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문을 들어 서면서 부터 쿵쾅거리던 내 가슴이 법회가 시작되어도 진정될
기미가 도무지 보이질 않는다.
법회가 있는 날이면 보살님들은 부처님을 향해서 오른쪽에 자리를 하고, 거사님들
은 그 반대편에서 적당히 몰려 앉아서 갠신히 자리 보전을 하는 정도인데 절집을
찾는 날이면 대부분의 보살님들이 허여무리한 색 아니면 잿빛 옷에 힘겹게 풀을
죽여서 그 찬란한 땟깔을 역부로 짓밟은 파머 머리로 등장을 하는 지라 일견 보면
봄날 쨩쨩한 햇볕 아래서 옹기 종기 모여 앉은 노란 병아리떼 처럼 구분없이 오글
거리기 일쑤인데, 유독 뭉실 뭉실한 한마리 우뚝한 오리 새끼같은 어떤 보살님이 내
시선을 말뚝처럼 법회가 끝날 때 까지 고정시켜 버린다.
우뚝한 봉황새라 함이 그 분의 고고한 지존에 대한 최소한의 예우인 듯 하다.
불나방 같은 댄서처럼 이름도 성도 모를진데, 주변머리 없는 이 몸이 수작을 부릴
틈새는 가물치 콧구녕처럼 아득하게만 보였다.
노래방에서 노 사연의 만남이란 노래를 혼자서 거푸 스물 댓 곡을 불르면서
원 싸이드 러브(짝사랑)의 가슴 아픈 애절한 사연을 애써 달래 보던 어느 날
비통한 심사를 달랠 방법이 없어서 들인 킨 곡차가 아마도 한계를 넘었었나 봅니다.
기도한답시고 법당에 올른 건 기억이 아물거리는데 새벽 예불 올릴려고 법당 조명을
몽창 올릴 즈음에 갠신히 눈을 뜨니 좌복에 두 발을 맘껏 올리고 큰 댓짜로 늘
부런진 어떤 시체가 눈에 들어 와서 황급히 몸을 일으켜 세웠습니다.
갠신히 눈을 부비면서 두 손을 모으는데 아니 오매 불망하던 그 보살님이 처절한
몸짓으로 절 공양을 하시고 계시더군요.
축원을 드릴 즈음엔 지전 한 장을 두 손으로 곱게 부여 잡고 사뿐한 걸음으로 복전함
을 향하는 모습은 보는 사람의 혼을 빼 놓기에 그 이상이 없더만요.
저 나이에 득남 불공을 올릴 리는 만무한 일이라면 이 꼭두 새볔에 무신 말 못할
깊은 사연이 저 보살님을 이 법당으로 불려 올렸을까?
샤일럭 홈즈와 아가사 크리스티가 조복한 내 비상한 추리력이 진가를 드디어 발휘
하게 된다.
결론은 버킹검이다. 빠샤.
참다운 삶의 가치는 오직 돈 밖에 없다는 신조로 한 눈 팔지 않고 인생을 살아 오시던
거사님이 종당간에 말기암이란 사형 선고를 받고 엄청난 재력도 별 무 소득없이 종합
병원 중환자실에 지친 육신을 눕히고 지꿈의 의학으론 어찌 할 수 없다는 막막한
사형 선고를 들은 보살님이 지푸래기 잡는 심정으로 철야 기도를?
으흐 히이 크으그윽... 내 뱃속 깊고도 깊은 어느 구석에서 본능적으로 치밀어 오르는
그로테스크한 키득거림을 행여 어느 누가 들을 새라 주위를 두리번 거리는 수고 또한
아끼지 않았다.
난 그 날도 봉황새님과의 드라마틱한 조우(뜻하지 않은 예상 밖의 만남)를 꿈 꾸며
법당엘 올랐다.
막상 법당에 들어 가니 봉황은 간 곳 없고 삥아리떼들만 일 없이 오글거리는 지라
기도한답시고 한참을 쭈그리고 앉아 있다가 괜한 울화가 치밀어 올라서 슬그머니
법당문을 밀치고 나오니 짜장! 봉황께서 법당문 앞에 있는 테이블에서 커피를 마시고
있는게 아닌가.
마른 벼락을 맞은 넘처럼 어찌할 바를 모르고 우물거리면서 얼결에 반배를 올리며
발길을 돌려 법당엘 다시 들어 갈려고 하는데 봉황께서 반가이 답례를 하시면서
커피 한잔을 드시라면서 지폐를 꺼내 드신다.
이 곳이 승부처라고 생각하여 주는 커피 넙죽 받아 마시면 만사 끝이란 생각이 퍼뜩
들어서 젊잖케 손사레를 치면서 여유로운 모습으로 현관문을 억지 춘향으로 밀었다.
대웅전 수막새 사이로 한껏 히부러진 달님의 모습을 보면서 펀득 정신이 들어 오는
것 같았다. 한마디로 후회 막급이란 얘기다.
박처럼 흰 손으로 건네 주는 종이컵을 살짝 건드리면서 받아 들면 어차피 몇방울의
커피가 내 손에 묻을 터이고 구러면 엠 뭐시기 엠하는 핸두빽에서 샤넬 넘버 화이브
짙게 뿌린 지뱅시 손수건을 언능 꺼내어 내 손을 한껏 부비면서 지송합니다를 연발
할 적에 나머지 내 손을 그 위에 엎어치기를 하면서 마주 치는 두 눈에서 시퍼렇게
튀는 전기 불꽃을 아랑곳 하지 않고 두 얼굴을 가까이 가까이 다가 설 요량이었을
것일 터인데. 으흐.
대웅전 콘크리트 배흘림 기둥을 부어 잡으니 회한의 눈물이 앞을 가린다.
이 화상의 아둔한 머리통이 절체 절명의 기회를 놓쳤다는 생각만 연신 들었다.
복받쳐 오르는 후회스럼을 자학으로 보상받고져 나도 모르게 내 머리통을 세차게
배흘림 기둥에 힘차게 짓이겨 보았다.
뒈지게 아펐다.
불곡산 소승거사 돌삐 합장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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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자님 글방
어떤 천진보살님과의 운명적인 만남.(1)
돌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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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9.14 23:02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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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아이고 머리님 병원으로 행차 하지 않으셨나욬ㅋㅋㅋㅋㅋㅋㅋ........
에고.. 돌삐거사님.. 머리아파서 어쩔꺼나..
불곡산 천진 도인 돌삐 거사님.......중생의 마음을 편안케 해주신다 생각하시고........빠른 시일내로 후편을 올려 주시기를 바랍니다.....몹시 궁금하네요....()()()
ㅎ......심심한 운명이 장난을 쳤나보네요.......-_-
지는 솔직히 아직 감이 좀 느립니다. 앞의 꼬릿글들을 참고 삼아 후편을 기다려 볼랍니다. 돌삐거사님의 신기에 가까운 글솜씨만은 두손 들어 인정+인정합니다. 많은 독자를 확보하고 계시는 돌삐거사님.....추석명절 즐겁고 행복하게 보내십시오. 일지합장()
기둥이 손상되었음 어떻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