신경물질이나 호르몬 작용으로 서술하기가 어렵다. 일부 과학자들은 옥시토신(oxitocin) 이론으로 명쾌하게 설명하지만. 애착은 동물적 사랑의 한 형태이나 인간의 사랑은 정서(emotion)와 감정(feeling), 행동이 모두 합해져 완성된다.
정서는 무언가의 동요나 자극에 따라 발생하고 형성된다. 베고픔이나 졸림처럼. 그러나 사랑은 그보다 복잡한 감정이다. 정서는 금방 찾아왔다가 사라지나 감정은 그보다 견고하고 오래 지속된다. 감정은 마음과 연결되어 있으며 사랑은 누군가를 향한 대상이 있고 무언가를 그 사람에게 투영한다. 사랑의 감정은 어떤 사람이 내게 강력한 감각적 자극을 발할 때 이 자극에 사로잡히는 정서의 단계를 지나 상대방이 내안에 들어와 무슨 일인가 벌어지고 있음을 느끼는 과정이다. 사랑하는 동안 지속적으로 같은 과정을 경험하며 상대방에게로 다가간다. 사랑은 이처럼 정서, 감정, 행동이 하나로 어우러져 형성된다.’
나는 더러 욕정과 끌림 그리고 사랑의 이런 과정을 체험한 것 같은데 여러분은 어떠신지?
낮에 아내와 함께 독일영화 ‘우리도 사랑한다.’를 봤다. 30년의 결혼생활을 한 60대 초반의 여성이 70대 중반의 노인과 눈이 맞아 뜨거운 사랑을 나누는 줄거리인데 이를 알게 된 남편은 날벼락에 경악하여 죽음을 선택하는 결말이 쓸쓸하게 여겨진다. 사랑이 뭐 길래.
‘2009년 한국보건복지인력개발원이 드리는 아주 특별한 선물’에 실린 글을 아내가 읽어보라고 권유하여 단숨에 읽었다. 좋은 내용인데 그중 ‘하벤스의 선택이라’는 글을 소개한다.
‘빌 하벤스의 선택
빌 하벤스(Bill Havens)는 미국에서 제일가는 카누선수의 한 사람이었다. 뛰어난 체력과 불굴의 인내심 그리고 노련한 경험 등 카누선수로서는 더할 나위 없는 조건을 두루 갖추고 있었기에, 미국인 모두는 하벤스가 1924년 파리에서 열리는 올림픽 경기에 나가면 금메달을 딸 것을 확신하고 있었다. 그것도 하나가 아닌 세 개는 무난히.
올림픽을 앞두고 하벤스에게 한 가지 고민이 생겼다. 아내가 임신 중이었기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출산예정일은 자신이 올림픽 경기에 출전하는 기간 동안이었다 그는 자신과 아내의 사랑의 결실인 아이가 태어나는 것을 지켜보고 싶었고 또한 아내 곁에 있음으로써 그녀가 겪는 고통을 조금이나마 덜어주고자 했던 것이다.
그러나 만약 아내 곁을 지킨다면 올림픽에 출전할 수가 없었다. 미국과 프랑스는 한두 시간에 달려갈 수 있는 곳도 아니고 더구나 출전을 앞두고 한동안은 집에 돌아오지 못하고 훈련을 받아야만 했다. 하벤스는 결단을 내렸다. 긴 세월동안 흘린 땀과 명에도 중요하지만 첫 아이와 아내가 더욱 소중하였기에 올림픽 출전기회를 동료선수에게 양보한 것이다.
그로부터 28년이 지난 1952년의 어느 날, 아들 프랭크로부터 전보를 받은 빌은 과거에 자신의 선택이 결코 틀리지 않았음을 깨닫고 환한 웃음을 지었다. 전보에는 핀란드의 헬싱키에서 열린 올림픽 카누 1만 미터 경기에서 금메달을 획득했다는 소식과 함께 다음과 같은 내용이 씌어져 있었다.
존경하는 아버지,
오늘의 제가 있도록 기다려 주신 것에 대해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아버지께서 따셔야 했던 이 금메달을 제가 목에 걸고 돌아가겠습니다. -아버지를 사랑하는 아들 프랭크 올림‘
아내가 보내준 메일 ‘남편과 아내의 생각차이’를 읽어보세요.
남편과 아내의 생각차이
대기업 사장으로 은퇴한 분이 있었다. 그는 재직 시 정말 열심히 일했다. 해외지사, 지방공장 등 정열적으로 일하던 시절의 대부분은 집 밖에서 보냈다. 은퇴하는 날 불현듯 아내 생각이 났다. 아이들이 훌륭하게 자라 각각 가정을 꾸리고 행복하게 살고 있고, 자신이 이렇게 존경 받으며 은퇴할 수 있었던 것은 다 아내 덕분이라는 생각이 든 것이다.
그에게도' 아내가 있었던 것이다. 이토록 당연한 생각이 이처럼 늦게 떠오르다니. 뒤늦은 통찰에 그는 결심했다. '내 이제부터는 아내를 위해 살리라!'
은퇴한 후, 그는 매일같이 아내와 함께 즐거운 시간을 갖고자 애썼다. 백화점에서도 아내의 손가방을 들고 서 있기도 했다. 우아한 호텔에서 저녁식사도 자주 했다. 해외 골프여행, 크루즈여행을 다녀오기도 했다. 주말이면 아내가 다니는 교회에 따라 나가 구석에서 꾸벅꾸벅 졸기도 했다. 그에게 아내와 함께하는 시간은 더 이상 의무가 아니었다. 서서히 아내의 존재가 즐겁고 감사해지기 시작했다. 정말 얼마 남지 않은 인생, 자신에게 아내밖에 없음을 피부로 느끼게 됐다. 아내도 즐거워하는 듯했다.
그런데 딱 3개월이 되던 날, 아침 식탁에서 아내는 자못 심각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꺼냈다. "당신, 이젠 제발 좀 혼자 나가 놀 수 없어?"
첫댓글 나가 놀 수 없어? 라고 하였다면, 그의 아내는 때늦게 24시간 함께하는 남편의 사랑의 표현이 황혼기에 원치않은 구속의 수단으로 여겼지 싶습니다. "사랑"에 대하여 곰곰히 다시 생각해 보게 되는 유익한 글 잘 읽었습니다. "욕정이나 끌림, 사랑의 실체는 제각각 양상이 다르고 동기나 내용이 같지 않겠으나, 제 소견으로는 모두가 살아 있는 생명체의 본질이며 태생적 본능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별처럼 아름다운 사랑이여!는 좋아하는 노래여서 동감하는 바 많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