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수트라하버마젤란 리조트에 도착하기 전부터
수영장이 5개나 되는 아주 거대한 리조트라는 말을 들었지만
로비에 들어서면서부터 그 규모에 압도되었다
로비엔 사람들이 벅적벅적
들고 나고 기다리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꼼꼼히 체크인하는 딸들 두고 잠시 둘러보니
로비에서 바다도 보이고 수영장도 보이고 분위기가 굉장하다
그런데 룸으로 올라가기 위해 멀고 먼 길을 돌아돌아 복도를 걷는데
라사리아 리조트와는 다른 뭔가 낡음낡음한 느낌이 든다
고급스런 느낌도 덜하고
우선 사람이 너무 많아 어수선하다
조용한 절에 묵다가 갑자기 대처로 나온 것 같은 ....
룸에 엑스트라베드가 아직 들어오지도 않았는데
비좁은 느낌이 든다
발코니도 프라이빗하지 않다
위층, 아래층, 옆집 모두 인사를 해야할 정도로 가까워 프라이버시가 위태하다.
요 샤워기는
전화 수화기를 닮았다
물을 틀면 바로 귀에 대고
"여보세요!"
해야 할 것만 같은 모양이다
그럼 큰일나요
우린 딸들의 최애템 망고와 망고스틴을 사러
필리피노 마켓에 가기로 한다.
쇼핑몰엔 망고를 팔지 않는 다는 허위정보를 믿고.
필리핀 이민자들이 모여 살다 자연스레 형성된 시장이라고 한다
그랩택시를 불러 타고 갔는데
리조트와 아주 가까워 금방 도착한다.
누구는 이런 노천시장을 꼭 가봐야한다며
줄기차게 외치는데
나는 이런 시장이 그다지 흥미롭지 않다
너무 덥고 지저분하다
음식을 파는 곳과 식재료를 파는 곳이 함께 있다.
얼른 과일만 사고 벗어나고 싶다
여기저기 한국인들이 많이 눈에 띄고
한국어로 호객행위도 많이 한다
이틀 치 망고와 망고스틴을 사고 얼른 쇼핑몰 이마고로 향한다
아하,
이 곳에도 망고가 많이 있다
좀 비쌀지 모르겠지만 여기서 살걸.....
저가항공을 타고 온지라 15킬로의 짐 무게에 맞추려니
선물도 가벼운걸로 골라야 했다
첫 휴가를 얻은 짠딸은 선물에 많은 신경을 쓴다
그래, 그래야지.
저녁식사 하면서 썬셋을 보기 위해
좋은 자리 예약했기에 얼른 리조트로 돌아왔다.
오늘도 해질녘이 되니 약속이나 한 듯이
구름이 몰려들기 시작한다
구름이 있어도
썬셋장면은 늘 멋지다
구름 가득한 하늘에서 점점 수평선 아래로 내려앉으며
하늘 가득 물들여놓는 태양의 작품을 보면서
천천히 저녁을 즐겼다
썬셋은
하루하루가 모두 다른 예술작품이다.
어디에 있어도 다 예쁘건만
이 곳 코타키나발루의 썬셋이 세계 3대 썬셋에 든다고 하는데
누구의 기준인지 모르겠다
탁 트인 바닷가로 해가 떨어지는 모습이
신비롭고 아름다운 건 사실이다
여행 떠나기 전
"엄마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흰머리 소녀니까 너희들이 잘 지켜야 해."
하는 아빠의 말에 너무 큰 책임감을 느꼈는지
딸들은 엄마를 챙기기 바쁘다
사진 찍다가 실족이라도 할까봐
이리 치맛자락을 붙잡고 서 있는거니
이제 리조트도 예쁜 조명이 들어오고
밤을 즐기는 사람들로 또 분주해 지겠지
조용한 리조트에서 즐기다가
갑자기 사람들 많은 곳에 오니 좀 적응이 안된다
옆에서 뒤에서 들려오는 언어가 거의 한국어다
여긴 한적한 휴양지 느낌이 아닌
워터파크, 테마파크에 온 기분이 난다
내일 일정을 조정해야겠다는 것에 뜻을 같이하고
산책 겸 넓디넓은 리조트를 한바퀴 돌아
룸에 들어왔다
문 앞에 있는 요 조명등은
우리를 지키기 위한 기사들이 들고 서 있는 느낌이 들어
드나들면서 늘 든든했다.
"고마워요 기사님!"
"오늘 밤도 잘 지켜주세요."
분명 너무 많이 먹었다며 배를 뚜드리며 걸었는데
룸에 오자마자
망고를 깎아 세팅하는 딸들
그래 과일 살 오르면 집에 가서 다이어트 하는 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