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해에게 임이 있었듯이
나에게도 임은 똑 같이 있었는가 합니다.
그런데 웬 일일까요
만해의 님은 푸른 산빛을 깨치고 단풍나무 숲을 향하여 난
작은 길을 걸어서 차마 떨치고
가버리고 말았답니다.
그러나 만해는
다시 만날 것을 믿는다면서도
마음으론 결코 보내지 아니했다며
앞 뒤가 맞지 않는 말을 읊고 있습니다.
임의 침묵을 휩싸고 도는 사랑의 노래가
제 곡조를 못 이겨 무변 허공을 가릅니다.
아, 나의 임은 임이로되
그저 함께 하신 건지 저렇듯 떠나버리신건지
알 수가 없습니다.
도대체가 말이 없으시니 알 수가 없답니다.
그래서 떠나신지 하면
내 심장의 맥박과 체온으로 저며오고
계신지 하여
반가워하면 모른 체 하신답니다.
듣기로는 내가 출생하기 전
무량겁 전부터
미세한 내 생명이 움트기 시작할 때로부터
내게 임하셨다 하나
왜 내게 접근해 오셨는지
나를 얼마나 사랑하시는지
나는 알 수가 없답니다.
어떨 때는
눈감으면 아련히 떠오르고
눈만뜨면 사라지는 신기루처럼
정녕 내게 계시는건지 갸웃하게도 됩니다.
그래도 힘들때면 언제부턴가
나는 임을 찾고 간절히 부르게 되었습니다.
그러고 나면
마음이 편해지고 행복에 겨워지는 걸 보면
아 임은 정녕 나를
사랑하는가 봅니다.
저 이 나의 임은
자존심도 체통도 없습니다.
내가 천만년을 몰라줘도
시시로 무시하고 원망해도
임은 정녕 나를 떠날 기미조차 없습니다.
그래서
감사하기 그지 없습니다.
이것 저것 난 가진 것 하나 없지만
난 임 하나만은 잘 가진 것 같습니다.
하여 모든 분들이
이 임 만나는 행운을 누렸으면 하고
바라는 고운 마음도 있답니다.
얼어붙은 땅,
차디찬 대지 위로 삭풍과 함께
눈보라 휘몰아 치면
난 임을 모시고 나가
호젓이 사랑을 나누고 싶습니다.
대지가 더욱 혹독하게 얼어붙을수록
님과의 사랑은 더더욱 뜨거울 겁니다.
감사합니다.
나무 관세음보살마하살
첫댓글 나 의 진여의 마음은 무량무진 합니다
ㅅㅎ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