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인연
아주 오래진 인연을 맺고 자매처럼 지내는 최숙이와 오은이와 식사를 하기로 했다
맹순이는 직장 일로 인해서 나오지를 못한다고 한다
먹고 사는 것이 무엇인지 맹순이는 집을 구입하고 딸 아이를 호주로 유학을 보낸 후
부족한 돈을 채우느라 모임에도 자주 못 나오고는 한다
점심은 최숙이가 강의가 끝나는 시간에 맞춰서 빕스에서 하기로 했다
월요일은 요일 할인이 적용되는 날이라 30% 낮은 가격으로 식사를 할 수 있는
날이기 때문이다 주부에게 30% 세일은 아주 좋은 기회이기 때문이다
식사를 하는데 옆 테이블에는 모 방송국 젊은 연예인이 친구와 왔는데
눈이 마주치면 웃었다 다른 날 같으면 같이 인증 사진이라도 찍었겠지만
오늘은 그럴 기분은 아니다
그 연예인과는 두 번째 만남이다
우리는 인사만 주고받았다
나는 식사는 하고 있었지만 생각은 다른 곳에 있었다.
며칠 전에 받은 전화가 생각이 났기 때문이다
“저 병원에 있습니다. 사고가 났습니다.“
그러셨군요 시간 날 때 들리겠습니다
그런데 그게 언제가 될지 모르겠습니다
수화기를 통해 들려오는 소리는 나직하고 힘이 없게 느껴졌다
작은 사고 같지는 않다는 것이 예감이었다
생각은 하루의 일정에 관해 분주하게 움직였다
지인들께 보내기로 한 책 4권이 가방에 들어 있어
무겁기도 하고 해서였다
식사중인데 들어오는 손님들이 첫눈이 내린다고 한다
오은이는 사진을 찍겠다고 왔다 갔다 했지만
내 마음은 서방님 생각으로 인해 첫눈에는 관심이 없었다
아침에 목소리는 목이 잠기고 상태가 많이 안 좋아 보였기 때문이다
저녁 숨바꼭질 놀이에서 기분이 별로 좋지 못하게 잠이 든 상태라
서방님 몸 상태가 더 나빠졌을 거라는 생각이 들자 미안함과
안쓰러움이 들었기 때문이다
최숙이와 오은이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식사를 하다가
식사 후 병원을 들릴 거라고 했더니 오은이가 관심을 보였다
최숙이는 가고 오은이와 병원으로 갔다
원이는 글을 쓰고 있었다
한문으로 쓰고 있어서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정성들여 글을 쓴 듯 보였다
안부를 묻고 인사를 나누다 기도를 하게 되었다
사건의 전말도 모르면서 ......
원이는 울고 있었다
기도가 끝나고 원이가 말했다
커피 한 잔 사 주이소
환자가 커피 마셔도 되나
우리는 원이를 휠체어에 태우고 1층 커피숍으로 갔다
로비에서는 환경을 새로 조성하느라고 시끄러웠다
전기를 과다하게 사용한 터라 무엇이 타는 냄새가 났다
실내 조경을 하는 분들의 목소리와 기계음으로 인해
대화가 무난한 것은 아니었지만 우리는 커피숍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원이의 사고 전후 이야기를 했다
얼마 전 음악회를 며칠 앞두고 있을 무렵
문화회관으로 만나러 온 원이에게 전시회도 함께 해보자고
제안도 하고 그랬다
그 날 장미 아파트에 사는 영등포 윈드오케스트라 단원으로 있는
용성씨도 오라고 해서 식사를 같이 했다
둘은 처음 만났다
두 사람은 같은 장애를 가졌다
용성씨도 휠체어가 없으면 걷지를 못하고 원이도 목발 없이는 움직이지 못한다
세상에는 건강하고 흠 없는 사람이 대부분이나 날 때부터 장애를 가지고 태어난
사람들도 더러 있는데 윈이와 용성씨는 날 때부터 장애를 가지고 태어난 것이다
음악성은 두 사람 다 가지고 있다
용성씨는 연주회도 가봤지만 전문 음악인으로 자리를 잘 지켜가고 있다
한 때는 그들과 더 어려운 장애인을 위한 연주도 했다
두 사람은 처음 만났음에도 공통분모가 있어서인지 형 동생을 하기로 했다
그렇게 첫 만남의 시간을 보내고 ..
한 달이 지난 것이다
원이는 경상도 어느 곳으로 은사스님을 모시고 강의를 다녀온다고 했다
그런데 가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긴 것이다
낮선 길.. 어느 곳에서 사고가 난 것이다
결국 인사 사고가 되어 길가에 주차 되어 있던 차 주인은
그 자리에서 사망을 하고 만 것이다
차에 타고 있던 여인은 생명에 지장이 없는데 차에서 내려 바람을 쏘이던 남자 분은
그 날이 제삿날이 되고 만 것이다
운명은 제천이라고 하지만 너무도 가슴 아픈 일이 일어나고 만 것이다
차 앞부분에 서 있던 남자 분은 결국 그렇게 .. 저 세상으로 가고 만 것이다
문제는 여기서 부터다
사고를 낸 차에 탑승하셨던 은사스님도 많이 다쳤다고 한다
어느 스님께서도 병문안 이야기를 남겨 놓은 것을 봤다
은사스님도 여러 가지 환경이 좋지 않아서
강의를 해야 밥을 먹을 만큼 어렵다고 한다
무소유를 외치는 분들이니 그럴 수도 있다고 하지만
정작 어려움이 닥쳐왔을 때 누구의 도움이 없으면 병원도 못가는 처지라면
너무도 가슴 아픈 이야기가 아닌가 싶다
원이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려니 마음이 많이 아팠다
사고 후 검사 과정에서 목에서 악성종양이 발견되었다고 한다
담당의사는 23일 여의도 모 병원에 수술 의뢰를 했다고 했지만
지금으로서는 수술도 사치라는 생각이 들어 수술도 거절했다고 한다
저 세상 사람이 된 분도 있는데 어떻게 일도 해결되지 못한 상황에서
수술을 받는 나는 것이었다
아내도 얼마 전에 폐암이라는 말을 들었다
가정 형편이 어렵다보니 그런 상황에서도 도시락 공장에서 일을 하는데
쉬운 일은 아니라고 한다
건강한 사람도 힘이 드는데 암이라는 진단을 받고 살기 위해,
아이들을 위해 일을 한다는 것이 말처럼 쉬울까
원이에게는 두 명의 딸이 있다
이제는 성년의 나이가 되어 작은 아이는 자기의 일을 하며 살지만
큰 아이는 아빠 간호를 위해 직장은 그만 두게 되었다고 한다
밖이 어두워 질 때까지 오은이와 나와 원이는 지나간 이야기에
정신을 집중하고 있었다
이야기 중에 내거 경험했던 과거의 일도 말했지만
사람이 산다는 것 어느 것 하나 쉬운 것 없다
특별히 사람과 사람 관계는 더 그렇다
이야기가 끝나고 밖으로 나오니 검은 구름이 하늘을 가리고 있다
지금까지 살면서 이렇게 어두운 구름은 처음 봤다
땅 속 어딘가에서 천년을 숨죽였던 연기가 솟아 오른 듯
서울 하늘의 주변은 먹물을 뿌려 놓은 듯 했다
공항대로를 달리는 차 안에서 지난 시간을 회상해 보았다
원이도 딱따구리 스님과 인연이 되었던 곳이다
어쩌면 그들은 서로가 이름도 모르고 살 수도 있지만
참으로 특별한 인연인 것만은 틀림없다
내일은 딱따구리 스님께 전화를 해야겠다
죽어가는 목숨하나 살려 달라고,,,,,,
2013년 11월 18일 棒口