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의 시도 끝에 세계 유명 문화도시들을 제치고 ‘2015 세계 책의 수도’로 선정된 인천. 책 읽는 도시, 인문적 가치를 창조하는 도시라는 목표를 가지고 어느 때보다 많은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요란한 구호에 지나지 않았을까. 빠르면 10월부터 경제적 효과 측면에서 소래도서관과 서창도서관을 남동구 도시관리공단으로 위탁하겠다는 남동구의 방침이 알려지면서 도서관계, 시민단체들의 반발과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 7월 위탁 운영 입법예고해남동구에서 ‘인천광역시 남동구 공공도서관 설치·운영 및 독서문화 진흥 조례 일부개정조례’를 입법예고한 것은 지난 7월 30일. 이 조례에서는 개정 이유를 “구립조서관의 효율적 운영을 위해 필요한 경우 도서관 운영을 법인·단체 또는 개인에게 위탁할 수 있는 근거조항을 신설하고자 함”으로 들고, 위탁 기간은 ‘3년’이다. 구에서는 9월까지 관련 조례를 개정하고 10월 중 도시관리공단을 출범시킬 계획으로 알려졌다.
이에 남동작은도서관협의회와 남동평화복지연대 등 남동구 지역 7개 시민사회단체는 19일 "공공도서관을 수익사업을 중심으로 하는 도시관리공단으로 위탁하는 것을 반대한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냈다.
또한 남동구민 500명의 서명이 담긴 반대서명부를 남동구청에 제출, 해당 개정조례(안) 철회를 요구했다.
도서관의 경우 시설관리보다 운영하는 프로그램이 더 중요한 기관인데, 운영권을 공단에 넘기게 되면 도서구입이나 프로그램 운영 예산이 줄어 서비스의 질이 떨어질 수 있는 만큼 구가 직접 운영을 책임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미영 미추홀학부모넷 대표는 “문제는 이런 일들이 많은 주민들이 모르는 사이에 조용조용 추진되는 느낌”이라며 “구에서 운영의 효율성을 이야기하며 위탁을 추진하는데 도서관 운영에 전문성이 없는 도시관리공단에 위탁을 하는 것이 진정 구민을 위한 방향인지 우렵스럽다.”라고 말했다.
서지윤 (사)어린이도서연구회 인천지부 남동지회장도 “도서관을 수익기관에 민간위탁을 한다면 수익을 위해 도서관을 이용하는 주민들이 피해를 보는 것이 아니냐?”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위탁 공공도서관들의 유료화 현황은 어떨까. 인천의 경우 유일하게 서구가 석남어린이도서관, 신석도서관 등 공공도서관을 공단에 위탁운영하는데, 회원카드 재발급비로 1,500원을 받고 프로그램 수강료는 재료비 포함 3~6만원 대로 높다.
개관 당시부터 시설공단에 위탁운영한 공공도서관들의 경우 수익추구 경향이 더 심하게 나타난다. 예를 들어 2002년 개관한 뒤 성북도시관리공단이 운영하고 있는 성북정보화도서관은 무료로 이용되는 다른 도서관과 달리 일반 열람실 이용료로 하루 1,500원을 받는다. 또한 이 도서관은 건물 5층에 1.8~3.35평대의 개인연구실을 두어 월 10~20만 원 대의 이용료를 받고 임대해 “공공도서관을 소수의 개인에게 임대하는 것은 공공성을 포기하는 것”이라는 지적까지 받고 있다.
이외에도 회원카드 발급비와 재발급비를 1,000원씩 받거나 대관료, 주차비 등을 받는 위탁도서관들이 많다. 프로그램 수강료 또한 많게는 5~6만원에 이르는 등 비수익형 문화기반시설인 공공도서관에 경제논리가 대입되고 있는 실정이다.
공공성과 책무성 가져야 공공도서관소래도서관의 한 사서는 “위탁운영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도서대여점이나 공부방이 아닌, 공공도서관은 시민들의 독서진흥과 함께 평생교육을 위한 인프라이다. 공공성과 함께 책무성이 있는 공공도서관을 ‘시설 관리’의 관점에서 운영한다면 전문성 결여로 인한 도서관서비스의 질이 낮아지고 체계적인 사업이 어려워 이용자들의 불편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위탁운영 반대를 단순히 고용 불안, 높은 이직률 등을 우려한 사서들의 밥그릇 지키기로만 몰아갈 때는 크게 아쉽다”라고 밝혔다.
현재 남동구 구민은 50만으로, 소래도서관의 2014년 이용자는 25만명을 넘어설 정도로 많은 편이다.
근거가 된 보고서, 신뢰 어렵다남동구에서 공공도서관 위탁을 추진하는 근거는 ‘구 도시관리공단 신규사업 조직 인력 적정성 검토 보고서(지방공기업평가원 용역)이다.
하지만 “7월 7일에 나온 중간보고서와 며칠 후인 7월 13일에 나온 최종보고서의 내용에서 인건비와 수지분석 같은 자료가 대폭 조정되는 등 부실하게 작성돼 신뢰하기 어렵다”는 것이 전국 도서관과 8만여 사서들을 대변하고 있는 (사)한국도서관협회·한국사서협회의 지적이다.
이에 협회에서는 지난 5일 “모든 공공도서관은 행정 주체가 책임지고 운영, 관리할 때 공공성과 공익성을 보장받을 수 있다. 이후 도서관 관련 단체와 시민단체, 출판계 등과 연대해 공공도서관의 도시관리공단 위탁을 막겠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전국적인 상황을 보면 공공도서관 위탁운영으로 인한 문제점이 발생하면서 위탁운영했던 곳들이 다시 직영으로 전환되고 있는 추세이다. 파주나 안산, 오산, 목포, 거제시 등에서 시립도서관을 공단에서 관리하다가 다시 직영으로 전환했다. 창원이나 마산, 부산 기장군처럼 도서관의 공단 위탁을 검토했으나, 사업의 타당성이 없음을 인정해 실행하지 않은 곳들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