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가 말하는 미찬년에 난도드가나?"
"우리 마을에
미친년이 뭐 여럿있나.."
"내 미친거 니 말고 딴 사람도 마이 아나?"
"뭔 사람이 아는 체를 그리 해요? 낯짝에 짝대기는 들이대고…"
표현철과 문상상 국군 일행이 동막골 청년을 따라 험준한 산고개를 넘는다. 배고프고 지친 군인들을 걱정하며 마을로 안내하던
청년이 표현철 일행을 향해 던지는 쓴 소리 한마디. 얼굴에 총을 들이대고 위협을 해도 무서운 줄 모르는 동막골 사람의 순수함과 순박함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장면이다.
"얼마 전에 하늘에서 몸땡이 지단게 하나 뚝 떨어져서, 가이 약 구하러 다녀요.
아이들처럼 막 살라해서 동막골인데, 내막은 나도 잘 몰라요."
비행기 추락으로 부상당한 미군대위 스미스를 위해 약초를
구하는 수고를 아끼지 않는 마을 청년과 밝고 순수한 사람들이 사는 마을 동막골이 한 눈에 펼쳐지는 장면이다. 아늑하게 산골 능선으로 둘러싸여
있는 마을은 마치 꿈속에서나 볼 수 있을 것같이 따듯하고 정겹다. 10억 여 원의 제작비가 빛을 발하는 첫 순간.
"야아~ 눈이다야~"
마을 사람들을 사이에 두고 팽팽하게 대치하던 국군과 인민군이
며칠 밤을 새며 비몽사몽간이 되었을 때, 수류탄 핀이 예쁜 가락지로 보인 여일이 핀을 뽑아 도망친다. 얼떨결에 던져진 수류탄은 마을의 곳간을
날려버리고 겨울양식으로 모아 두었던 옥수수가 팝콘이 되어 마치 눈처럼 흩날린다. 긴장이 극에 달하는 장면을 아름답고 위트 넘치는 장면으로 한
순간에 뒤바꾸어 버리는, <웰컴 투 동막골>이 자랑하는 최고의 씬 중 하나이다. 실제로 1t 트럭 1대분, 100리터 용량의 50여
포대의 팝콘이 하늘에 뿌려졌다.
"이쪽으로 날래 피하라우!"
어린 동구와 스미스가 숲
속에서 멧돼지를 만나 쫓기자 군인들은 누구라고 할 것도 없이 나서서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몸을 던진다. 누군가 위험에 처한 순간 적군도 미움도
없어지고 서로를 구하기 위해 놀라운 팀웍을 보여주는 군인들. 이 사건을 계기로 군인들 사이의 벽이 허물어지기 시작하고 이들은 점차 '동막골'의
주민처럼 변해간다. 블루 스크린을 배경으로 진짜 멧돼지와의 길고 긴 사투 끝에 탄생시킨 <웰컴 투 동막골>의 명 장면 중 하나이다.
"괜히 착한 사람들 피해주지 말고, 마을 밖으로 나가서 담판 짓자우 "
인민군
'리수화'는 매복해 있던 국군에게 부대원을 모두 잃고 산골짜기를 헤매던 중 소녀 '여일'을 만나 동막골까지 오게 된다. 연합군, 국군과 함께
있는 상황이 당황스럽지만 그에게도 동막골은 특별한 존재로 다가온다. 좀처럼 긴장을 풀지 못하는 표현철에게 먼저 손을 내민 동막골을 지켜야만 하는
상황이 주어지자 그는 누구보다 앞장서 표현철을 대장으로 추대한다.
"빨갱이 새끼들, 지난 밤에 우릴 살려
둔걸 후회하게 될 거다"
한강 다리를 폭파하고 죄책감을 못 이겨 탈영한 국군 표현철은 동막골에서 조차 다른 사람들에게
쉽게 마음의 문을 열지 못한다. 그러나 위기에 몰린 인민군을 죽음을 무릅쓰고 구해 주는 속정 깊은 의리파. 그는 국군, 인민군, 연합군 모두가
목숨을 걸고서라도 동막골을 지켜야겠다는 결정이 내려지자 사상 초유의 연합군을 선두에서 이끌게 된다.
"근데
있잖어, 쟈들하고 친구나?"
인민군 리수화 일행을 동막골로 안내해 오는 마을의 가장 순수한 소녀 여일. 정신 세계가 약간
특이한 것처럼 보이지만 말하는 것이나 행동하는 것이 하나하나 다 예쁘기만 하다. 서로를 향해 눈을 부라리고 길다란 막대기(총)로 위협을 가하는
국군과 인민군의 닮은 모습을 보며 '너희들 친구나?'하는 질문으로 군인들을 당황스럽게 만드는 귀여운 소녀. 어린 인민군 소년의 가슴에 아릿한
첫사랑의 두근거림을 심어주기도 하는 여일은 마을의 손님인 국군, 연합군, 인민군에게 동막골의 상징이나 다름이 없다.
"이게 뭐이가, 전장터에 나가믄 밀가루 한 푸대씩 준다기에 총대 매고 나왔더니…"
리수화를 따라 겨우 살아남은 40대 인민군 하사관. 겁도 많고 장난기도 많지만 무엇보다 푸근한 인정으로 국군과 인민군
사이의 긴장감을 슬며시 녹여 내린다. 먹을 것도 먼저 내밀고, 어린 혈기에 막무가내로 덤벼드는 소년 인민군을 다독이며 사람과의 관계를 조절해
간다.
"도대체 왜 자꾸 감자만 먹이는 거야, 누구 영어하는 사람 없어?"
알 수
없는 이유로 동막골에 추락한 미전투기의 조종사. 마을 사람들에게 구사일생으로 구출되어 보살핌을 받지만 정작 자신은 말도 통하지 않는 상황이
답답하기만 하다. 무슨 말을 하기만 해도 감자와 옥수수를 들이밀어 먹이는 사람들이나 돼지우리 위에 지어진 화장실 같은 것이 무섭고 낯설기만
하다. 그러나 마을 소년 동구와 친구가 되고 자신을 진심으로 대하는 사람들의 순수한 마음에 조금씩 익숙해져 간다. 결국 마을이 위험에 처하게
되자 한국인 군인들과 함께 마을을 지키는 연합군이 되길 자처한다.
"걱정 마세요, 우리 정말 착한
사람들이예요"
건빵 한 봉지 들고 탈영해 나온 국군 위생병. 미군부대 앞에서 클럽을 돌며 멋쟁이를 꿈꾸던 끼 많고 귀염성
있는 청년이다. 겁도 많고 꾀도 부리지만 마음만은 착하고 여려서 번번히 날카롭기만 한 표현철을 어르고 달래며 분위기를 띄운다. 동막골을 지키기
위해 다같이 나설 때도 너무나 무서워 도망치고 싶지만 정을 나누었던 인민군 장영희가 위험에 처하자 망설임 없이 몸을 던진다.
"내가 열 일곱살이라고 무시하는 거이가? 다 덤비라우!"
남쪽에서 먼저 침범하여
전쟁이 난 줄 알고 국군이라면 이를 가는 순진(?) 한 인민군 소년병. 동막골에서 국군을 만난 후에도 다 쓸어 버리자고 큰소리를 치지만 아직
사람 한번 못 죽여본 풋내기 병사다. 위험에 처한 자신을 목숨 걸고 구해준 표현철과 문상상에게 마음이 움직이고 동막골의 귀여운 소녀 여일에게
풋사랑을 느끼면서 점점 사춘기 소년의 모습을 찾아간다. 부끄러워 여일에게 말도 잘 붙이지 못하는 순박한 소년이지만 여일과 마을 사람들을 위해서는
여느 남자 못지않은 용기를 발휘한다.
"영도력의 비결? 글쎄… 머를 마이 멕에이지, 머"
동막골의 제일 어른으로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들이지만 반갑게 맞이하여 정성을 다해 보살핀다. 한없이 인자하고 지혜로우면서도
군인들끼리 다투다 사고라도 칠 것 같으면 위엄이 넘치는 모습으로 제압하는 마을의 지도자. 이 많은 사람들을 이끌어 갈 수 있는 지도력이
무엇이냐는 리수화의 은근한 질문에 '풍족하게 먹을 수 있게 해주는 것'이라고 가뿐하게 답해준다.
"그게 저…
제가 '하우 아 유' 하면 이 사람이 '파인드 앤유'를 해야 되거든요?"
마을 아이들의 선생님이자 전쟁이나 총에 대해서
아는 유일한 지식인이다. 마을로 흘러 들어온 스미스와의 의사소통 임무를 맡고 영어책을 펴 들어 보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다. '손들어', '꼼짝
마' 등 군인들의 말이 전혀 통하지 않는 마을사람들에게 통역 역할을 해주느라 진땀을 뺀다
"스미스요? 그럼
성이 '스'래요? 스씨도 다 있나?"
개구쟁이인데다 호기심도 많고 배짱도 두둑한 마을의 귀염둥이이다. 외지에서 손님들이
와서 신이 나지만 그 중에서도 특히 스미스 아저씨가 너무도 좋다. 마을 근방을 신나게 쏘다니다가 스미스의 전투기와 미군 수송비행선 등 추락한
잔해를 찾아내 놀이터로 삼는다. 동구가 찾아낸 수송선과 그 안에 실려 있던 무기들이 군인들에게 최후의 결심을 하게 만든다.
"자래 머리에 꽃꼽았습네다"
임하룡 아저씨가 정재영한테 여일이가 정상이 아니라고
귀뜸해주는 장면
“웰컴 투 동막골 NG 장면
구경해보시래~요”
개봉 한 달여만에 역대 한국 영화 흥행순위 4위에 오른 화제의 영화 ‘웰컴 투 동막골’ NG 장면입니다.
배급사인 쇼박스(주)미디어플렉스가 지난 달 공개한 동영상으로 영화에서는 볼 수 없었던 NG 장면들을 통해 배우들의 진솔한 모습을 만나볼
수 있으며, 웃음소리가 끊이질 않는 화기애애한 촬영 현장 분위기도 고스란히 느껴볼 수 있습니다.
‘웰컴 투 동막골’은 6.25 전란
가운데서 피어나는 가슴 따뜻한 인간애를 담은 영화로 국군도 인민군도 미군도 한편이 되는 무(無)적의 마을 ‘동막골’이 그 배경입니다. 결코
어울릴 수 없을 것이라 생각했던 이들이 신비한 마을 ‘동막골’에 '표류'되면서 순박한 마을 사람들과 벌어지는 좌충우돌 코믹한 이야기를 담고
있지요.
실제 영화 속에서 이를 뽑는 장면을 촬영하는 아역배우 권오민군. 그러나 흔들리는 이가 빠지지 않아 연신
NG를 내고 마는데요. 이는 뽑히지 않고, 벌겋게 달아오른 이마만 아프다고 울상 짓는 모습이 무척 귀엽습니다.
국군 표현철과 인민군
리수화가 나란히 앉아 술을 마시는 장면. 신하균이 안주로 너무 딱딱한 생 옥수수 알을 건네자 NG가 납니다. 웃으며 도망가는 신하균씨와 “야!
생 옥수수야. 일루와”라고 말하며 따라가는 정재영씨. 서른 넘은 두 배우가 아이처럼 귀여워 보이기까지 하네요.
보고 나면 눈물나게
찡하고 가슴 따뜻한 영화 ‘웰컴 투 동막골’. 그러나 NG 장면은 마냥 유쾌하기만 합니다.
▲수류탄 폭탄으로 옥수수가 팝콘으로 변해 ‘팝콘비’가 내리는 장면은 이
영화의 명장면으로 꼽히고 있다.
▲영화 ‘웰컴 투 동막골’의 주인공들.
한편, 영화 ‘웰컴 투 동막골’은 감칠맛 나는 강원도 사투리가
자주 등장해 많은 화제를 낳았는데요. 극 중 머리에 꽃을 꽂고 ‘광녀’로 출연하는 여주인공 강혜정씨의 귀엽고 엉뚱한 대사들이 네티즌들에게 큰
인기를 끌기도 했습니다.
다음은 강혜정씨가 맡은 동막골의 순수처녀 ‘여일’의 명대사입니다.
“내 좀 빨라, 난 참 이상해. 숨도 안 맥히고.......
이래
이래 팔을 빨리 휘저으믄 다리도 빨라지미,
다리가 빨라지믄 팔은 더 빨라지미,
땅이 뒤로 막 지나가미.
난 참 빨라. 우티
이닷한지(어째서 그런지).”
“으때...., 멋지나?”(헬멧을 쓰고 어린 동구가)
“수박
껍데리를 뒤집어 쓴 거 같다”(여일 - 강혜정)
“미친년한테 물어본 기 잘못이지....”(어린 동구)
“동구, 니가 말하는 미친년에
나도 끼나?”(여일)
“이래이, 우리 마을에 미친년이 뭐 여러 개 있나? 니 머리에 꽃 꽂았제?”(동구)
“(수긍하며) 내가 미친거
니 말고 딴 사람들도 마이 아나?”(여일)
“비암이 나와”
“비암이 깨물면 언만나 아픈줄 아나? 언능
나와.”
“비암이 안물드나? 멀쩡한 거 보이 아적 안물었구나.”
“근데 있잖아, 쟈들하고
친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