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방에 옷장이 없어서 불편하다고, 옷장을 하나 사달라고 졸라댔답니다. 게다가 우리 집은 투박하기만 했지 이쁘고 아기자기한 곳이 한군데도 없다며 시위를 했답니다.
가구점에 나가서 맘에 드는 옷장을 고르라고 할 수도 있지만, 무엇이든지 손으로 만들어야 직성이 풀리는 애들아빠가, "그래? 그럼 만들어 줄게." 하고 약속을 했던 거랍니다.
그렇게 옷장을 만들게 되었는데, 집 짓다 남은 각목과 합판을 이용해 만들려고 하니 영 모양새가 안 나오는군요.
게다가 문에 다는 경첩을 인터넷 철물점으로 주문을 했는데, 물건이 잘못 배달되는 바람에 애들아빠와 철물점사장이 한동안 실랑이를 했답니다. 남과 싸움하는 법을 모르는 애들아빠가, 모든 책임을 전가하기만 하는 빤지르르한 장사꾼에게 당해서 그 억울함에 며칠동안 혼자 끙끙거리고 있기에, 제가 전화를 해서는 무섭게 쏴붙였답니다.^^ 그래서 결국 미안하다는 사과도 받아내고 물건도 제대로 된 것을 받게 되었답니다.
그런 우여곡절 때문에 옷장을 완성하는데 열흘이 넘게 걸렸답니다. 애들아빠가 만드는 옷장 한 번 보실래요?

먼저 각목으로 프레임을 짰습니다. 각목은 일명 '다루끼'라는 허드렛(?) 나무인데, 이 나무들을 그라인더로 죄 다듬었답니다. 이불도 넣고 옷도 넣게끔 이왕이면 크게 만들어달라고 했답니다.
별 것 아닌 것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가구를 만드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랍니다. 수평과 수직은 물론 각도도 정확해야 하고, 모양도 신경을 써야 되는데 그게 쉬운 일이 아니거든요.

문이 달린 가구를 만들 때는 문을 만들기가 가장 힘듭니다. 조금이라도 실수를 하면 문이 뻑뻑하기도 하고 뒤틀리기도 하고 영 거시기하답니다.^^

문틀을 만드는 동안, 저는 미송합판에 금을 그었답니다. 조수생활을 오래 하다보니, 이젠 뭐가 필요한지 척척 안답니다. 미송합판은 나무 무늬나 옹이까지 생생하게 살아있기 때문에, 그 자체로도 훌륭한 인테리어가 된답니다.

이렇게 미송합판을 문에 고정을 시키니, 이쁜 문이 되었어요.

옷장틀에도 합판을 오려 붙였답니다. 워낙 우리집 통나무 벽이 울퉁불퉁하다보니 합판 오려붙이는 일도 장난이 아니었답니다.

여기에 나무 고유의 색깔을 그대로 유지하도록, 엷은 색을 칠했습니다.

문제 많았던 경첩으로 문을 달고 손잡이와 국화꽃 장식을 달고, 사포로 문지르고 나니
짠! 완성이 되었답니다.
허드렛나무로 만들었으니 비용도 거의 안 들고 구닥다리 모양이 우리집 분위기와 꼭 맞는답니다.^^
아이들이 원하는 아기자기하고 세련된 옷장은 아니어도, 투박하고 튼튼한, 세상에서 하나뿐인 옷장이 탄생했답니다. 엄마한테 혼난 날 혼자 몰래 들어가서 울어도 될 만큼 아주 넓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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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오랫만에 유율님,나무처럼님네를 들렸더니 그새 멋진 아이들 옷장을 뚝딱 만들어 놓으셨네요.^^* 투박하지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옷장이지요?
멋있고 보기에도 아주 그만인 작품이 탄생했네요~~~ 대단하고 보기 좋습니다... 지기헴! 고생하셨으라~~~ 따라 다니기두 힘드네~에효~~ ㅎ ^^***
"엄마한테 혼난 날 혼자 몰래 들어가서 울어도 될 만큼" - 정말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멋진 옷장이네요. 참고해서 저희도 하나 만들고 싶습니다. 옷장에 색깔을 내기 위해 칠한 것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부피에님, 오랫만입니다. 잘 지내시지요? 가구의 칠은 보통 "오일스테인"을 씁니다. 여러가지 색상이 있구요, 외장용은 약간의 독성이 있어 실내가구용으로는 무독성을 써야 합니다. 좀 큰 도료상에 알아보시길...
멋진 작품이 탄생했군요.다른 어떤 장농보다 훌륭하고 대단하십니다.
아직 뭐 하나도 만들어 본 적이 없지만 나도 만들고 싶다. 작은 것부터 해볼 테야 하는 마음이 생깁니다. 꼭 해볼래요.
멋있습니다~
짱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