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아드리아해의 여왕, 베네치아. 물 위에 세워진 이 기적 같은 도시는 1,600년의 세월을 견디며 여전히 우리에게 아름다움과 감동을 선사하고 있습니다. 내일이면 이곳을 떠나지만, 베네치아의 낭만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입니다.
돌로미티 케이블 카 트레킹 - 효도 관광 힐링 트레킹 제19화: 잘츠부르크로 가는 기차 여행 2025년 8월 4일
베네치아를 떠나며
오늘은 베네치아에서 오스트리아의 잘츠부르크로 이동하는 날입니다. 직행 열차가 없어 오스트리아 남부의 빌라흐(Villach)에서 환승해야 하는데, 환승 시간이 단 5분밖에 되지 않습니다.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아침 일찍 출발하는 기차표를 예매했기에, 호텔에서 조식을 서둘러 마치고 바로 체크아웃했습니다.
베네치아 산타 루치아(Santa Lucia) 기차역에서 오전 9시 56분 출발하는 RJ 132편을 타야 했기에 서둘러 역에 도착했습니다. 그런데 역에 도착하니 RJ 132편이 5분 지연된다는 안내가 나왔습니다. '출발부터 늦어지면 환승을 어떻게 하지?' 걱정이 앞섰습니다.
승무원에게 문의하니 빌라흐에 도착해서 ÖBB(오스트리아 국철) 센터에 문의하라고 안내해 주어 다소 안심이 되었습니다.
알프스를 가로지르는 RJ 열차
ÖBB는 오스트리아 연방철도(Österreichische Bundesbahnen)의 약자로, 유럽에서도 손꼽히는 우수한 철도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RJ(Railjet)는 ÖBB의 고속열차로, 시설도 좋고 환경도 깨끗해 상쾌한 여행을 할 수 있었습니다.
열차는 베네치아를 떠나 이탈리아 북동부의 베네토 평원을 달렸습니다. 이곳은 이탈리아의 곡창지대로, 맑은 공기와 알프스에서 흘러내리는 풍부한 물 덕분에 사계절 풍성한 농산물이 생산됩니다. 포 강 유역과 함께 이탈리아 농업의 중심지입니다.
2시간을 달려오니 본격적인 알프스 지역에 접어들었는지 높은 산들이 사방에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열차에는 트레킹 장비를 갖춘 사람들이 많이 승차하고 있었습니다.
카르니아 - 알프스의 숨은 보석
드디어 이탈리아 카르니아(Carnia) 역에 도착하니 많은 트레킹족이 승하차하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카르니아는 이탈리아 프리울리베네치아줄리아(Friuli-Venezia Giulia) 주의 북동부에 위치한 산악 지역입니다. 아름다운 카르니아 알프스(Carnic Alps) 산맥을 배경으로 다양한 난이도의 트레킹 코스가 펼쳐져 있습니다.
오염되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한 이곳은 험준하면서도 매력적인 산봉우리, 푸른 초원과 맑은 호수 등 빼어난 자연경관을 자랑합니다. 특히 카르니아 알프스는 이탈리아와 오스트리아의 국경을 이루는 산맥으로,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이탈리아와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 간의 격전지이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평화로운 트레킹 천국으로 많은 산악인들이 찾는 명소가 되었습니다.
빌라흐에서의 예상치 못한 휴식
드디어 오후 1시 22분, 오스트리아의 빌라흐(Villach)에 도착했습니다. ÖBB 센터에 문의하니 친절하게도 오후 3시 16분 출발하는 기차표로 교환해 주었습니다. 2시간 동안 이 도시를 구경할 수 있는 뜻밖의 기회가 생긴 것입니다.
역시 오스트리아는 어디를 가도 문화의 도시입니다. 곳곳에 상징적인 청동상이 서 있어 문화를 즐기는 민족임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빌라흐는 인구 약 6만 5천 명의 소도시로, 케른텐(Kärnten) 주에서 클라겐푸르트 다음으로 큰 도시입니다. 로마 시대부터 교통의 요지였던 이곳은 '빌라코(Villaco)'라는 이름으로 불렸으며,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슬로베니아를 연결하는 전략적 위치에 있습니다.
온천 휴양, 활기찬 축제 문화, 아름다운 호수 경관, 그리고 현대적인 기술 산업이 조화를 이루는 매력적인 도시입니다. 근처에는 바트 블루마우(Bad Blumau)의 유명한 온천 리조트와 스파 단지가 있어 휴양과 힐링의 명소로 알려져 있습니다.
매년 여름이면 빌라흐 키르히탁(Villacher Kirchtag)이라는 대규모 민속축제가 열립니다. 오스트리아에서 가장 큰 여름 민속축제로, 매년 수십만 명이 모여 전통 의상, 음악, 음식, 퍼레이드를 즐깁니다. 지금이 축제 기간인지 곳곳에 형형색색의 깃발이 세워져 있었습니다.
인구 6만 5천 명의 소도시답게 깨끗하고 한가로운 힐링의 도시였습니다. 가는 곳곳마다 색다른 연출로 아름다움을 더하고 있었습니다.
성 야콥 교회와 빌라흐의 매력
이 도시의 랜드마크는 높이 95m의 종탑을 가진 성 야콥 교회(Stadtpfarrkirche St. Jakob)입니다.
성 야콥 교회는 1233년 처음 건립되었으며, 현재의 건물은 1847년 지진으로 무너진 후 재건된 것입니다. 네오고딕 양식의 이 교회는 빌라흐의 구시가지 중심에 우뚝 솟아 있으며, 종탑에서 바라보는 도시와 주변 산맥의 전망이 장관입니다.
우리는 구시가지의 하우프트플라츠(Hauptplatz) 광장을 중심으로 도시를 둘러보았습니다. 파스텔 톤의 건물들이 늘어선 광장은 중세의 정취를 간직하고 있으면서도 현대적인 카페와 상점들이 조화를 이루고 있었습니다.
광장의 분수와 조각상들, 꽃으로 장식된 건물들을 보며 커피 한 잔을 하면서 여유로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예상치 못한 환승 대기 시간이 오히려 알프스 소도시의 매력을 발견하는 즐거운 시간이 되었습니다.
잘츠부르크를 향하여
오후 3시 16분, 잘츠부르크행 열차에 올랐습니다. 열차는 다시 알프스 산맥을 따라 북쪽으로 향했습니다.
창밖으로는 오스트리아의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졌습니다. 초록빛 목초지, 산비탈의 작은 마을들, 멀리 보이는 눈 덮인 알프스 봉우리들... 기차 여행만이 줄 수 있는 특별한 풍경이었습니다.
타우에른(Tauern) 산맥을 관통하는 터널을 지나며 해발 고도가 높아졌습니다. 열차는 가슈타이너탈(Gasteinertal) 계곡을 따라 북상했고, 곳곳에서 알프스의 전형적인 풍경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오후 5시 48분, 드디어 잘츠부르크 중앙역(Salzburg Hauptbahnhof)에 도착했습니다.
기차 여행의 또 다른 별미를 느낄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비행기로는 단숨에 지나쳐 버릴 풍경들을, 기차는 천천히 음미하며 감상할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베네치아에서 잘츠부르크까지, 이탈리아에서 오스트리아로, 지중해성 기후에서 알프스 기후로의 변화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오후 6시쯤 택시를 타고 호텔에 도착한 후, 안전하게 오늘의 일정을 마무리했습니다.
오늘의 운동량
베네치아에서 잘츠부르크까지, 알프스를 가로지르는 기차 여행. 예상치 못한 지연과 환승의 불편함도 있었지만, 그 덕분에 아름다운 빌라흐를 발견하고, 창밖으로 펼쳐지는 알프스의 절경을 만끽할 수 있었습니다. 때로는 계획에 없던 우연이 여행의 가장 아름다운 추억이 되기도 합니다.
제20화: 잘츠부르크 첫날 - 모차르트와 사운드 오브 뮤직의 도시 2025년 8월 5일
호텔 임라우어 & 브로이에서의 아침
호텔 임라우어 & 브로이(Hotel Imlauer & Bräu)는 4성급 호텔답게 조용하고 깨끗했습니다. 잘츠부르크 중앙역과 미라벨 광장에서 각각 800m 정도 떨어진 도보 거리에 위치해 있어 관광하기에 최적의 입지였습니다.
아침 일찍 호텔에서 조식을 마치고, 오늘은 잘츠부르크의 전체 윤곽을 파악하기 위해 Hop On Hop Off 관광버스를 이용하기로 했습니다. 걸어서 시내 중심지인 미라벨 광장으로 가서 관광버스 투어를 시작했습니다.
구시가지의 예술 작품들
시티투어 버스를 타고 세마장(Horse Pond)이 있는 카라얀 광장에 내려 걸어서 구시가지 탐방을 시작했습니다. 위대한 지휘자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이 1908년 이곳 잘츠부르크에서 태어났기에 그의 이름을 딴 광장입니다.
대성당 광장인 돔 광장(Domplatz)에는 커다란 4개의 검은 조형물이 서 있었는데, 현대 예술 작품으로 보이지만 그 의미를 해석하기는 어려웠습니다.
대성당 앞에는 금박으로 장식된 세 개의 문이 있었고, 각각 777, 1626, 1959라는 숫자가 새겨져 있었습니다. 이는 대성당의 중요한 역사적 시점들을 나타냅니다. 777년은 성 루페르투스가 이곳에 최초의 교회를 세운 해, 1626년은 현재의 바로크 대성당이 축성된 해, 1959년은 전쟁으로 파괴된 부분을 재건한 해입니다. 대성당 내부는 내일 별도로 관람하기로 하고 광장으로 다시 나왔습니다.
카피텔 광장(Kapitelplatz)에는 '잘츠부르크 스파에라(Salzburg Sphaera)'가 눈길을 끌었습니다. 지름 5m, 무게 2톤의 유리강화 플라스틱 구체에 금박을 입혔고, 그 위에 검은 바지와 흰 옷을 입은 남자가 9m 높이에 서 있는 모습입니다. 독일 조각가 슈테판 발켄홀(Stephan Balkenhol)의 2007년 작품으로, 흔히 '발켄홀 모차르트 구체'라고 불립니다.
잘츠부르크 위원회가 예술가들의 활동을 권장하기 위해 자금을 지원하여 만든 이 작품은, 황금빛 구체 위에 서서 세상을 내려다보는 인간의 모습을 통해 예술과 인간, 세계의 관계를 표현하고 있습니다.
광장 옆에는 체코 조각가 안나 크로미(Anna Chromy)의 '디 피에타(Die Pieta)', 다른 이름으로 '양심의 망토(The Cloak of Conscience)'라는 초현실적인 작품이 있었습니다. 후드가 달린 망토를 쓴 인물이지만 내부는 완전히 비어 있어, 마치 영혼이 사라진 형상처럼 보입니다. "비어 있음 속에서 진정한 자신을 찾는다"는 철학적 메시지를 담은 작품입니다.
성 페터 수도원의 세월
호엔잘츠부르크 성으로 가기 위해 푸니쿨라 탑승장을 찾아가던 중, 성 페터 수도원(St. Peter Stiftskirche)이 나타났습니다.
수도원 입구 근처의 성 페터 수도원 빵집(St. Peter Stiftsbäckerei)에서는 빵을 직접 만들고 있었습니다. 7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이 빵집은 천연 효모와 통나무 장작 오븐에서 흑빵을 만드는 전통 방식을 지금까지도 유지하고 있습니다. 한 봉지의 빵을 사서 맛보며 수도원으로 들어갔습니다.
성 페터 수도원 묘원(Friedhof St. Peter)은 약 700년의 역사를 지닌 곳으로, 많은 묘비가 세워져 있었습니다. 하지만 온갖 꽃으로 아름답게 장식되어 있어 묘원이라기보다는 정원에 가까운 평화로운 곳이었습니다. 모차르트의 누이 난네를 비롯해 많은 유명 인사들이 이곳에 잠들어 있습니다.
정원 한편에는 조금 전 광장에서 본 '양심의 망토' 작품의 작가 안나 크로미의 무덤도 있었습니다.
묘역 중앙쯤에는 십자가 경당(Kreuzkapelle)이 있었습니다. 소박하고 작은 이 교회는 묘역의 영혼들을 위로하는 기도처로 사용되는 곳으로 보였습니다. 성가대석도 없고 설교단도 없이, 오직 기도와 묵상을 위한 공간이었습니다. 그래도 오랜 세월을 이야기하듯 많은 석각들이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호엔잘츠부르크 성 - 난공불락의 요새
푸니쿨라(Festungsbahn)를 타고 호엔잘츠부르크 성으로 올라갔습니다. 1892년에 건설된 이 케이블카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푸니쿨라 중 하나입니다.
눈앞에 나타난 거대한 성벽은 높이뿐만 아니라 철벽 같은 옹벽이 너무나 견고해 보여, 외적의 침입을 충분히 막을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여기서 또 많은 돌계단을 올라가니 작은 출입문이 나타났습니다. 올라가면서 시내를 내려다보니 잘차흐 강(Salzach)을 따라 흐르는 잘츠부르크의 아름다운 전경이 한눈에 들어왔습니다.
1077년 게프하르트 대주교(Archbishop Gebhard)가 자신의 권위와 정치적 권력을 과시하기 위해 높고 가파른 바위 언덕 위에 요새를 건설했습니다. 이후 500년에 걸쳐 증축과 개축을 거듭하며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습니다. 얼마나 견고하게 지은 요새인지, 9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단 한 번도 함락된 적이 없다고 합니다.
요새 안에는 외부에 병기고와 대포가 있었습니다. 높은 고지대에서 가장 큰 문제는 식수였습니다. 빗물을 모아 지하 나무 파이프를 통해 자갈이 채워진 돌 저수지로 흘러보내 정화수를 얻는 시스템을, 베네치아의 기술자를 초빙하여 1539년에 만들었다는 표시가 있었습니다. 당시로서는 매우 선진적인 상수도 시스템이었습니다.
지금은 박물관으로 변해 중세 유물의 전시장으로 사용되며, 잘츠부르크의 역사와 요새의 기능을 잘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원래 성은 대주교의 거처를 위해 만들어졌기 때문에 주거 환경을 크게 부각시켜 거대한 홀로 만들었습니다. 특히 1500년대 레온하르트 폰 코이차흐 대주교(Leonhard von Keutschach, 1495-1512 재임) 시대에 크게 확장되었습니다. 그는 천장에 17미터 길이의 들보를 놓고 자신의 문장과 신성 로마 제국의 문장, 그리고 잘츠부르크와 관련된 교구들의 문장을 그리게 했습니다.
3층에 있는 왕자의 방(Prince's Chambers)은 황금 홀과 황금 방, 침실로 구성되어 있으며, 후기 고딕 양식의 독특한 건축미를 자랑합니다. 박물관의 백미로 여겨지는 공간입니다.
3층의 나머지 부분에는 1924년 라이너 연대 박물관(Rainer Regiment Museum)이 만들어졌습니다. 제국 왕립 보병연대 '라이너 대공' 제59연대의 역사를 보존하고 있는데, 라이너 대공(Erzherzog Rainer, 1827-1913)은 오스트리아의 대공이자 황실의 일원으로 문화와 예술을 사랑하고 오스트리아-헝가리 민병대 사령관을 역임한 공로를 인정받아 이곳에 박물관이 세워졌습니다.
성 조지 교회(Kirche St. Georg)는 1077년에 호엔잘츠부르크 성 안에 세워진 작은 교회로, 1464년경 대주교 레온하르트 폰 코이차흐에 의해 고딕 양식으로 재건되었습니다. 1240년경 제작된 성 게오르크(성 조지)의 전설을 바탕으로 한 프레스코화 연작이 남아 있고, 천장은 화려하게 장식된 별 모양 둥근 천장(Star Vault)으로 되어 있으며, 제단 위에는 돔형 천장이 있었습니다.
레지덴츠 광장에서의 점심
다시 케이블카를 타고 레지덴츠 광장으로 내려와 카페 뮤지엄(Cafe Museum)에서 점심을 먹었습니다.
레모네이드 2잔, 믹스 야채 샐러드, 토마토·모차렐라 치즈·아보카도 샐러드, 감자튀김 1접시를 먹고 계산하니 29.5유로, 우리 돈 약 49,000원이었습니다. 그런대로 가성비가 있었습니다. 오후 1시에 식사를 마치고 오후 일정을 시작했습니다.
사운드 오브 뮤직 투어
잘츠부르크는 모차르트의 도시이지만, '사운드 오브 뮤직'의 촬영지들도 필수 관광 코스입니다. 오후 2시부터 진행하는 'The Original Sound of Music Tour' 영어 가이드 투어를 구매하여, 구도심 중심지인 성 안드레 성당 앞에서 파노라마 버스에 올랐습니다.
레오폴드스크론 궁전
4시간 동안 촬영지 주변을 관광하는 코스로, 처음 도착한 곳은 레오폴드스크론 궁전(Leopoldskron Palace)이었습니다.
1736년 레오폴트 안톤 주교의 거주지로 만들어진 이 궁전은 1918년 독일 출신의 위대한 연출가 막스 라인하르트(Max Reinhardt)가 구입하여 사용했습니다. 그는 1920년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을 창설한 인물이기도 합니다.
1965년 제작된 뮤지컬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의 촬영 장소 중 한 곳으로, 트라프 폰 대령의 저택으로 사용되었습니다. 극 중 아이들이 배를 타고 놀던 넓은 호수와 아름다운 정원, 순백색의 궁전이 어우러진 모습이 그림처럼 아름다웠습니다.
지금은 잘츠부르크 글로벌 세미나의 개최지로, 평화와 정의, 교육, 문화, 건강, 금융과 거버넌스라는 다섯 가지 주제를 다루는 비영리 단체가 운영하고 있으며, 호텔도 겸하고 있다고 합니다.
헬브룬 궁전 - 물의 장난
계속 버스를 타고 10분을 달려 헬브룬 궁전(Hellbrunn Palace)에 도착했습니다.
1616년 대주교 마르쿠스 시티쿠스(Markus Sittikus)의 여름 별장으로 지어진 바로크 양식의 궁전으로, 화사한 노란색 외벽이 인상적입니다. 궁전 내부는 섬세하게 그려진 벽화와 조각상으로 가득 채워져 있으며, 지금은 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이 궁전의 가장 큰 특징은 '트릭 분수(Wasserspiele)'입니다. 대주교 마르쿠스 시티쿠스가 손님들에게 장난을 치기 위해 설치한 이 분수들은 식탁과 의자, 통로 등 곳곳에 숨겨져 있어 갑자기 예상치 못한 물줄기를 쏟아냅니다. '물의 정원'이라 불리는 이곳은 방문객들에게 특별한 경험을 선사합니다.
대주교가 직접 설계한 정원에는 유희를 위한 대리석 조각들이 아름답게 늘어서 있었습니다. 넓은 정원 한쪽에는 '사운드 오브 뮤직'에서 마리아와 대령이 사랑을 고백한 장소인 파빌리온(Gazebo)이 있었고, 가이드는 영화 장면들을 상세히 설명해 주었습니다.
잘츠카머구트의 호수들
다음은 40분을 달려 알프스 지방의 호수 풍경을 보러 갔습니다. 영화 초반에 나오는 푸슐(Fuschl) 호수와 볼프강(Wolfgang) 호수 주변에서 촬영된 파노라마 장면들이 너무나 아름다워, 이 영화 덕분에 잘츠카머구트 지역이 전 세계에 알려지게 되었다고 합니다.
특히 볼프강 호수 근처의 장크트 길겐(St. Gilgen)은 모차르트 어머니 안나 마리아 페르틀이 태어난 곳으로, 2005년 '모차르트 마을'로 지정되었습니다. 호수와 산악 관광의 중심지로, 볼프강 호수를 중심으로 수상 스포츠(요트, 카약, 수영)와 샤프베르크(Schafberg), 츠벨퍼혼(Zwölferhorn) 등산, 트레킹, 케이블카 등 다양한 액티비티를 즐길 수 있는 곳입니다.
몬트제 - 달의 호수
다음으로 몬트제(Mondsee) 마을로 갔습니다. '달의 호수'라는 이름을 가진 이 호수는 알프스에 둘러싸여 있으며, 청록색 물빛이 절경을 이룹니다. 여름에는 수영, 요트, 호수 유람선, 하이킹, 자전거를, 겨울에는 스키와 스노보드를 즐길 수 있는 산악 지형이 펼쳐져 있어 잘츠부르크 근교의 대표적인 휴양지입니다.
몬트제 마을의 상징적인 건물은 15세기에 건축된 성 미카엘 대성당(St. Michael Basilica, Mondsee Basilica)입니다. '사운드 오브 뮤직'에서 마리아와 폰 트라프 대령의 결혼식 장면이 촬영된 장소로, 영화를 통해 전 세계적으로 유명해졌습니다.
원래 베네딕토 수도원이었던 이 성당은 748년에 창건되었으며, 17세기에 고딕 양식에서 바로크 양식으로 재건되어 현재에 이릅니다. 지금도 주말이면 결혼식장으로 자주 사용된다고 합니다.
성당은 몬트제 마을의 문화적·영적 중심지 역할을 하며, 내부에는 화려한 제단을 비롯하여 성화와 조각상들이 장식되어 있습니다. 특히 18m 높이의 파이프 오르간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이탈리아 건축가 미힐 구겐비클러(Meinrad Guggenbichler)는 1679년부터 1723년 사망할 때까지 이 수도원의 성령 제단, 볼프강 제단, 성체성혈 제단, 영혼 제단, 세바스찬 제단, 마리아 제단, 베드로 제단, 설교단과 오르간 케이스를 제작했으며, 모두 그의 예술적 걸작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마침 마을 음악 봉사단이 관광객들을 위해 신나는 밴드 연주를 해주고 있었습니다. 작은 마을이지만 여유로운 삶이 행복해 보였습니다.
논베르크 수도원
잘츠부르크 교외의 전원 마을들을 마음껏 둘러보고 시내로 돌아와, '사운드 오브 뮤직'에서 마리아가 수녀 수습을 했던 장소이자 폰 트라프 일가가 나치를 피해 숨어 있던 논베르크 수도원(Nonnberg Abbey)을 멀리서 바라보며 투어를 마쳤습니다. 수도원 내부는 일반인의 입장이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논베르크 수도원은 714년 성 루페르투스가 그의 조카 에렌트루디스를 초대 수녀원장으로 임명하며 설립한 곳으로, 독일어권에서 가장 오래된 여자 수도원입니다. 1,3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베네딕토 수녀들이 기도와 노동의 생활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하루의 마무리
출발지인 성 안드레 성당 앞에서 내려 걸어서 호텔로 돌아왔습니다. 잘차흐 강 서쪽 지역의 구시가지와 교외를 돌아본 풍성한 하루였습니다.
오늘의 운동량
모차르트가 태어난 음악의 도시, 그리고 '사운드 오브 뮤직'의 무대가 된 영화의 도시. 잘츠부르크는 역사와 예술, 자연이 완벽하게 조화를 이룬 곳입니다. 호엔잘츠부르크 성에서 내려다본 구시가지의 풍경, 알프스에 둘러싸인 호수들의 아름다움, 그리고 곳곳에 스며있는 음악의 선율... 첫날부터 이 도시의 매력에 푹 빠져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