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의 비타민D가 가져다주는 ‘건강 기적’
■구루병, 각종 암, 치매, 심장질환, 우울증 치료 도움
■4~11월, 오전 10시~오후 3시, 하루 15분, 팔·다리 노출
PART 3 햇빛이 부족할 때 생기는 건강 문제
체내 비타민D 부족이란?
비타민D 혈액 농도가 30ng/mL 이상이면 충분. 20ng/mL 이하면 부족 상태
햇빛을 충분히 쐬지 못하면 어떤 문제가 생길까.
전문가들은 단순히 뼈 문제뿐만 아니라 전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대목동병원 가정의학과 이상화 교수는 햇빛으로 만들어지는 “비타민D 부족 시 구루병의 직접적인 원인이 된다”며 “경련, 근력저하, 호흡기 감염, 심장근육병증 등의 원인이 될 수 있으며 특히 어린이는 성장판에 이상이 생기고 뼈가 약해져 성장속도도 늦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피부 문제를 염려해 햇빛을 차단해버리면 하나를 얻고 아홉은 잃는 것’이라고 말한다. 노르웨이 암연구소의 요한 모안 박사는 “햇빛을 많이 쐬면 피부암에 걸릴 가능성이 높아지지만 다른 암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어 전체적으로는 잃는 것보다 얻는 게 더 많다”고 말했다. 요한 모안 박사는 “호주처럼 햇빛을 많이 쐬는 적도 부근 국가에서는 노르웨이 같은 고위도 국가에 비해 피부암 발병률이 높지만, 모든 종류의 암으로 인한 사망률은 낮았다”며 “피부암 발병이 300건 증가할 수 있지만 상대적으로 다른 암에 의한 사망은 3000건 줄어든다”고 말했다.
구루병은 비타민D 부족, 즉 햇빛이 부족해서 발병하는 대표적인 질환이다. 칼슘과 인의 대사를 좌우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 비타민D가 부족해지면 골격이 약해지고 점차 뼈가 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구루병은 영유아나 아동에게 많다. 구루병의 대표적인 증상은 다리가 O자 모양으로 휘거나 치아에 손상이 생기며, 성장이 더뎌진다. 우리나라에서도 영양상태가 나빴던 1970년대에 많이 볼 수 있었으나 지금은 영양상태의 개선으로 발생빈도가 많이 감소했다. 구루병 예방을 위해서는 균형 잡힌 영양 섭취가 가장 중요하다. 모유는 기본적으로 분유보다 뛰어난 영양성분을 함유하지만, 비타민D가 부족한 단점이 있다. 따라서 아이에게 모유 수유를 할 때는, 연어·꽁치·느타리버섯·달걀 등 비타민D를 보충할 수 있는 음식을 함께 먹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미국 하버드대학 연구팀은 혈중 비타민D 농도와 대장암과의 관계를 조사한 결과, 비타민D 농도가 높은 집단(평균 40ng/mL)이 낮은 집단(평균 16ng/mL)보다 대장암 발병 위험이 46%가량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김경민 교수는 “최근 연구를 통해 비타민D가 부족하면 암이나 각종 만성질환에 걸릴 위험이 높다는 게 밝혀진 상태”라면서 “그러나 체내에 충분할 때 정말 암이 예방되고, 치료효과가 있는지는 명확하게 밝혀진 바 없다”고 말했다.
영국 워릭대학 연구팀은 비타민D 수준과 방광암 사이에 연관성을 밝힌 7개의 연구결과를 재검토한 결과, 방광암과 비타민D 수치 간에 연관성이 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연구결과를 검토하는 과정에서 실시한 실험에서 방광의 막을 형성하고 있는 세포들이 비타민D에 반응해 활성화되는 것을 발견했다. 이는 결국 면역반응을 촉진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 로즈메리 블란드 교수는 “이번 연구결과는 혈중 비타민D 수준이 낮으면 방광에 있는 세포들이 비정상적 세포에 적절하게 대응하는 것을 막는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연세대 의대 노년내과 김창오 교수와 김현창(예방의학)·이유미(내분비내과) 교수팀은 2012년부터 2014년까지 서울시와 인천광역시 강화군에 거주하는 65세 이상 2853명(남 962명, 여 1891명)을 분석한 결과, 혈중 비타민D 농도가 낮을수록 우울 증상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에 따르면 혈중 비타민D 농도가 충분한 그룹(30ng/mL 이상)에 비해, 비타민D가 부족(10~19.9ng/mL)한 경우는 2.50배, 결핍(10ng/mL 미만)한 경우는 2.81배까지 우울 증상을 가질 확률이 높았다. 반면 여성은 부족한 경우 1.11배, 결핍한 경우 1.31배까지 높아졌다. 연구팀은 비타민D가 면역 기능과 염증 반
응의 균형에 작용할 뿐만 아니라, 유해한 활성산소로부터 뇌신경을 보호하는 역할도 하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했다.
또한 비타민D가 결핍된 이들에게서 흔히 ‘계절성우울증’이라 불리는 ‘계절성 정동(情動)장애’가 높은 비율로 나타났다. 미국 조지아 대학 교육학과의 앨런 E. 스튜어트 부교수 연구팀(상담·인간발달학)은 ‘다양한 계절성 정동장애 요인 모델에서 피부색소와 비타민D가 미칠 수 있는 영향의 개연성’ 연구를 통해 이같은 사실을 밝혀냈다.
햇빛 합성 부족에 따른 비타민D 체내 결핍이 치매와 인지기능저하에도 연관 있다는 연구도 있다. 분당서울대병원 문재훈·임수·장학철(내분비내과)·김기웅(정신건강의학과) 교수팀은 경기도 성남에 거주하는 65세 이상 노인 412명을 5년에 걸쳐 추적 관찰한 결과, 혈중 비타민D 농도가 낮을수록 가벼운 인지장애 및 치매발생 가능성이 증가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비타민D 결핍이 심한 그룹(10ng/mL 미만)은 정상그룹(20ng/mL 이상)에 비해 5년 뒤 경도인지장애나 치매로 진행할 위험성이 2배가량 높았다. 특히 연구시작 때 시행한 간이정신상태검사(치매검사도구)에서 27점에 미치지 못했으면서 5년간 심한 상태의 비타민D 결핍 상태에 노출된 노인은 가벼운 인지장애 및 치매발생 위험성이 4.5배까지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치매와의 상관성은 국내 연구뿐만 아니라 해외 연구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영국 엑시터대학 연구팀이 치매와 심혈관질환 병력이 없는 65세 이상 남녀 1600여명을 6년 동안 추적한 결과, 비타민D가 부족하면 치매 위험이 최대 2배 이상 높았다. 연구팀은 비타민D가 알츠하이머성치매를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진 독성 단백질 베타 아밀로이드 플라크를 뇌신경세포에서 제거하는 데 관여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비타민D가 부족하면 심근경색 등 관상동맥질환에 걸릴 가능성이 3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분당서울대병원 내분비내과 장학철·임수 교수팀은 경기도 성남 지역에 사는 65세 이상 1000명 (남성 441명, 여성 559명)을 대상으로 비타민D의 부족 여부와 심장혈관질환의 관련성에 대해 조사했다. 그 결과 비타민D가 부족하면 관상동맥이 정상의 50% 이하로 좁아질 위험이 3배 이상 높아졌다. 관상동맥은 심장근육에 혈액을 공급하는 혈관으로, 이 동맥이 좁아지거나 막히면 심근경색이나 협심증이 생긴다. 또 연구팀은 이번 연구에 참여한 노인 중 52.3%가 비타민D 결핍으로 나와 국내 65세 이상 노인 절반 이상이 비타민D 결핍 상태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또한 비타민D가 결핍되면 심장질환의 또 다른 위험인자인 관상동맥 내 석회화지수 역시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나 비타민D 결핍과 심장질환의 연관성을 뒷받침하고 있다.
비타민D 부족이 유방암과 방광암 그리고 대장암 발생 위험을 증가시킨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비타민D가 체내 세포의 증식과 분화를 조절하는데, 이 과정에서 암세포의 증식을 억제하고 암세포 사멸에 작용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세브란스병원 연구팀이 유방암 환자 3000여 명과 일반 여성 1만7000여 명의 혈액 속 비타민D 농도를 측정해 비교 분석한 결과, 비타민D가 부족한 여성은 유방암 발병 가능성이 27% 증가 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인의 대사증후군 발생에도 비타민D가 연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대목동병원 가정의학과 이상화 교수팀이 2012년 국민건강영양조사 원자료를 토대로 65세 이상 1264명의 혈중 비타민D 농도와 대사증후군의 관계를 분석한 결과 이같이 드러났다. 연구 대상 인구 10명 중 6명(792명)이 비타민D 결핍 상태였다. 이들의 비타민D 혈중 농도가 높을수록 대사증후군의 유병률이 낮았다. 비타민D 결핍 상태인 그룹에 비해 부족 상태인 그룹과 충분 상태인 그룹의 대사증후군 발생 위험은 각각 85%, 33% 수준이었다. 비타민D가 충분한 그룹이 고지혈증을 보일 위험은 비타민D 결핍 그룹의 0.4배에 그쳤다. 이상화 교수는 “비타민D는 골다공증과 연관이 있을 뿐만 아니라 고혈압, 당뇨병, 심혈관질환 및 대사증후군과도 연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즉 비타민D와 칼슘이 보충된 유제품이 췌장에서의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고, 체내에서 인슐린 이용이 호전돼 당뇨병 발생 위험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
다. 또한 수면무호흡증과 자궁근종, 류머티즘관절염 등에도 연관있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된 바 있다.
PART 4 햇빛, 문제는 없을까?
햇빛이 건강에 좋다는 건 알지만 그래도 피부암이나 일광화상 같은 피부질환이 걱정된다. 실제로 미국피부암재단은 모든 종류의 자외선은 피부 노화를 촉진시켜 피부암 발병률을 높인다고 밝힌 바 있다. 이들은 햇빛에 많이 노출된 지역에서 암 사망률이 다른 지역에 비해 낮다는 연구결과는 공해나 개인별 유전적 요인을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에 무조건 햇빛을 쐬는 게 좋다는 건 오류가 많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비타민D가 피부암 위험을 높인다는 연구도 있다.
미국 헨리포드병원의 멜로디 에이디 연구팀이 3223명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햇빛에서 비타민D 최대량에 노출된 사람은 최저량에 노출된 환자에 비해 가장 일반적 유형의 피부암으로 발전할 위험이 60% 더 높은 것을 발견했다. 연구팀은 참가자를 비타민D 수준에 따라 네 그룹으로 분류했는데, 피부암 사례는 비타민D 수준에 따라 높아졌다. 박민선교수는 “햇빛이 좋다고 해서 갑자기 많이 쬐거나 여름철휴가기간에 집중적으로 햇빛을 쬐게 되면 오히려 더 문제될 수 있다”며 “특히 피부암에 걸릴 확률이 높은것으로 알려진 노년층은 갑작스러운 햇빛 노출을 자제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햇빛, 주름부터 피부 잡티 유발
햇빛은 피부 탄력 조직인 진피층까지 침투해 콜라겐과 엘라스틴을 파괴시켜 탄력저하 등으로 주름을 초래한다. 또 멜라닌을 증가시켜 피부를 검게 만든다. 특히 여름철에 주로 발생하는 일광화상의 위험도 크다. 일광화상은 과도한 자외선 노출에 대한 피부의 염증 반응을 말한다. 일광화상을 유발하는 요인은 주로 자외선B(UVB)이며,
햇빛에 포함된 자외선A(UVA)도 영향을 미친다. 햇빛이 강한 맑은 날에는 햇빛에 30분 정도 노출되는 것으로도 일광화상을 입을 수 있다. 일광화상은 햇빛을 받은 부위의 피부가 붉어지고(발적) 화끈거리며 따갑게 된다. 부어오르거나(부종) 통증, 심하면 물집이 생기고 피부가 벗겨질 수 있으며 드물지만 오한, 발열, 메스꺼움, 어지러움, 맥박증가(빈맥), 저혈압 등 전신증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
햇빛알레르기 주의해야
햇빛알레르기 위험도 간과할 수 없다. 햇빛알레르기는 태양광선에 의해서 유발되거나 악화되는 질환을 모두 포함하는 용어로, 태양광에 의해 유발된 면역반응이다. 얼굴 등 태양 노출 부위에 주로 화끈거리고 가려움을 동반한 붉은 반점이나 좁쌀 모양의 발진, 진물 등이 나타나는 질환이다. 목부터 가슴 앞쪽, 손등이나 팔, 다리 등에 대부분 나타나며, 드물게는 작은 물집이 생기기도 하고 햇빛에 노출되지 않는 부위까지 퍼지기도 한다. 주요 원인은 자외선으로, 자외선이 표피와 진피층을 통과해 면역세포를 자극함에 따라 발생한다. 특히 자외선 A와 B의 영향을 많이 받고, 때로는 가시광선의 영향에 의해 발생할 수도 있다.
출처 : http://health.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4/05/2017040501328.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