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시샘하듯 함박눈이 소복하게 내리던 날 황태된장으로 입소문이 자자한 김민지의 황태된장을 방문했습니다.
김민지 황태된장에 들어서니 마당을 가득 채운 200여개가 넘는 항아리들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옵니다. 100% 수작업으로 전통방식을 고수하는 김민지 대표는 정성들여 담은 된장, 간장, 고추장, 소금 등을 항아리에 담는다고 하네요.
황태된장이 특별히 주목을 받는 이유는 된장에서 감칠맛이 날 수 있도록 처음부터 황태를 잘 배합해 된장을 만든다고 합니다. 이곳에서 만든 고추장도 황태 살을 먹기 좋도록 찢어 넣어 만들었다고 해요. 또한 간장은 된장 열 항아리에서 한 항아리만을 만들기에 매우 귀한 간장으로 입소문이 났다고 합니다.
체험장에서 김대표가 어릴 적 할머니와의 추억이 담긴 장에 관한 일화를 들려줬습니다. 김대표는 어릴적에 이사를 자주 다녔다고 합니다. 이사할 때마다 교통수단이 귀해 꼭 필요한 물건만 갖고 다녔는데 할머니가 다른 건 다 버려도 항아리는 꼭 안고 다니며 봄이면 장을 담았다고 하네요.
"할머니 왜 해마다 장을 담아요?"
"이 장이 네 아버지와 삼촌들의 생명을 살린 장이란다"
"어떻게 장이 생명을 살려요?"
"아버지와 삼촌들이 배앓이를 할때마다 장을 먹으면 싹 낳았단다."
그 이후로 김대표도 할머니가 끓여 준 된장찌개를 먹고 배앓이가 괜찮아져 장을 좋아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후 김대표는 '나도 크면 장으로 여러사람을 살리는 사람이 될거야' 라고 결심했고 합니다.
♢ 김민지의 황태된장 인터뷰 ♢
Q: 귀농전에 어떤일을 했는지 자기소개 부탁합니다.
A: 귀농 전에는 광양제철에서 중국어와 일본어 통역사를 했습니다. 통역하다 결혼해 주부로 살다보니 하루하루 일상이 무료하더라고요.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십자수, 뜨게질, 요리 등 취미활동을 하다가 내가 잘하는 일을 하며 자기계발을 하고 싶더라고요. 그때 문득 어릴적 장으로 사람을 살리는 사람이 되겠다던 생각이 떠올라 된장을 만들기 위해 공기좋고 물좋은 송악읍 방계리로 귀농했습니다.
Q: 귀농하면서 사람들에게 생소한 황태된장을 선택한 계기가 있었나요?
A: 우리 된장이 할머니부터 어머니 나까지 3대째예요. 할머니때부터 동네에서 장 맛이 좋은 집으로 입소문이 났었습니다. 그리고 장맛도 할머니 보다 엄마가 더 맛있는 거예요. 그럼 내가 하면 더 맛있게 해야 하는데 평범한 장으로는 승부가 안 날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영양과 감칠맛을 극대화한 장을 만들자라는 생각에 개발을 시작한 게 황태된장이었습니다.
Q: 전통장을 만드는 과정이 쉽지 않았을것 같은데 황태된장을 만들면서 기억나는 에피소드나 어려움이 있었다면 이야기해 주세요?
A: 2007년에 장의 대중화를 고민하면서 황태육수를 활용한 장 개발에 나섰는데요. 황태 비린내를 제거하지 못해 수없이 실패하고 다시 도전하기를 8년이나 반복했습니다. 황태의 비린내를 잡지 못해 힘들게 담근 장을 다 버리기도 하는 등 수많은 시행착오와 실패가 너무 많았어요. 그렇게 오랜 연구와 기다림 끝에 8년만에 ‘김민지황태된장’을 완성해 냈습니다. 첫 성공을 하고 주위 사람들에게 황태된장을 선보였는데요. 장을 먹어본 사람들이 장맛이 너무 좋아 구매하고 싶다고 문의가 쇄도해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하게 됐어요.
Q: 장을 만드는 재료는 어떤 재료를 사용하고 공장은 어떤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나요?
A: 장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콩과 고추를 직접 농사를 짓고 있습니다. 800평 정도의 밭에서 콩을 재배하면 1000kg 정도의 콩을 수확하는데요. 장을 담글 때는 그 해에 심어 수확한 햅콩만 사용합니다. 우리 공장에서는 절대 묵은 콩을 쓰지 않는데, 묵은 콩을 사용하면 장맛이 크게 떨어져요. 장을 만들면서 재배한 콩이 모자랄 때는 마을에서 콩을 구매합니다. 햅콩을 삶아 만든 메주는 그해에 나온 볏짚으로 손수 새끼를 꼬아 엮어 발효시켜요. 발효시에는 강제발효 하지 않고 자연숙성으로 메주가 제 빛깔과 향을 낼 때가지 기다립니다.
특히 이 발효 과정이 매우 중요한데요. 효모가 제대로 자리를 잡아야만 맛있는 메주를 만들 수 있어요. 그래서 메주를 발효시키는 100일 동안은 하루에 10여 차례 발효실을 드나들면서 상태를 살핍니다. 이렇게 정성을 다 한 메주는 장의 깊은맛을 더하기 위해 7~10년 이상 간수를 뺀 천일염을 사용해 장독에서 3년 동안 숙성시켜 출하하는데요. 3년 된 장이 유산균이 가장 왕성하고 맛도 제일 좋기 때문입니다. 장을 만들때 이 중 하나의 원칙을 소홀히 하면 맛이라는 결과로 보여준다는 것을 8년의 시행착오를 통해 뼈저리게 느껴 어느것 하나 허투루 하지 않습니다.
Q: 집에서 된장을 만들고 싶어도 쉽지 않아 된장만들기 체험을 하고 싶어하는 젊은분들이 많이 있는데 황태된장 체험도 할 수 있나요?
A: 2023년에 50평 규모의 공장을 신축하고 공장 안에 체험장을 만들었습니다. 공장신축 기념으로 황태된장 33kg을 당진시노인복지관에 기부도 했습니다. 현재는 여성단체나 학생·청년·주부 등 대상으로 미리 신청을 받아 된장 만들기 체험을 하고 있어요. 전통장 만드는 방법을 배우고 싶다는 분이 있다면 일반된장 만드는 방법을 최선을 다해 알려 주려고 합니다.
Q: 황태된장이 만들면서 보람있었던 일, 앞으로의 포부가 있다면 이야기해 주세요.
A: 된장을 만들면서 당진에서 자란 콩, 고춧가루, 찹쌀, 엿기름 등의 좋은 재료 사용을 철칙으로 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전통의 가치를 더하기 위해 맛있는 장맛과 청결함을 유지하며 다양한 연구를 하고 있는데요. 최근 충남기술원진흥청에서 당진에서 표고버섯을 재배하는 30농가와 매칭해 황태·표고간장에 관련된 제조 특허를 내줬습니다. 황태·표고간장도 소비자들에게 호응이 좋은데요. 앞으로 황태간장과 표고간장을 분말로 만들어 천연조미료를 만들기 위해 연구하고 있습니다.
Q: 판매방식는 어떤 방식으로 하시나요?
A: 황태된장이 입소문이 많이나 기업체나 단체에 선물세트로 많이 나가고 있어요. 2022년엔 충청남도 장애인 체육대회에 선물세트로 5,100개를 판매한적도 있는데요. 현재 로컬푸드와 당진팜, 농·특산물 직거래 장터를 통해 많이 판매가 되고 큰 사업체에서 선물용으로 대량구매를 해줘 판매가 많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제품 판매와 판로개척, 홍보를 위해 서울 코엑스에서 개최하는 국제식품산업대전과 강소농대전, 대전 컨벤션센터에 참가도 하고 있어요. 대전컨벤션 센터에 갔을때 홍보의 중요성을 실감했는데요. 첫날에는 홍보가 안 돼서 조용했는데 다음날 아침에 방송 나간 후 아침부터 사람들이 줄서서 사주셔서 그날 재미나게 팔았어요. 앞으로 유통 채널, 인터넷 등에서 판매가 이뤄지도록 할 예정입니다. 현재는 입소문이 많이 나서 주문량을 맞추기 어려운데 체험하러 오시는 분들을 위해 체험이나 관광부분으로 더 확대하고 싶어요.
Q: 김민지 황태된장에서 판매하는 상품은 어떤 것들이 있나요?
A: 황태간장, 황태된장, 황태살고추장, 청국장, 조청 등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그외에도 옻나무를 법제해 만든 장과 아로니아 고추장을 만들어 판매하고 있습니다.
Q: 김민지 대표가 생각하는 전통장은 어떤 의미인지와 앞으로의 포부도 이야기해 주세요?
A: 하늘에서 나를 장 만들라고 내려보낸 것 같습니다. 하루종일 생각이 장에 푹 빠져 '어떻게 하면 장을 잘 만들까' 그생각 뿐인데요. 저녁에 집에 와서 누우면 천장에 메주가 둥둥 떠 다닐 정도랍니다(웃음) 저에게 장은 이제는 없으면 안 되는 자식처럼 소중한 존재입니다. 앞으로의 포부는 대한민국에서 장하면 김민지황태된장이 최고라는 이야기를 듣고 싶어요. 그리고 우리장을 청와대에 납품하는게 최종 목표입니다. 장만드는 과정은 참 예민하고 까다로운데요. 할머니가 장으로 아버지와 삼촌들의 생명을 살렸던 것처럼 앞으로 많은 사람들을 건강하게 하는 장을 연구하고 개발하겠습니다.
Q: 그외 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A: 2023년에 공장 지은 기념으로 어떻게 하면 이 고마움을 나눌까 고민하다 내가 봉사하고 있는 당진시 노인복지관에 장을 기부했습니다. 기부를 하고나니 내마음이 더 좋고 뿌듯하더라고요. 원래 나는 세 가지만 잘하고 살려고 했어요. 첫째가 가족을 지키고, 둘째는 돈을 벌고, 셋째는 봉사하며 살기였는데요. 이제 한 가지가 더 늘어 기부도 하면서 살기로 했습니다. 앞으로 이 네 가지를 열심히 하면서 사람을 살리는 장을 만들기 위해 열심히 연구하고 개발하겠습니다.
◇ 주소 : 당진시 송악읍 가청로 173-74 (방계리)
◇ 문의 : 010-5358-16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