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덟 개의 봉우리가 그림자 지는 팔영산.
(전남 고흥군 점암면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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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초부터 기온이 뚝 떨어지더니 주중에는 중부지방에 폭설이 내렸다한다.
이 눈이 그치면 기온은 영하권으로 떨어지며 주말까지 추위가 계속 될 것이라는
기상예보였다.
어제는 광주에도 하얀 눈이 내려 세상을 온통 설국(雪國)으로 만들었다.
낙엽이 진 앙상한 나뭇가지에는 하얀 눈꽃이 만발했고 상록수 잎가지는 무거운
눈 무게를 지탱하느라 축 늘어져있다.
극락강변,
가을걷이가 끝 난 빈 들녘은 하얀 얼굴을 하고 회색비닐하우스만 움 추리고 있다.
이제 겨울은 본격적으로 그 본색을 나타내는 것이다.
아파트단지 밖 반촌, 구곡마을의 대나무 숲 사이로 불어오는 댓바람과 댓잎의
사각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다.
강하지만 때로는 유연함으로 바람의 무게를 받아내는 대나무,
허공을 찌르듯 꿋꿋이 뻗은 댓잎 끝에서 굳건한 기개가 번뜩인다.
어떤 시련에도 굽히지 않겠다는 선비정신의 고갱이(심지)가 묻어 나온다.
“겨울이 오면 맑은 얼음장 지쳐가는 / 낮은 햇살, 겨울이 오면 배달해주게 /
지난여름에 다 못 쓴 편지, 우연한 사건들과 / 몇몇의 사람, 오 겨울이오면 /
내게 말해주게 사람과 사람이 / 어긋난 흔적, 몸부림 따위들, 오래 /
예정된 결말의 느릿느릿한 진행에 / 끝끝내 겨울이 오면 그 황황한 뒷모습 /
서둘러 부려놓은 필연의 짐짝에” (김 갑수의 詩 “겨울이 오면”에서)
팔영산(八影山)은
전남 고흥군 영남면, 점암면에 걸쳐있는 높이 608m(깃대峰)산이며 고흥군에서
가장 높은 산으로 다도해해상국립공원으로 지정되어 있다.
산세가 험하고 기암, 괴석이 많으며 정상에서 보는 다도해의 전경이 일품이다.
또한 정상에 오르면 멀리 대마도까지 볼 수 있고,
눈앞에 펼쳐지는 다도해해상국립공원의 유일한 산악지구인 팔영산지구의 절경이
환상적이다.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전남 고흥반도는 황금빛 유자의 주산지이다.
유자는 중국 운남(雲南)성 등이 원산지지만 한국과 일본에서 재배되고 있다.
장보고가 신라 문성왕(2년) 때 중국 당나라 상인에게 얻어와 국내에 유입된
이후 조선시대 역사서인 세종실록에는 전라도, 경상도에 유자를 많이 심게
했다고 적혀있다.
황금빛 유자나무가 해안에서 자라는 것은 바닷물이 혹한의 온도를 막고
해풍이 과일의 향을 진하게 만들기 때문이란다.
고흥에 가면 진눈깨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에도 푸른 잎 사이로 어른 주먹만 한
황금색 유자열매가 주렁주렁 매달려있다.
팔영산의 본디 이름은 팔전山이었다.
옛날 중국 위王이 세수를 하다가 세수 대야에 비친 8개의 봉우리에 감탄하여
신하들에게 찾게 하였으나 중국에서는 찾을 수 없어
우리나라까지 오게 되었는데 왕이 몸소 이 산을 찾아 제를 올리고 팔영산이라
이름을 지었다는 전설이 서려있는 곳이다.
그 산세가 중국에까지 떨쳤다는 전설이 전해지면서부터 팔영山이라 불렀다한다.
제1봉인 유영峯을 비롯해 성주峯, 생황峯, 사자峯, 오로峯, 두류峯, 칠성峯,
적취峯 등 여덟 개의 봉우리로 이루어져있다.
지금은 깃대峯을 제9봉이라 부른다.
유자는 찬바람이 부는 11월이 돼야 상큼한 신맛과 달달한 단맛을 제대로 낸다.
감기예방과 항암효과, 사람의 정신을 맑게 하고, 혈압을 안정시키는 효과가 있다.
유자는 껍질이 두껍고 울퉁불퉁해야 품질이 좋은 것이라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유자껍질과 설탕을 1:1비율로 섞어 유자청을 만든 뒤,
차(茶)로 마시는 것이 주류를 이룬다.
그러나 요즘은 유자즙을 음식 소스용으로 만들거나 유자주스, 유자막걸리,
유자과자 등 가공식품이 많이 나오고 있다.
날씨도 쌀쌀해지니 건강을위해서도 회원님들 유자를 많이 먹읍시다.
예전에 화엄사, 송광사, 대흥사와 함께 호남 4대 사찰로 꼽히던 능가寺가 있다.
북서쪽 기슭에 있는 능가寺는 1천 5백여 년 전 아도(阿道)가 세워 처음엔
보현사라 했던 것을,
정현이 인도의 명산을 능가한다하여 능가寺라 이름을 바꿨다고 한다.
능가寺에는 13세기 말에 조각했다는 사천왕상과 범종(전남유형문화재: 69호),
그리고 능가사적비(전남유형문화재: 70호)가 있으며 능가寺 주변에는 용의 눈이
아홉 개 들어 있다는 구룡정이 있다.
전남 고흥은 생굴로도 유명하다.
굴은 식용(食用)종인 참 굴을 말하며 굴 조개라고 하고 한자어로는 모려, 석화
등으로 표기한다.
고흥 해창만에서 생산되는 굴은 옛날부터 전국 최상품의 굴로 평가받았다.
생굴김치, 생굴전골, 생굴조회, 생굴 밥, 굴 떡국, 굴 무침, 생굴 죽 등 다양한
요리가 개발되었다.
김장철에 필수품인 생굴을 사려고 고흥 팔영산 산행을 계획하기도 했으며,
오늘 하산주도 생굴 듬뿍 넣은 굴 떡국으로 먹기로 했다.
새벽5시,
산행이사한테서 전화가 왔는데 눈 내리는 창밖을 내다보니 너무 행복하다는 거다.
날씨 때문에 산행을 취소하는 회원들이 늘어나는데 아무도 없으면 두 사람이라도
산행을 하고 오자는 것이다.
아파트 베란다 문을 열고 밖을 내다보니 세상은 온통 설백(雪白)의 세상,
바로 신천지(新天地)의 경지(境地)로다.
산행준비를 마치고 아파트를 나서는데 날씨가 제법 쌀쌀하다.
겨울아침은 왠지 쓸쓸하고, 외롭고, 적막감을 나타낸다.
광주역광장,
산행버스가 미리 와 기다리고 있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양동매씨들이 전원 불참했다.
그분들의 나이를 생각할 때 너무나 당연한 현실이 아닐까, 스스로 위안을 해본다.
만석이 넘던 예약석이 이런저런 이유로 빠지고
오늘은 36명의 용기 있는 회원들만이 고흥 팔영산산행을 하기로 했다.
광주지방 날씨는 별로였지만 바다를 끼고 있는 고흥지방은 괜찮겠지 하는 기대감을
가지고 산행버스는 열심히 남도를 향해 달렸다.
구름이 걷히고 해가 나오고 남도의 산에는 눈이 그렇게 쌓이지 않았다.
산행버스는 10시30분 경 능가寺주차장에 도착했다.
오늘 산행코스는 팔영주차장에서 출발:-
능가寺 -흔들바위 -유영봉(제1봉) -2봉, 3봉, 4봉, 5봉, 6봉, 7봉, -적취봉(제8봉)
으로 해서 (깃대峰왕복) -탑재 -능가사로 하산하는 9.3km(약4시간30분소요)거리다.
오늘 팔영산산행은 나로서는 세 번째 산행이었다.
1봉인 유영봉의 험준한 암벽 길과 8봉까지의 기암괴석의 아름다움도 경험했었다.
오늘도 “파란하늘”이 후미대장을 맡은 산행 2팀에 참여했다.
부회장과 총무가 1팀에 참여하라는 권유를 컨디션이 회복되지 않아 거절했다.
2팀엔 남자회원 4명과 여성회원 9명인 13명의 회원이 참여했다.
우리는 능가寺에서 탑재를 거쳐 6봉과 7봉 사이로 올라 7, 8봉을 타고 깃대봉을
왕복하고 탑재를 거쳐 능가사로 내려오기로 했다.
산행은 처음부터 여유를 가지고 “하하” “호호” 웃음꽃을 피우며 시작되었다.
경사도도 무리하지 않았으며 특히 산행거리가 짧아 여유를 가질 수 있었다.
6봉과 7봉 사이에서 해틀날이 6봉을 다녀오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 하는 것을
동의해 주는 사람이 없어 포기하는 아쉬움도 있었다.
햇살 좋고, 다도해의 풍광과 꿈꾸는 섬들의 잠꼬대를 들으며 암봉의 스릴과
남해바다의 낭만을 한껏 즐겼다.
겨울단풍은 가을단풍과 또 다른 정취를 풍기고 있다.
가을단풍이 화려하다면 겨울단풍은 상록수군락에 둘러싸인 황금빛물결이
장중함과 경건함을 보여준다.
오늘도 “꽃사랑”의 오빠사랑을 시샘하면서 솜씨 자랑을 해온 맛있는 반찬에
손이 저절로 간다.
“그만 먹어 오빠 주게!”
옆에서는 “미소지움” 셋이, “누리엄마”, “선자”씨가 즐거운 농담을 하고 웃고
산행1팀의 “나 자익”회원이 여성회원 1명과 선두로 와서 합석했다.
커피가 돌아가고, 藥水를 권하며, 과일을 나눠먹고, 사랑과 우정이 싹이 튼다.
그래도 암봉은 위험하고 빙판으로 미끄러웠다.
안전장치나 보조시설물이 없으면 진행하기 어려운 곳도 많았으며 서로 잡아주고
거들어주는 배려하는 모습이 아름다웠다.
“인내는 쓰지만 그 열매는 달다.” (루소)
“자기 자신을 이기는 것이 최고의 승리다.” (플라톤)
“남을 따르는 법을 알지 못하는 사람은 좋은 지도자가 될 수 없다.”(아리스토텔레스)
산행路에는 성인군자들의 명언명구(名言名句)가 적힌 푯말이 안내판처럼 세워져
있었다.
탑재로 내려왔다.
시간적인 여유가 생겨 주차장까지 임도를 따라 낙엽을 밟으며 걸어가기로 했다.
능가寺 앞에서 자가생산해 판매하는 할머니들을 위해 더덕과 둥굴레를 샀다
산행은 3시 30분에 끝이 났다.
산행버스는 김장용 굴을 구입하기위해 고흥 석화단지 집하장으로 떠났다.
생굴은 1kg당 1만 3천원, 회원들은 줄을 서서 필요한 만큼의 생굴을 사서
산행버스 짐칸에 개인별로 실었다.
상당히 많은 양이 판매되었다.
그 사이 굴 넣은 떡국은 양념과 어울려 신나는 합창을 하고 있다.
산행버스 최 기사가 사장에게 부탁해 4kg가 넘는 생굴을 얻어 술안주로 제공했다.
물론 떡국에 넣은 굴도 무료로 제공받은 것이다.
생굴이 불티가 나고, 소주가 동이 나 버리고, 따끈한 굴 떡국이 뱃속을 덥혀주니
천하에 부러울 것이 뭐가 있겠는가!
“겉으로 보이는 모습은 숨어 있는 것들에 대한 힌트다.” (아낙사고리스)
(2013년 11월 29일)
첫댓글 회장님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파란하늘님.
고흥은 유자와 굴로 유명한데, 요즘같은 김장철엔 고흥 굴이 제격이지요.
그렇치 않아도 굴 사러 고흥갑니다.
마케터비밀노트
2013.12.05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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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은 디지털 마케팅으로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