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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이야기 레비나스- 타인의 얼굴/강영안
시냇물 추천 0 조회 181 23.03.20 07:02 댓글 1
게시글 본문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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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작성자 23.03.20 07:20

    첫댓글 은행나무 아래서 우산을 쓰고 -그리운 102/원재훈

    은행나무 아래서 우산을 쓰고
    그대를 기다린다
    뚝뚝 떨어지는 빗방울들
    저것 좀 봐, 꼭 시간이 떨어지는 것 같아
    기다린다 저 빗방울이 흐르고 흘러
    강물이 되고 바다가 되고
    저 우주의 끝까지 흘러가
    다시 은행나무 아래의 빗방울로 돌아올 때까지
    그 풍경에 나도 한 방울의 물방울이 될 때까지

    은행나무 아래서 우산을 쓰고
    그대를 기다리다 보면
    내 삶은 내가 어쩔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은행나무 잎이 떨어지고
    떨어지고 떨어지는 나뭇잎을 보면
    내가 진정으로 사랑한 것은 내가 어쩔 수 없는 그대
    그대 안의 더 작은 그대
    빗방울처럼 뚝뚝 떨어져 내 어깨에 기대는 따뜻한
    습기
    내 가슴을 적시는 그대

    은행나무 아래서 우산을 쓰고
    자꾸자꾸 작아지는 은행나무 잎을 따라
    나도 작아져 저 나뭇가지의 끝 매달린 한 장의 남은
    잎이 된다
    거기에서 우산도 없이 비를 맞고
    넌 누굴 기다리니 넌 누굴 기다리니
    나뭇잎이 속삭이는 소리를 들으며
    이건 빗방울들의 소리인 줄도 몰라하면서
    빗방울보다 아니 그 속의 더 작은 물방울보다 작아
    지는
    내가, 내 삶의 그대가 오는 이렇게 아름다운 한 순간을
    기다려온 것인줄 몰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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