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평군 지역만들기 1차 예선을 통과한 13개 마을 중 하나인 광탄 ‘묵향마을’을 찾았다. 묵향마을은 행정구역상 용문면 금곡 3리에 속하며, 129가구로 355명이 살고 있다. 보통 용문 문화마을로 불린다.
묵향마을은 ‘신재석 선생님’(84세)을 중심으로 지난 16년간 서예교실을 운영했다. 인근 용문초등학교 시절에 서예교실에 다니던 학생들은 벌써 대학을 졸업했다. 이 졸업생들은 지금도 열심히 글씨를 쓰고 있다고 한다.
묵향마을은 마을회관에 서예교실을 마련했다. 1층 서예교실에는 마을주민들의 서예작품과 습작품이 벽면에 가득했다. 마을에선 이 작품들을 모아 도록으로 만들고 있다. 금곡 3리 양승길 이장은 ‘다른 지역 사람들이 우리 도록을 보고, 전문가 솜씨라고들 한다’면서, ‘하지만 도록은 직접 우리가 발품을 팔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묵향마을을 찾은 날, 마을회관 2층에선 지역만들기를 준비해왔던 주민들이 모여있었다. 군에서 지역만들기 2차 공모제가 끝나고, 면에서 하는 지역만들기 공모에 참여할 준비를 위해서였다. 주민들에게 군 공모제에 참여한 소감을 물었다.
주민들은 대체로 공모제가 좋았다는 반응이었다. 마을 공동체사업에 참여한 것은 처음이라는 한 주민은- ‘내가 사는 주변이 좋아진다는 마음으로 열심히 했다’고 말했다. 다른 주민은 ‘우리 마을에도 어르신들이 많다’며 ‘어르신들도 함께 할 일거리를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준비가 미흡했고, 수상을 못해서 아쉽다는 주민은 ‘마을의 젊은 사람들이 뭉치는 계기가 됐다’며 ‘희망을 보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양승길 이장은 ‘비록 등수에는 들지 못했지만, 회원들이 시간을 쪼개 열심히 참여하는 과정이 모두 소중했다, 그런 것이 밑거름이 되어 추후에는 좋은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양승길 이장은 ‘우리 마을은 이미 16년이나 서예교실을 운영한 연륜이 있다, 또한 지역에는 ’민물고기 생태학습장‘이 있고, ’고려인삼연구소‘가 있다. 주민과 지역과 학교가 하나로 힘을 모으면- 묵향마을의 향기가 마을의 울타리 너머로 널리 퍼질 거라고 확신한다’고 포부를 밝혔다.
수상과 관계없이 마을만들기 사업을 꾸준히 해나갈 거라는 주민들에게 ‘지역만들기 공모제에 바라는 점’을 물었다.
주민들은 상금을 몰아서 주는 것은 지양해야 할 점이라고 말했다. 상금이 골고루 가야한다. 마을만들기는 이제 시작인데, 단 한 차례의 공모로 특정 마을에 상금이 몰리는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심사 시간도 문제로 지적됐다. 양승길 이장은 서예도록을 전문가가 만들어줬다는 말을 들었다. 너무 억울하다. 이런 부분도 사전심사가 있어, 심사위원들이 마을을 돌며 주민들에게 심도있는 질문을 했다면 모두 해결될 수 있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2차 공모제에서 심사위원들은 10분간 마을 대표가 나와 발표를 하는 동안 서류심사를 동시에 했다. 마을 주민들은 바로 이 점을 문제라고 보고 있었다. 공모제가 여러 번에 나누어 있는 것도 아니고, 1차 선정 마을이 13개이며, 수상 금액이 수억원에 달한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사전심사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마을의 한 주민은 ‘이번 공모제에 수상한 1등, 2등, 3등 마을은 모두 지원을 받았던 곳이다. 이제 시작하는 마을을 지원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지적은 ‘체험마을’을 의미하는 것으로- 양평군은 지역만들기 공모 대상을 일반마을 뿐 아니라 체험마을도 포함하고 있다. 체험마을은 양평군에서 이미 많은 지원을 해오고 있다. 또한 체험마을 자체의 공모제도 있다. 양평군의 00마을은 체험마을 군지원금과 전국공모제 입상금액에 특정사업에 대해 양평군에서 별도의 지원금까지 받고 있다. 공모제 수상금도 적지 않으니, 한 마을에 몰아준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양평군이 전국에서 ‘마을만들기’로 불리는 사업을 굳이 ‘지역만들기’로 명칭했다. 이상규의원이 군의회에서 이를 문제 삼았지만, 결국은 지역만들기로 결정이 되었다. 군의회에서 이 문제가 불거질 때만 해도, 왜 양평군이 지역만들기를 고집하는 지 정확히 이유를 알기 어려웠다. 하지만, 지역만들기 참가 대상에 ‘체험마을’을 포함시키기 위한 사전작업이었다는 게 일반적인 해석이다.
2014년도에도 양평군은 지역만들기를 전면에 내세워 주민과 함께 하는 군정의 이미지를 만들고 있다. 하지만, 마을만들기는 양평군민의 직접적인 참여와 소득을 내기 위한 중요한 정책인 만큼, 정치적으로 이용되는 일은 배제되어야 할 것이다.
‘묵향마을’처럼 주민들이 없는 시간을 쪼개서 열심히 시작하는 마을이야말로 진정한 의미의 ‘마을만들기’다. 더구나 이미 16년간 서예교실을 지속해온 점 등은 다른 마을이 쉽게 따라할 수도, 흉내 낼 수도 없는 소중한 마을 자산이다.
지역과 연계하고, 서예체험을 통해 소득 사업을 준비하고 있는 묵향마을의 건승을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