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면서....
'막장 드라마'와 '좋은 드라마'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물론 다른 차이도 있겠지만 가장 큰 차이는 바로 대립 구도의 형성 과정에 있을 것입니다. 개연성 없고 설득력 없는 대립 구도는 시청자들로 하여금 눈쌀을 찌푸리게 하지만 설득력있고 탄탄한 대립 구도는 극중 긴장감을 높이고 나아가 몰입감을 높이는데 톡톡히 일조합니다. 그 중 단연 눈에 띄는 것은 유산을 둘러싸고 일어나는 갈등이지요. 드라마 <돈의 화신>에서도 유산을 둘러싸고 대립구도가 형성이 되는데요, 드라마의 한장면을 엿봄으로써 유언과 유증이 무엇인지 간단하게 알아봅시다.
<사진 출처>: 아주경제
드라마 '돈의 화신'에서는 제목답게 '유산'과 관련된 갈등이 빚어지게 됩니다. 화폐의 배경이 되는 중앙의 여인은 오른손에는 검을 들고 왼손에는 천평칭(天平秤)을 들고 있는 것으로 보아 정의의 여신 디케(Dike)이다.
1. 유언(遺言),유증(遺贈)이란 무엇인가요?
유언(遺言)이란 유언자의 사망과 동시에 일정한 효과를 발생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17세 이상인 자의 상대방 없는 단독행위 말합니다. 단독행위란 일방당사자의 의사표시만으로도 그 의사대로 효력이 발생하게 하는 행위를 말합니다. 유언은 특정한 상대방이 없으므로 그 중에서도 상대방 없는 단독행위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조금 더 덧붙여서 설명하자면, 단독행위의 이러한 일방성, 즉 타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그 사람에게 불이익을 줄 수 있다는 것을 감안하여, 대부분 단독행위는 요식행위(要式行爲, 일정한 방식을 필요로 하는 법률행위)입니다. 물론 유언도 요식행위이지만 그 이유는 일반적인 이유와 조금 다릅니다. 유언은 유언자가 사망한 후에 그 효력이 발생하기 때문에 그 전에 그 법률관계(法律關係)를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유증(遺贈)이란 유언자가 유언에 의하여 재산을 수증자에게 무상으로 증여하는 단독행위를 말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유증만을 유언이라고 생각하지만 유증은 유언의 내용 중 하나일 뿐이라는 것을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2. 유언 혹은 유증하지 못하고 사망할 때 재산은 어떻게 되나요?
이 질문에 답하기 앞서 먼저 상속이라는 용어의 정의를 알 필요가 있습니다. 상속(相續)이란 사람이 사망한 경우에 그의 재산상의 지위가 법률규정에 의하여 타인에게 포괄적으로 승계되는 것을 말합니다. 우리나라 민법은 법정상속주의(法定相續主義)를 채택하고 있습니다. 법정상속주의에서는 상속인, 상속순위, 상속분등을 모두 개인의 자유로운 의사와는 관계 없이 법률로 규정하여 그 변경을 인정하지 않습니다. 물론 유언자에게는 유언의 자유가 있기 때문에 그의 의사에 따라 마치 상속인을 지정한 것 처럼 효과를 낼 수는 있습니다.
결국 유언이 없으면 우리 법이 정한대로 상속이 이루어지게 됩니다.
우리 법은 상속인과 그 순위를 다음과 같이 정하고 있습니다.
민법 제 1000조는 혈족상속인의 순위를, 민법 제 1003조는 배우자의 상속 순위를 정해놓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상속인이라고 상속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피상속인이 사망(死亡)할 당시에 상속인이 살아있을 것을 전제로 합니다. 만약 살아 있지 못하다면 대습상속(代襲相續)이 일어나게 됩니다.
대습상속의 예를 들자면,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같은 사고로 인해서 동시(同時)에 사망할 경우나, 아버지의 사망이 할아버지의 사망에 선행(先行)할 경우, 할아버지의 재산적 지위는 손자에게 상속된다는 것입니다. 이 경우 손자의 상속순위는 아버지의 상속 순위에 가름한다고 하였으므로, 1순위가 됩니다.
다음으로 상속분(각 공동 상속인이 상속재산에 대하여 가지는 권리, 의무의 비율)에 대한 법조항입니다.
배우자의 경우, 공동상속인이 직계 존속, 비속이냐에 상관없이 공동상속인의 1.5배를 받게 됩니다. 따라서 피상속인에게 장남, 장녀, 배우자가 있는 경우, 상속분의 비는 1:1:1.5가 되며, 이를 배분율로 나타내면 2/7, 2/7, 3/7이 됩니다.
3. 드라마에 적용해볼까요?
유서 조작을 통해 공동 상속인들(사진 왼쪽 하단 이강석,사진 오른쪽 하단 박기순)으로 부터
유산을 가로채가는 은비령(사진 오른족 상단) <사진출처>: SBS E 뉴스
명동의 부동산 재벌인 이중만 회장이 죽자, 이중만 회장이 생전에 작성했다는 유서가 공개됩니다. 하지만 이는 이중만 회장의 고문 변호사 황장식(사진 왼쪽 상단)이 조작한 유서입니다. 이중만 회장의 늦둥이 아들 이강석과 이중만 회장의 아내인 박기순은 그 유서에 법정상속인인 자신들에게는 상속분이 전혀 없고 이중만 회장이 아끼던 은비령이라는 여자에게 유산이 모두 넘어가자 악의로 가득찬 음모를 눈치채고 분노합니다.
드라마 상 유언장이 위에서 말한 5가지 방식 중 어떤 것으로 작성 된 것인지는 불분명하나, 극 중 황장식이 정식 공증 절차를 밟았다고 말하는 것을 감안하면, 공정증서에 의한 유언일 것이라고 추리할 수 있습니다.
사실 드라마와 달리 공정증서에 의한 유언은 증인이 2명씩이나 필요하므로 위조, 변조가 상당히 어렵습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는 만큼, 유언 내용이 누설되기 쉽다는 단점이 있기도 합니다.
드라마상 가엾게도 주인공 이강석은 자신의 법정상속분을 전혀 받지 못하고 불우한 생활을 시작합니다. 분명 시청자들은 이 상황에 대해 분노를 느낄 것입니다. 우리는 왜 이 상황에 대해 분노를 느낄까요? 유산이 유언자의 혈족상속인인 아들 이강석과 배우자인 박기순에게 하나도 가지 않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직감적으로 느끼기 때문일 것입니다. 우리나라 민법은 이런 불합리한 상황을 막기 위해 유류분(遺留分) 제도를 두고 있습니다. 유류분 제도란 피상속인의 유언에 의한 재산처분의 자유를 제한함으로써 상속인에게 법정상속분에 대한 일정 재산을 확보해주는 제도입니다. 그렇다면 일정재산이란 어느 정도를 말하는 것일까요.
4촌이내의 방계혈족은 유류분권이 없다.
우리 민법에 따르면, 유류분권리자는 수증자(受贈者, 유증을 받는자)로부터 수증재산의 반환을 청구할 권리를 갖습니다. 즉, 이강석과 박기순은 은비령으로부터 자신의 유류분을 반환 받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드라마 상 유증 금액이 176억원인 것, 민법 제 1112조 제 1호와 2호를 모두 고려한다면 이강석과 박기순은 각각 35.2억원과 52.8억원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사실 상속비용이 상속재산에서 지급된다는 것을 감안하면 이 금액 보다 적은 금액을 받게됩니다.) 현실에서 그들은 여전히 부자입니다. 유류분 제도는 개인의 유언의 자유를 본질적으로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유증의 목적, 즉 상속인에게 최소한의 생활보장을 해 주어야 한다는 것을 고려한 제도라는 점에서 법적 의의가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마치며......
<사진 출처>: 조선비즈
유언장의 요식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특히 '날인'이 꼭 들어가야 한다는 것을 기억합시다.
공정증서에 의한 유언의 위조가 너무도 쉽게 이루어 졌다는 점과 유류분 제도의 입법이 1977년에 이루어졌음에도 저 당시 상황이 1990년대 후반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극의 상황과 현실이 약간의 괴리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물론 드라마의 긴장감을 위해서 생략할 수 있는 장치라는 것은 충분히 이해합니다. 다만 이러한 제도가 있다는 것을 안다는 것은 법적으로 상당히 중요한 것이겠지요. 더군다나 유언과 상속 같은 경우는 우리 생활과 아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으므로 그 중요성이 더 하다는 것을 인식해야 겠지요.
- 대검찰청 블로그기자단 9기 김명수-
출처 - http://blog.daum.net/spogood/238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