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병원에서 몸을 가누지 못하는 남편을 간병하고 있는 지영(38) 씨는 아이들 걱정으로 잠이 오지 않습니다.
아직 엄마 손이 많이 필요한 초등학생 아이들이 친정집에 맡겨져 학원 한 곳 가지 못하고 하루 종일 텔레비전을 보거나 학교 운동장을 배회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이 있는 친정집에 전동휠체어만 들어갈 수 있다면 여러 가지가 힘들어도 남편 진우(43) 씨를 퇴원시키고 아이들과 함께 지내고 싶지만, 수많은 계단과 좁은 골목길 사이에 위치한 친정집은 이런 소박한 소망을 이뤄주지 못합니다.
뇌출혈로 장기 입원 자녀와 떨어져 전동휠체어 출입 가능 집 마련 소원
지영 씨와 진우 씨도 한때는 고철 판매상을 운영하며 아이들과 함께 행복한 미래를 꿈꾸었지요. 적어도 믿고 의지했던 동업자 친구가 부도를 내고 사라지기 전까지는 말입니다.
예상치 못했던 친구의 배신과 뒤이은 두 번의 부도, 그리고 남겨진 엄청난 빚. 젊은 나이에 감당하기 너무 큰 어려움이었는지, 진우 씨는 결국 심한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하고 뇌출혈로 쓰러졌습니다. 이후 두 다리와 한쪽 팔을 쓰지 못하게 됐지요.
경매로 넘어간 집에서 숟가락 하나 챙기지 못하고 쫓겨날 때도 어떻게든 살아서 다시 일어설 수 있을 거라 굳게 믿고 버텼지만, 진우 씨의 장애와 질병은 살고자 했던 자신의 의지와 가족들의 희망도 송두리째 앗아 갔습니다.
뇌 손상으로 수차례 수술을 받고 오랜 기간 재활 치료도 받았지만, 진우 씨는 다시 일어서지 못했습니다. 그렇게 장기 입원을 하게 된 남편 옆에서 지영 씨는 생업을 포기하고 간병에 전념하고 있습니다.
진우 씨가 쓰러질 당시 유치원생이었던 아이들은 초등학생이 된 지금까지 외할머니와 함께 살고 있습니다. 너무 낡은 친정집의 재래식 화장실은 아이들에게 두려움의 대상입니다. 욕실이나 세면대는 꿈도 못 꾸고 천장이 내려앉을 것 같은 부엌에 쪼그려 앉아 세수를 하는 아이들은 엄마 아빠와 함께 살던 옛집이 그립기만 합니다.
엄마 아빠가 너무 보고 싶으면 외할머니를 졸라 아이들은 잠시 병원에 다녀옵니다. 진우 씨도 아이들이 보고 싶을 땐 어렵게 장애인 차량을 타고 차가 들어갈 수 있는 곳까지 가서 아이들을 만나곤 합니다.
"아빠~"라고 소리 지르며 그 긴 계단과 골목길을 달려오는 아이들을 보면 진우 씨는 당장이라도 뛰어가 안고 싶지만, 몸은 이제 말을 듣지 않습니다. 헤어질 즈음에 아이들은 늘 울면서 똑같은 말을 합니다. "아빠, 엄마 우리 그냥 같이 살면 안 돼요? 휠체어 들어올 수 있는 곳으로 이사 가면 되잖아요."
아이들은 지영 씨가 당장 보증금을 걸 100만 원도 없다는 사실을 알지 못합니다. 그래서 지영 씨는 그냥 조금만 참고 기다리자는 말만 반복하면서 눈물을 삼킵니다.
지영 씨의 간절한 소원은 오직 하나. 그저 아이들과 함께 살 수 있는, 옆에 도로가 있는 집을 얻는 것입니다. 정부의 주택지원 사업인 전세임대나 전세자금 대출도 지영 씨는 그리 달갑지 않습니다. 엄청난 빚으로 신용불량자가 되어서 이제 대출은 꿈도 꾸지 못하고, 전세임대로 결정된다고 해도 당장 보증금 중 일부라도 걸 수 있는 몇 백만 원조차 없기 때문입니다.
※'사랑의 징검다리'는 TBN부산교통방송(94.9㎒)에서 매주 목요일 오전 9시 30분에 방송됩니다.
이렇게 됐습니다
6월 1일자 미숙 씨 이야기
지난 1일자 미숙 씨 이야기가 소개되고, 74명의 후원자가 439만 4천360원의 따뜻한 사랑을 나누어 주셨습니다. 또 얼마 전에는 인근 병원으로부터 사연을 읽었다며 미숙 씨의 검진과 인공 고관절 수술을 무료로 해주겠다는 연락도 받았습니다. 미숙 씨는 기쁜 마음으로 검사 날짜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렇게 많은 관심과 사랑을 주셔서 가족들과 함께 열심히 살아 갈 수 있는 용기를 얻게 되었다는 미숙 씨. 또다시 어려움이 닥치더라도 힘을 주신 여러분들을 생각하며 희망을 항상 간직한 채 용기를 잃지 않고 살아가겠다는 말을 전했습니다. 미숙 씨에게 희망을 주신 여러분들에게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