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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별 소개 >
봄날의 길에서 얻은 마음의 평화
뉴욕 티베트 하우스 (Tibet House)에서 보낸 오후
글 | 이성범 KBS PD
(한국언론진흥재단 장기해외연수자)
티베트 하우스는 14대 달라이 라마의 요청으로 1987년 리차드 기어, 필립 글래스, 로버트 서먼 등 달라이라마의 미국인 친구들이 티베트 문화를 서구에 소개하기 위한 목적으로 뉴욕시에 만들어졌다.
티베트 하우스는 티베트에 관한 모든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기구이면서 상설 프로그램을 마련해 누구나 쉽게 티베트 불교와 문화를 접할 수 있는 도심 속 포교당이고 문화원이다 . 이들이 미국 내에 가지고 있는 자신들의 인적·물적 네트워크를 활용해, 각계의 사회인사와 헐리우드 배우, 팝스타들을 대거 티베트 하우스 사업에 동원했다. 또한 교육 프로그램과 예술 전시, 출판, 학술회의 등을 통해 미국 사회에 티베트 문화를 전파하는 전진기지로 활용하는 한편 티베트의 명상법을 접할 수 있는 수행처로도 기능하고 있다.
창립자이고 이 단체의 회장이며 콜롬비아대학교에서 오랜 동안 티베트 불교를 강의하다가 지난 해 은퇴한 써먼 교수는 현재 이 티베트 하우스에서는 강의를 하고 있다. 그의 아들 ‘Ganden Thurman’이 사무총장으로 오랜동안 여기에서 일하고 있다.
이 성범 PD의 글로 티베하우스 소개 글을 싣는다. --- 편집자 주---
이 빌딩 2층에 티베트 하우스가 있다.
티베 하우스 안 모습
기나긴 겨울날을 뒤로하고 따뜻한 봄날의 기운이 가득한 4월 초순. 뉴욕 맨해튼의 미드타운에 다소곳이 솟아 오른 오래된 건물들 사이로 햇살이 눈부시게 쏟아지고 있었다. 두터운 외투를 벗어 내리고 동전 소리를 내며 자비의 손길을 찾는 홈리스(homeless)들의 옷차림도 가벼워 보인다. 뉴저지의 한적한 곳에서 생활하다 보니 가끔 맨해튼으로 건너오면 그 분주함에 마음이 번잡스러워지는 것을 어찌할 길이 없다. 하지만 이곳 첼시(Chelsea)에서는 골목골목 숨어 있는 커피숍이나 작은 미술관들이 바쁜 마음을 쉬어갈 수 있는 작은 휴식처가 되어주기도 한다. 미드타운의 첼시로 들어서면 가장 눈에 띄는 건물이 바로 붉은 벽돌로 지어진 호텔 첼시(Hotel Chelsea)다. 이 건물은 1883년에 지어진 건물인데 무척 쇠락한 낡은 양식의 호텔이지만 풍채가 아직도 건재하다. 더군다나 호텔의 역사를 들어보면 만만한 건물이 아니라는 것을 바로 알 수 있다. 미국을 대표하는 문호인 마크 트웨인, 유진 오닐, 오 헨리 등의 근·현대 문학가들과 앤디 워홀, 밥 딜런 등 현대 예술계를 이끌어 갔던 당대의 거장들이 장기 투숙을 했던 호텔이다. 불세출의 기타리스트인 지미 헨드릭스, 작가 아서 밀러 역시 단골손님이었고, 작가 아서 클라크(Arthur C. Clarke)는 이 호텔에서 ‘2001년 스페이스 오디세이’ (2001: A Space Odyssey) 집필을, ‘노킹 온 헤븐스 도어’(Knockin’ On Heaven’s Door)를 부른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밥 딜런(Bob Dylan)은 이곳에 장기 투숙하며 여러 곡을 작곡했다. 1905년에 펜트하우스를 개조하여 문을 처음 열었다고 한다.
역사가 오랜 호텔 첼시를 뒤로 하고 패션의 거리인 맨해튼 5번 애비뉴(5th Avenue)로 들어선다. 애비뉴 선상에 100년은 족히 되어 보이는 오래된 건물들이 매디슨 스퀘어 파크에서부터 워싱턴 스퀘어까지 죽 늘어서 있다. 14가(14th Street)와 만나는 지점에 디자인의 명문인 파슨스 디자인 스쿨(Parsons Design School)로 유명한 뉴스쿨(The New School)이 서있고 그곳에서 한 블록만 서쪽으로 올라가면 티베트(Tibet)의 정신적 지주라고 할 수 있는 작은 성소(聖所)와 마주한다. 바로 티베트 하우스(Tibet House US)이다. 첼시의 보석과도 같은 이곳은 티베트의 종교적, 정신적 지주인 달라이 라마, 티베트 불교 신자인 영화배우 리처드 기어를 비롯해 현대 음악가 필립 글래스, 영화배우 우마 서먼 등 이름만 들어도 고개가 끄덕여 지는 명사들이 다녀간 곳이다. 티베트 불교는 티베트를 중심으로 중국, 인도, 몽골, 만주의 일부 지방에서 믿고 있는 대승불교의 한 종파이다. 종교적 스승인 라마를 섬기기에 라마교(Lamaism)라고 불리기도 한다. 필자가 지난번 루빈 미술관(Rubin Museum)을 취재했을 때 특별전의 일환으로 고승(高僧)인 파드마 삼바바(Padmasambhava)를 조명하는 전시회를 개최하고 있었는데 그 인물이 바로 오늘날의 티베트 불교를 우뚝 서게 한 중심 인물 중의 하나이다. 티베트는 원래 험준한 산악과 거친 기후가 지배하는 곳이어서 예로부터 토속신앙이 강한 곳이었다.
특히 주술적인 신앙이 성행하였는데 이러한 곳에서 불교의 포교를 실천한 것이 파드마 삼바바이다. 7세기 경 티베트의 왕인 손센 감포(569-650)는 독실한 불교 신자로 라사를 중심으로 새로운 왕조를 열었다. 인도에서 불교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게 되는데 이때 중심적인 역할을 한 것이 자신의 충신인 톤미 삼보타였다. 티베트 문자가 만들어진 것도 사실은 종교적 이유에서 기인한다. 당시 불교의 도입을 위해 산스크리트어 경전을 번역을 올바르게 할 필요가 있었는데 이때 본격적으로 티베트 문자가 만들어진 것이다. 그 후에 치스롱 데트산왕(755-781)은 불교를 국교로 정하기에 이르고 인도로부터 학식과 명망이 높은 스님들을 티베트로 초청하게 된다. 이 시기에 티베트를 방문하게 된 것이 바로 인도의 고승(高僧) 파드마 삼바바(Padmasambhava)이다. 파드마 삼바바는 치스롱 데트산왕을 도와 티베트 전역에 불교를 전한다.
이 시기의 티베트 불교는 인도의 불교 가운데서도 성력숭배(性力崇拜) 경향이 강한 좌도 밀교, 즉 탄트라 불교(Tantric Buddhism)를 받아들이게 되는데 결국 토착 신앙과 결합이 되어 오늘날의 고유한 티베트 불교로 자리를 잡은 것이다. 티베트 불교는 라마(Lama), 즉 스승을 뜻하는 구루(Guru)를 중시한다. 이런 연유로 티베트 불교에서는 불(佛), 법(法), 승(僧)의 3보(三寶)에 법을 전하는 스승인 사(師)를 더하여 4보(四寶)라 하고 그 스승에 귀의한다. 이러한 특징이 있기에 티베트 불교를 스승의 종교인 라마교(Lamaism)라고 칭하기에 이른 것이다.
티베트 하우스 갤러리
지난 4월 12일 오후 12시 미주현대불교 김형근 발행인과 함께 티베트 하우스를 찾았다. 역동적인 불교의 역사를 마주하는 공간에 들어서게 되자 내심 경외감에 마음이 숙연해졌다. 이곳 티베트 하우스의 후원자이기도 한 달라이 라마는 티베트 하우스를 방문해 많은 사람들 앞에서 이런 이야기를 남겼다고 한다. “저는 티베트의 문화가 독특한 역사적 전통을 품고 있다고 느낍니다. 중국, 인도, 네팔, 그리고 페르시아의 문명과 접하며 척박한 자연 환경 속에서 훌륭한 영혼을 가진 사람들의 노력으로 마음의 평화와 행복을 추구하는데 큰 역할을 하는 종교가 발생을 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하기에 저는 제 조국 티베트가 인간애를 고양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믿습니다. 특히 정신적 가치를 잃어버린 중국의 수백만 젊은이들에게 말이죠. 이처럼 티베트의 문화는 우리 인류의 미래세대의 인간애를 담보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리라 저는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티베트 하우스의 입구에 들어서면 바로 마주하게 되는 것이 이 달라이 라마 조각상이다. 오른편에는 티베트와 네팔 지역에서 주로 볼 수 있는 소원을 비는 작은 종들이 무게감 있게 놓여있고 현관 로비를 지나 2층으로 올라서면 작은 규모의 미술관을 마주하게 된다. 미리 연락을 하고 찾아왔기에 미술관 입구에서 베타 티코스와 마이클 티코스씨가 환한 미소로 우리 일행을 맞이한다. 이들은 부부이자 티베트 하우스의 이사이며 이곳의 역사와 함께한 사람들이다. 티베트 하우스는 티베트의 살아 있는 문화를 지켜가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달라이 라마의 요청과 후원자들의
노력으로 1987년에 설립되었다. 당시 설립 문서를 완성하고 서명하는 자리에는 달라이 라마, 텐진 테쏭, 영화배우 리처드 기어, 작곡가 필립 글래스, 로버트 서먼 교수가 함께 했다. 이들의 모토는 ‘티베트를 사랑하라(Love Tibet)’. 티베트와 티베트 사람들, 아름다운 자연 그리고 천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티베트 불교를 지키고 널리 고양시키기 위해 비영리적 교육 기관이 탄생한 순간이었다. 이런 작은 평화와 인류애를 위한 노력의 씨앗이 뿌려지고 일구어지며 결국 달라이 라마는 이후 1989년에 정의, 인간의 존엄성, 그리고 인권을 지켜 가기위한 비폭력 운동으로 노벨 평화상을 수상하게 된다.
Mr.&Mrs.Teakos
한국의 사경 작가들의 전시 도록을 Teakos 이사에게 기증하는
본지 김형근 발행인
티코스 부부의 안내로 티베트 하우스의 사무실로 들어섰다. 사무실은 놀랍게도 단순한 사무공간이 아니라 6~7점의 거대한 티베트 불화(Tanka)들로 3면이 둘러싸인 갤러리와 같은 느낌의 공간이었다. 빛이 바랬지만 아름다운 색으로 채색되고 불교의 정신이 깃든 18세기의 티베트 불화들을 곁에 두고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은 하나의 작은 행복일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이날 티베트 하우스에 자리를 함께한 본지의 김형근 발행인은 마이클 티코스 이사에게 한국의 김경호 선생의 사경전시회 영문 도록을 증정하고 2017년 조이락, 강창호, 현승조씨 등이 고려불화를 모사한 작품으로 뉴욕 플러싱 타운홀에서 가졌던 행사에 대한 이야기를 상세히 나누었다. 더 나아가 추후에 티베트 작가들과 한국의 작가들 공동전시회를 기획해서 하자고 이야기를 하니 이사이자 재무당당인 베타 티코스씨 역시 대찬성을 하며 반겼다. 한국과 티베트의 인연이 생길 수 있는 작은 씨앗을 뿌려둔 것이다. 베타 티코스씨는 전시회의 중요성을 이렇게 이야기 했다.
“사실 저희가 맨해튼 첼시에 건물을 마련하고 하나의 굳건한 비영리단체로 탄생할 수 있었던 데는 한 전시회의 역할이 정말 컸습니다. 그 전시회는 티베트 하우스 설립자인 로버트 서먼(Robert Thurman) 박사가 주축이 되어 전 세계를 돌며 열었던 전시회예요. ‘지혜와 연민(Wisdom &Compassion)’이라는 타이틀로 티베트의 예술품들을 전세계 6개국을 돌며 11곳의 미술관 및 박물관에서 열었던 전시회죠. 9세기에서 19세기에 이르기까지 190여 점의 걸작들을 전시했어요. 영화로 치자면 블록 버스터급 전시회로 미국을 비롯해 독일, 일본, 타이완, 스페인 등에서 순회 전시를 했습니다. 이 전시회의 가장 큰 특징은 많은 티베트 예술품들이 개인 소장품(private collection)들로 이루어져 있었다는 것입니다. 이 전시회를 통해 당시의 어느 메이저 갤러리에서도 공개한 적이 없는 소장품을 감상할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티베트 하우스에 있는 티베 탕카와 불상들
러시아의 세계적 미술관인 에르미타주 미술관에서도 소장품을 대여해주는 등 전 세계의 미술관 및 박물관의 협조를 받아 소장품들을 대여해서 전시할 수 있었습니다. 수많은 개인 소장자 분들의 협조가 전시회의 성공에 굉장히 큰 기여를 했습니다. 이 세계적인 전시회의 성공 덕분에 큰 모금을 할 수 있었습니다. 지금 저희가 들어와 있는 이 건물도 그 때의 수익으로 마련한 것이죠.”
베타 티코스씨는 당시 이 전시회를 준비하며 만들어졌던 로버트 서먼 박사가 쓴 두꺼운 양장본 책을 넘겨가며 설명을 이어갔다. 이 전시회는 91년에 시작하여 98년까지 8년에 걸쳐 이어졌고 세계적인 격찬을 받았다고 했다. 전시회를 시작한 첫 해에는 티베트 하우스가 대내외의 크고 작은 행사들을 지원해 나갔다. 특히 콘서트와 공연단의 세계 투어, 컨퍼런스, 그리고 영화의 제작을 통해 ‘티베트의 해’, ‘티베트의 10년’ 행사를 주도해 나갔다. 세계적인 거장 마틴 스코세지 감독의 영화인 ‘쿤둔(Kundun)’도 이러한 노력으로 탄생한 영화였다. 이 해에는 티베트 망명 정부 사무실을 개소하고 US 티베트 위원회를 발족하고 티베트 기금을 조성했다. 이를 통해 세계 각처에 흩어져 있는 티베트의 미술품들을 확보해서 수복하고 개인 소장자들이나 유명 박물관 미술관에서 기증 받을 수 있었던 것이다. 조지 부시 대통령과 달라이 라마의 역사적인 만남도 성사시킬 수 있었던 역사적인 해였다. 이런 크고 작은 노력이 있었기에 지금의 티베트 하우스가 이곳 뉴욕 맨해튼 미드타운에 우뚝 설 수 있었던 것이다.
“1991년은 정말 저희에게는 잊을 수 없는 기념비적인 해였어요. 지금의 기반이 모두 그 때 만들어 진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그 후에도 회장이신 로버트 서먼 박사를 중심으로 의미 있는 프로젝트들을 계속해서 기획하고 실행해 나갔어요. 93년에는 티베트 예술품을 여러 곳으로부터 반환을 하고 수복해서 컬렉션을 만들어 나갔습니다. 97년에 이 건물과 사무실을 마련했고 그 다음해인 98년에는 학문적인 성과도 일궈냈습니다. 티베트 경전에 기록된 불교의 과학적 성과를 컬럼비아 대학교 불교 문화센터와 손을 잡고 번역하고 출판하는 작업을 했습니다. 2001년에 들어와서는 업스테이트 뉴욕에 있는 캣스킬(Catskill)에 거대한 부지를 조성해서 ‘멘라 마운틴 수련원(Menla Mountain Retreat)’을 만들었습니다. 이곳에서는 티베트의 전통적 약초나 민간요법을 사용해서 건강을 보살피고, 자신을 계발하는 불교적 수련, 명상 등을 통해 마음의 건강도 살필 수 있게 하고 있습니다. 결국 뉴욕 맨해튼에 있는 티베트 하우스와 캣스킬에 있는 멘라 마운틴 수련원이 티베트의 전통과 문화를 이어가는 저희의 두 축인 셈이죠.” 인터뷰를 마치고 부부의 사진을 함께 촬영을 하는데 베타 티코스와 마이클 티코스씨가 서로 어색해 하는 모습에 절로 웃음이 나왔다. “저희가 결혼한 지 꽤 오래되었어요.
이렇게 나란히 다정히 않아서 같이 사진 찍지 않거든요. 하하하.” 프레임에 다정한 부부의 모습이 한 가득 들어온다.
인터뷰를 마친 후 티베트 하우스에 마련된 갤러리를 천천히 둘러보았다. 전 세계 각처에서 되찾고 불러 모은 소장품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빛나고 있었다. 한 눈에도 이곳 구성원들의 수십 년에 걸친 헌신적인 노력을 엿볼 수 있었다. 특히 눈에 들어오는 소장품은 아축여래(阿閦如來, Akshobhya) 불상이다. 아축여래는 동방에 선쾌정토(善快淨土)를 세워서 설법을 하는 부처를 이른다. 무관(無冠)으로 항마(降魔)의 인(印)을 띄고 연화좌토(蓮花座土)에 앉아 있다고 전해진다. 불상은 15세기경에 검은 색 돌을 깎아 만든 작은 상으로 갤러리에 들어오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는 미술품이다. 눈을 지그시 감고 세속을 초탈해 깨달음의 경지에 다다르고 있는 부처님의 모습에 절로 마음이 숙연해 진다. 이 작품을 마주함으로써 관람객들은 마음속으로부터 미술관에 들어올 만반의 준비를 하는 셈이다. 얼마만큼의 공력이 들어갔기에 반세기 전에 만들어진 미술품이 시간을 초월해 오늘날의 현대인에게도 감흥을 전해주는 것일까. 이 작품은 티베트의 한 스님이 기증한 예술품이기도 하다. 조금 더 안쪽으로 들어가면 약사여래가 그려진 채색화를 볼 수 가 있다. 연꽃이 가득피어 있는 연못의 초록색과 붉은색 바탕에 진청색 아니 너무 색이 진해 검정에 가까운 진한 파랑색으로 그려진 약사여래가 설법을 하고 있는 그림이다. 이 그림은 우리가 기존에 보아왔던 불화하고는 다른 느낌을 준다. 히말라야의 8,000km급 고봉들이 둘러싼 척박한 환경에서 나고 자란 티베트의 예술가들만이 만들어 낼 수 있는 아우라가 느껴진다. 아축여래 주위로는 수많은 보살들이 도열해 중생을 구제하려하고 있다.
필자에세 전시 작품을 설명하고 있는 Teakos
약사여래 Medicine Buddha
아축여래상
티베트 고유의 독특한 미(美)를 지닌 또 하나의 예술품 중의 하나는 작은 호신불(護身佛, Gau)이다. 이 작은 함(函)들은 종교 예식과 관련된 물품이 보관되어 있는 복도에서 만날 수 있다. 은과 구리 그리고 청동으로 만들어진 이 작은 함은 바로 티베트 사람들이 몸에 지니거나 집 안에 모시던 것들이다. 이것은 가우(Gau)라고 불리는데 티베트 고유의 문화에서 나온 전통적 물품이다. 수많은 티베트 사람들이 오랜 세월 유목 생활을 했기에 정주(定住)하지 않고 항시 이동을 했다. 그러하기에 부처나 신성한 토속신을 모시는 공간을 외부에 정해 놓고 예배를 드린 것이 아니라 호신불(護身佛)을 직접 자신의 몸에 지니거나 아니면 이삿짐에 포함시켜 손쉽게 나를 수 있도록 작은 함으로 만들었던 것이다. 이 상자 안에 부처님이나 불보살, 혹은 신성한 물건을 넣어 유목생활을 하는 중에는 휴대하고 다니면서 기도를 했다. 호신불은 정련된 금속 세공 기술을 통해 만들어졌는데 표면에 빈틈없이 새겨진 장식이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호신불의 한 가운데는 세 개의 단으로 된 불탑의 형상을 한 금색 장식이 있는데 이 탑의 기둥은 용으로 장식이 되어 있다. 전면에는 주로 티베트 불교 상징물인 8가지 문양을 넣거나 귀면(鬼面), 만다라, 이 밖에 행운을 상징하는 다양한 형상들을 금색으로 장식한다. 탑 한 가운데에는 구멍이 나 있는데 이곳에 작은 불상이나 만다라, 신성한 물건을 넣어두고 이를 바라보며 절을 하거나 불공을 드리던 것이다.
티베트 하우스에는 모두 19개의 가우(Gau)가 영구히 전시되어 있다. 이 밖에도 티베트 고유의 예술적 특성이 고스란히 담긴 만다라(Mandala)가 다수 전시되어 있어 관람객의 눈길을 붙잡는다.
갤러리 한 가운데에는 작은 도서관이 있어 티베트와 불교와 관련된 장서가 비치되어 있다. 관람객은 자유롭게 이 장서를 읽으며 동시에 미술품을 감상할 수 있게 배려하고 있다. 가장 안쪽에는 넓은 전시장이 있는데 이곳은 주로 현대 작가들의 작품이나 어떤 주제가 담긴 특별전시회를 할 때 쓰는 공간이다. 지금은 현대 작가들의 다양한 만다라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지난 3월에 시작된 전시회로 ‘Divine Feminine: New Masterpieces from Nepal’이라는 타이틀로 성황리에 개최하고 있다. 네팔에 소재한 다르마팔라 탕카 센터(Dharmapala Thangka Center)에서 주최하는 행사로 불교적 해탈과 해방에 이르는데 있어 여성적 역할의 중요함과 여성적 상징물의 중요성을 부각시키는 전시회이다. 실제로 티베트 불교에서는 여성 부처가 부처의 어머니로 여겨지며 자각에 의해 해탈에 이르는 존재로 묘사되고 있다. 티베트 불교 예술에서는 이러한 여성 부처, 여성 보살, 그리고 역사적 여성 인물이 그려진 불화, 불상이 예술 영역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이 전시회는 5월까지 이어진다. 티베트 하우스는 비영리단체이기에 관람료는 무료이고 사전에 예약을 하면 간단한 투어를 할 수도 있다.
티베트 하우스 내의 도서관
Gau in Tibet House
Tibetan traditional bronze statues
꽃이 하나씩 피고 지는 봄날. 이 번잡한 뉴욕 한복판에서 이처럼 마음의 안식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은 하나의 작은 행복일 것이다. 티베트 하우스 로비에 밖으로 나있는 창을 통해 맨해튼 거리를 바라다보며 문득 시가 한 수 떠올랐다. 춥고 어려운 시간을 딛고 일어서 있는 우리 앞에 바로 봄이 기다리고 있다.
우리 살아가는 일 속에
파도 치는 날, 바람 부는 날이
어찌 한 두 번이랴
그런 날은 조용히 닻을 내리고
오늘 일을 잠시라도
낮은 곳에 묻어 두어야 한다
우리 사랑하는 일 또한 그 같아서
파도 치는 날, 바람 부는 날은
높게 파도를 타지 않고
낮게 낮게 밀물져야 한다
사랑하는 이여
상처받지 않은 사랑이 어디 있으랴
추운 겨울 다 지내고
꽃 필 차례가 바로 그대 앞에 있다
- 김종해 ‘그대 앞에 봄이 있다’
이 글은 지난 4월에 작성되었는데 ‘티베트하우스’와 ‘뉴욕한국문화재단’이 공동으로 준비하는 한국, 티베트 행사에 맞추어 소개하려고 늦어졌다.
TIBET HOUSE
22 west 15th Street, New York, NY 10011
가는 방법: 전철로 맨하탄 14가 Union SQ 역에서 내려서 걸어가면 5-6분 걸어가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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