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장터의 장죽지팡이
시/이종현
예전엔 보름달이 뜨면 사통오달의 화순 도암 중장터에서 중들의 장이 열렸다. 쌍계사에서 온 스님은 차를 담아왔고, 화엄사에선 목탁과 발우를, 내장사에선 백지창호지를, 대흥사에서는 유기를 짊어져 왔고, 무위사에서 온 스님은 자기를, 송광사에서 온 중은 염주와 불상을 각각 가져와 중들끼리 필요한 물건을 교환하였다.
세월이 흐르면서 일반사람도 이용하게 되었는데, 한번은 쌀장수가 말(斗)을 머리에 둘러쓰고 죽어 있었다. 죽은 쌀장수를 뒤집어 보니 등에는 <방구월팔삼(方口月八三)>이라는 글씨가 써 있었다. 모두들 그 뜻을 몰라 서로 얼굴만 바라보고 있었는데, 선승으로 이름난 운담선사가 옆에 어느 노인의 장죽지팡이를 빌려 죽은 사람의 등 위 글씨에 반듯이 놓았다. “읽어 보시오.” 과연 전부 한 획이 그어져 <시중용소두(市中用小斗)>가 되었다. 시장 가운데서 적은 말을 썼다는 뜻이다. 즉 쌀을 사들일 때는 큰 말을 사용하고, 팔 때는 적은 말을 썼으므로 천벌을 받아 죽었다고 했다.
그때서부터 많은 중들이 너도나도 지팡이를 갖고 다니게 되었단다. 어렸을 때 지팡이 든 중만 보면 괜히 슬슬 뒷걸음질 쳤던 것을 지금에서야 알 것 같다.
#중장터 : 스님들의 장터가 운주사 입구 앞쪽 마을에서 예전엔 활발했으나 지금은 없어졌다.
첫댓글 자신에게는 너그럽고 남에게는 한없이 야박하게 구는 세상이 아니라, 자신에게는 엄격하고 남에게는 너그러운 그런 사람이 되면 참 좋은 일이지요.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글. 감사합니다. 정말 부지런 하십니다^^
학차시절 시외버스 탈때마다 중장터라고 외치는 버스안내양의 그 중장터가 그냥 지명인줄 알았어요. 헌데 그게 스님들의 장터를 "중장터"라고 불렸어요. 조금 있으면 운주축제가 열립니다.
좋습니다 늘 샘솟는 글이 부러울 따름입니다 몇줄 적을려면 쥐나는데..
님의 글을 볼때마다 그 열성을 느껴봅니다. 그 열정과 정성을 아무도 탓하지 않습니다. 진실한 것에 대한 정의이겠죠, 몇자라도 진솔하면 괜찮을듯 싶습니다.
이번주말 화순가는데 운주사도 꼭 들러보고 싶네요. 쌍봉사 절만 갔었거든요.
오 그러세요. 꼭 다녀오시고 잘 구경하고 오세요. 특별한 경험이 될겁니다. 근처에 유네스코에 등재된 화순고인돌군도 함께보시고 오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