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손잡고 이(齒)를 뽑다
최 화 웅
어린 날 어른들께서는 “윗니는 지붕에 던져 참새가 물고 가고 아랫니는 아궁이에 넣어야 튼튼한 새 이가 난다.”고들 하셨다. 윗니가 빠진 귀여운 모습의 아이를 보며 “개우지야 개우지야, 우물가에 가지마라.”고 놀려대던 동네 누나들이 그립다. 돌이켜보면 젖니를 갈던 때가 가장 행복하고 사랑 받던 시절이었다. 유교와 민간에서는 이를 오복의 하나로 여겼다. 민간에서 말하는 오복은 오래 살고(壽)· 넉넉한 재물을 가지며(富)· 삶이 값지고(貴)· 건강하여 편안하며(康寧)· 슬하에 자식을 많이 두기(子孫衆多)를 원했다. 또 다른 의미로 오복을 부모 동기복, 처복, 관복, 문복, 인복을 들먹였다. 그러나 유교에서 말하는 오복은 그 시대에도 백 세 넘게 오래 살아 천수를 누리고 재물이 모자람이 없이 넉넉하고, 덕을 갖춘 행복한 삶을 바랐던가 보다. 오복은 욕심이 지나친 게 아니었을까? 욕심을 다 채울 유토피아는 어디에도 없다. 더불어 사는 공동체와 인간다운 삶은 아랑곳 하지 않은 채 믿고 기도하는대로 이루어지리라 믿고 죽어서도 천당에 가기를 바라며 나만 잘 살면 그만이라는 생각은 놀부의 심보가 아닐까? 앓던 이를 뺀 뒤 시원하기 이를 데 없던 기억이 문득 떠오른다.
슬라보에 지젝은 누가복음 23장 34절에 나오는 예수의 십자가 상 7언(架上七言) 가운데 하나를 표제로 삼아『그들은 자기가 하는 일을 알지 못하나이다』라는 책을 펴냈다. 그 내용은 ”어버지, 저들을 용서해 주십시오. 저들은 자기들이 무슨 일을 하는지 모릅니다.“라는 예수님의 절규를 메시지로 담았다. 마태오 복음 5장 38절에서 ‘눈은 눈으로, 이는 이로’라는 말씀은 탈출기 21장 24절의 ‘상해에 관한 법’에서 “눈에는 눈 이에는 이‘로 갚아야 한다는 수메르를 비롯한 고대 국가의 문화전통을 반영하고 있다. 마태오 복음에 나오는 내용은 ‘탈리오의 법칙’ 즉 동형보복법(lex talionis)에 대한 예수님의 거룩한 재해석이다. 세상의 형벌을 꼭 같은 법으로 살벌하게 다스릴 것이 아니라 법을 넘어서는 사랑을 역설했던 것이다. 대전환이다. 모세의 율법에서 나타난 고대인들의 공통적인 규범에 대한 예수님의 재해석에 귀 기울여보자. ”’눈에는 눈, 이는 이로,‘라고 이르신 말씀을 너희는 들었다. 그러나 나는 너희에게 말한다. 악인에게 맞서지 마라. 오히려 누가 네 오른 뺨을 치거든 다른 뺨마저 돌려 대어라.“고 말씀하지 않았던가.
그 말씀은 말의 의미대로 받은 만큼 되갚는 형법이나 앙갚음보다 원수를 사랑하라는 메시지이리라. 30여 년 전 성분도 병원 치과 과장이셨던 루가 대부님이 나의 앓던 사랑니를 뽑아주셨다. 사람은 사랑니를 포함해서 32개의 이를 가지고 있다. 사랑니는 가장 나중에 나온 어금니다. 사랑니의 발치는 작은 수술이나 다름없다. 그 때는 치과에서 펜치나 스패너 같은 공구로 발치를 했다. 겁에 질려 떨던 나는 곁에 선 아내의 손을 꼭 붙잡고 이를 뽑았던 기억이 난다. 그 때 대부님께서는 “비오씨, 흥감이 좀 심하네. 막낸가요?”라고 물었다. 그러고는 뽑은 어금니를 휴지에 싸서 기념품이라며 건네주셨다. 대부님은 세례식날 저녁 장대비가 쏟아지는 성전 앞에서 “하늘로부터 세례가 내린다.”고 하시며 나를 격려해주셨다. 생각할수록 정감이 넘치고 위트가 있는 분이셨다. 지금은 석 달에 한 번씩 집 건너편에 있는 성분도 치과병원에서 정기적으로 검진을 받는다. 그러나 세상 사람들은 늙고 병든 늙은이를 대할 때 자기는 평생 젊어 있을 것처럼 “나이 앞에 장사 없다.”는 말을 예사로 내뱉는다.
Samuel Ullman은 ‘청춘(靑春, Youth)에서 “Youth is not a time of life; it is a state of mind; it is not a matter of rosy cheeks, red lips and supple knees; it is a matter of the will, a quality of the imagination, a vigor of the emotions; it is the freshness of the deep springs of life(청춘은 인생의 특정 시기가 아니라 마음가짐이다; 그것은 발그레한 뽈, 붉은 입술, 탄력 있는 무릎과 같은 문제가 아니라 의지, 뛰어난 상상력, 왕성한 감정의 문제이다; 그것은 인생이란 깊은 샘의 신선함이다)“라고 쓰고 다음 연에서 ”Youth means a temperamental predominance of courage over timidity of the appetite, for adventure over the love of ease. This often exists in a man of sixty more than a boy of twenty. Nobody grows old merely by a number of years. We grow old by deserting our ideals(청춘은 소심해지기보다 용감하게 나아가고, 안일함보다는 모험을 더 좋아하는 기질을 의미하며, 이것은 종종 20세 소년보다는 60세 남자에게 존재한다. 어느 누구도 숫자에 불과한 나이에 의해 늙어가지는 않으며, 더 이상 이상을 추구하지 않을 때 우리는 늙는다.)고 했다.
스웨덴에서 처음 시작한 임플란트 시술은 유럽과 홍콩, 일본을 거쳐 우리나라에 들어와 큰 돈벌이가 되고 있다. 1997년부터 임플란트를 생산하는 오스템 임플란트가 우리나라에서 덴탈 임플란트 회사로 발돋움하여 지난해에는 4,500억의 매출을 기록한 바 있다. 임플란트 시술을 시행하는 우리나라 치과의사는 전체의 80%를 차지하고 미국의 15%, 중국의 5%에 비해 크게 앞선다. 나의 첫 임플란트 시술은 일흔 두 살 때인 지난 2015년 7월 8일에 있었다. 왼쪽 웃니 2개를 심고 이듬해 2월 11일에 준공검사가 떨어졌으니 꼬박 일곱 달이 걸렸다. 이어 만4년 뒤인 지난 1월 19일 오른쪽 어금니를 뽑고 그 자리의 턱 뼈를 돋워 나사를 심고 그 위에 이를 얹었다. 시술 5개월만인 지난 15일 CT단층 촬영을 통해 성공적인 시술로 판독되었다. 덕분에 나는 틀니를 하지 않고 본래의 이와 다름없는 제2의 이(齒)를 갖게 되었다. 조현 종교전문기자가 쓴『우리는 다르게 살기로 했다』를 읽으며 더위를 날린다.
첫댓글 국장님 고생하셨습니다.
이가 아파보면 소중함을 느끼지요.
저도 얼마 전까지 치주염으로 치과 치료를 받았습니다.
관리 잘하셔서 완쾌 되시길 기도합니다 .
감사합니다.
고맙스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치과가는 것이 왜 그렇게 싫은지...저도 지금 치과에 다니고 있습니다...^^*
저는 3개월에 하 번씩 정기검진을 받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사랑니를 뽑고 임플란트 시술을 받았습니다.
이번 시술을 통해서 어릴 적 기억을 되살리며
사회와 교회를 향한 저의 생각을 전했습니다.
주위에 이 치료, 관리 받는 받는 분이 많으시네요.
병원 자체가 가고싶지 않은 곳이지만, 치과는 더욱 가기 싫은 곳이지요..
그런 치과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재미있게 느끼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도 조만간 누구의 손을 잡아줘야할지 모르겠지만~^^
하느님이 이를 생애 한 번만 바꿀 수 있도록 할게 아니라 한 번만 더 바꿀 수 있게 해주셨으면 어땠을까? 하는 상상도 해봅니다.
더운 날씨에 건강하셔요~
감사합니다~^^*
저는 손녀들이 태어나고부터 양치질을 할 때는 입을 벌리고 "아~"하고 소리를 지른답니다.
생애에 단 한 번이라도 이갈이를 할 수 있는 건 행운이고 은총이죠.
저는 이가 아플 때나 발치할 때는 엄마가 보고 싶고 몹씨 그리워진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