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사이에 날라가버렸다. eBay에서 점 찍어놓은 카메라를 놓쳐버린 것이다.
Contaflex Super BC w/Tessar 50mm f. 2.8 - black version.
그저께까지 한 50달러 정도가 돼 있길래 100달러 정도면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찜을 해 놨던 것인데, 오늘 새벽 경매가 끝나는 시간에 나는 잠이 들어있었고,
그래서 허망하게(?) 보내버린 것이다.
콘타플렉스 이 카메라는 1960년대 가장 대중적인 인기를 구가했던 카메라다.
독일의 짜이스 이콘(Zeiss Ikon)이 일반 대중층을 겨냥한 중저가 SLR(일안리플렉스)카메라로
1953년부터 출시한 게 콘타플렉스 시리즈다.
첫 제품인 콘타플렉스 I 이래 1970년대 초까지 십여 종의 모델이 나왔다.
이 가운데 수퍼 BC는 1965년에 출시된 거의 마지막 모델이자,
가장 성능이 좋은 모델로 각광을 받았다. 이 카메라의 특징으로는 종래 콘타플렉스 모델이
셀레늄 노출계(selenium exposure meter)이 장착된 것에 비해 처음으로 밧데리로 작동되는
TTL(Through-the lens) CdS 노출계를 장착했다는 점이다.
그 당시로는 가장 최신의 노출계가 완비된 카메라였다는 것이다.
이 카메라는 크롬과 블랙 두 가지 모델이 있다. 가격 면에서는 물론 블랙이 비쌌다.
클래식카메라 백과사전인 McKEOWN'S Camera Guide 1996년 판에 따르면
1996년 당시 이 카메라 가격은 크롬이 150-225달러, 블랙은 250-375달러였다.
오늘 아침 확인해보니 이 카메라의 최종 경매가는 송료를 합해 120달러 정도였다.
그러니 내가 마음 먹었던 가격대로 경매에 참여했다면 내가 딸 수 있었던 것인데,
그래서 애석한 생각이 드는 것이다.
이 카메라와 똑 같은 걸 나는 작년 초까지 갖고 있었다. 그런데 그 걸 처분해버렸다.
어떤 여자 분이 이 카메라를 찾는다는 걸 어떤 올드카메라 사이트에서 보고는
그 분께 넘겨버린 것이다. 수집이라는 게 항상 그렇다. 진득하게 갖고있질 못한다는 것인데,
갖고있다 넘기고 또 같은 걸 찾아 채워놓고 하는...
나의 이 카메라는 2018년 미국의 Lisa라는 여자 분으로부터 구입한 것이다.
그 때도 나는 이 카메라를 노렸고, 그래서 새벽잠을 설쳐가면서 어렵게 따낸 것이다.
그 때를 돌이켜보니 미국에서 오는 배송과정이 쉽질 않았다.
마이애미에서 부친 카메라가 앵커리지까지 왔다가 마이애미로 다시 되돌아 가버린 것이다.
우리나라 우정국 격인 미국의 USPS라는 곳도 그리 신뢰할 만한 곳은 못 된다.
이런 상황은 그 당시 트레킹 페이지에 잘 나타나 있다. 판매자인 Lisa가 몇 차례
USPS에 항의를 한 끝에 통상 열흘 정도 걸리는 것이 거의 20일 만에 나에게 도착한 것이다.
그래서 더 애착이 갔던 카메라다.
카메라를 어렵게 받고서는 Lisa에게 감사 메일을 보냈다. 그녀로부터 이런 답신이 왔다.
"Great! Hope you enjoy with that old-time analogue camera..."
이미 놓쳐버린 건 놓친 것이니 다시 한번 이 카메라를 eBay에서 잠복해 찾을 수밖에 없다.
그건 그렇고 내가 또 요즘 왜 그런지 모르겠다. 한동안 이런 저런 이유로 하질 않던
'이베이 질'을 슬슬 다시 하고 있으니... 그것도 다 늙어가는 마당에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