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4(일) 16:00~ 중구 구민회관에서 도보순례 해단식
가장 무더운 여름날씨. 장마가 중부지방과 남부지방으로 오락가락 했던 변덕스러웠던 기간에 남쪽 구례-순천만 남도 3백리길에서 9박10일간 실시된 청소년화랑단 여름방학 도보순례.
얼마 전 서해안 어느 사설해병대캠프에서의 사고발생으로 여름캠프에 대한 이미지가 좋지 않았던데다가 어제는 어느 국토순례단에서 단장으로부터 폭행을 당했다고 신고한 사례가 발생하는 등 어수선한 분위기여서 매우 걱정스러웠는데 다행히도 무사히 완보하고 서울로 복귀했다. 특히 마시는 물이 바뀌고 찬물을 많이 마시거나 음식물로 인해 배탈이 나는 경우가 많아 항상 긴장한다. 앞의 사설캠프에서는 보험가입이 안되었다고 뉴스에 방영되었지만 가입 및 처리절차가 불편하여 오히려 즉각조치하는 편이 낫기도 하다. 화랑단 도보순례가 20년 가까운 운영경험이 축적되다 보니 예상되는 문제가 대부분 잘 예방처리되고 있다. 80여명의 순례자에 지도선배와 자원봉사 대학생 등 20여명이 동참하고 있으니 체제가 잘 갖추어진 셈이다.
2003년의 전국 해안선 일주 3,000km도보순례 이전인 1999년 여름에 대학 다니던 아들이 부산에서 서울까지 도보순례하는 16박17일의 박카스 국토대장정에 참가하여 완보하는데 중간 응원을 갔던 적이 있다. 힘든 가운데서도 일사불란한 그 젊은이들의 움직임이 매우 감동적이었다. 완보 후에 훨씬 철이 든 아들의 마음가짐에 무척 흐뭇했던 기억이 난다.
세상살이에는 예행연습이란게 없다. 연습을 거쳐 실상황을 맞는다면 미리 좋은 방향으로 선택하여 그에 맞게 행동할 수 있겠지만 그런 예행연습의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 모든 상황이 다 실상황이다. 그러니 무언가 비슷한 상황을 미리 체험하거나 그보다 더 어려운 상황을 이겨내는 훈련기회가 필요하다. 그래서 몸과 마음이 어려움에 처하는 극한상황 극복훈련에 동참하게 한다. "Impossible is nothing." (불가능은 뭐 별것도 아니다)라는 체험을 하고 나면 왠만한 상항에는 두려움이 적어지고 자신감이 생긴다. 마라톤 풀코스 완주해 본 사람은 하프코스 정도의 달리기에는 별로 두려움이 없다. 언젠가 100km 울트라마라톤을 준비하면서는 풀코스정도는 연습삼아 달려본 적이 여러번 있다.
초등학교 4학년 학생으로부터 고등학생까지 전국 여러 곳으로부터 많은 학생들이 참가했다. 이 기간 중에 학원에 다니거나 시원한 수영장을 가고 집에서 수박을 먹으며 선풍기, 에어컨 바람을 받으며 지낸 친구들도 있을 것이지만 지나고 보면 뙤약볕 아래 뜨거운 아스팔트길을 걸으며 어려움을 체험해 본 이들의 경험은 앞으로 살아가는 길에 어두운 골목길을 지나는데 작은 등불역할이 되어주지 않을까 기대가 된다. 전주에서 참가했다는 어느 젊은 아버지가 와서 인사를 한다. 초등학교 5학년 아들이 이번에 참가했는데 내년에는 그 동생도 참가시키려 한다고...
아침 9시반에 순천에서 출발하여 오후 3시 중구 구민회관에 도착하여 해단식
엄마와 할머니까지 마중나오셨다
국토순례 해단식 축사
더운 날씨와 달라진 환경을 이겨내고 성공적으로 순례를 완보한 여러분! 수고 많았습니다. 그리고 축하합니다.
마중 나오신 부모님들은 이 삼복더위에 자녀들을 멀리 뙤약볕 아래로 내보내 놓고 혹시나 무슨 일이 생기지 않을까 무척 걱정이 많으셨지요? 오늘 완보하고 온 모습을 보니 어떻습니까? 10일 전 출발 때는 억지로 끌려온 듯한 어정쩡했던 모습이었는데 훨씬 밝고 활달한 모습으로 바뀐 것을 보니 흐뭇하지 않습니까?
어려움을 통해서 사람은 성장합니다. 그리고 발전합니다.
9박10일간 몸이 성장하고 마음이 성장하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그 동안 학생 여러분들은 자연과 가장 가까이에서 함께 했습니다. 하늘과 구름, 바람, 땅, 들판, 개울, 나무, 풀, 그리고 이름 모를 새들과 벌레들, 자연속의 수많은 것들과 함께 사는 법을 배웠습니다. 사람이 모든 것을 다 가지는 주인이 아니라 잠시 빌려 쓰는 것이라는 사실을 체험했습니다. 공부는 책이나 강의에서 얻어지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 직접 체험하면서 익혀지는 것이 진짜라는 사실도 알게 되었습니다.
부모님의 보호아래에서 자라다가 달라진 환경과 친구들 속에서 철저하게 혼자였습니다. 이 여건을 견뎌내기 위해 자신의 모든 안테나를 세워야 했습니다. 스스로 이겨내고 적응하는 지혜가 터득되는 기회였습니다.
무엇보다 지금까지 몰랐던 사소한 것에 대한 소중함과 고마움을 알게 되었습니다. 물 한모금이 소중하고 선배와 친구의 한마디 말이 고맙게 느껴졌을 것입니다. 더우면 샤워를 하고 선풍기바람을 쐴 수 있는 가정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 실감했을 것입니다. 여러분에게 주려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여러분은 익혀 가져왔습니다.
학생 여러분! 여러분은 이제 어린이가 아니라 미래의 세상을 개척해 나가는 열정적인 청춘의 모습으로 살아가세요. 안되는 일이 없고 두려워할 일이 없습니다. 그냥 하면 된다는 자신감으로 희망찬 앞날을 열어가기를 기대합니다.
그리고 부모님 여러분! 국가의 미래는 젊은이들에게 달려 있고 한 가정의 미래는 자녀들이 어떻게 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부모님께서는 자녀들이 건전한 몸과 마음으로 세상에 이로움이 되는 일을 해 나가도록 잘 지도해 주세요.
유제천대장과 지도선배, 그리고 순례자여러분 모두 수고했습니다.
2013. 8. 4
한국청소년화랑단 명예단장 전인구
표창장 수여.
수료증 및 봉사활동 확인서는 전 참가자에게 수여
"내년에 또 만나요" 전원이 돌면서 인사 후 모자 던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