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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이야기] 17
S#1. 경찰서 외경 / 낮
S#2. 경찰서 외부 일각
초조해서 서성이던 신이 발소리에 돌아보면 경주가 다가오며.
경주 : 박문호. 이래저래 쑤셔봤는데 면회가 당장은 힘들 거 같다.
신 : 대체 죄목이 뭐래요.
경주 : 사기.
신 : (멈칫했다가) 어떤 사기요.
경주 : 강동환이라구 알어?
신 : (생각해보는) 전혀 모르겠는데요.
경주 : 그 자가 피해잔데. 피해자 말에 따르면 박문호 일당이 먼저 접근했다. 자기가 채동 회장 딸하구 아주 친하다.
이번 명도시 건설의 이권을 따내주겠다.. 이러면서 받아 챙겼다는데?
S#3. 지방 법원 외경
S#4. 법원 밖의 일각
신사복의 재명이 전화를 하며 걸어온다.
재명 : 못 만났어. 나 미국 변호사라서 안된대. (갑자기 영어가 되며 화가 나서 영어) 나 변호사고 마징거는 변호사가 없어.
변호사도 없이 지금 조사를 받고 있는 거냐고 물어봤는데 아무도 대답을 안해. 내가 변호사인데. 왜 못 만나. 뭐야 이거.
S#5. 거리 (혹은 경찰서 근처 일각, 조용한 곳)
신이 빠르게 걸어오며 전화.
신 : 이봐. 잠깐. 뭔 말인지 하나두 모르겠으니까 내 말부터 들어. 재명. 우리 지금 변호사가 필요해.
어떤 변호사가 좋은지 김형사한테 물어봐. 너 그 형사하구 친하잖아. 그러니까..
하다가 핸폰의 통화중 벨이 울린다.
귀에서 떼어 발신인을 보고는 멈춰선다. 얼굴이 냉냉해지며.
신 : 재명. 나중에 다시 연락하자.
재명과의 통화를 끊자. 울리기 시작하는 벨.
신, 잠시 호흡을 가다듬고 받는다.
신 : 역시 너였냐.
S#6. 기획단 회의실
도우가 혼자 탁자에 걸터앉아 스피커폰으로 전화를 하고 있다.
도우 : 김신씨 주변인물 중에서 일단 둘을 골랐어. 근데 누가 더 중요한지 알 수가 있어야지. 박문호, 안경태.
그 사람들. 1에서 5까지로 놓고 보면 김신씨에게 중요도 몇점 짜리들이야? 1은 그저 그렇다. 5는 매우 중요하다.
S#7. 거리
신 : 니 목소리 길게 듣기 싫으니까 용건만 말해.
S#8. 회의실
도우가 미소짓는다.
도우 : 아직 둘 다 기소 들어가기 전이니까 늦지 않았어. 지금이라면 얼마든지 없던 일로 하고 내보내줄 수 있지.
둘 다 초범들이 아니라서 꽤 심각하겠던데? 특정범죄 가중처벌. 맞지?
S#9. 거리
신, 잠시 핸폰을 귀에서 뗀다. 폭발할 것 같은 마음을 겨우.. 눌렀다.
다시 전화기를 들어 한결 가라앉은 목소리로.
신 : 너 아주 외롭구나. 주변에 함께 얘기 나눌 사람이 그렇게 없어? 길게 수다떨지 말구. 원하는 게 뭐야.
이제 화면이 둘로 나뉘어져 둘의 모습이 한 화면에 보이며.
S#10. 회의실 / 거리
도우 : 첫째 농업벤처에서 손 떼.
신 : 둘째도 있나.
도우 : 둘째는 별로 어렵지 않을 거야. 김신 당신이 전에 한번 해본 거니까.
신 : (꿈틀하는)
도우 : 내 사람을 지키는 게 당신 자존심이라면서? 당신 사람들이 십년은 썩게 생겼는데 그 자존심 한번 더 세워야지.
신 : (미동도 없는)
도우 : 어떻게 하는지는 알지? 혼자. 나를 찾아와서 무릎 꿇기. 그리고 잘못했다고 한마디는 해야겠고. ...김신.
신 : ..
도우 : 듣고 있지? 그 두사람으로는 역시 부족한가. 세 번째, 네 번째도 필요해?
이런 딜이 도우로 하여금 사는 실감이 나게 한다.
신, 그저 듣고 있다가 고개를 숙인다. 잠시 후 고개를 들고.
신 : 언제 어디로 갈까.
도우가 활짝 웃는다.
S#11. 뮤즈 앞
클로즈 팻말이 걸려있는 입구.
S#12. 뮤즈 내부
비어있는 카운터 쪽. 비어있는 홀 가운데 은수가 혼자 서있다.
홀은 여러 사람이 함부로 지나다닌 듯 의자며 탁자들이 엉망으로 비뚤어지거나 뒤집어져 있다. (경찰이 험하게 가택수색을 한 현장)
암담한 얼굴. 경태 방 쪽으로 이동.
S#13. 경태 방
방은 역시 난리다. 책상 위에 컴퓨터 본체가 가 있어야 할 자리는 비어있다.
모니터에 달린 줄은 본체에서 빠져서 덜렁거리고. 서랍은 반쯤 빠져 있고 책꽂이의 책들은 함부로 흩어져 있다.
입구에 선 은수 울고 싶은 마음으로 방안을 둘러보다가 핸드폰의 버튼을 누른다. 기다린다.
S#14. 회의실
도우 옆에서 여직원이 사인할 서류들을 하나씩 내놓아주는데 울리는 도우의 핸드폰. 발신자를 확인한 도우. 멈춘다.
멈춘 채 잠시 내려다보다가 핸드폰을 그대로 테이블 위에 놓는다. 계속 울리는 핸드폰. 그냥 놔둔 채 서류를 검토하는 도우.
여직원이 불안해서 핸드폰을 슬쩍 건네다본다. 은수라는 이름이 찍혀져 있다.
도우는 울리는 것이 멈출 때까지 그대로 놔둘 생각인 모양이다.
S#15. 소도시 거리
경주와 재명이 걸어오고 있다.
경주 : 변호사?
재명 : 한국 변호사. 난 한국변호사 보조밖에 못해. 그러니까 한국 변호사 소개해줘.
경주 : 이것들이 대한민국 형사를 무슨 무료상담원인 줄 아나..
하면서 멈춰서 옆의 식당 안을 기웃거린다.
경주 : 식당은 기사식당이 싸고 맛있는데. 이 근처에 없나.. (하며 주위를 둘러보다가) 이영호 변호사라고 알아?
재명 : 유명한가?
경주 : 모르겠는데. 유명한지는.. 저어기.
하고 턱으로 가르키는 곳.
재명이 돌아보자. 거기 남루한 건물 이층 창문에 [이영호 변호사 사무소] 이라는 간판이 걸려 있다.
간판이라기보다는 창문에 붙여진 글씨.
S#16. 변호사 사무실 내부
들어서는 경주와 재명. 좁은 실내. 싸구려 가구.
한쪽에 50대의 사무장이 책상 앞에 앉아 있다가 그들을 안경너머로 본다.
사무장 : 어떻게 오셨습니까?
경주 : 보통 변호사 사무실에는 변호사를 만나러 오죠. 이영호 변호사 계십니까?
사무장 : 무슨 일이신지 저하고 먼저 상담을 해보시죠. 저 사무장입니다.
안쪽에서 소리가 들려서 돌아보면 거기 책상 위에 쌓여있던 서류철이 와르르 무너져 떨어지고 있다.
그 뒤에서 당황하며 일어서는 이영호. 바닥에 먼저 떨어진 서류들을 줍고 있었다.
갓 사법연수원을 졸업한 나이. 흩어진 서류들을 모으느라 난리다.
사무장 : 변호사님은 저기 계시구요.
재명이 어이없는 얼굴로 본다.
S#17. 범환의 건물 내부
아직 영업이 시작되지 않은 홀. 종업원이 청소를 하고 있고. 몇 명이 지키는 가운데.
한쪽에 앉아 범환이 앞을 본다.
앞에 앉아있는 신.
범환 : 왜 못 빼.
신 : 지금 농업벤처 사람들 돈이 없습니다. 받은 투자금은 먼저 투자금 빼주는데 다 썼거든요.
범환 : (옆에 선 중호에게) 계약서 갖구 와봐.
중호 : 예?
범환 : 내가 저놈한테 돈 줄 때 사인한 거 있잖아. 거기 머라 되있어. 아무 때나 내 돈 내가 뺄 수 있어 없어.
중호 : 확인해보겠습니다.
하며 신의 눈치를 보며 자리를 뜬다.
범환 : 너 왜 그렇게 오지랖이 넓어. 아니면 그 농사꾼 애들한테 뭐 받았어? 거기 니 또 다른 형님이라두 있어?
신 : 형님.
범환 : 임마. 내 밑에 있는 내 새끼들이 몇백명인 줄 알아? 거기 딸린 식구들 합하면 몇천명이야.
그 몇천명 이제 살판나게 생겼는데. 너 하나 때문에 포기하라고?
신 : 형님한테 거래 건 놈. 내 친형을 죽인 놈입니다.
범환 : 사내 자식이 쪼잔하게. 언제까지 과거에 매달려 있을래.
신 : 검찰을 움직여 마징거 선생을 아무 이유없이 잡아갔구요.
범환 : 그러니까 조심했어야지이.
신 : 그 놈이 어떤 놈인지를 말씀드리고 있는 겁니다. 지금 형님한테 무슨 약속을 했는지 모르지만요.
나중에 지킬 거라고 믿진 마시라구요.
범환 : 허. 나 김범환이를 물 먹일거라고? 누가? 어?
신 : 그럴 겁니다. 그 놈이라면. 약속을 지켜야 할 때가 오면 아마 조직폭력배 일제단속 바로 시작할 거구요.
그 첫 번째 타겟이 남방파가 되겠죠.
범환 : (멈칫해서 보는)
신 : 그놈이라면 충분히 그러고 남는다구요. 그걸 아시라구요.
범환 : 그래서.. 지금 니 말은 돈 못 주겠다는 얘기잖아. 내 돈 30억.
신 : (보고 있다. 머리 속이 돌아가면서)
S#18. 경찰서 외경
S#19. 경찰서 조사실 앞 복도
재명과 영호가 서있다. 영호는 잔뜩 긴장한 상태.
재명이 손을 들어보인다. 신이 급히 온다.
오던 신이 보는 곳. 안쪽에서 경주가 나오고 있다. 고개짓으로 따라오라고.
S#20. 면접실
기다리고 있는 신 재명 영호.
밖에 발소리. 문이 열리더니 제복의 경찰과 함께 들어서는 문호. 신네를 보더니 피식 웃는다.
경찰의 안내에 따라 문호가 테이블 저쪽에 앉는다.
재명이 그 앞에 앉는다. 영호가 우물거리다가 옆에 앉는다.
재명의 뒤쪽에 선 채로 신이 문호를 본다.
경찰이 입구로 가서 지켜선다.
영호 : 박문호씨?
문호 : (무시하고 신에게) 이거 채모시기 그 놈 짓이지?
신 : 예.
문호 : 이야 진짜 징한 놈이네.
영호 : (나름 친근하게) 저 이영호 변호사라고 합니다.
문호 : (역시 무시. 재명에게) 방법이 있겠어? 내가 옛날에 알던 놈이 하나 있는데. 달공이라고. 본명이 박달수.
이 놈이 아무래도 채모시기 그놈한테 돈 좀 받고 나를 엮어 넣은 모양이야.
재명 : 박달수라면 벌써 풀려나갔어. 찾을 수가 없어.
문호 : 젠장맞을.
영호 : 저기.. (아직도 못 끼어들고 있다)
신 : 사장님.
문호 : 왜. 무슨 방법이 있어? 김신이 너라면 뭔가 방법을 생각했겠지? 응?
그 뭐냐 포크레인으로 경찰서 부시구 탈옥시키거나 그런 거 말고.
하하 웃다가 입구의 경찰과 눈이 마주친다. 헛기침하고.
문호 : 그래. 뭐야?
신 : 한가지.. 물어보고 싶은 게 있는데요.
문호 : 물어봐. 뭐?
순진하게 쳐다보는 문호. 선뜻 입을 열지 못하는 신.
S#21. 법원 전경
S#22. 조사실
들어서던 경태가 금방 울상이 된다. 경태는 헤드셋이 없다.
이쪽에서 미소 지으려 손을 들어 보이는 신과. 재명. 그리고 영호는 잘 눈에 안 들어오고.
사복 경찰이 경태를 테이블 쪽으로 안내하려 하지만 경태가 지가 먼저 허청허청 신에게 간다.
거의 바닥에 주저앉으려는 것을 신이 잡아서 의자에 앉혀준다.
헤드셋이 없는 상태에서 경태는 거의 공황상태다.
신 : (주머니의 헤드셋을 꺼내며 경찰에게) 헤드셋 줘도 되죠?
경찰 : 뭐요?
재명 : 검사님께 이미 허락받았습니다. (경찰에게 다가가며 종이 한 장 넘기며) 여기 허가 물품 사인도 받았고.
신이 경태에게 헤드셋을 씌워준다.
경태가 눈물이 글썽해서 헤드셋을 이리저리 만져보고 맞추고..
신 : 그게 맘에 안 들면 다른 걸루 갖다 줄게.
경태 : (쉰 목소리) 이구이사 (눈물 글썽글썽. 재명을 보며) 도재명.
재명 : 헤이.
경태 : 아.. 아... 아아... (발성연습)
신 : 으이구 그새 한마디도 못하고 있었던 거야?
영호 : 이번 사건을 맡게 된 변호사 이영호라고 합니다.
경태 : (무시) 아아.. 아..
영호 : 저기.. (재명을 보며) 이분 좀 문제가 있으신 건... (하는데)
경태 : (목이 다 뚫렸다. 신과 재명에게) 내 죄 이름이 이상합니다. 특정기업관련 허위사실 인터넷 유포랍니다.
난 허위사실을 유포한 적이 없습니다. 이 사람들이 내 컴퓨터 다 갖구 갔습니다. 그거 바로 지난 달에 그래픽 카드
새로 바꾸고 램도 더 넣고 돈도 많이 들였는데 돌려줄 건지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영호 : 안경태씨.
경태 : (그제야 영호를 봤다)
영호 : 이영호라고 하는데요. 저기.. 제가 변호사.
경태 : (얼른 헤메다가 탁자에 손을 꼽더니) 안녕하십니까.
영호 : (나름 권위를 세우려 애쓰며) 앞으로 제가 사건을 맡게 되었으니까요.
신 : 선생.
경태 : (이미 영호에게서 등 돌리고 신을 보는)
신 : 짐작했겠지만 이거 그 놈이 뒤에서 한 짓이야.
경태 : (끄덕끄덕)
신 : 그 놈이 연락을 해왔어. 선생하고 사장님. 내보내는 조건을 얘기하드라구.
경태 : 조건.. 입니까?
신 : 응. 그래서.. 선생. 물어보고 싶은 게 있어.
경태, 신뢰하는 얼굴로 신을 보고 있다.
S#23. 법원 주차장
신의 차 옆에 재명과 신.
재명 : 혼자 갈 거야?
신 : 어.
재명 : 오케이 그 앞까지 내가 운전해주지.
하며 차 키를 달라고 손을 내미는데.
신 : 재명.
재명 : 왜.
신 : 나 혼자 갈 거야.
차 문을 열고 운전석에 탄다. 벨트를 하고 시동을 건다. 바로 차 앞에 버티고 서있던 재명과 눈이 마주친다. 신이 웃어 보인다.
재명이 마지못해 옆으로 비켜준다. 신이 차를 출발시킨다.
S#24. 기획단 건물 앞
멈추는 택시. 내리는 은수.
처음 와보는 기획단 건물을 올려다본다.
S#25. 회의실
도우가 기다리고 있다.
도우의 등 뒤로 커다란 명도시 조감도가 걸려있다.
도우가 시계를 보며 시간을 체크한다.
S#26. 기획단의 로비홀
경아가 미소 지으며 다가온다.
로비 소파에 앉았던 은수가 일어선다.
경아 : 미안해요. 여기까지 오게 해서. 오늘 회의가 연속으로 잡혀있어서 나갈 수가 없었어요
그리고 보다시피 근처가 아직 썰렁해요. 까페같은 것도 없고.
은수 : 죄송해요 바쁜데..
경아 : (은수를 앉게 하며) 근데 웬일이에요? 아가씨 전화받고 좀 놀랐네.
은수 : (망설이는)
경아 : 도우씨 위층에 있어요. 연락할까요?
은수 : 아니요. 오빠한테는 몇 번이나 전화했는데 ..안 받아요. 그런 적 처음인데. 오빠가 내 전화 안 받는 거.
(애써 미소) 원하지 않나봐요. 나.. 전화하거나 만나는 거.
경아 : (기웃해서 살피는) 무슨 일 있구나. 오빠하구 다퉜어요?
은수 : ..언니. 도와주세요.
경아 : ?
은수 : 오빠가 김신씨한테 정말 몹쓸 짓을 하구 있어요. 본인이 아니라 그 옆에 있는 사람들을 해치고 있다구요.
김신씨.. 언니두 알죠? 자기보다 옆사람 다치는 게 더 아픈 사람이잖아요. 오빠를 좀 말려줘요.
경아 : ...그래서 도우씨가 아가씨 전화를 안 받고 있는 거에요? 그런 부탁을 할까봐?
은수 : 언니가 좀 얘기해줘요. 그러지 말라구요. 그 사람들 내 친구이기두 해요. 나하구 아버지를 받아준 사람들이구요. 그리구..
경아 : 아가씨.
은수 : ?
경아 : 아직 몰라요? 아님 알고 싶지 않은 거에요?
은수 : 네?
경아 : 아가씨 오빠. 내 남편. 채도우씨. 그 사람이 누군가의 말을 듣는다면 그건 아가씨밖에 없어요.
그 사람이 흔들리거나 아파하거나 슬퍼한다면 그건 아가씨 때문이에요. 옆에서 지켜본 나는 알겠던데, 아가씨가 왜 몰라요?
(이런 말을 순순하게.. 부드럽게.. )
은수 : 언니.
경아 : 내 걱정을 하는 거라면 괜찮아요. 그거 알면서 결혼한 거니까. 다만.. 이렇게 아가씨 만난 김에 나도 묻고 싶은 게 있어요.
은수 : (뭐라 말은 못하고 끄덕인다)
경아 : (담담하게 보며) 오빠가 갖고 있는 정신의 병.
은수 : (멈춰 보는)
경아 : 유전이에요?
은수 : ..
경아 : 혹시 내가 아이를 갖게 되면.. 걱정해야 되요? 아니면 아예 생각도 하지 말아야 할까요?
은수, 생각해본 적도 없다. 충격으로..
S#27. 기획단 건물 앞
신의 차가 도착한다.
차를 세운 채 신이 전화를 한다.
신 : 조합장님? 김신입니다. 오전에 김범환 사장님 만났는데요. 어음 받아주겠답니다.
길게는 못 받아냈구요. 석달짜리로 합의 봤습니다. ....근데요 조합장님. 말씀드릴 게 있는데요.
S#28. 농벤 사무실 (실내 일각)
조합장이 전화를 받고 있다.
조합장 : 말해봐. 뭐. 아 무슨 말인데 허락까지 받고 말하겠다는 거야.
S#29. 기획단 로비
신이 들어선다. 환한 유리건물 속에 신이 걸어오다 멈춘다. 잠시 그대로 멈춰있다. 후우 심호흡을 한다.
어쩐지 편해 보이는 얼굴. 성큼성큼 걸어가서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른다.
S#30. 홀로비의 엘리베이터 앞
경아가 엘리베이터의 버튼을 누르고 옆을 돌아본다.
은수가 우울한 얼굴로 서있다.
경아 : 차 대기시키라고 했어요. 댁까지 모셔드리라고.
은수 : 아니에요. 난 그냥 택시 타고..
경아 : (웃더니) 그거 알아요? 원래 부잣집 아이가 라면을 먹으면 소탈한 거구요. 없는 애가 라면 먹는 건 궁상이라잖아요.
은수 : 그건..
경아 : 아가씨하고 좀 더 일찍 친했으면 좋았을텐데. ..하긴 서로 사는 데가 너무 달랐을까..
엘리베이터가 딩 소리를 내며 멈춘다. 문이 열린다. 안이 비어있다.
안으로 들어서는 은수에게.
경아 : 오빠한테는 얘기해 볼게요. 별 소용은 없겠지만.
은수 : 고마워요.
경아 : (시계를 보며) 더 배웅 못해요. 바로 미팅이라서.
은수 : 언니.
경아 : ?
은수 : 오빠.. 언니가 아니면 결혼같은 건 생각도 안했을 거에요. 절대로.
은수가 미소 짓는다. 문이 닫기며 그 얼굴이 가려진다.
미소 짓고 있던 경아의 얼굴이 우울하게 가라앉는다.
S#31. 회의실 층의 복도
엘리베이터가 멈추며 문이 열린다.
신이 혼자 타고 있다가 나선다. 거기 앞에 케이가 기다리고 있었다.
케이가 돌아서더니 앞장선다. 그 뒤를 신이 따라간다.
S#32. 회의실
도우가 고개를 든다. 케이가 열어주는 문으로 신이 들어선다.
케이가 밖에서 문을 닫는다.
도우가 신을 향해 미소를 짓는다. 신이 좀 떨어진 곳에 멈춰 선다.
도우 : 시간은 잘 지키는 사람이네. 김신씨.
신 : (속을 알 수 없는 표정, 웃음기 없이) 사실 나 원래 시간 약속 같은 거 잘 못 지키는 백수였어. 근데.. 사람이 살면서 변하드라구.
도우 : 자.. 뭐부터 할까. (일어서 좀 더 가까이 와 테이블에 걸터앉으며 어쩐지 즐거움으로) 농업벤처 포기선언. 무릎꿇기. 반성.
신 : 농업벤처. 포기하는 건 어렵겠어.
도우 : (혀를 차는 기분) 뭔가 오해하고 있나본데.
신 : 아니. 오해는 니가 하는 거야. 포기라는 건 뭘 갖고 있을 때 하는 거잖아. 농업벤처. 난 가져본 적이 없거든.
도우 : 말장난.. 하고 싶은 건가?
신 : 좀 전에 농벤 사람들한테 전화를 했어. 포기하고 손 떼겠다고. 내가 근처에 있으면 안 좋을 거 같다고.
그랬더니 그 사람들.. 웃더라.
S#33. 농벤 사무실
(아까 신과 전화 계속)
조합장 : 뭔 소리를 하는 거야. 뭘 포기하구 뭘 뗀다고? 선생 무슨 밭떼기 장사해? 쓸데없는 소리하지 말구. 이따 저녁에 와.
강부장네서 뱀술 딴대. 우리 마누라가 장어국 끓인다구 했으니까 오라고.
옆에서 '오라그래. 늦지 말라고 해.' 하고 떠드는 소리.
민수를 비롯한 조합 사람들이 전화하는 것을 듣고 있다가 저마다 한마디씩 하고 있다.
S#34. 회의실
신이 좀 웃는다.
신 : 장어국에 뱀술 먹어본 적 있어? 그거 웬만하면 견디기 힘들걸.
도우 : (냉냉하게 보고 있다)
신 : 다음 뭐지? 아. 무릎꿇기. 그거.. 안할래. 이제 두 번 다시 너한테 무릎 꿇을 생각 없어.
너한테 볼모로 잡힌 내 사람들이 하지 말래.
S#35. 경찰 면접실
문호가 가만히 보다가 피식 웃는다.
문호 : 그 자식은 레파토리나 좀 바꾸지 또 그 소리야? 하지 마. 내가 사기꾼이긴 한데.. 이번 일엔 죄 없어. 그러니까 법대로 한번
해보지 뭐. 내가 말이지. 아무 죄 없이 재판을 받아본 적은 없거든. 처음이니까 나름대로 재미있을 거 같기두 하네.
S#36. 법원 조사실
신 : 정식재판 받게 되면 판결이 어떻게 나올지 몰라. 선생.. 또 교도소 가게 될 수도 있어. 오래 있어야 될지도 몰라.
(말하는 신의 눈에 눈물이 그렁하다)
경태 : (가만히 신을 보다가) 알겠습니다. 이구이사. 그런데.. 돈. 많이 넣어줘야 합니다. 돈 머니 오까네.
면회도 자주 와야 합니다. 저.. 은수씨랑 같이 와도 좋습니다. 같이 오면 더 좋습니다.
경태가 응원하듯 고개를 끄덕끄덕한다.
S#37. 회의실
마주보고 있는 신과 도우.
이윽고 도우가 일어서더니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며, 어쩐지 친근하게 놓던 말도 원래대로.
도우 : 그만 돌아가세요. 더 이상 시간 낭비할 필요가 없을 거 같으네요. (아까의 자리에 앉으며) 마음의 준비도 안 됐으면서
찾아오면 안되지. 내 화만 돋굴 뿐이잖아요, 안 그래요? (스피커폰의 버튼을 누르려는데)
신 : 못 알아듣네. 난 이제 마음의 준비가 끝났다고. 지금 그 얘길 하고 있잖아. 나, 정말로 반성하고 있어.
니 세상에서 니가 하는 짓 그대로 따라 하면서 널 이겨보겠다고 했던 거. 내가 잘못했어.
도우 : 말이 많은데. 김신씨. 요지는 당신 때문에 잡혀간 사람들. 책임 못지겠다. 내 사람 따위가 뭐냐.
농벤에 붙어있는 게 훨씬 이득이다. 그거잖아요. 나한테 비싸게 땅 팔아주면 몇프로 주겠다고 하든가요?
신 : (그렇게 말하는 도우를 보면서 미소짓는다) 채도우. 니 마음대로 생각하고, 니 식대로 뭐든지 해봐.
나. 다신 니 앞에 무릎 꿇지 않을 거니까.
도우 : (딱하다는 듯) 나도 보기 좋아서 시키는 게 아니에요. 김신씨. 무릎을 꿇으라고 하는 건.. 기회를 주겠다는 얘기에요.
겁 없이 덤벼든 날벌레들. 밟아버릴 수도 있지만 한번 봐주겠다고. 그러니까 이젠 조심하라구요, 고마워 해야 되지 않나?
신 : 그런데 말이야. 세상에 채도우가 너 하나라면 그렇게 해서라도 널 막아보겠는데. 세상에 채도우가 백명 천명이면 어뜩게 해.
그때마다 가서 무릎 꿇고 빌어? 그럴 수 없잖아.
도우 : ...그래서요?
신 : 알아두라고. 나. 이젠 니 식대로 싸우지 않을 거야.
도우 : (웃는다) 그게 문제에요 싸우겠다는 게. 그러니까 해충 소리를 듣잖아.
신 : 그리고 또 알아두라고. 처음엔 나 혼자였는데. 지금은 내 사람이 좀 많아. 열명 백명 잡아갈 수 있을만큼 잡아가봐.
그래도 우린 아직 많으니까. 그 얘기 해주러 왔어. ..사실은 너.. 혼자서 무서운 거잖아.
신이 도우를 본다.
도우, 이제 더 웃지 않고 보고 있다.
신이 돌아서더니 나간다. 문이 닫긴다.
S#38. 거리
은수를 태운 차가 가고 있다.
뒷좌석에 앉아있던 은수. 문득 앞의 운전기사에게.
은수 : 저기요. 죄송하지만 다시 돌아가주실래요? 아무래도 오빠를 만나보고 가야 될 거 같아요.
S#39. 기획단 앞
은수를 태운 차가 와서 서고, 은수가 내린다.
S#40. 기획단 로비
은수가 걸어들어온다.
엘리베이터 앞으로 걸어가는데 엘리베이터가 열리며 그 안에서 나오는 신. 은수가 놀라서.
은수 : 김신씨.
신이 어쩐지 몽롱하게 은수를 본다.
신 : 어라.. 이상한데서 만나네.
하면서, 은수 옆을 지나쳐서 그냥 간다. 은수가 이상해서 돌아본다.
정상적으로 잘 걸어가던 신이 문득 옆의 벽(기둥)을 짚으며 멈춘다. 그대로 서있다.
은수가 놀라 다가선다.
은수 : 괜찮으세요?
신 : (현재 고열에 탈진 상태. 애써 버티고 선) 채은수씨.
은수 : 네.
신 : 좀 비켜볼래요.
은수 당황해서 한걸음 물러난다.
신이 벽을 짚었던 손을 떼서 걷기 시작한다. 그렇게 몇걸음 걸어가는가 싶더니 그대로 비틀, 한 무릎을 꿇는다.
은수가 달려들어 간신이 받으며 함께 주저앉는다.
신 : (웃으려하며) 왜 이러지.
신이 일어나려하다가 무너진다. 놀라며 받아 안는 은수.
신의 시선에 은수의 얼굴이 흐릿해지더니 깜깜해진다.
S#41. 채회장집 방
깜깜함 속에서 들리는 속삭이는 소리.
명선소리 : 은수씨 이제 좀 가서 자요.
은수소리 : 왜 이렇게 일찍 일어나셨어요?
신이 눈을 뜬다. 흐리멍텅하다가 또렷해지는 사물.
낯선 방을 휘이 둘러보다가 입구 쪽에 명선과 은수가 서있다. 명선은 대야를 들고 있다. 은수가 그 대야를 받으며.
은수 : 좀 더 있다 잘려구요. 유리 깨워서 학교 보내야죠?
하며 돌아서다가 은수가 신과 시선이 마주친다.
굳어 멈추는 은수. 명선도 신을 봤다. 얼른 옆으로 오며.
명선 : 좀 괜찮아요?
신이 상체를 일으켜 앉으려는데 이마에서 떨어져 내리는 찬수건.
명선이 얼른 수건을 받아주며 다시 눕히며.
명선 : 그냥 누워있어요. 아직 열이 높아. 가만있자. 수건 좀 바꿔와야겠네.
하면서 나간다.
은수가 조심스레 옆에 와서 대야를 놓는다.
신 : 여기가..
은수 : 우리 집이에요.
신 : 내가 왜 여기 있지.
은수 : 제가 모시구 왔어요. 생각 안나세요? 어제 나 만났던 거.
신 : (생각해본다 아물아물)
은수 : 열이 엄청 높았었어요. 의사 선생님 말로는 지독한 고열에 몸살. 탈진.. 게다가 영양실조. ...병원 응급실 갔던 건 기억나요?
신 : (가물가물)
은수 : (웃는) 그럼 응급실에서 나가겠다구. 신발도 안 신고 혼자 막 걸어 나오던 것두 기억 안나겠네.
신 : 내가 그랬어요?
은수 : 말두 마요. 응급실에서 링거 놓던 거 잡아 뜯어버리구요. 나가겠다구. 할 일이 있다구. 비키라구.
남들은 술 먹고 주정하던데 김신씨는 열 날 때 주정하시는..
조잘거리다가 멈췄다. 신이 깨어난 김에 기뻐서 너무 떠들었나.. 은수가 머뭇거리며 신을 본다. 신이 미소짓고 있다.
신 : 신세 졌네.
은수 : 저.. 열 한번 더..
하더니 열 재는 체온계를 리셋시켜서 신의 입에 물려버린다.
은수 : 아픈 데는 없어요?
체온계가 물려진 채로 신이 고개를 젓는다.
은수 : 언제 마지막으로 아팠어요?
신이 대답하려고 체온계를 빼려 하는데 은수가 얼른 막느라고 신의 손을 잡는다. 잠깐 당황했다가 얼른 손을 놓는다.
신이 미소가 지어지는 걸 참는다. 어색해하다가.
은수 : 저.. 맥박도 잠깐..
하더니 머뭇거리며 신의 손목을 짚고 손목 시계를 본다.
은수 : 저... 전문간병인 교육과정 수료했거든요. 그러니까 믿고.. 아프셔두 되요. 간호해드릴께요.
신이 입에서 체온계를 빼내 체크하고 옆의 일지에 적는다.
그런 은수의 모습을 보다가 신이 다시 스르르 눈이 감긴다.
은수가 돌아봤을 때 신은 잠이 들어있다.
은수가 신을 내려다보며 속삭이듯 말한다.
은수 : 38도 4부. 아직도 높아요.
신의 머리칼이 젖어서 눈가로 흩어져 있다.
은수가 조심스럽게 머리칼을 가다듬어 올려준다. 속삭여준다.
은수 : 쉬어요. 오늘밤은 아무 생각도 하지 말고.
은수 자신도 따뜻한 마음이 되어 미소짓는다.
S#42. 아르고스 하우스 외경 / 새벽
S#43. 안방
침대의 경아가 잠들어있다.
그 옆에는 도우가 기대앉아 자기 쪽 사이드 조명을 켜고 노트북으로 작업을 하고 있다.
뭔가 마음에 안 드는지 화면을 보고 있다가 침대에서 나간다. 그 출렁임 때문에 경아가 돌아눕는다. 깊은 잠에서는 깨며.
도우가 핸드폰을 들고 번호를 찾으며 입구로 이동하다가 화장대 위에 걸쳐있던 경아의 백을 건드려 떨어뜨린다.
열려있던 백에서 내용물도 얼마쯤 쏟아져 나온다. 쭈그리고 앉아 내용물을 줍던 도우가 멈춘다.
피임약판. 몇 개의 약은 이미 빠져 있는 한달치. 요일이 칸마다 쓰여져 있다.
들고 일어서 잠자코 약을 보다가 문득 돌아본다. 어느새 잠이 깬 경아가 빤히 보고 있다.
도우 : (감정없는 목소리) 무슨 약이에요?
경아 : ..피임약이요.
도우 잠자코 백은 다시 화장대 위에 올려놓아준다. 약은 그냥 손에 든 채. 경아가 빤히 보고 있다.
도우가 마치 아무 일 없다는 듯 입구 쪽으로 가다가 멈춘다. 돌아서더니.
도우 : 어느 쪽이에요? 단순히 출산 계획을 하는 건지. 아니면..
경아 : (조용히 보는)
도우 : 다른 뜻이 있는 거에요?
경아 : (대답 안한다)
도우가 다시 경아 쪽으로 와 침대 옆에 선다. 경아도 일어나 앉는다.
도우 : 나 경아씨가 하루를 어떻게 보내고. 누굴 만나고. 뭐를 하든지 간섭 안해요. 그거 알죠?
경아 : 알아요.
도우 : 이제부터 내 말 잘 듣고 잊지 말아줬으면 좋겠는데. 경아씨. 지금 여기 내 성에 내 왕비로 있는 거에요.
그러니까 당신이 낳을 아이는 내 후계자가 되는 거에요. 내 후계자 문제를 당신이 혼자 마음대로 결정하면 안되지.
알아 들었어요?
경아 : (그저 보는)
도우 : 대답해줬으면 좋겠는데.
경아 : ..알았어요.
도우 : (끄덕이더니 손에 약을 들어 보이며) 나 모르게 이런 짓 하지 마요.
하더니 문으로.. 나간다.
남은 경아 그제야 울컥 솟는 눈물. 후딱 닦아낸다. 약해지면 안되지.. 하여.
S#44. 채회장 정원 / 낮
지키던 남자들이 깊이 허리를 굽힌다. 범환이 중호와 함께 들어오고 있다.
S#45. 채회장 거실
소파에서 신문을 읽던 채회장이 본다.
중호의 안내를 받으며 들어서는 범환. 채회장을 보더니 싱긋.
범환 : 아침부터 실례가 많습니다.
채회장 : 아주 이 집이 경사가 났네. 사기꾼에 술집 여자에 조폭에.
범환 : 그러지 마십쇼. 저도 명함에는 대표이사.. 이렇게 박아 다닙니다. 내년쯤에는 회장도 한번 해볼라고요.
그럼 피차 동급 아닙니까.
하하 웃는다.
은수가 안에서 나오면서 인사를 한다.
은수 : 이쪽인데요.
범환이 은수의 안내를 받아가는 사이. 중호가 두리번두리번. 채회장을 보더니
중호 : 저기.. 여기 아주머니 어디 가셨어요? 유리엄마.
채회장 : (어이가 없어 본다)
중호 : 아 뭐 꼭 알아야 하는 건 아니구요.
슬그머니 피하는.
S#46. 방
신이가 침대에 기대앉아 죽을 맛나게 먹고 있다가 들어오는 범환을 본다.
신 : 에에 진짜 오셨네.
범환 : 간뎅이만 부은 자식같으니. 마 형님이 오셨는데 발딱 안 일어나냐.
신 : (불퉁하다) 저 병자라서요. 봐주십셔.
범환이 어이없어 웃는데 은수가 범환에게 의자를 밀어준다.
범환 : 오래 있을 생각은 없고. 어이 꼴통.
신 : 왜요.
범환 : 농업 뭔가. 거 꽃 키우는 데서 어음 받았다. 계산은 확실하게 하드라. 어음할인이자 딱 얹어 주더라고.
신 : 예에.
범환 : 그래서 오늘 채도우란 놈 만나러 간다. 계약서 사인해야지. 그게 전문가 시켜서 계산 좀 시켜봤더니
대충 잡아서 수백억짜리란다. 자알 하면 수천억.
신 : 뭐.. 잘해보십셔. 근데 설마 그거 보고하러 오셨습니까?
범환 : (문득 입구 쪽의 은수를 돌아보더니) 저 아가씨냐.
신 : 뭐가요.
범환 : 니 놈 새 여자냐고.
은수 : (황당. 당황)
신 : 아 진짜.. 왜 그러세요.
범환 : 잘 생각했다. 홍도야 우지마라는 얼렁 잊고 너도 행복해야지. 이봐요 아가씨.
은수 : 예?
범환이 안주머니에서 봉투를 꺼내더니 은수에게 내민다.
은수 어째야 좋을지 모르겠는데.
범환 : 받아요. 내가 주는 용돈이야. 화장품 사서 쓰라고.
은수 : 저.. 저는 김신씨의 저기.. 아닌데..
범환 : (신에게) 애가 좀 깝깝하네. 너 가끔 속 터지겠다.
은수. 불퉁해서 봉투를 받는다.
범환 : (신이 들고 있는 죽그릇 기웃거리며) 무슨 죽이냐.
신 : 잣죽인데요.
범환 : 맛있냐?
S#47. 정원
범환네가 가고 있다. 허리 깊이 숙여 배웅하는 사내들.
S#48. 신의 방
은수가 입이 안 다물어지고 있다.
신이 왜 저래..해서 본다. 은수는 봉투 안에 있던 어음을 보는 중.
은수 : 저기요.
신 : 왜요.
은수 : 이거.. 어음인가본데요.
신이 손을 내민다. 건네주는 은수. 어음 액수를 보다가 신도 황당.
은수 : 동그라미가 엄청 많아요. 그거 얼마에요?
신 : ..30억짜린데. 몇천만원 더 붙어서..
둘 다 더 말을 못하고 마주본다.
S#49. 시청 건물 앞
소형버스(혹은 조합장의 트럭)이 도착한다. 우렁우렁 내리는 조합장을 비롯한 조합원들.
이쪽에 신의 차가 도착한다.
신과 은수가 양쪽에서 내리는데 조합원들이 우루루 달려온다.
신이 만족해서 웃으며 인사를 하려는데 모두 신은 무시하고 은수에게 달려간다.
'어서 와. 잘 왔네. 낼모레 우리 애 돌잔친데 올 수 있어? 어째 얼굴이 야윈 거 같다. 누가 못살게 구나.'
은수를 가운데 넣어 몰면서 시청 쪽으로 간다.
뒤에 혼자 남은 신.. 젠장..
S#50. 시청 복도
시청 직원들이 놀라서 길을 비킨다.
거기 조합원 사람들 십여명이 은수를 가운데 놓고 당당하게 걸어오고 있다.
그 뒤를 따르는 신. 눈이 마주친 직원에게 미소를 보내주는 여유.
S#51. 시장실
오시장이 좌불안석이 돼서 전화를 걸고 있다.
오시장 : 몇 명이나 오는데. 많어? 화났어? 아 왜 일루 와아. 뭐 열명두 넘어? 왜 나한테 온대. 말 안 해? 경찰 불러. 경찰 불러서..
아 왜 아무 일이 없어. 그럼 일 다 치르고 난 담에 경찰 부를거야? 폭도들이 온대매애.
S#52. 시청 계단
우루루 올라오는 조합원들.
복도로 달려오던 보좌관이 그들을 보고 말리지도 못하고 옆으로 비켜선다.
신과 눈이 마주치자 슬쩍 시장실 쪽을 가리키며 '방에 있어요.' 입모양으로 말해준다.
그들이 우루루 몰려간 뒤로 슬쩍 옆으로 빠지는 영준.
S#53. 시장실
오시장이 전화를 하다가 놀라서 본다. 와르르 밀려들어오는 조합 사람들.
오시장 : 왔어요. 여기 내 방에.. 빨리 경찰 좀..
하다가 조합장하고 눈이 마주치자 슬그머니 수화기를 놓는다. 그러다가 조합원들 가운데 있는 은수와 눈이 마주친다.
놀라서 뭐라 하려다가 맨 뒤로 들어오는 신을 봤다. 다시 은수를 보고. 대체 이게 무슨..
조합원들이 모두 심각한 얼굴을 하고 더러는 팔짱을 끼고 버티어 서서 시장을 보고 있다.
오시장 : 저기.. 이러시면 안됩니다. 무슨 일인지 모르지만요. 여기 이렇게 아무나 함부로 들어오시면 안되는데.
조합장 : 여기가 어딘데요.
오시장 : 그러니까 시장실..
민수 : 말이 되냐 말입니다. 시장이란 사람 우리가 주는 세금으로 봉급 받는 사람이잖아요. 시장실에 시민이 왜 못 들어와.
오시장 : 그 말이 아니구요. 사람이 사람을 만나려면 먼저 약속도 잡고...
조합장 : 나 조합장이요. 저번에 인사했죠? 그리고 여긴 우리 새로운 투자자. 채은수씨.
은수 : (난처해서 목례)
조합장 : (뒤쪽의 신을 앞으로 끌어내서 밀어놓으며) 여기서부터는 말 잘하는 신이선생이 말해.
우린. 뒤에서 잘하나 보구 있을테니까.
신 : (오시장을 향해 미소짓는다)
오시장 : (애절하게) 여러분. 바로 이 사람이에요. 원래 사기꾼인데다가..
민수 : 그러니까 말을 잘 하지. 그래서 우리 대변인이야.
오시장 : (말문이 막히는데)
신 : 뭐 복잡한 얘기 아니에요. 우리 농업벤처 땅... 토지수용해 주세요.
오시장 : ...네?
신 : 저번에 시에서 우리한테 통보했었잖아요. 우리 땅 시에서 수용하겠다구요. 그거.. 해달라구요.
오시장 : (머리가 잘 안 돌고 있다) 근데 그 땅은 이미 다른 데서 사기로..
신 : 너무 싸서 안 팔기루 했어요. 그니까 시에서 수용하시면 되요. 우리 땅.
오시장.. 땀이 나고 있다.
S#54. 기획단 건물
그 위로.
간부 : 아무래도 어렵습니다.
S#55. 기획단 회의실
간부 몇이 도우에게 보고 중.
간부 : 농벤땅이 문제가 되었다는 소문이 너무 퍼져있습니다. 이게 아주 찌라시로 증권가에서부터 퍼지기 시작해서요.
걷잡을 수가 없습니다.
간부2 : 문제는 국내 투자자 뿐 아니고요. 해외 투자자들이 다 이 사실을 알고 있다는 겁니다.
도우의 핸드폰이 울린다.
도우가 무시하려다가 이름을 보고 직원들에게 손을 들어 양해를 구한 뒤 받아든다.
도우 : 채도웁니다.
S#56. 시청 화장실
영준이 전화를 하고 있다.
영준 : 여기 시청입니다. 다 몰려왔습니다. 왜긴요. 시장한테 토지수용하라고 말할라구요.
S#57. 기획단 회의실
도우 : 무슨 소리에요. 토지수용이라니.
간부들이 눈치를 보고 있다.
도우 : 그 자들 무슨 잔수를 부리고 있는 거 아니에요?
S#58. 시장실
신 : 아니요. 시장님. 우리 지금 잔머리 굴리는 거 아니에요. 왜냐하면 우리 새로 작전을 짰는데. 그 작전 이름이 정공법이거든요.
'정공법..' 이러면서 뒤에서 응응. 거들어준다.
신 : (들고 있던 토지수용법 책자를 시장 앞에 놓아주며) 이거 토지수용법인데 읽어보셨어요? 여기 뭐라구 되있냐 하면요.
1조 4항. 시가 토지를 수용하게 되면 그 토지는 공익사업에 쓰여져야 되는 거드라구요. 공익사업 알죠?
학교니 도서관이니.. 임대아파트니.. 이런 거요.
오시장 : (멀뚱히 보다가) 난 3조부터 봤는데..
S#59. 기획단 회의실
도우 : (일어서며) 서경아 실장 어딨어요. 오늘 회의 왜 참석 안한 거지?
여직원 : 급한 일 있으시다구요. 오후에 돌아오신다구 하셨습니다.
도우, 답답해져서 입구 쪽으로 가는데.
간부1 : 단장님. 우리 월말까지 지급만기일 날짜가 돌아옵니다. 당장 현금이 필요한데요.
간부2 : (전화하던 거 끊고) 삼미 펀드에서 전화왔습니다. 농벤 땅 해결 안되면 투자.. 다시 생각해보겠다는데요.
잠자코 들으면서 입구까지 간 도우가 뒤를 돌아본다.
모두 찔끔해서 조용해지면 밖으로 나가는 도우.
거칠지 않게 조용히 닫기는 문. 그 위로.
채회장소리 : 하이리스크. 하이 리턴.
S#60. 회장 서재
마주 앉아있는 경아와 채회장.
채회장 : 수익이 높은만큼 위험도 높다. 채도우 그놈에게 명도시란 게 그렇지. 잘만 되면 채동을 수조원짜리로 키울 수 있겠지만.
안되면? 대한민국 경제사에 남을 사기극이 되는 거야.
경아 : (차분한 손길로 녹차를 우려내며) 그이 계획대로라면 그렇게 어렵지 않은 일이었을 거에요.
언제나 최악의 경우를 대비하는 사람이니까.
채회장 : 그런데 최악의 경우가 아니라. 어처구니 없는 경우를 당하면서 흔들리고 있다. 그거지.
경아 : 아세요?
채회장 : 알지. 김신. 현재 농벤을 놓고 알박기를 하고 있는 놈. 너하고 뭔가 사연이 있다는 그 놈.
경아 : (좀 웃는) 정말 아버님. 아는 거 많으시네요. (하며 우려낸 녹차 잔을 밀어 놓아주는)
채회장 : 이제 털어놔봐. 이 늙은이가 보고 싶어서 찾아온 건 아닐테고. 뭐야.
경아 : (잠시 생각하더니) 아버님. 그이.. 요즘 전하고 달라요. 지난 삼년 그 사람 알아왔지만. 한번도 이렇게 흔들리는 모습
본 적 없어요. 농업벤처도 차분히 기다렸으면 조용히 인수할 수 있었을텐데 그렇게 무리하면서 세상에 소문낸 거.
그 사람이에요.
채회장 : 그래서.
경아 : 만일을 위해서 채동. 지킬 방법을 생각해놔야 할 거 같아요.
채회장 : (킬킬 웃는) 말이 좋군. 채동을 지킨다. 뒤에서 낼름 먹겠다는 말이 아니라 지킨다?
경아 : 아버님 도움이 필요해요.
채회장 : (더 웃고) 지 서방도 투자대상으로 보는 아이를 날더러 믿으라고?
경아 : 아버님께서 그동안 계속 기다려온 기회일 수 있어요.
채회장 : (보는)
경아 : 저. 채동의 주식 17퍼센트를 가진 대주주에요. 손잡을만 하지 않으세요?
경아가 부드럽게 채회장을 보며 녹차를 마신다.
S#61. 시장실
신이 여전히 시장에게 설명중이다.
신 : 그리고 이거 보세요. 시가 토지수용 계획이 있으면 토지수용위원회에 상정을 해야 되구요. 이 토지수용위원회를 통해서
토지 소유자하구 30일 이상 협의를 해서 적당한 땅값을 합의해야 한다.. 이거 보이시죠? 그럼 적당한 땅값이란 뭐냐.
시장은 그저 죽을 맛이다. 어떻게 이 방에서 나가고 싶은데 조합 사람들이 입구를 다 막고 있다.
S#62. 시장실 앞 복도
복도에 안을 기웃거리며 구경하던 김보좌가 놀라서 돌아본다. 거기 정복의 경찰과 전경들이 우루루 달려들어오고 있다.
보좌 : 뭡니까. 이봐요.
하는데 경찰들이 다짜고짜 시장실로 들어서며 조합 사람들을 무조건 끌어내기 시작한다.
S#63. 시장실 내부
시장이 신났다.
오시장 : 봤죠? 나 명도시장. 감금되 있는 거 봤죠? 내가 폭도들한테 둘러싸여서.. 지금 이 상황 보면 알잖아.
신이 어이가 없어서 오시장을 돌아보고 다시 입구 쪽을 봤을 때
저항하는 조합원들과 끌어내는 경찰들 사이에서 은수가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다. 신이 은수를 잡아채서 오시장에게 밀어낸다.
그러면서 신도 바로 잡혀서 끌려 나가며 소리지른다.
신 : 저항하지 마세요. 저항하면 꼬투리 잡히니까 좋게 같이 가요. 힘쓰지 마요.
S#64. 시장실 앞 복도
경찰들에게 줄줄이 끌려가는 조합원들. 화는 내지만 신이 말대로 별 저항은 없이.
김보좌가 화를 내며.
김보좌 : 누가 경찰에 연락했어요? 네? 뭐 잘못 아신 거 같은데. 이 사람들 민원 제기하러 오신 분들이고요.
소용없다. 김보좌가 뒤를 돌아본다. 시장실 입구에서 오시장이 빠꼼히 내다보고 있다.
그 뒤로 은수가 뛰어나오는 것을 오시장이 얼른 잡아서 못 가게 한다.
S#65. 경찰서 내부 형사실
수사과 하나에 조합원들이 책상마다 앉아서 조서를 받고 있다. 그 중에 김신도 있다.
각 책상마다 이름이나 주소를 물으면서 타자를 치고 있다. 고분고분 대답하는 책상도 있고.
민수는 성질을 내면서.
민수 : 그니까 내 죄가 뭐냐고. 죄가 있어야 잡아오는 거 아냐.
그 옆 책상에는 신이 앉아있다. 그 앞에 형사.
형사 : 조합원이 아니에요?
신 : 조합원은 아니고 감사인데요. 명함 보여드릴까요.
하는데 울리는 신의 전화. 확인하고 받으려는데.
형사 : 어이어이 이봐요.
신 : 이거 변호사 전환데요. 제 개인 변호사.
형사가 잠깐 멈칫하는 사이 신이 전화를 받는다.
신 : 재명. 어디냐.
S#66. 변호사 사무실
온갖 법전이며 판례집이 즐비한 소파 주변에 영호와 사무장과 재명이 둘러 앉아있다. 영호와 사무장은 짜장면을 먹는 중.
재명도 앞에 짜장면 그릇을 놓고 지금 화를 내는 중.
재명 : 도대체 뭐가 이래. (화가 나서 영어가 되면서) 난 전혀 이해할 수가 없다. 도대체 무슨 법이 이렇게 제멋대로야.
무엇보다 난 마징거가 어째서 체포되었는지 이해할 수가 없어.
영호와 사무장이 짜장면을 먹으며 힐끔거리고 있다.
재명 : 오케이. (다시 한국말) 마징거 잡아간 법이 저.. 기통...신기.. (영호에게) What?
영호 : 전기통신기본법 제 47조입니다.
재명 : (아예 핸폰을 이영호 앞에 대주는)
영호 : (자장면이 입가에 묻은 상태로 열심히 설명) 공익을 해할 목적으로 전기통신설비에 의하여 공연히 허위의 통신을 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재명 : (다시 자기가 전화) 나 이거 무슨 소린지 몰라. 그런데. 이 법이 언제 마지막으로 쓰인 줄 아나?
지난 50년동안 안 쓰던 법이야. 그래서 아무런 판례가 없어. 찾을 수가 없다고. 아무도 쓰지도 않던 법으로 마징거 잡아갔어.
왜? 어떻게 그럴 수가 있지?
S#67. 형사실
신이 난감해서 듣고 있다가 앞의 형사에게.
신 : 아무래도 내 변호사가 엄청 화가 난 모양인데요. 이 친구는 한번 화나면 아주 곤란해지는데.
S#68. 시장실
은수가 시장의 책상을 집고 서서 나름대로 화를 내고 있다.
은수 : 말이 안되잖아요. 당장 경찰에 전화를 해주세요.
오시장 : 그러니까 은수양이 세상을 너어무 몰라서 그러는데.
은수 : (수화기를 집어들어 내주며) 그 사람들 당장 풀어달라 하세요. 부끄럽지두 않으세요?
시장이라면서 시장하고 얘기하겠다고 찾아온 내 시민을 잡아가둬요? 진짜루 안 챙피해요?
오시장 : 은수양은 사람들이란 게 얼마나 위험한지 몰라요. 특히나 농벤 사람들. 빨갱이 사상이 농후한 사람들이다..
이런 보고도 들어와 있고 말이지요.
은수 : (수화기 탕 놓더니) 알았어요. 그럼 내가 경찰서 갈께요. 가서 나두 한패니까 나두 잡아넣으라 할께요.
하며 돌아서 입구로.
오시장 : 아니 잠깐 은수양. 채은수양
은수가 마악 문을 열려고 하는데 먼저 열리는 문.
그리고 문 앞에 서 있는 도우.
은수가 놀라서 본다.
오시장 : 아이구 타이밍 딱 맞게 오셨네요. 우리 은수양 막 튀어 나가시려던 참이었어요.
하이구.. 제가 모셔 놓느라고 얼마나 힘들었는지.. (생색)
도우 : (가만히 은수를 보더니) 가자.
S#69. 시청 앞
도우의 차 쪽으로 먼저 걸어오는 도우. 돌아본다. 주춤거리며 따라오는 은수.
조수석의 문을 열어주는 도우.
도우 : 타.
은수 : (마음을 다잡고) 나 따로 갈 데가 있어.
도우 : 어디.
은수 : 내 친구들이 지금 경찰서에 잡혀있어. 거기 가봐야 돼. 데리러 와줘서 고마운데 미안해.
도우, 말없이 전화를 들더니 번호를 누른다. 기다리고.
도우 : 오시장님. 채도웁니다. 오늘 소란 피워서 들어간 사람들이요. 네. 서장님께 전화 넣어서 선처를 부탁해보죠.
그분들. 저하고 거래하셔야 되는 분들인데 너무 자극하지 않는 게 좋겠네요. 네. 바로 조치해주세요.
(전화를 끊고 은수를 본다) 이제 안 가도 돼. 거긴.
은수 : (뭐라 더 할말이 없다)
도우 : 타. 가서 오빠하구 밥 먹자. 맛있는 거 사줄게.
은수 : ...
도우 : 오빠 오늘 점심부터 굶은 거 같은데.
은수 : (금방 안타까워서) 밥은 제 때 먹어야지. 그래야 일을 하지.
도우 : (미소) 그러게.
은수, 끄덕인다. 차에 탄다. 도우가 문을 닫아주고. 차를 돌아간다.
안전 벨트를 잡아 매는 은수. 어쩐지 걱정스러운 얼굴.
S#70. 경찰서 앞
조합장의 트럭이 대기해 있는 뒤로 재명이 모는 신의 차가 도착한다. 안에서 와글와글 나오는 조합원 사람들과 신.
재명이 앉은 차 안에서 보이는 시각으로.
조합원 사람들은 신의 어깨를 두들겨주며 위로를 해주고 있다.
// 신이 재명의 차를 발견하고 사람들에게 인사를 한다.
신 : 전 친구가 와서 이만 가볼게요.
조합장 : 선생.
신 : 예.
조합장 : 가서 소주 한잔하구 푹 자. 분하다 억울하다. 그런 생각 오래 하지 말라고.
민수 : 그러엄. 우린 이런 거 아주 이골이 났어요. 잡혀가고 풀려나고.. 얻어맞고 일어나고.
신 : 시장님두 그런 말씀 하시던데. 잘 싸울려면 맷집이 좋아야 한다구.
민수 : 바로 그거야.
사람들이 분분이 서로 인사하며 이쪽은 트럭이니 자동차에 타고. 신은 재명 쪽으로 간다.
// 차 안
재명이 차로 들어오는 신을 보며.
재명 : 쑤 안 해?
신 : 뭐?
재명 : 쑤. 고소. 너. 그리고 저 사람들. 법에 따라 잡혀 간 거 아니잖아. 경찰 상대. 시청 상대. 고소해.
신 : (웃는)
재명 : 왜. 내가 도와줄 수 있어.
신 : 알았어. 저 분들한테 한번 물어볼게. 고소하겠냐고.
재명 : 너를 선생이라고 부르잖아. 니가 하자고 해.
신 : 재명. 반대야.
재명 : 뭐가.
신 : 저 사람들이 내 선생이야. 첨에는 내가 가르칠려구 들었는데. 완전히 내가 웃겼던 거야.
저 사람들은 칠년을.. 평생을 싸워온 사람들이고. 난. 꼴랑 삼년. 이제 겨우 걸음마 배운 거고.
재명 : 저 사람들이 평생을 채도우하고 싸웠다고?
신 : (웃는) 채도우같은 그 무엇하고.
S#71. 레스토랑 외부 / 밤
은수를 감싸듯 들어서는 도우.
재빨리 다가와 안내하는 웨이터.
S#72. 레스토랑 내부
웨이터가 안내하는 테이블. 도우가 웨이터에 앞서 은수의 의자를 빼주고 자기도 자리에 앉는다.
은수는 어쩐지 불편해서 레스토랑 내부를 둘러본다.
도우 : 마음에 들어?
은수 : (끄덕끄덕)
도우 : 근데 얼굴이 왜 그래. 우울해보이잖아.
은수 : (어쩔 수 없어 미소 조금)
도우 : 와인부터 한잔 할까.
하면서 옆에서 대기하던 웨이터에게서 와인 메뉴를 받아들어 넘기며.
도우 : 은수는 멜롯 종류를 좋아하지? 달콤한 거.
은수가 문득 백에서 핸드폰을 꺼낸다. 도우가 슬쩍 보고는 다시 메뉴를 보며.
도우 : 전화 왔어?
은수 : 아니.. 끄는 거야.
도우와 눈이 마주치자 어색하게 웃는다.
S#73. 국도변 기사식당
식사를 하는 기사들이 한 장의 사진을 돌려보고 있다.
이쪽에 서 있는 경주.
사진을 보는 기사들의 얼굴을 살피고 있다가.
경주 : 밤 9시에서 10시 사이였을 겁니다. 분명히 이 길을 지나갔을 거구요.
누가 차에 태워주거나 아니면 길을 지나가는 걸 봤거나.. 아무거나 기억나는 분 없습니까?
사람들의 표정을 보아하니 전혀 모르겠는 얼굴들이다.
경주, 답답해서 보다가 주방 쪽에.
경주 : 아줌마. 나두 국밥이나 하나 줘요.
S#74. 거리 / 밤
재명이 운전을 하는 옆에서 신이 전화를 하고 있다. 전화를 받을 수 없다는 건조한 안내음성.
신이 답답해서 전화를 접는데.
재명 : 누구. 그 여자?
신 : 그 여자라니.
재명 : 쥴리엣. 그래서 너는 로미오.
신 : (보다가..) 미친 놈..
재명 : Oh, Romeo, Why are you Romeo? What is in a name? Throw away your name and take me
(로미오 그대 이름은 왜 로미오인가요. 그대 이름을 버리고 나를 가지세요.)
신이 재명의 머리통을 때리려 하고 피하려 하는 바람에 차가 비틀거린다.
S#75. 레스토랑
두 잔의 와인이 놓여진다.
도우가 잔을 들어 건배를 기다린다. 은수가 잔을 든다. 각자 한모금 마시고..
도우 : 은수야.
은수 : 응?
도우 : 니가.. 농벤에 투자했니? 30억?
은수 : ...응.
도우 : 돈,, 어디서 났는지 물어도 돼? 아버지한텐 그만한 자금 없을텐데.
은수 : 그냥 생겼어. 갑자기.
도우 : 투자 조건이 이득의 대부분을 재투자로 한다.. 그런 식이라며.
은수 : 아마..그럴 거야.
도우 : 그건 누가 그렇게 하라고 한거야? 은수 넌 그런 거 잘 모르잖아.
은수 : (머뭇거리다가 고개를 들더니) 오빠. 농벤 사람들 그냥 놔두면 안될까?
오빠가 만드는 도시 말야. 호텔이나 카지노 옆에 농벤 하나쯤 있어도 되지 않나?
도우 : 김신이야?
은수 : ...
도우 : 너. 김신을 좋아하니? 여자가 남자 좋아하는 그런 식으로? (안의 감정의 엿보이지 않는 가라앉은)
은수 : 오빠 난.. (하지만 뭐라 말해야할지 모르겠는데)
도우 : 그래서 변한 거야? 그래서 내 옆을 떠나 그 자 옆에 있는 거야? 나를 적으로 놓고. 그 자를 도우면서?
은수 : 그게 아니야.
도우 : 아니야?
은수 : 난 내가 하던 일을 그냥 하는 거야. 십년 전에도. 지금도. 난 똑같애. 아버지나 오빠 때문에 다친 사람들.
가서 미안하다 그러고 도울 수 있으면 돕고. 그러는 거야. 오빠가 괜찮다고 했잖아. 그래도 된다고 했잖아.
그러니까.. 오빠가.. 사람들을 다치게 하지 마. 그럼 나두.. 안 그래두 돼.
눈물이 가득해서 보는 은수를 말없이 보다가.
도우 : 언젠가 니가 말했지. 오빠 힘들면 말하라고. 그럼 도와주겠다고.
은수 : (끄덕끄덕) 응.
도우 : 도와달라고 하면. 도와줄래?
은수 : (눈물 가득해서 미소) 그럼.
도우 : 오빠.. 은수 니가 필요해. 니가 없으니까 나.. 멈춰지지가 않아.
은수 : ..내가 어뜩게 하면 돼?
도우 : (미소) 오빠가 너한테 바라는 건 하나 뿐이잖아. 내 옆에 있어.
은수 : 언니가 있잖아. 오빠 옆엔. 그러니까 오빠..
도우 : 괜찮아. 그 사람 다 알아. 나한테 니가 뭔지. 알아주는 사람이라서 결혼 했어.
은수 : (조금씩 숨 막히는 기분으로 보는)
도우 : 넌.. 내 마음이잖아. 내 안엔 그게 없거든. 마음. 그게 너니까.
얼어가는 은수와 더욱 부드러워지는 도우. 그들을 중심으로 은수의 마음처럼 돌며..
도우 : 이 말 했나? 니가 옆에 있으면 나.. 멈출 수 있을 거 같아. 은수야. 도와줘.
S#76. 기사식당
경주가 혼자 국밥을 먹고 있다.
그 테이블에 놓여있는 사진. 케이의 사진이다.
그때 누군가 그 사진을 집어든다.
경주가 돌아보면, 삼십대의 트럭기사 하나가 사진을 자세히 보더니.
기사 : 이 놈 맞네.
경주 : (씸던 것을 꿀꺽 삼켜서) 아는 얼굴이요?
기사 : 이 놈 봤어요. 내가. 하두 기분 나쁜 얼굴이라서 내가 확실하게 기억을 하지.
S#77. 기사식당 앞 / 밤
도착하는 트럭. 아까의 기사가 운전을 하고 있다.
기사가 차에서 내려 문을 닫다가 문득 보이는 사이드 밀러. 그 안에 보이는 사내가 자기 트럭 뒤에서 내리고 있다.
기사 후딱 돌아본다. 케이가 트럭 뒤에서 내리고 있다.
기사 : 이봐. 뭐야. 당신 내 트럭 타구 온 거야?
케이가 기사를 향해 스윽 웃는 듯 하더니 어둠 쪽으로 간다.
기사 : (몇걸음 쫓으며) 어이. 이봐.
그 위로.
기사소리 : 어째 기분이 으스스한 놈이라서요.
S#78. 식당 내
기사가 아직 사진을 보며 경주에게 얘기 중.
기사 : 쫓아갈래다 말았거든요. 뭐 빈트럭이라 훔쳐갈 것도 없겠고.
경주가 핸드폰을 꺼내 들고 있다.
S#79. 아르고스 하우스 외경 / 밤
S#80. 안방
마악 샤워를 끝낸 듯 머리에는 수건을 감고 가운을 입은 경아가 욕실쪽에서 나온다.
화장대 앞에 앉아 로션을 바르기 시작하는데 문이 열리며 들어오는 도우. (레스토랑에서 온 차림)
경아 : (부드럽게 아무 일 없다는 듯) 들어오는 거 몰랐네. 저녁 식사는 했어요?
도우 : (겉옷을 벗으며) 은수하고 먹었어요.
경아 : (로션을 바르던 손길. 잠시 멈췄다가) 네.
도우 : 아.. 내일 오후쯤. 은수 우리 집으로 올 거에요. 짐 챙겨서 온다구 했어요. 은수방 하나 꾸며주면 좋겠는데.
경아씨가 해줄 수 있어요?
경아 : (도우를 향해 돌아앉는)
도우 : (단정한 손길로 넥타이를 끄르며) 너무 급한가. 기본 가구만 갖춰주면 나머지 은수 짐은 내가 사람 시켜서 가져오게 할게요.
(어쩐지 들떠보인다) 은수, 레이스 같은 거 좋아해요. 걔한테 어울리기도 하고.
경아 : (도우가 말하는 동안 일어서 도우의 앞으로 가서 거기 벗어놓은 옷들을 챙겨들어 옷장 쪽으로)
도우 : 경아씨.
경아 : (돌아보는)
도우 : 미리 의논하지 못했는데 괜찮지요?
경아 : (미소 지어 보인다. 끄덕여준다)
도우 : 경아씨라면 이해할 줄 알았어요. 은수한테도 그렇게 말했고. (셔츠를 벗으며 욕실 쪽으로 움직이는데)
노크소리.
경아 : 무슨 일이에요? (하며 문 쪽으로)
도우가 어쩐지 불안해서 보고 있다.
경아가 문을 열자 그 앞에 서있던 메이드가.
메이드 : 경찰들이 찾아왔습니다.
S#81. 아르고스 하우스 대문 쪽 / 밤
형사가 전화를 하고 있다. 그 뒤에는 다른 형사가 남녀 메이드 등을 상대로 얘기를 하고 있고.
형사 : 집에 없댑니다. 수색영장도 없이 들어가서 뒤져볼 수는 없고요. 어쩌까요. 분명히 그 놈 주소지는 여기로 되있는데.
회사라도 가서 조사해봐요?
형사가 얘기하는 모습이 멀리 보이는 곳.
숨어서 보고 있는 케이. 조용히 몸을 돌리더니 어둠 속으로 사라진다.
S#82. 경찰서 상황실.
경주가 전화중.
경주 : 일단 철수하는 척 하고. 그 집 앞에서 잠복 들어가지. 안에 있는 놈이면 언젠가 나올 거고.
밖에 있는 놈이면 언젠가 돌아올 거고. ...돌아올 리가 있겠냐고? 그거야 잠복하면서 지켜봐야 아는 거지. 안 그렇습니까.
뒤에서 다른 형사가 궁시렁댄다.
형사2 : 아니 잠복을 하려면 교대인원이 있어야죠. 저만 해두 지금 삼박사일째 집에 못 들어가구 있어요.
우리 애 폐렴으루 병원에 있다는데.
경주 : (찌릿 노려본다)
형사2 : 아아 증말. 이 시커먼 느무 시킨 어디로 날른거야.
하며 일어나 나가버린다.
S#83. 기획단 건물 / 낮
울리는 전화벨 소리.
S#84. 기획단 회의실
도우의 테이블에 놓여있는 전화가 울리고 있다.
테이블 저 쪽 끝에 앉아있던 경아가 본다. 도우는 화벨 소리에는 상관없이 유리창 앞에 서서 밖을 보고 있다.
경아가 일어서 걸어와 전화를 받는다.
경아 : 기획단입니다. 단장님 지금 안 계신데요. 어디라구 전할까요? ...농벤 땅 시에서 토지수용한다는 거 루머에요.
아직 정해진 거 아무것도 없습니다. 시청 쪽에 알아보시면 더 정확할텐데요. 그쪽으로 전화해보세요.
전화를 끊는다. 연이어 새로운 전화벨소리가 울린다. 경아가 다시 도우 쪽을 본다. 도우는 여전히 그대로.
경아가 수화기를 들었다가 끊고, 다시 들어 옆에 내려놓아버린다.
경아 : 뭔가 조치를 취해야 될 거 같아요. 농업벤처. 이대로 놔두면 소문이 더 퍼질 거 같은데.
도우 : (돌아서더니) 어떻게 할까요.
경아 : (놀라는 마음에) 도우씨.
도우 : 무슨 아이디어 있어요?
경아 : (좀 웃는다) 당황스럽네요. 언제나 머리 속에 다음엔 무얼 할지. 그 다음다음에는 어떻게 할지 작전이 짜여있는 분이잖아요.
도우 : 내가요?
경아 : 그래요 채도우씨요. 남한테 어떻게 할까.. 묻는 사람 아니잖아요. (빈정대는 것이 아니라 담담하게)
도우 : 그럼.. 내가 어찌 하라고 하면 그대로 할 거에요?
경아 : 지시 내리세요. 제 보스잖아요.
도우 : 경아씨. 김신 찾아가 줄래요?
경아 : (미소 지워지는)
도우 : 두 사람. 지금도 그다지 나쁜 사이 아니죠? 그 친구는 아직 경아씨 마음에 있는 거 같던데.
경아 : (당황했다) 도우씨.
도우 : 우리 결혼식에 왔었잖아요. 나 때문에 왔을 리는 없고 경아씨 그날 만났었어요?
(어쩐지 도우는 기분이 가벼워 보인다. 우울하지 않고)
경아 : ...네.
도우 : 그봐요. 그런 사이니까 경아씨 말이라면 들어줄 거 같은데. 가서 만나봐요.
경아 : 만나서요?
도우 : 그 친구가 지금 농벤의 브레인인 거 같아요. 어떤 방법을 쓰든 그 친구 손 떼게 해봐요.
내가 하면 오히려 역효과. 경아씨가 해줘요.
경아 : (어이없는 마음에 잠시 대답이 안나오다가) 어떤 방법을 쓰든지.. 말이죠?
도우 : 돈으로 매수를 하든지. 뭐.. 경아씨가 제일 잘 알겠죠. 전공이잖아요. (벗어놓았던 상의를 들어 입구 쪽으로 가며)
어렵게 생각할 거 없어요. 잠시만 시간을 벌어봐요. 그 다음은 내가 알아서 처리할테니까.
경아 : 처리하다니 어떻게요?
대답하지 않고 도우가 나갔다.
닫힌 문 이쪽에서 경아가 새삼 기운이 빠져 테이블을 손으로 짚는다. 내려져있는 수화기가 보인다.
경아가 조용히 수화기를 들어서 얹자 바로 울리는 전화벨.
S#85. 은수의 다락방
짐을 다 치워서 썰렁한 다락방. 저녁 노을이 들어오는 중.
은수가 올라와서 한번 더 둘러본다. 굴러다니는 휴지를 보고 줍고, 다시 내려가려다가 햇살 속에 주저앉는다.
망설이다가 전화를 한다.
S#86. 뮤즈의 경태 방
신이 압수수색으로 어지러진 경태의 방을 여기저기 뒤지면서 저화 중이다.
신 : 컴퓨터 본체는 경찰에서 들고 갔고.. 보자.. 수첩같은 건 없어. 컴퓨터 놔두고 손으로 뭘 적었을 거 같지는 않은데.
저장장치... 외장하드.. (서랍도 뒤지고 뒤도 뒤지고) 웬만한 건 다 압수해 갔나봐.
야 재명. 원래 변호사면 그런 증거들은 경찰에서 볼 수 있는 거 아냐? ..미국 영화보면 그러던데. 우리나란 틀리나..
하며 책상 밑으로 기어들어가며 뭔가를 찾는..
S#87. 다락방
은수가 들고 있는 전화기 속에서 상대방 통화중 소리가 나며.
안내 '고객이 통화중이어서 음성사서함으로 넘어갑니다.'
창 밖에 저녁 노을이 붉게 들어온다.
은수 단념하고 끊는다.
S#88. 건물 옥상
노을. 혹은 저녁 무렵.
비상구 문이 열리며 도우가 들어온다. 깔끔한 양복 자락이 바람에 날린다.
서두르지 않으며 옥상의 한 쪽으로 걸어간다.
공사가 시작되지 않은 명도시의 공터들이 멀리 보이는 곳.
난간 쪽으로 가서 그 경치를 바라보고 있다가.
도우 : 막아줄 수 있는 게 한도가 있어.
옥상 어딘가에 숨어있다가 도우의 뒤로 다가오는 케이. 조금 떨어져 선다.
도우 : 어쨌든 유일한 용의자니까. (안주머니에서 봉투를 꺼내 준다)
케이 : (받고)
도우 : 여권. 홍콩은행 계좌. 오픈티켓. 여권 이름을 잘 외워놔.
케이 : 가면.. 언제 다시 옵니까.
도우 : (한숨 쉬더니) 가기 전에 한가지 더 해줘야 될 게 있어.
케이 : 알겠습니다.
도우 : 니가 맡겨놨던 거. (하며 옷자락 안에서 꺼내 주는 것. 총이다) 사용해야 될 거 같아.
케이 : (소중하게 받아든다)
도우 : 할 수 있겠지? (돌아보면)
케이 : (기쁜 얼굴이 되어 웃는)
도우 : 이번에는 명심해. 내가 정하는 시간에. 내가 정한 장소에서. 하는 거야.
케이 : 명심하겠습니다.
그들이 선 옥상에 노을. 배경으로 황량한 신도시의 기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