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12. 1 SERICEO 강의자료에서 발췌
한국형리더십
< 서희에게 배우는 협상의 리더십 >
박현모 실장
한국학중앙연구원
◇ 실용외교의 대표인물, 서희
“결코 있어서는 안되는 크기로, 절대 함께 있어서는 안되는 강대국들 사이에 끼어있는 나라” 500년을 지속한 왕조, 고려.
“엄청난 국력 차이, 불리한 지리적 위치에도 고려가 생존한 비결은 ‘실용외교’에 있다.”
- 제임스 팔레 교수 -
◇ 고려, 건국 75년만의 환란
993년 거란군의 대규모 침입, 적장 소손녕은 평안북도 봉산군까지 함락.
패닉상태에 빠진 고려! 이때 외교관 서희는 자청해서 적진으로 들어가 협상했다.
결과는?
평화적 해결에 강동 6주까지 획득!
과연 서희는 어떻게 협상했던 것일까???
◇ 서희가 진행한 협상의 순서
• 예비협상 - 상견례에서 기선잡기.
• 본 협상 - 침략이유에 대한 공방, 핵심조건 수락을 위한 밀고 당기기,
상호조건의 교환과 끝내기 수순.
• 후속협상 - 상대방과 인간적 신뢰 쌓기.
◇ 예비협상, 그 주도권 잡기
소손녕과의 첫 대면에서,
소손녕은 군신 간의 禮를 요구했으나 서희는 대신 간의 대등한 禮를 주장.
• 절충이 안되자 서희는 “노해서 숙소로 돌아와 드러누워버렸다.”
• 소손녕 “마루로 올라와 서로 인사를 나누자” 제안.
• 서희는 인사를 나누고 동서로 마주 앉았다.
<고려사절요> 당시 소손녕은 서희 태도를 ‘마음속으로 기이하게 여겼다.’
기선을 잡고 신뢰를 얻어낸 당당하면서도 예(禮)에 합당한 서희의 태도.
◇ 본격적인 협상의 시작
침략이유를 둘러싼 공방.
“너희나라는 신라 땅에서 일어났고 고구려땅은 우리 소유인데 너희들이 침략해 차지했다.
또 송나라를 섬기고 있어 출병하게 된 것이다.”
<소손녕이 제기한 출병의 2가지 이유>
1. 고구려 땅을 차지하고 있다.
2. 송나라를 섬기고 있다.
◇ 서희의 대응
둘 다를 양보하거나, 송나라와의 국교를 포기할 수 없다고 말했다면?
자신이 고려조정으로부터 버림받거나 양국이 대규모 전쟁으로 치달았을 것.
그렇다면 서희는?
“고구려를 계승한 나라는 바로 우리나라다.
그렇게 되면 귀국의 동경이 우리의 국토인데 어떻게 침범했다고 할 수 있는가?
또 조빙(朝聘)이 통하지 않은 것은 여진족 때문이다.” (고려사 21권 열전7)
◇ 핵심조건 수락을 위한 밀고 당기기
끝에 여진족 문제를 들어 상대방이 원하는 국교수립이라는 핵심적인 조건을 받아들이면서, 고구려 영토문제는 결코 양보할 수 없음을 밝혔다.
이에 소손녕은 아무런 반박도 하지 않았다.
◇ 왜 최종결론을 남겨뒀을까
상대방의 핵심조건을 수용하되 최종결론은 남겨놓는 신중한 태도.
“귀국이 우리와 국경을 접하고 있으면서도 바다를 넘어 송나라를 섬기기 때문에 출병했다.”
- 소손녕 -
거부한다면 전쟁, 수용한다면 정치적 진통과 혼란. 서희의 선택은?
◇ 결국 최종협상안이 나왔다!
"지금 여진이 압록강 안팎에 몰래 숨어살면서 길을 막고 있으니, 당신네 나라로 가기 어렵다.
만약 여진을 쫓아내고 그들이 차지하고 있는 우리의 옛 성을 돌려준다면,
왜 조빙하지 않겠는가." (고려사 21권 열전7)
제3자(여진)를 거론해 새로운 길을 모색,
적장의 요구를 수용하면서도 고려조정에서 의논할 문제는 유보.
결국 상대가 서둘러 최종협상안에 조인하게 만들었다.
◇ 협상은 어떻게 끝내는가
전쟁종식, 국교체결, 영토반환, 강화조건을 확정 짓기 위해 서희는?
“장군께서 만약 내 의견을 귀국의 임금에게 전달하기만 한다면 틀림없이 받아들이실 것.”
서희의 외교경륜을 가장 잘 보여주는 말.
상대방의 입장에 서서 퇴로까지 알려주는 협상은 매우 드문 일!
“말투가 강개하여 소손녕도 억지부릴 수 없음을 알고 자기 조정에 그대로 보고했다”(고려사)
◇ 후속협상단계에서 해야 할 일
강화협정이 체결된 후 소손녕의 잔치초대에 “우리나라의 상하 모두가 무기를 든채 여러 날을 들판에서 보냈는데 어떻게 즐기겠는가.”
→ 자신의 책무와 충절을 보여준 말.
소손녕이 재차 청하자 참석해, “적극적으로 즐겁게 놀다가 돌아왔다”
→ 신뢰를 쌓고 인간적 다리를 놓은 행동.
소손녕은 서희에게 낙타 10마리, 말 100마리, 양 1000두, 비단 500필을 선물했다.
◇ 서희의 협상리더십
목숨을 내걸고 적진에 뛰어들어 위협에도 흔들리지 않고 기선제압, 역사논쟁, 핵심조건의 교환 및 마무리단계까지 성공시킨, 실용외교의 대표인물 서희.
(박철원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