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칼에 손을 좀 베었습니다.
라켓 만지다 그랬겠죠?ㅎㅎ
상처가 많이 깊진 않았으나 좀 길게 나서 바로 병원으로 달려가 꿰매야 할까 잠시 고민했습니다.
상처가 깊었으면 당연히 병원에 가서 안쪽까지 잘 꿰매야 하겠지만 그만큼 깊지는 않고.. 그렇다고 또 그대로 두자니 당장 피 나고 아프고 손 쓰기 불편하고 혹 감염이라도 되면 회복도 오래 걸릴 것 같고..
칼로 싹 벤 거라 상처가 벌어지지만 않으면 바로 붙겠는데 대체 뭘로 어떻게 해야 잘 붙어있을까 잠시 고민하다가 문득 떠오른 방법으로 속히 응급처치를 한 후 밴드를 붙였고 상처는 그대로 잘 아물어 이젠 말끔히 나았습니다.
처치 직후부터 손 쓰기에도 전혀 불편함이 없었고 통증이나 후유증도 없었습니다.
생각보다 훨씬 좋은, 참 잘 한 응급처치였습니다.
제가 사용한 응급처치 방법은 순간접착제 코팅입니다.^^
상처에 순간접착제?
놀랄 사람 많을 겁니다.
그 독한 게 사람 피부에 좋을 리가 없을 텐데?
더구나 상처에?
접착제가 상처 안쪽으로 흘러들어가지만 않으면 전혀 문제 없습니다.^^
이 참에 순간접착제에 대한 오해와 진실을 서술해봅니다.
순간접착제는 2차세계대전 전에 군용 저격소총의 조준경 등 정밀한 부속들을 신속히 붙이기 위한 접착제로 군에서 발명되었답니다.
이후 군에서는 전쟁 때 다친 병사의 찢어진 환부를 급히 붙이는 용도로도 사용했고 요즘은 일상에서나 공업 현장에서 물건을 붙일 때 많이 씁니다.
시아노아크릴계 접착제를 순간접착제라고 부릅니다.
주성분이 공기에 있는 수분과 빠르게 합성해서 굳으며 물질과 물질을 연결하는 원리입니다.
군대에서 빠른 상처봉합을 위해 사용한 건 베트남 전쟁 때가 처음이었답니다.
물론 깊이 많이 상한 상처가 아닌, 피부만 우선 봉합하면 응급조치가 가능한 정도의 상처에 사용해야 합니다.
제 경우처럼 깔끔하게 칼로 베인 상처를 속히 봉합하기에 딱 좋은데, 우선 지혈 후 상처 부위를 딱 맞게 잘 맞춰 밀착시키고 접착제가 안으로 들어가지 않게 조심하며 바깥 피부에만 펴발라야 합니다.
바른 후 몇 분 그대로 두면 굳어 얇은 코팅막이 형성되며 봉합이 완료됩니다.
손끝이나 발뒤꿈치 갈라진 곳에도 아주 좋습니다.
상처를 직접 붙이는 게 아니라 상처 부위의 피부를 맞대어 외부를 코팅함으로 상처가 벌어지지 않게 해주는 것입니다.
혹 코팅이 덜 되어 피가 새거나 벌어지면 그 부분에만 좀 더 발라주면 되고, 며칠 지나면서 코팅막이 피부각질과 함께 떨어질 수도 있는데 그 때는 같은 방법으로 다시 잘 발라 상처가 아물 때까지 코팅막을 유지해줘야 좋습니다.
일각에서는 순간접착제가 피부 괴사를 일으킨다는 루머가 있었으나 근거 없는 추측일 뿐이고 사실 순간접착제를 이용한 봉합은 오히려 세균 침입을 완벽차단하여 상처를 통한 감염을 막는데 효과적입니다.
봉합 직후 샤워가 가능할 만큼 방수도 잘 됩니다.
일반 용도의 순간접착제에 사용되는 에틸계 시아노아크릴레이트는 독성 관련 연구결과 인체에 대한 독성이 없어 안전하다는 결론이 내려진 바 있습니다.
병원에서 쓰는 의료용 본드도 약간의 성분이 추가된 시아노아크릴계 접착제입니다.
다만 눈이나 코 같은 약한 피부 점막은 수분이 늘 있어 수분 반응을 급속히 일으키기 때문에 조심해야 합니다.
제 경우는 피부가 두꺼운 손바닥 부위라 더 튼튼하게 여러 겹 발라주었고 든든하게 잘 붙어있어 금방 아물었습니다.
사흘 쯤 지나 코팅막이 하얗게 일어나 각질과 함께 떨어져서(상처는 잘 붙어 회복되고 있었습니다) 다시 한 번 순간접착제로 코팅을 했고 일주일 쯤 후에는 완치되었습니다.
그 일주일 동안 욱신거리는 통증조차도 전혀 없어 얼마나 편했는지 모릅니다.
꿰매었다면 실밥 뽑았을 시기에 순간접착제 코팅막을 간단히 떼어내는 것으로 치료가 마무리되었습니다.
첫댓글 칼은 늘 조심해야 하더라구요.
조심하긴 하는데..^^
에탄올과 에틸아세테이트를 용매로 하여 솔로 발라주고 나면 휘발 후 탄성을 지닌 얇은 폴리우레탄만 남아 상처를 덮어주는 창상 치료제가 따로 있습니다. 경미한 상처를 급히 방수처리할 때 요긴했습니다.
예전에 요리 배울 때, 가르쳐주시던 선생님께서 (일어로) "액체 반창고"를 추천해주셨었는데, 지금은 국산화되어서 "메디폼 리퀴드"로 나와 있기도 합니다. (그런데, 에탄올 때문에 상처 부위가 매우 쓰라립니다.) 알리 익스프레스에서도 유사한 것을 liquid band로 검색해서 몇년 전에 본 적이 있습니다.
액체 반창고 상용화 된 제품이 따로 있군요.^^
정보 감사합니다.
제 경우 베인 상처를 정확히 맞대고 순간접착제로 코팅하니까 전혀 아프지 않던데.. 상처 안쪽에 직접적으로 닿았으면 아팠으려나요.ㅎ
저도 언젠가 상처 코팅한번해봐야겠습니다!~블레이드의 깨짐?방지를 위해 블레이드의 사이드를 코팅하는것은 어떨지요? 그밖에 탁구에서의 쓸모를 알려주세요!~
사이드강화는 늘 순간접착제로 하고 있습니다.
다른 것들도 많이 시도해봤는데 얘가 제일 낫더라구요.
순간접착제가 이리 쓰일 수 있다니요! 공룡님의 글 항상 잘 읽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순간접착제를 제거할때는 따뜻한 물에 몇초간 불리고 떼어내면 좀 더 쉽습니다.
물로 잘 안 될 때는
아세톤, 식초, 베이킹파우더 등의 대안도 있답니다.^^
성형외과에서 흉터 남지 말라고 실밥 미리뽑고 거즈대고 위에 톡톡 뿌려주던게 순간접착제ㅎ랑 비슷한 느낌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맞나보네요 ㅋㅋ
-얼굴성형한 1인-
네, 좀 큰 상처에는 거즈 놓고 순간접착제로 거즈를 피부에 붙여서 봉합하면 더 좋대요.
어차피 며칠 지나면 잘 떨어지니 문제 없구요.^^
저도 이런저런 작업하다 작은 상처나면 의료용 순간접착제 씁니다. 3M사에서 나온 접착제입니다.
저도 의료용 접착제 씁니다.
탁구 가방에 하나
일상 가방에 하나
탁장에서 누군가 다치면
발라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