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수요일에 이곳에 와서 사귄 친구들과(3명)전남 강진에 가기 위해 보은터미널에 모였다.
서해안으로 갈까 생각을 했지만 너무 단조로운 바다를 보는것도 재미가 적고, 한 밤 자고 오면
여자들에 수다가 부족해서 너무 아쉬워 질까봐 동생의 추천을 받아 강진 앞바다에 있는 펜션을
예약(1박에 비수기라 10만원)을 했다.
보은에서 대전까지는 1인 6000원. 쓸때마다 폰에 기재를 하고...
내가 겨울 여행을 즐기는것은 겨울나무에 대한 사랑때문인것 같다. 꽃눈을 감싸고 찬바람에 흔들리는
나뭇가지를 보고 있으면, 마음 깊은곳에서 희망이 새록새록 생겨난다.
약 1시간, 도착한곳은 대전 복합 터미널이다. 대전에는 버스터미널이 유성구에도 있는데 전국을 다 갈 수
있는곳은 복합터미널이다. 원래의 계획은 나주에 가서 영산포 홍어거리에서 점심을 먹으려 했지만
광주에서 하차하여 다시 영산포가는 버스를 타야 한다고 하여 무심코 표를 사고보니 우등이다.
1인 17000원정도. 일반을 사면 5000원 정도 덜 내도 된다. 15000원은 덜 써도 되는데 아쉬움이 남는다.
약 2시간 30분을 달리니 광주. 다시 영산포(4100원) 가는 버스에서 내리니 점심시간이 지나서 배 고픈증상이
사라졌다. 택시비 3000원을 지불하고 홍어거리에 들어서니 영산강 강바람에 실려 진한 홍어 냄새가 온 몸을 감싼다.
뜨뜻한 곳에 자리를 잡고 홍어정식 3인분(60000원)을 시키니 끝없이 음식이 들어온다.
어제 술은 끊었는데^^ 소주를 한병 시켜 톡쏘는 홍어를 먹으니 기분이 알알하다.
다행히 모두 잘 먹어서 음식은 남기지 않았다. 옆에서 아주마이들이 얘기하는 소리를 듣고 있노라니
올캐들의 수다 같애 정겹다가 말없이 음식만 먹는 우리가 이방인으로 주눅이 든것 같애 웃었다.
소화도 시키고 구경도 할겸 걸어서 터미널로 가는길에 영산강도 다시한번 돌아보고 내가 분명히 정확히
알고 있다고 생각한 터미널은 나오지 않고 엉뚱한 주택 뒷길이다.
이거 망신인가? 야속하게 가버린 수십년의 세월뒤에 따라온 망각인가?
물어 물어 간신히 찾아드니 강진가는 버스는 조금전에 가버렸는지 한시간 남짓 기다려야 했다.
기온이 뚝 떨어지고 바람까지 불어서 어수선한데 어두워지기 전에 숙소에 도착해야 하는데 일행들에게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찬바람만 가득한 대합실에는 사람은 별로 없고, 연탄 난로에서는 가스만 새는지
머리가 아파 가끔 밖으로 들랑달랑 하였더니 춥고 지루하다. 시간이 다 되어도 차가 오지를 않아
안내를 맡으신 어르신께 차좀 빨리 오게 해달라고 하니 요새 기사님들이 모두 새로와서 제 시간에
차 들어오기가 어렵단다. 지난번 제천가는길에 우연히 들으니 버스기사님들의 고초가 매우 심하다고 생각
했는데 역시 어디나 마찬가지인가 싶다.
이제 버스는 마지막 강진버스가 반갑다. 1시간 남짓거리(5800원)다.
나주나 영산포에 비해 남쪽으로 내려가면 경치가 매우 수려하고 깨끗하다는것을 고향 떠나온 수십년만에
알게 되었다. 역시 강진도 청정한 곳이였다. 숙소로 가기위해 택시(15분거리.17000원)를 타고 나니 마음이 편안해졌다.
카라반 펜션에는 주인장도 나와 있을수 없을만큼 바람이 세게 불고 있었다. 온돌방에 불을 최대한 올리니 금방
바닥이 따끈거리고 보리차를 끓여놓고 편한 옷으로 갈아입으니 밖에는 칠흙같은 어둠때문에 어렴풋이 보이는
가우도라는 섬에 띠를 두르듯이 불빛이 아름답다. 커텐을 바닥까지 내리고 가방에서 이것저것 꺼내니 먹을것이
충분하다. 저녁을 먹고 따끈한곳에 몸을 뉘이니 오늘 우리가 얼마큼 멀리 왔나를 곱씹으며, 즐겨보는 드라마도
세 여자가 즐기니 더더욱 재미가 있다. 한이가 가끔 배가 아프다고 해서 내가 다려온 것을 주니 서로에 기쁨은 배가 된다.
자려고 누우니 바다바람이 창을 세차게 두드리고 지붕을 쿵쿵치고, 지나치게 환영을 하는구나 생각하다 깨어보니
아침이다. 가끔 눈발이 오락가락 하다가 해가 보였다 한다. 바람도 세서 물결은 금방 파도가 되고 다시 너울이 되어
바다위를 나른다. 온몸에 무장을 하고 우리는 가우도를 향해서 바닷가를 걸으며 사진을 찍고, 얼마 가지 않아 다른
관광객들과 인사를 하고 잠자리 날개보다 날렵한 다리위로 올라가니 나의 육중한 몸도 날려서 바다에 던질듯이
바람이 세찬데 바람속에는 매서움이 없다.
가우도는 작은 섬으로 안쪽에는 한옥펜션이 자리잡고 있었다. 겨울이라 차 한잔 마실곳이 없이 모두 문을 닫았고
아낙이 굴을 까고 있었다. 굴이 많이 나는 곳인지 바다가에는 굴껍질이 많다.
한참 걷다가 의자에 앉아 있는 영랑시인 동상과 만났다. " 오메! 추와서 어짠다요?!!" 같이 사진들을 찍었다.
전에 동생들과 영랑 생가에 가본적이 있었는데 모란이 한 집 가득하였다. 장광(장독의 전라도 사투리)에는 누이의
그림자가 아른거리기도 했다.
30분 정도 걸으니 한바퀴 다 돌아 다시 숙소로 돌아와서 차를 한잔씩 마시고, 마량향으로 가기위해 택시를(13000원)
불렀다. 그리 크지 않는 항구였고 해산물은 낙지를 비롯해서 숭어가 특히 눈에 들어 왔는데 매우 크다.
가격이 저렴해서 큰것이 만원. 광어한마리. 우럭한마리. 숭어한마리(60000원)회를 뜨고, 간재미. 광어와 우럭등을 사서
집으로 보내고 한사람은 복어를 샀는데 한박스에 4만원(손질방법배움)이다.(수십마리)
돌아오는길에 기사님께서 고려청자 생산지와 민화 박물관옆을 인근에서라도 보고 가시라며
배려해 주어서 새삼 알게 되었다.
소주2병과 회를 먹으니 인천 바닷가에 살다가, 산골짜기에서 생선과는 거리가 너무 멀어
걸신들린 사람들처럼 회를 '잘먹네'를 연발하며 정신없이 먹었다.
바람이 여전히 심해서 밖에는 나갈 엄두를 못 내었다. 방에서 바다를 보고 내가 좋아하는 겨울나무도 잘 보여
잠간씩 베란다에 나가 사진을 찍기도 했다.
그렇게 2일째 시간이 지나가고 있었다. 나주에 사는 동생이 전화를 해서 올라가는길에 점심을 해놓고
기다린다고 하였으나 우리는 자가용이 없어서 다음에 가겠다고 하였다.
돌아오는날은 편히 가시라는 뜻인가? 바람도 없고 날씨도 화창하고 좋다.
강진에서 광주. 대전을 거쳐서 집에 도착하니 오후 5시가 좀 넘었다.
역시 내 고향 바다는 먼곳에 있구나 싶다.
총 계산을 해보니 총605100원이 들어갔다. 좀 더 절약 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 생각을 해 보았다.
우등을 타지 않았다면... 또 한가지 공부를 한것 같다^^.
집에 도착하기전에 해산물 택배가 미리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남편이 밥과 찌게를 끓여 놓아 일행하고 같이 먹으면서 "우리 남편은 늘 그래. 내가 딸네 다녀와도 항상 이렇게
따끈한 찌게를 끓여 놓는다니까" 나는 좀 과장되게 남편 자랑을 하니 남편의 어깨가 으쓱하다.
하하! 이렇게 저렇게 사는게 인생이지. 더 행복하길 바라면 도둑이지.
이제 방학도 끝나가고 있다. 수강생들이 정원은 차야 다시 재계약을 하고 일을 할 수 있으니
12월은 항상 마음을 비워야 하는 달이다.
어떤 경우라도 받아 들이고 최선의 삶을 계획해야 하는것은 먹기 싫어도 먹어야 하는 나이
때문 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다시 돌아오지 않는 시간들을 후회하지 않고 살기 위해서라도...
여행을 다녀오고나니 훨씬 마음이 편안해졌다.
역시 여행은 온 몸으로 배우는 살아있는 공부요 내일의 희망을 꿈꿀수 있는 활력소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