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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해우(海隅)의 백합국어사랑방(신문사설&칼럼) 원문보기 글쓴이: 해우(海隅)
2011년 3월 5일 토요일,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칼럼
* 일러두기 : 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편집한 것이며 상업적 목적은 일절 없습니다. 선정된 사설의 정치적 성향은 본인의 성향과는 무관함을 알려 드립니다.
*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
[한국일보 사설-20110305토] 북 주민 부분 송환 후유증 최소화해야
지난달 서해상에서 남하한 북 주민의 부분 송환 문제가 남북관계에 돌발 악재로 떠올랐다. 정부는 사건 발생 27일 만인 그제 북 주민 31명 중 귀순의사를 밝힌 4명을 제외한 27명을 송환하겠다고 북측에 통보했다. 그러나 북측은 회유 등의 귀순공작에 의한 부당한 억류라며 전원 송환을 강력히 요구하고 나섰다. 어제 판문점을 통해 송환하려던 27명의 인수도 응하지 않고 있다.
우발적으로 남하한 북 주민을 자유의사에 따라 일부만 송환한 것은 처음이 아니다. 최근만 해도 지난해 9월 울릉도 해상에서 남하한 4명 중 3명, 2005년 9월 연평도 해상에서 남하한 2명 중 1명이 자유의사에 따라 일부만 송환했다. 당시 북측은 전원 송환을 요구하면서도 일부 송환을 수용했다. 그러나 이번은 사정이 좀 다르다. 합동신문조의 조사 초기에 단순표류임이 분명하게 밝혀졌고 31명 전원이 귀환 의사를 밝혔다는 얘기가 관계당국을 통해 흘러나왔다. 그런데 한 달 가까이 지나 4명이 귀순의사를 밝혔다고 하니 의심을 살 수밖에 없다. 서울 도심 관광 등 회유공작 의혹이 민주당에 의해 제기되기도 했다.
조사기간이 전례에 비해 훨씬 길었던 배경도 석연치 않다. 과거에는 1주일 전후로 귀순과 송환 여부가 가려졌다. 이번엔 인원이 훨씬 많은 탓이라고 하나 지난해 동해상에서 북측에 나포됐던 대승호 선원이 30일 만에 송환된 점을 감안한 조치일 가능성도 크다. 그렇다면 치졸한 상호주의다. 늘 북한주민의 인권과 인도주의를 외치면서 애타게 귀환을 기다릴 북측 가족들의 심정은 모른 체하는 것은 이율배반이다. 향후 우리 어선이 북측에 나포됐을 경우 조기 전원 송환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진상이 무엇이든 일단 귀순 의사를 밝힌 북 주민 4명을 송환하라는 북측 요구에 응하기는 어렵다. 그들이 돌아가면 가혹한 핍박을 당할 게 뻔하기 때문이다. 다만 이번 일로 남북관계가 더 나빠지지 않도록 수습을 매끄럽게 하는 것이 급선무다. 정부 일각에서 냉전적 사고에 젖어 남북 대결을 조장하는 것은 아닌지도 경계해야 한다.
[한겨레신문 사설-20110305토] 갈등과 분란만 키운 이 대통령의 ‘합심기도’
이명박 대통령이 엊그제 국가조찬기도회에서 부인 김윤옥씨와 함께 무릎을 꿇고 기도하는 사진을 본 많은 국민들의 심경은 무척 당혹스럽고 씁쓸했을 것이다. 이 대통령이 소망교회 장로이자 독실한 개신교 신자인 것이야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이 장면은 이질감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굳이 그렇게까지 기도를 올려야 했는가 하는 아쉬움이 앞선다.
대통령의 종교적 자유는 존중받아야 마땅하다. 그러나 우리나라와 같은 다종교 국가에서 국가 최고지도자의 종교 행위는 좀더 신중하고 사려깊지 않으면 안 된다. 유감스럽게도 이 대통령의 이날 합심기도는 국민을 합심시키기는커녕 분열과 갈등을 더 증폭시키는 악재가 되고 말았다. 불교계가 일제히 발끈하고 나선 것이 이를 방증한다. 나라의 발전을 기원하기 위해 열린 국가조찬기도회가 오히려 분란의 씨앗이 됐으니 참으로 딱한 노릇이다.
행사를 주관한 개신교 쪽의 무신경과 오만함은 놀라울 정도다. 대통령이 ‘단순한 신자’에 머물 수 없는 특수한 위치에 있다는 분별의식은 찾아볼 수 없다. 다른 종교에서 이런 기도 장면을 어떻게 받아들일지를 헤아리는 사려깊음도 없다. 개신교는 최근 이슬람채권법 입법 추진에 대한 극렬한 반대로 과도한 정치개입 논란까지 빚고 있는 터다. 그렇다면 더욱 절제하고 겸손한 모습을 보여야 마땅한데도 오히려 ‘대통령을 무릎 꿇린’ 모양새를 연출해버렸다.
목사가 인도하는 대로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었던 이 대통령의 처지는 충분히 이해된다. 하지만 이런 일이 일어난 궁극적인 책임은 결국 이 대통령에게 있다. 현 정부 들어 종교 간 대립과 갈등이 위험수위로 치닫게 된 데는 이 대통령의 무분별한 소망교회 인맥 중용 인사와 측근들의 종교적 편향 발언 등이 크게 한몫했다. 그럼에도 이 대통령은 적극적인 종교 화합책을 내놓기는커녕 자신의 정치적 지지기반인 개신교 쪽의 눈치보기를 계속해왔다. 이번 일은 이 대통령의 이런 친개신교적 행보가 누적된 결과다.
이 대통령의 이번 모습을 보면서 떠오르는 생각이 하나 있다. ‘이 대통령이 진정으로 무릎을 꿇고 빌어야 할 대상은 국민이 아닌가’ 하는 게 그것이다. 국민들 위에 군림하는 자세로 일관해온 이 대통령의 모습이 자연스럽게 떠오르면서, 무릎 꿇고 기도하는 그의 모습은 공허하게만 다가온다.
[조선일보 사설-20110305토] '진보 교육감'들, 내놓고 교육계 편 가르기 나서나
곽노현 서울시교육감,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을 비롯한 진보·좌파 성향의 6개 시도 교육감들이 이번 학기부터 시행되는 교원평가제에 반대하는 집단 성명을 냈다. 이들은 교원평가를 지역 자율에 맡기고 학생인권, 평준화, 교장공모제 같은 현안들에 대해서도 지방교육자치권을 보장하라고 요구했다.
정부가 지난달 22일 국무회의에서 대통령령인 교원 연수 규정 일부를 바꿔 교원평가의 근거를 만든 것이 이번 교육감들 집단반발의 일차 배경이다. 정부가 고쳤다는 게 말이 교원평가지 평가를 시행한다는 원칙 하나 빼고 구체적인 방법과 절차 대부분을 교육감에 위임해 놓아 엉성하기 그지없다. 그럼에도 '진보교육감'들이 이를 반대하는 것은 교사를 평가 대상으로 삼는 것 자체에 대한 거부감의 표시다. 얼마 전 미국 교원노조는 교사를 개혁하라는 거센 압박에 못이겨 스스로 무능교사 퇴출안을 내놓기에 이르렀는데, 이런 세계의 흐름을 모르는 척하는 배짱이 놀랍다.
진보교육감들의 공동성명은 지난 1월 18일 경기·강원지역 고교평준화 문제에 이어 두 번째다. 고교평준화 허용 요구는 경기도와 강원도만의 문제였는데도 아무 관계없는 교육감 4명이 대열에 동참했다. 자신들을 특정목표를 공유하는 한편으로 여기고 있다는 걸 고백한 셈이다. 이들 중 곽 서울교육감은 지난달 혁신학교 교직원 연수에 백기완씨를, 민병희 강원교육감은 작년 7월 교육장-교장 정책설명회에 홍세화씨를 초청해 특강을 들었다. 민중 운동가와 프랑스 좌파 이론을 따라 읊는 초청 연사의 특강을 들은 참석자 중 일부는 원치 않았던 상황에 불편해했고 또 일부는 '은혜를 받았다'는 식의 소감을 인터넷에 띄우기도 했다 한다. 참석자들은 대다수가 교실로 돌아가면 이념이 뭔지 모르는 순진한 아이들을 마주해야 할 교사들이다. 어느 학부모가 그런 교사들에게 특정이념 성향 인사의 강의를 듣게 하는 걸 보고 마음을 놓겠는가.
작년 지방선거 직후 한동안 진보교육감들과 기성 교육계의 마찰이 불거지면서 교육감 직선제 폐지론이 들끓었다. 당시 진보교육감들과 지지세력인 전교조는 '교육의 자주성과 전문성, 정치적 중립성은 보장돼야 한다'는 헌법 31조를 방패로 치켜들었다. 그러나 이들이 그 후 보여주고 있는 것은 자기네 편한 대로 해석한 '자주성'과 '전문성'을 자신들의 이익을 보호하는 울타리로 삼으면서, 교육의 '정치적 중립'을 부수는 데 열중하는 모습이다.
[경향신문 사설-20110305토] ‘PD수첩’ 파행 인사의 끝은 어딘가
MBC가 지난 2일 대표적 시사 프로그램 의 제작진 11명 가운데 6명을 전격 교체했다. 이에 따라 의 간판 격인 최승호 PD와 진행자인 홍상운 PD는 아침 교양 프로그램 등을 담당하는 시사교양 3부로 발령이 났다. 인사 대상 PD들은 에 남아 있기를 강력히 희망했지만 회사가 일방적으로 인사를 해 버렸다. 이 같은 강제적 인사는 21년 역사상 두번째라고 한다. 1990년 우루과이라운드를 다룬 이 불방사태를 겪으며 제작진 전원이 교체된 적이 있다.
자연 이런 파격적 인사의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회사는 ‘한 부서에서 1년 이상 일하면 바꾼다’는 인사원칙을 내세웠으나 PD들은 ‘듣도 보도 못한 기준’이라고 반박했다. 같은 탐사보도 프로그램은 무엇보다 전문성이 중요한데 갑작스레 생소한 기준을 들이대 주축 PD들을 물갈이한 것은 의 무력화를 노린 것이라는 주장이다. 신임 윤길용 시사교양국장은 PD들과의 면담에서 “후배들의 장래와 시사교양국의 위상을 찾기 위해 분위기에 변화를 줄 필요가 있다”고도 했고 “최승호 PD에게 자유를 주자”고도 했다. 정작 최 PD 본인은 “내가 원하는 건 PD수첩에 남아서 열심히 프로그램 하는 거다. 그게 나의 운명이고 꿈이다”라고 밝혔다. 이로 볼 때 사측의 논리는 설득력이 없다. 정권과의 교감 속에 이뤄진 인사로 보는 게 타당하다.
pd수첩은 권력을 불편케 하는 문제들을 성역 없이 파헤쳐왔다. 미국산 쇠고기, 민간인 사찰, 검찰과 스폰서, 4대강 공사 의혹, 공정사회와 낙하산 등이 그것이다. 이런 프로그램은 다른 누구에게도 기대하기 힘든 ‘PD 저널리즘’의 발현이란 평가를 받을 만했다. 동시에 정권에는 기필코 손봐야 할 눈엣가시 같은 존재였다. 최 PD는 요즘 소망교회 내부의 비리를 제보받고 취재하던 중 인사가 났다고 한다. 그는 그것 때문에 강제발령이 났다고 생각하지는 않으며 다만 오비이락(烏飛梨落)인 점은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이번 인사가 이라는 비판적 방송 저널리즘의 싹을 자르려는 거대한 기획 속에 이뤄졌고, 그 배후에 권력이 개입됐음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본다. KBS에도 MBC가 부러워할 만한 탐사보도팀이 있었으나 이 정권 들어와 해체됐다. 권력은 이제 사실상 마지막 남은 방송 탐사프로그램의 명맥마저 끊어버리려 작정한 듯하다. 그렇게 언론 죽이기가 착착 진행되면서 민주주의도 질식상태에 빠지고 있다.
[서울신문 사설-20110305토] 대형로펌 입법관여 바람직하지 않다
대형로펌이 정부 입법에 관여하는 문제가 논란이 되고 있다. 법제처가 추진하는 ‘사전 법적 지원제도’를 통해 로펌들은 공식적으로 정부 입법에 참여하는 길이 열렸다고 한다. 김앤장과 태평양이 이미 7개 부처 18개 법률안 제정 및 개정 작업의 위탁사업자로 선정됐다고 한다. 과연 사익을 추구하는 로펌이 입법 과정에서 공익을 훼손하지 않는 객관적인 자세를 유지할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 그러잖아도 대형로펌은 전직 총리 및 장·차관 등 전직 고위 관료들을 영입해 정부 입법 및 정책결정 과정에 영향력을 미치고 있지 않는가.
대형로펌은 ‘보이지 않는 권력’을 휘두르는 파워집단이 된 지 오래다. 그런 이들에게 정부 입법을 맡긴 것은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꼴이다. 거액의 수임료가 떨어지는 송무 중심으로 일하던 대형로펌들이 돈이 안 되는 정부 입법에 관심을 갖는 것은 다 이유가 있어서 일 게다. 정부가 규제를 담은 법 제정에 나선다고 하자. 그런데 로펌에 그 규제를 없애야 하는 기업이 고객으로 있을 수 있다. 기업과 정부의 이해상충시 과연 그 로펌이 기업의 편에 서지 않도록 하는 장치가 마련돼 있는가.
법률지식이 없는 공무원들이 법률안 작업을 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자연 법률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할 것이다. 이미 개별적으로 일부 부처가 로펌·연구단체·교수 등에게 법안 용역을 줬던 것도 다 그런 이유에서 일 것이다. 그러나 이번의 경우는 다르다. 정부가 대놓고 대형로펌과 계약을 맺고 정부 입법에 동참시키는 것은 득보다 실이 클 수 있다. 법률안 검토 과정에서 이해 당사자에게 사전 정보가 유출되거나 로비가 개입될 소지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경제 부처의 법안 조례개정 작업에 참여했던 한 로펌 관계자는 “개정작업을 할 때 변호사들은 공무원들과 함께 며칠 합숙을 하며 설명을 듣고 의견을 나눴다.”고 말했다. 입법과정에서 공무원들과 변호사들은 상당히 친밀한 인간 관계를 맺을 수 있다는 얘기다. 법제처는 법안 완성도와 입법 속도를 높이기 위해 이 제도를 도입한다고 한다. 일의 효율성도 중요하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정부가 ‘좋은 법’을 만드는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이익집단에 휘둘리지 않고 공정한 법을 만드는 것이 우선이다. 그것이 법치행정의 근간이다.
[한국경제신문 사설-20110305토] 사이버테러 범국가적 대응체계 구축 시급하다
청와대 국가정보원 육군본부 등의 국가기관과 국민은행 네이버 등 주요 기업 웹사이트 40여곳에 대한 디도스(DDoS · 분산서비스거부) 공격이 어제 발생했다. 정부가 '사이버 위기 주의 경보'를 발령하고 유관기관, 백신업체 등과 협력체계를 구축해 공동대응하면서 다행히 큰 혼란은 없었다. 하지만 일부 금융기관 웹사이트 접속이 수십분 동안 마비되는 등 실제 피해가 발생했고 '좀비PC'도 1만대를 넘은 상황이고 보면 사이버 테러에 대한 경각심을 다시 한번 다지지 않으면 안 될 때다.
디도스 공격이란 해커가 유포한 악성코드에 감염된 좀비PC들이 일시에 특정 사이트에 접속, 사이트를 접속 불가능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번의 경우 공격자는 국내 P2P사이트인 쉐어박스를 해킹, 업데이트 파일에 악성코드를 삽입해 유포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이번 공격은 2009년 국내 17개 웹사이트가 공략당했던 '7 · 7 디도스 대란' 때와 방식이 유사하다고 하는 만큼 배후에 북한이 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디도스 공격을 비롯한 사이버 테러는 자칫 잘못 대응할 경우 치명적 피해를 입게 된다. 전산망에 장애가 일어나면 국가기관은 물론 금융회사 등의 기능도 일거에 마비될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특히 합동참모본부, 육 · 해 · 공군 본부, 주한 미군 사이트까지 공격대상이 되고 있는 게 현실이고 보면 국가 안보에도 치명적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정부는 사이버테러에 대해 완벽한 대응태세를 갖추지 않으면 안된다. 전문인력을 적극 양성하는 것은 물론 필요하다면 예산도 대폭 확대해 범국가적 차원의 위험관리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네티즌들의 보안의식도 한층 강화돼야 한다. 자신의 PC가 좀비 PC로 악용되지 않도록 운영체제의 보안 패치를 최신 상태로 유지하고, 백신 프로그램의 업데이트와 실시간 검사도 게을리해선 안될 것이다.
[서울경제신문 사설-20110305토] 중동진출 건설업체 지원방안 서둘러야
극심한 정정불안에 따른 공사중단 등으로 큰 피해를 입고 있는 리비아 진출 국내 건설업체들에 대한 지원이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현지철수가 불가피한 건설업체들은 사업중단에 따른 피해도 크지만 금융기관들로부터 자금회수 등의 압박을 받아 부도위기에 내몰리는 업체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불가항력적인 사태로 건설업체들이 무더기로 부도위험에 내몰리지 않도록 정부 차원의 적절한 지원이 시급한 실정이다.
대우건설 등 대형 업체를 포함해 모두 21개 건설사가 진출해 있는 리비아의 경우 진행 중인 공사규모는 90억달러에 달한다. 공사규모가 큰 만큼 공사중단에 따른 피해도 클 수밖에 없다. 뿐만 아니라 현지철수에 따라 현지 작업장 관리가 사실상 불가능해져 현장파손ㆍ장비분실 등 직간접적인 피해가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금융기관들이 이들 건설업체에 발급했던 공사이행보증 연장을 거부하는 바람에 향후 공사차질은 물론 유동성 위기에까지 몰리고 있다는 점이다. 담보로 잡았던 기업 주식 가치가 떨어지자 추가 담보를 요구하거나 대출금 상환을 요구함에 따라 자금사정이 크게 악화되고 있어 자칫 무더기 부도사태까지 우려된다.
금융기관들로서는 대출금 확보 등을 위해 채권관리에 나설 수밖에 없다. 그러나 국내 건설사들이 맡고 있는 사업들은 대부분 리비아 공기업이 발주한 대규모 플랜트 건설사업이라는 점에서 이번 사태가 마무리되면 피해보상과 공사대금을 회수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주택건설 비중이 높은 중소 건설업체들의 경우 어느 정도 피해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현지진출 건설업체들의 피해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한편 일시적인 자금난 때문에 부도위기에 몰리지 않도록 채무연장, 긴급자금 수혈 등 필요한 지원책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사태가 수습되는 대로 피해보상은 물론 공사현장에 즉각 복귀할 수 있도록 정부당국 간 협의체제를 구축하고 공사현장 보존을 위한 협력도 강화해야 한다. 금융기관들도 돌발사태로 인한 건설업체의 어려움을 감안해 채권회수를 서두르기보다는 상생 차원에서 시간을 갖고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자세가 필요하다.
* 오늘의 주요 칼럼 읽기
[동아일보 칼럼-오늘과 내일/박영균(논설위원)-20110305토] 늦박자 경제팀
2년 전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조심스럽게 낙관한다”고 했다. 취임 직후 2009년 성장률 전망치를 3%에서 ―2%로 낮추고도 살얼음판을 걷듯 말을 아꼈다. 그가 경제팀을 맡기 직전인 2008년 4분기의 성장률은 글로벌 경제위기의 직격탄을 맞아 ―5.1%였다. 윤증현 경제팀의 과제는 위기 극복과 성장세 회복이었다.
* 위기 극복 윤증현 팀, 안정화 失機
2009년의 실적은 0.2%에 불과했지만 플러스 성장으로 돌아섰고 작년에는 6.1% 성장을 기록했다. 천안함 사태와 북의 연평도 도발에 따른 안보 불안 속에서 거둔 성과다. 과감한 재정 투입으로 국가 부채가 불어났지만 국가 위상은 높아졌다. 주요 20개국(G20) 서울회의를 개최할 수 있었던 것도 경제위기를 먼저 극복한 덕분이다. 윤 장관은 경제팀을 2년 이상 이끌었으니 장수 장관이다. 그와 함께 장관을 지낸 다른 경제장관들은 대부분 교체됐다. 이른바 정권 실세와의 갈등도 별로 없이 원만하게 이끌었다. 운도 좋은 것 같다.
그러나 축배를 들고 밖에 자랑하기엔 안팎의 환경이 험난하다. 안으로는 성장의 과실이 저소득층과 청년 실업자들에까지 퍼지지 않고, 밖에서는 글로벌 경제위기에 버금갈 위기 국면이 다가오고 있다. 중동 산유국의 정세가 불안해지자 국제 유가가 뛰어오르고 있다. 국제 곡물 가격까지 올라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위기에서 벗어났는가 싶었는데 또 다른 위기가 몰려오는 것이다. 국내의 구제역 대란에다 폭설까지 겹쳐 물가 불안 심리가 확산되고 있다. 해외 전문가들은 진작부터 경제기조를 바꿔야 한다고 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작년 말 경기부양책을 철회하고 긴축적인 통화정책을 채택하라고 주문했다. 지나치게 돈이 풀려 물가를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였다. 그러나 성장을 까먹을까 걱정한 경제팀은 금리 인상을 주저했다. 그러는 사이에 국제유가는 껑충 뛰고 곡물가격은 고삐 풀린 망아지가 되어버렸다.
성장정책에 성공한 경제팀에 안정화정책까지 요구하는 것은 무리다. 똑같은 인물들에게 성장과 안정 정책을 모두 기대하기는 어렵다. 성장과 고용이라는 정책 목표를 버리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선거를 앞둔 정치권이 경제안정화로의 정책 선회를 잠자코 봐주지도 않을 것이다.
정부는 안정화 드라이브를 포기하고 공정거래위원회와 국세청을 동원해 기업을 압박했다. 기업의 답함을 조사하고 원가를 공개하라며 밀어붙였으나 구시대적 수법은 시장에서 통하지 않았다. 윤 장관이 오버하는 공정위와 국세청을 자제시켰어야 했다. 윤 장관은 시장원리에 따라 대응할 타이밍을 놓치고 실기(失機)한 책임이 있다.
* 현안 피하지 말고 정면 대응해야
경제부총리는 아니지만 윤 장관이 경제팀장이라는 데에 아무도 이의를 달지 않는다. 경제장관 사이에 이견이 있거나 정책 갈등이 있다면 마땅히 조율할 책임과 권한이 있다. 그러나 윤 장관은 경제팀장으로서의 역할을 애써 피했다. 작년부터 무상급식을 중심으로 벌어진 복지논쟁에서 한발 비켜섰고 구제역, 저축은행 사태, 이슬람채권법에 대해서도 말을 아꼈다. 이명박 대통령이 윤 장관에게 힘을 실어주지 않은 면도 있지만 윤 장관이 현안을 피하니 실세 경제팀장이 따로 있다는 뒷얘기가 나오는 게 아닐까.
정치권에 밀려 경제원리에 반하는 정책을 무리하게 추진하거나 외부의 충격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 경제가 실패한 사례가 많다. 반드시 통과되어야 할 경제개혁법안이 정치권의 포퓰리즘에 휘말려 좌절된다든지, 자유무역협정(FTA)처럼 외국과 약속한 협정이 무산되는 것이 그런 사례다. 개신교의 반대로 한나라당이 이슬람채권법 입법을 포기한 것도 찜찜하다. 나라 밖 세상 돌아가는 사정에 어두운 나머지 우물 안 개구리 식으로 결정해선 안 된다. 선거철이 다가오기 전, 정치권에 휘둘리지 않고 일할 수 있는 시간도 많지 않다.
[중앙일보 칼럼-분수대/송원섭(JES 선임기자)-20110305토] 영화와 현실
2009년 6월, 위성방송 스카이 이탈리아 채널은 느닷없이 1980년작 영화 ‘사막의 라이언(Lion of the Desert)’을 편성했다. 미국·리비아 합작인 이 영화는 1930년대 리비아 민중이 지도자 우마르 묵타르(Omar Muktar)를 중심으로 이탈리아 침략군에 맞서 싸우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탈리아 정부는 이 영화가 이탈리아군이 포로를 폭행해 학살하는 장면 등을 담고 있다는 이유로 1982년 상영 금지 조치를 내린 바 있었다. 하지만 2009년 리비아 지도자 무아마르 알 카다피의 이탈리아 방문 기간에 맞춰 TV 편성이 이뤄졌다.
카다피와 이 영화의 인연은 매우 각별하다. 1969년 쿠데타로 집권한 카다피는 대작 영화를 통해 ‘서구에 맞서는 아랍의 영웅’으로 자신의 위업을 전 세계에 알리고 싶었다. 그가 원하는 이미지의 이상적인 모델이 바로 우마르 묵타르였다.
할리우드의 아랍계 프로듀서 무스타파 아카드가 감독에 선정됐다. 아카드는 1977년 예언자 무함마드의 전기 영화 ‘무함마드, 신의 메신저’ 제작 때문에 카다피의 신뢰를 얻은 인물이었다. 3500만 달러의 오일 머니가 아낌없이 투입됐다. 같은 해 나온 007 시리즈 ‘포 유어 아이즈 온리’(제작비 2800만 달러)보다도 1.5배나 많은 규모였다.
그 결과 묵타르 역의 앤서니 퀸을 비롯해 올리버 리드, 로드 스타이거 등 월드 스타들이 캐스팅됐고, 수백 명의 기마대가 탱크부대와 맞서 싸우는 대규모 전투 장면도 화제가 됐다. 하지만 관객은 프로파간다를 원치 않았다. 전 세계 흥행 수입은 100만 달러에 미치지 못했고, 이는 20세기 영화 사상 손꼽히는 실패 사례로 꼽힌다. 물론 가장 큰 투자자 카다피가 만족했으니 돈은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
영화 속 리비아인들은 유목민족 베두인의 후예답게 탱크 앞에서도 끈으로 다리를 묶고(후퇴하지 않기 위해) 용감하게 싸운다. 포로가 된 묵타르도 “승리 아니면 죽음이다. 우리에게 타협이란 없다. 내가 안 되면 다음 세대가 이어 싸울 것”이라고 당당하게 외친다.
과연 카다피는 그 국민이 목숨을 걸고 물리치려 하는 상대가 바로 자신이고, 국민들이 외세 개입에 희망을 거는 상황을 상상이나 해봤을까. 아직도 “국민들은 나를 사랑한다”고 우기고 있는 카다피는 더 이상 자신이 영화 속 주인공이 아니란 사실을 언제 깨닫게 될까.
[경향신문 칼럼-여적/송충식(논설주간)-20110305토] 국가조찬기도회
종교계의 대통령 초청 행사에는 대통령 개인의 종교와 관계없이 국가 최고지도자의 성공적 국정수행과 나라의 안녕·발전 등을 기원하는 의미가 담겨 있다. 어디까지나 ‘대통령을 위한 행사’이지 특정 종교·종파의 사적 행사가 아니다. 개신교계의 ‘국가조찬기도회’나 불교계의 ‘나라를 위한 법회’ 등이 그것이다.
그런데 지난 3일 이명박 대통령이 참석한 제43회 국가조찬기도회는 어느 때보다 많은 뒷말을 남겼다. 주최 측 목사의 인도에 따라 대통령 부부와 여야 정치지도자들이 일제히 무릎을 꿇고 통성 기도하는 모습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논란이 일고 있는 것이다. 조찬기도회에서는 처음 있는 일이며 조찬기도회의 원조인 미국에서도 보기 어려운 광경이다. 다른 종교를 가진 국민들은 거부감마저 느꼈을 수 있다.
게다가 최근 이슬람채권법을 둘러싸고 개신교계에서 ‘대통령 하야운동 불사’라느니, ‘찬성 의원 낙선운동’이니 하며 정부와 정치권에 대한 압박이 거센 터에 대통령이 무릎 꿇고 기도하게 했으니 예사롭게 비칠 리 없다. 주최 측은 “대통령도 신자라서” 그랬을 뿐 다른 의도가 없다고 해명했지만, 조찬기도회가 엄연히 ‘대통령 행사’라는 점에서 사려깊지 못한 처사가 아닐 수 없다.
박정희 정권 때인 1966년 대학생선교회(CCC)의 김준곤 목사 주도로 보수교단이 중심이 돼 시작된 국가조찬기도회는 거의 해마다 열렸지만 그 역할을 놓고 교계 안에서도 비판이 적지 않았다. 군부독재 시절 조찬기도회는 독재자들의 건승을 빌며 그들에게 면죄부를 주는 노릇을 하기도 했다. 1980년 전두환 국보위 상임위원장 초청 기도회에서는 “어려운 시기에 막중한 직책을 맡아 사회악을 제거하고 정화할 수 있게 해 주셔서 감사하다”고도 했다. 기독교 정신에 입각해 독재정권의 잘못을 지적하고 민주주의 구현을 호소한 조찬기도회가 있었다는 얘기는 들은 바 없다. 그것은 반공·친미를 토대로 정권을 비호하면서 교세를 성장시켜온 개신교 주류 세력의 역사적 연원과도 관련이 있을 듯하다.
여러 종교지도자들이 우국충정을 모아 간절히 기도하는 것 자체는 보기 좋은 일이다. 그러나 정치권력에 기대어 자신들의 권력의지를 관철하기 위한 것이라면, 이는 종교의 진정한 가르침과 무관한 ‘그들만의 기도회’일 뿐이다.
[매일경제신문 칼럼-매경춘추/이주은(미술평론가ㆍ성신여대 교수)-20110305토] 맥도널드식 결혼
분홍색 풍선으로 만들어진 아치 밑으로 얼굴을 쏙 내미니 기다리고 있던 가족과 친구들이 폭죽을 터뜨리며 축하해준다. 햄버거와 콜라, 그리고 애플파이를 먹으며 떠들썩하게 진행되는 이 축하 모임은 언뜻 보기에 누군가의 생일잔치쯤으로 보이지만 실은 결혼식 자리이다.
지난달 처음으로 홍콩에 있는 맥도널드 매장에서 간편하지만 다소 장난스러워 보이는 이런 결혼식이 행해졌다. 앞으로도 누구든지 저렴한 가격에 편리한 결혼식을 올릴 수 있게 하겠다는 이 실용적인 아이디어는 빠른 음식의 대명사 맥도널드가 내어놓은 이른바 `맥웨딩(McWeddings)` 서비스이다.
맥도널드의 로고인 M이 가장 반갑게 여겨지는 때는 말이 통하지 않는 나라에서다. 혼자 다니는 여행자에게 맥도널드는 늘 깨끗한 화장실이 기다리고 있고 또 위생 상태를 안심할 만한 친숙한 메뉴가 맞아주는 장소이기 때문이다. 반갑고 믿음직한 장소에서 결혼식 서비스를 한다니 반대할 이유는 없다. 단지 맥웨딩이라는 용어가 좀 마음에 걸릴 뿐이다.
맥도널드는 단순한 햄버거가게를 넘어 표준화와 세계화를 대표하는 단어로 쓰인다. `맥-`은 이 낱말 저 낱말의 앞에 붙어 조어를 탄생시키는데, 이 조어는 언뜻 듣기에는 좋은 뜻이지만 이면에 부정적인 뉘앙스가 미묘하게 드리워져 있는 경우가 많다.
여러 도시에 지점을 운영하는 미국의 구겐하임미술관을 일컬어 맥구겐하임이라고 부르는 것이 한 예라고 할 수 있다. 맥구겐하임이라는 용어 속에는 미술관의 진정한 역할이 무엇인지 강조하려는 이의 비판적 시각이 슬쩍 내비친다. 미술관이 예술애호보다는 혹시 자체 증식과 확산을 우선으로 하고 있지는 않은지 지적하는 단어인 것이다.
비용을 생각하면 맥웨딩 서비스는 분명 반가운 소식이다. 하지만 느릿느릿 한 사람을 두고두고 사랑하겠다는 결혼의 상징성과 빠른 음식에서 비롯된 맥웨딩이라는 용어는 애초부터 어울리지 않는 듯하다. 지금 이 순간이 오직 한 번뿐이기를 바라는 마음도 `맥-`의 뉘앙스 때문에 집중력이 흩어지고 만다. 물론 사랑이 날로 확장된다는 의미로 무조건 좋게 받아들일 수도 있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