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구막회에서 일을 하게 된 이후로 갑판장은 밤술보다는 낮술을 즐겨 마십니다. 새벽에 수산시장으로 장을 보러 다녀야 하기에 밤에 마시는 술은 육체적으로는 물론이고 심적으로도 상당히 부담스럽습니다. 술(혹은 잠)이 덜 깬 상태로 동트기 전의 깜깜한 길을 운전하는 것도 두렵거니와 장을 봐 온 것들을 서너 시간에 걸쳐 꼼꼼히 손질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기에 오전일과를 마친 후의 음주는 더욱 짜릿할 수밖에 없습니다. 다만 저녁 및 밤술에 비해 낮술은 대작할 상대를 찾기가 쉽질 않다는 점이 애로사항입니다. ㅡ.,ㅡ

육칼(육개장칼국수)/문배동 육칼
삼각지 고가도로 너머 문배동 육칼은 육개장칼국수로 유명짜한 식당입니다. 늘 문전성시를 이루지만 특히 밥 때에 맞춰 갈라치면 길게 늘어선 대기행렬의 끝자락에 서는 것 쯤은 기꺼운 마음으로 감수해야만 합니다. 사정이 이러니 육칼을 안주삼아 낮술 한 잔 찌끄리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애시당초 식당측에서 음주를 불허하지만 설사 허용하다손 치더라도 길게 늘어 선 대기행렬에서 내뿜는 살기어린 눈빛을 감내할 만한 뻔뻔함이 갑판장에겐 없습니다. ㅜ.,ㅜ;

참돔껍질(위)과 참복껍질(아래)
부른 배를 추스리고자 이촌동으로 자리를 옮겨 카페 C에서 커피를 마시곤 스시집에 다시 자리를 잡았습니다. 단골인 친구가 쥔장에게 부른 배를 내보이며 간단한 안줏거리를 주문했습니다. 이미 배가 부른 자들에게 산해진미가 다 무슨 소용이겠습니까? 젓가락은 하릴없이 허공을 맴돌 뿐 입니다. ㅠ.,ㅠ;;
술잔이 몇 순배가 돌고 돌아 적당히 불콰해질 때 쯤 참돔껍질숙회와 참복껍질숙회가 나왔습니다. 허공을 맴돌던 젓가락이 드디어 목적지를 찾았습니다. 생선껍질이 뭐 별맛이겠습니까만 살짝 데치면 콜라겐이 녹아든 쫀득한 젤라틴 성분이 생선껍질에 야들하면서도 쫄깃한 저작감을 선사합니다. 여기에 무채나 미나리를 더하면 아삭한 저작감과 독특한 향미가 보태져 훌륭한 안줏감이 됩니다. 딸꾹~
<갑판장>
& 덧붙이는 말씀 : 낮술만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