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안느 페이스풀*
강인한
간절하면 이루어지나 봐요, 마리안느 미안해요 당신을 간밤 꿈속에서 만났어요 나랑 둘이서 피나콜라다를 마시기 위해 구석진 카페에 앉았는데 안타깝게도 어둠이 안개처럼 피어오르고 있었어요 그 어둑한 두 그림자가 졸아들어 촉촉한 슬픔의 촉을 올려 오늘 내 가슴 속 어딘가 키 작은 제라늄 꽃나무로 돋아나고 있어요
당신은 낯선 곳에 가서도 나무들의 이름을 불러주고 꽃들의 하염없이 작은 말을 귀기울여 들어주는 착한 여인, 깊은 눈빛 아름다운 여인 나는 당신의 발가벗은 몸에 장미 꽃다발을 바쳐요 장미꽃으로 앙증맞은 당신의 가슴을 장미꽃으로 간지럼을 기다리는 당신의 배를 장미꽃으로 당신의 허벅지를 다리를 가볍게 가볍게 두드려요 나를 보는 당신은 가을하늘 새털구름, 셀로판지 같은 웃음을 던져주고
마리안느, 당신의 깊은 눈동자 속에 장미꽃 장미꽃 한 잎의 꽃잎에 작은 물방울 물방울에 갇히고 마는 오토바이 한 대 지금 내 귓속에는 작은 새처럼 당신이 날아오는 안개 낀 새벽 오토바이의 길고 긴 폭음이 눈부신 금빛으로 붕붕거려요
이제 턱 밑에서부터 지퍼를 내가 열게요 신비로운 당신의 가슴골과 비밀스레 떨고 있는 아랫배까지 열어갈게요 검정 가죽슈트를 한숨에 열어서 당신의 흰 알맹이를 꺼낼 거여요 그리하여 내 입에 머금은 피나콜라다를 당신에게 부어주고 싶어요, 마리안느 예쁜 제라늄 화분에 물을 주듯이 성당의 성수대에 성수를 흘려 넣듯이
* 망디아르그의 소설 「오토바이」를 원작으로 한 영화에
알랭들롱과 함께 출연한 영국 가수, 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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