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셈법 - 문하 정영인 수필
‘만 나이 통일법’이 시행 되면서 나이 셈법이 복잡해졌다. 한국식 나이인 세는 나이에 익숙한 우리는 만 나이 계산으로 젊어지긴 하지만 셈법은 복잡해졌다. 세는 나이인 한국 나이, 만 나이, 연 나이, 보험 나이, 애먼 나이, 혹은 고무줄 나이 등이 있으니 말이다. 유달리 나이 대보기를 좋아하는 한국 사람들에게는 나이 계산법이 복잡해진 것이다.
우리나라 나이 셈법으론 태어나자마자 한 살을 먹고 첫돌에 두 살이 되는 셈이다. 생명존중을 지양하는 사람들은 아이가 수태 되면서부터 생명체로 보기 때문에 엄마 몸에서 10개월을 자라기 때문에 1살을 주는 것이 당연하다는 논리를 편다. 생명존중 사상의 발로이기도 하다.
거기다가 생일을 양력으로 하느냐 음력으로 하느냐에 따라 나이 셈법이 또 달라진다. 내 딸과 막냇동생의 딸은 양력으로 똑같이 12월생이지만 음력으로 따지면 조카는 한 살 적어진다.
세는 나이 두 살에 첫돌잔치 하는 이유 중에 하나는 그 당시는 영유아 사망률이 높기 때문에 그러했던 것이다. 1년이 지나야 제 생명체 구실을 하다는 경험적 이유 때문이다.
딸 아니는 12월 중순에 태어났다. 세는 나이로 따지면 낳자마자 1살, 첫돌에 2살, 보름 지나면 3살이 되는 애먼나이였다. 초등학교 입학할 때는 이른 생년월일인 아이보다 거의 1년 정도 차이가 날 정도였다. 그 당시는 생일이 늦으면 성숙이 늦어 다른 아이들을 따라가지 못한다고 입학 유예신청을 하는 학부모가 많았다.
딸아이와 조카는 같은 유치원에 다녔다. 딸아이와 조카는 한 달 차이가 채 안 되었다. 하루는 딸아이가 조카에게 “얘, 내가 나이가 많은데 나보고 왜 언니라고 안 하니?” 하드란다.
우리 형제들은 고무줄나이다. 6.25 때 호적이 불타서 아버지께서는 두 살씩 줄여 신고했다고 한다. 군대 늦게 가라고…. 고무줄 나이를 사용하다 보니 별로 좋은 일은 없었다. 친구들 간에도 민증(民證)을 대보면 내 나이가 2살 적기 때문이다.
나이는 자연적인 나이가 좋은 것 같다. 나무의 나이테가 1년 지나면 생기듯이…. 나이를 춘추(春秋)라고 하는 것도 봄가을을 몇 번이나 지냈느냐 라는 뜻일 게다.
이젠 나이 대보기를 좋아하면 속물 꼰대에 속한다. ‘대가리에 피도 안 마른 놈이’ 같이. 나이는 나이롱 뻥으로 먹는 것은 아닐 게다. 나무의 나이테 같이 숱한 세월의 경험에 의해 얻어지는 셈법이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나이대기 셈법이 안 통하는 경우가 있다. 촌수에 의한 항렬(行列)의 높고 낮음에서다. 머리가 허연 노인네가 꼬맹이한테 ‘대부님, 아저씨’ 하면서 존댓말을 꼭 붙이니 말이다. 동창인 친구 중에 항렬이 낮아 같은 동창이라도 꼭 ‘대부님’하면서 존댓말을 붙인다. 청송 심(심 씨는 양반 가문인가 보다.
그나저나 나이 셈법에 맞지 않게 철이 덜 들었거나 철부지이거나 철딱서니 없는 어른들이 많이 늘어나고 있다. 한국에서 대표적인 인사들이 바로 국회의원 나으리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