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여행
30대 후반부터 파릇한 사귐을 나누었던 사랑스런 제자들의 단톡방 초대에 응한 저녁나절이다.
주고받는 정겨운 대화에 굼틀굼틀 심연의 자양분들이 용솟음치는 감동이다.
부산 영도 동삼동 앞바다의 푸른 물결에 아지랑이가 핀다.
얕은 담 위로 푸성귀를 건네주고 대문만 나서면 앞마당이 되는 교회에서 7년 여 사랑을 꽃피운 교회식구들이 아른거린다.
사랑의 푸성귀를 주던 권사님도 떠나신지 수년이 흘렀다.
질곡의 시련을 막 끝낸 풋풋한 걸음마를 시작하던 그곳이 끝없이 솟아나는 달콤한 옹달샘이 될 줄이야.
창립60주년 행사에 참여한 지가 엊그제 같은데, 70주년을 맞이한 기념이라며
무려 100여 명의 단톡방을 개설하여 초대한 것이다.
교회발자취의 역사를 기념할 사진전을 연다는 소식과 함께 개인이 갖고 있는 사진들을 수집하니
많은 동참을 바란다고 한다.
60주 년 때는 밴드를 개설해 소식을 나눴는데...
70주년 기념은 개개인과 나눔을 할 수 있는 단톡방으로 또 모두를 일깨우는 열정이여.
코흘리개 어린이가 50대가 되어 모교회를 그리워하며 첫사랑을 잊지 못해 또
사랑 잔치의 마중물이 된 이종태 안수집사 덕이다.
그는 들어 와 방긋 인사하는 자들마다 삼행시로 답례를 한다.
호주 캐나다 인도네시아 몽골 영국 일본 미얀마 베트남 중국 등 오대양 육대주에 흩어진 믿음의 형제들에게...
성직자들을 유달리 많이 배출한 교회다.
스마트폰 하나로 지구촌의 곳곳에서 활기차게 찾아온 따끈따끈한 인사말이 차고 넘친다.
COVID- 19가 끝나는 날, 한 번 뭉치자는 말과 함께...
아치 섬이 바라보이는 동삼교회라 해양대학생들이 많이 출석하기도 했다.
40여 년 전의 싱그러움이 한달음에 달려와 품에 안긴다.
조금 후, 따르릉 ~~ “권사님, 안녕하세요.” 유영숙권사의 젊을 적 카랑카랑한 반가운 인사다.
유권사는 주일학교 교사로 오랫동안 섬기다가 먼 거리 구포로 이사를 갔어도 출석하고 있는, 나보다 손위분이다. 단톡방의 너울 치는 소식들에 안부인사까지...
받은 은혜 감사해 기쁨으로 봉사했을 뿐인데 결실의 열매들이 차고 넘친다.
과분한 인사말까지 들을 줄이야. 일생의 한 과정만 보고 그 사람을 판단할 것이 아니란 걸
특히 자라는 아이들을 보면서 얼마나 깨닫게 하는지...
우리 애들의 십대를 거기서 시작하고 지낸 세월이다.
7~80대의 내 또래들은 먼 길을 떠나기도 혹은 소식이 두절되기도 했건만
그 시절 청소년기의 젊은이들이 올곧은 사랑의 주인공이 되어 무지개를 펼치고 있다.
얼마 전, 초창기부터 섬긴 98세 안봉조권사님이 고관절 수술을 했다는
안타까운 소식도 교회밴드를 통해 알게 되었다.
정보화시대야말로 세계는 하나임을 실감케 한다.
소통의 시절에 불통이 된 식구들도 있지만 예전의 추억은 잊지 못하리라. 추억을 먹고 사는
그 날들을 그리워하는 나이가 되니 새삼 역사의식을 갖고
살아가야 하는 것이 삶의 지혜라는 깨달음이다.
지금 하는 일, 말과 행동 그리고 현재의 내 모습을 생각해 보는 새삼스런 오늘이다.
오늘이 어제가 되고 내일이 되는 오늘 지금 이 시간,
한마음으로 창공을 훨훨 날아 태종대앞바다를 맴돈 금빛 영롱한 추억여행이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