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비
내가 사는 춘천 영서지방에 오랜 가뭄 끝에 단비가 오고있다
얼마나 가을 속의 가뭄 이었는지 산에는 잡 버섯 한 개도 나지 않았고
물론 능이나 송이도 한 개도 구경 못했다
겨우 개금버섯을 두 어번 땄을 뿐이다
집에 너무 늙어 숨을 몰아쉬는 늙은 냉장고를 올 송이 따서 팔아
좀 쉬게 하려 했는데 김치국 부터 먹었나 보다
이렇게 반가운 비가 내리면 농작물에 도움이 되지만 벌들에겐
여간 귀찮은 일이 아니다
생리 현상도 해결해야지 일 나가가 힘들지 더군다나 식량까지 축내야하니
그러나 우리 토봉이들을 보면 놀란다 아주 심하게 오는 비가 아니면
웬만한 비는 비 사이로 다니며 일 한다
일하러 나가는 횟수를 좀 줄일 뿐이다
토봉들의 근면 성실성을 보면 나는 배워야 될 점이 너무 많다
우산을 쓰고 나가 요즘 보물 단지 같은 벌통들을 휘둘러 본다
올 여름내 난 벌통 내부 한 번도 뒤집어 보지 않았다
뭐 하러 뒤집어 보나 벌들 드나드는 걸 보면 건강 상태 이상 상태를 알 수 있는데
천적들인 왕벌들도 원체 강군이니 벌통 옆에서 앉지도 못하고 날며 기웃거리고
그것들도 우리 집 봉장은 재미 없다는 걸 아는지 어쩐지 한 두 마리 있을 때 잡아주고
봉장 주변의 무당 거미줄이나 거둬 준다
내 뒷짐엔 달랑 파리채 한 개, 어슬렁 어슬렁 떨어져 뒹구는 알밤이나 줍기도 하고
바람 통하도록 열어 놓았던 밑받침 들이나 닫아 주기도 한다
진짜 봉이 김선달 보다 이영문씨의 태평농법보다 땅짚고 헤엄치기 농사다
이 비로 밀원 초목들도 더 왕성하게 더 단 꿀과 향 짙은 화분들을 준비하리라
지금 산국들이 막 피기 시작하고 질리도록 짙은 보라색 꽃향유 꽃들이 늦가을을
장식하고 있다
일년의 마지막 장엄하고 화려한 잔치이다
이 비 그치고 나면 기온이 쌀쌀해 질 것이란다
그러면 나오지 못해 안달이던 송이능이들도 이 비로 아우성치듯이 돋으리라
첫댓글 단비다 너무 반갑다
올 가을 송이 한 송이 못 따는줄 알았는데
기대된다
꽃향유 산국들이 피고있다
부침개 생각나는데 시인님은 버섯 생각하시는구나 ..많이 채취하셔서 젊은 냉장고 구경시켜 주세요~~
피부 미인님 요즘도 피부가 그렇게 young~하시지요?
비오는날 님은 막걸리 파전 생각하시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