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세의 광야 훈련의 의미
출애굽기 3:1~12
전라도에서는 홍어를 싱싱하게 무쳐 먹기도 하지만, 홍어를 퇴비 속에 넣고 십여일 넘게 삭힌 다음 꺼내서 먹는 삭힌 홍어를 즐겨 먹곤 합니다. 삭힌다는 말은 사실 푹 썩힌 것과 다를 바 없는 과정입니다. 이상하게도 이렇게 푹 썩힌 후에 이 홍어는 코까지 톡 쏘는 맛과 독특한 향기가 나는 삭힌 홍어 별미로 변신합니다. 이처럼 사람도 푹 삭히게 될 때 이전에 갖지 못한 아름다운 품성이 드러나기도 합니다. 고난과 시련 속에서 푹 삭힌 사람이 때로 깊은 맛, 깊은 은혜가 가득한 맛깔스런 사람으로 변화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성경에 보면 하나님께서 홍어처럼 푹 삭혀서 쓰신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모세입니다. 모세는 본래 이스라엘 사람이지만 애굽 공주에 의하여 어린 아기 때에 양자로 입적되었습니다. 그 후에 모세는 애굽 궁중에서 왕자로 자라게 되어 애굽의 각종 학문과 제왕학을 배워서 세상적인 지도자로서 모든 덕목을 갖춘 사람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세상적인 리더쉽은 인간의 여러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는 데 초점을 맞춘 인본적인 리더쉽입니다. 그러기에 하나님께서 하시는 일에 쓰임받기에는 적합하지 못했습니다. 하나님께서 더 귀하고 아름다운 하나님 백성의 지도자로 오랫동안 쓰셔야 하겠는데, 그러기에는 세상 물이 너무 많이 배인 40살의 모세로는 불가능했습니다.
그래서 하나님은 모세를 광야 학교로 인도하십니다. 나이 40세에 모세는 하나님의 섭리 가운데 시내산 밑자락에 살고 있는 겐 족속 이드로의 집에 인연을 맺게 하시고 그 집의 큰 딸 십보라와 결혼을 하여 무명의 세월을 보내게 하십니다. 거기서 양을 치면서 세월을 보내게 하십니다. 하나님은 당대 세계 최고의 오랜 문화와 전통을 가진 세계 국가의 왕자로 자란 최고의 지성인을 이제 아무도 찾는 이 없는 사막의 변방, 시골 벽촌에 장인의 양이나 치는 일개 목동으로 푹푹 썩게 하신 것입니다.
그는 시내산 산 기슭에서 인생 무상을 깊이 느꼈습니다. 세상 권력의 무상함을 깊이 느꼈습니다. 자기가 그토록 정성스럽게 배워서 터득한 학문의 지혜가 전혀 무익하다는 것을 경험하였습니다. 왕궁의 법도와 왕가의 처세술, 나라의 통치술, 궁중의 권모술수를 제압하는 여러 비결, 사람들을 자기의 뜻을 따르게 만드는 인간 관계의 기술, 당대 최고 과학의 나라인 애굽에서 배운 최신식 과학 지식 등이 아무짝에도 쓸모없게 되는 상황을 경험하게 된 것입니다. 그 대신 그는 양의 똥이나 치는 잡일을 해야 하고, 잃은 양을 찾으러 계곡과 골짜기를 헤매야 하고, 떨기나무 가시에 찔린 상처를 아물게 하는 약풀을 찾아 상처에 바르는 지극히 볼품없는 지식을 새롭게 배워야 하는 신세가 되었습니다.
모세가 이전에는 자신이 지혜롭고 똑똑하고 뭐든지 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자기가 헛똑똑이였고 실상은 중요한 것을 아는 것이 거의 없는 바보요, 잘하는 것이 거의 없는 무지렁이라는 사실을 깊이 절감합니다. 그는 이제 자신의 분수를 깨닫습니다. 자기 자신이 이곳에 촌부로서 조용히 평화롭게 하루 하루 살아가는 것만 해도 족한 은혜임을 실감합니다. 하루 하루 양들을 몰고 광야의 들판을 건너면서, 점점 하얗게 색깔이 바꿔진 하얀 머리칼을 광야의 바람에 흩날리면서 모세는 비로소 자신을 늘 세상의 중심 인물로 생각하던 기존의 모든 고정 관념을 철저히 내려놓습니다. 썩을 대로 푹푹 썩은 나머지 처음과는 맛도 색깔도 향도 다 달라져버린 잘 삭힌 홍어처럼 이제 그는 처음 모세와 완전히 달라진 새로운 모세가 된 것입니다.
바로 그 때였습니다. 그렇게 처음 모세가 다 죽고 썩어 이제 형체조차 알아볼 수 없는 때에 하나님께서 모세에게 찾아오셨습니다. 시내산 떨기나무에 불꽃 가운데 찾아와서 모세를 부르시고 사명을 주신 것입니다. 이스라엘 민족의 지도자가 되어서 애굽의 바로 손에서 구출하여 약속의 땅으로 그들을 인도해들이는 위대한 사명을 주신 것입니다. 예전에 나이 40세 때에 자기의 주먹을 의지하고, 자기의 왕자의 권력을 의지해서 동족을 구원하려 했을 때 철저하게 실패하여 도망쳤던 모세였습니다. 그러나 이제 자기 힘과 지혜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그에게 하나님께서 직접 이렇게 크고 위대한 사명을 맡기시는 것입니다.
11절에 보면, 모세는 그 제안을 듣고 당연히 “‘내가 누구이기에’ 그 일을 할 수 있습니까?”라고 대답합니다. 모세는 하나님의 명령과 제안을 듣고서 ‘자기는 못하겠다고, 자기는 자격이 안된다’고 세 번이나 진심어린 간청으로 사양합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하나님께서 물러서지 않고 그를 설득하고 압박하고 분노를 표하시면서까지 억지로 모세에게 그 사명을 맡깁니다. 왜 그러합니까? 80세의 모세야말로 하나님께서 이제 진짜 쓸만한 그릇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다른 어디에서도 그만한, 준비된 그릇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모세는 자아가 철저히 죽은 사람이 되었습니다. 40년 세월 하나님의 퇴비자루에서 푹푹 썩고 썩어서 그 맛과 색깔과 향이 완전히 달라진 명품 홍어로 변신하여서, 이제 하나님의 입맛에 딱 맞게 달라졌기 때문입니다.
모세는 그 후 40년 동안 120세가 되기까지 하나님의 손에 붙들려 온전히 쓰임받는 제 2의 인생을 살게 되었습니다. 이스라엘 민족의 영도자요 율법의 수여자요 구약의 언약 중보자로서의 드높은 사명을 흠이 없이 완수하였습니다. 이 모든 것의 저변에는 모세가 하나님이 보내신 시내산 광야 학교에서 잘 배웠기 때문입니다. 자기에 대하여 철저히 썩고 또 썩는 연단의 세월을 잘 감내하여 최우등상을 받을 만큼 잘 훈련받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입니다.
바로 이것이 하나님께서 쓰시는 능력의 비결입니다. 하나님께서 높이시는 은총의 비결입니다. 하나님께서 주시는 자유와 행복을 누릴 수 있는 비결입니다. 우리 자신이 푹푹 썩는 길은 미련하고 어리석은 길처럼 보이지만, 그 길은 하나님께서 우리를 전인격적으로, 질적으로, 화학적으로 변화시키는 성령의 은혜가 역사하는 방법입니다.
그러므로 그런 상황에서 답답해하지 마십시오. 조급하지 마십시오. 남을 탓하거나 원망하지 마십시오. 자신을 돌아보고 하나님과 더 가까이 교제하는 시간을 늘이십시오. 하나님의 말씀을 조용히 듣기 위하여 조용히 귀를 기울이십시오. 조용히 썩어가십시오.
그것이 사실은 없어지는 것이 아니요 더 좋은 것으로 변화되는 길이라는 것을 기억합시다. 그리할 때 이전에는 깨닫지 못한 것을 깨닫게 될 것입니다. 듣지 못한 것을 듣게 될 것입니다. 보지 못한 것을 보게 될 것입니다. 이전에는 느끼지 못한 만족과 행복을 새롭게 느끼게 될 것입니다. 새로운 사명, 새로운 열정, 새로운 자원을 얻게 될 것입니다. 보잘것없는 내 인생을 통하여 지극히 높으신 분의 크고 놀라운 계획이 이루어지는 인생 2막이 우리 눈앞에서 펼쳐질 것입니다.
기도합시다. 주여, 하나님의 일을 온전히 이루어가며 끝까지 주님 손에 붙들려 계속하여 쓰임받기 위해서는 그만큼 내가 철저히 달라져야 할 줄 압니다. 이를 위하여 하나님께서 섭리적으로 우리를 훈련시키는 코스에 집어넣었을 때 결코 뛰쳐나가지 않게 하옵소서. 더 철저히 썩어질 수 있기 위해서 기꺼이 인내하고 기다리며 하나님의 연단의 손을 끝까지 감사함으로 붙드는 사람이 되게 하옵소서. 예수님 이름으로 기도 드립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