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의료계에 ‘인공지능 시대’가 열리고 있다. IBM의 인공지능(AI) 암 진단 솔루션 왓슨 포 온콜로지(Watson for Oncology, 이하 왓슨)가 지난 해 말 가천대 길병원에서 암 환자 진료에 들어가면서다. 요즘 의료계에선 열리는 학회마다, 만나는 사람들마다 인공지능이 화두다. 왓슨을 도입한 병원만도 길병원에 이어 부산대병원, 건양대병원, 계명대동산병원, 대구가톨릭대병원 등 벌써 5곳에 이른다.
인공지능 시대를 맞는 의사들의 속내는 그러나 아주 복잡한 것 같다. 신기술의 등장을 반기는 사람들도 있고, 인간 의사의 역할이 사라지는 것 아니냐는 위기감을 비치는 이들도 있다.
이미지 인식 알고리즘으로 사람 위치를 파악하는 모습. ⓒ 루닛
과연 인공지능은 인간 의사를 대체할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한 의사들의 대답은 엇갈린다. 눈부신 발전을 거듭하는 딥러닝(deep learning) 등 인공지능 알고리즘이 인간 역할을 상당 부분 대체할 것이라는 쪽과 인간의 경험과 직관은 기계가 따라올 수 없으므로 의료의 주체는 앞으로도 사람의 몫일 수밖에 없다는 쪽이 맞서고 있다.
그러는 사이, 인공지능은 질병 진단에서 인간의 능력을 속속 뛰어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전망이나 추론이 아닌 ‘팩트(fact)’다. 이를 뒷받침하는 연구 결과들이 이미 쏟아지고 있어서다.
구글의 딥러닝 기반 인공지능은 유방암 환자의 병리 슬라이드 판독에서 이미 인간 의사를 앞질렀다. 지난달 구글 발표에 따르면 이 인공지능 알고리즘은 92%의 정확도로 유방암 암세포를 진단해 73%에 머문 병리과 의사들을 큰 격차로 따돌렸다. 이에 앞서 지난 2월 ‘네이처’ 논문에 따르면 미국 스탠퍼드대 연구팀이 개발한 딥러닝 기반의 인공지능은 악성 흑생종(melanoma) 등 3가지 피부과 병변에 대한 사진 판독에서 0.96~0.91의 민감도로 피부과 전문의들을 제쳤다.
당뇨성 망막증 진단에서도 인공지능은 안과 명의의 반열에 올랐다. 지난해 11월 29일자 미국의학협회지(JAMA) 논문에 따르면, 구글의 또 다른 인공지능은 이 병을 진단하기 위한 안저 사진 판독에서 무려 0.991~0.990의 민감도를 보이며 미국 내 유명 안과 전문의들과 맞먹는 정확도를 과시했다. 국내 인공지능 스타트업들인 루닛과 뷰노도 의료영상 판독에서 인간 의사 수준의 정확도에 도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민감도(sensitivity)는 실제 질병이 있는 사람에 대해 ‘질병이 있다’고 진단하는 비율로, 값이 1이면 100% 완벽한 알고리즘이란 뜻이다.
‘인공지능이 인간 의사의 역할을 완전히 대체할까’라는 질문에 대해 대부분의 의사들은 ‘아니다’라고 답한다. 예컨대 의사가 진료실에서 진통제를 처방하면서 손을 한 번 잡아 주는 것만으로도 환자 아픔은 크게 가실 수 있는데, 이게 인공지능에서 가능하겠느냐는 반문이다.
인공지능이 인간을 완전히 대체할 수 없을 것이라는 사람들도 의료영상 판독 등 정량적이고 객관적인 데이터에 근거한 분석이나 판단은 대체 가능할 거라는데 고개를 끄덕인다.
김주한 서울의대 교수(정보의학실)는 “전인적(全人的) 진료로서의 의료는 난공불락이지만, 부분 부분 나눠 기계화할 수 있는 영역이 많은 곳이 의료 분야”라면서 “장비와 검사에 의존하는 진단 관련 분야는 빠르게 인공지능으로 대체될 것”이라고 했다.
디지털헬스케어 흐름에 밝은 김치원 서울와이즈 요양병원 원장도 “(인공지능에 의한 인간 의사의) 완전한 대체는 10~20년 내에는 힘들 것 같다”면서도 “영상의학과, 병리과 등 일부 분야는 인공지능으로 대체가 충분히 가능하다”고 했다. 왓슨과 같은 진단 알고리즘의 경우 다양한 데이터의 수집 및 분석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비해, 이미지 판독은 작업이 단순해 대체가 쉽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대체 가능한 분야도 엑스레이, 컴퓨터단층촬영(CT), 자기공명영상(MRI) 같은 의료 영상뿐 아니라 병리 슬라이드, 심전도, 뇌파, 근전도 등 이미지 형태로 이뤄지는 모든 종류의 검사가 해당될 것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딥러닝 기반의 골연령 자동 측정 소프트웨어 화면. ⓒ 뷰노
그래도 의문은 남는다. 기술의 발전 속도와 양상은 때론 인간의 상상을 뛰어넘는다. 인공지능에 의한 인간 의사 역할의 대체 정도가 과연 이미지 판독 수준에 머물까. 인공지능과 인간 의사 간 역할이 역전되어 인간이 기계의 ‘보조자’가 되는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있을까.
‘무어의 법칙’에 따른다면 반도체의 집적도로 대표되는 정보통신 기술은 18개월마다 2배씩 발전한다. 30년 뒤 인공지능 기술은 지금보다 3만 배 진보해 있을 것이라는 얘기다.
김 원장은 20년 뒤엔 인공지능이 인간 의사를 대체할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할 것이라고 말한다. 의료에서 의사의 역할은 ‘의학 지식에 기반을 둔, 신용을 쥐고 있는 존재’가 핵심이다, 인공지능이 발전하고 조금씩 사용되기 시작하면 이에 대한 신용이 높아질 것이다, ‘디지털 네이티브(digital native)’인 젊은 층의 경우 사람이 아닌 인공지능에게 진료 받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상대적으로 적어서 이런 현상은 가속화 할 것이다. 김 원장의 전망이다.
인공지능과 피부과 및 안과 전문의들을 비교한 ‘네이처’와 JAMA 논문 내용은 그래서 예사롭지 않다. 논문 내용을 자세히 뜯어보면 인간 의사들은 연구 과정에서 인공지능에게 봉사하는 ‘보조자’ 역할을 했다. 즉, 인공지능이 학습할 수십만 장의 병변 데이터를 일일이 판독하거나 긁어 모으고, 그렇게 개발된 인공지능에 의해 실력을 비교 당하는가 하면, 결과적으로 인공지능의 뛰어남을 반증하는 대상이 되었던 것.
최 소장은 이 같은 내용을 소개하는 블로그 글에서 “이런 연구에서 인간 의사의 역할이 무엇인지 보면 여러 복잡한 생각이 든다”며 “더 무서운 것은 이런 인간 전문가들의 노력을 통해 거의 완벽한 인공지능이 만들어지면 그 이후부터는 그것을 만드는데 기여한 인간 전문가들의 필요성이 줄어든다는 것은 아이러니”라고 소회를 적었다.
김 교수는 “미래에 인공지능의 지시대로 움직이며 부분적 지식과 기술을 판매하는 ‘알바 의사’가 될지, 혹은 기계의 특성을 내재화 하고 자유자재로 다뤄 최종 판단과 가치 생성의 주체가 되는 ‘오메가 의사’가 될지는 전적으로 의료인 자신의 선택에 달렸다”고 했다
첫댓글 외계인, 우주인 등등 소문이 시작된게 수십년인데
이제는 지구인이 외계인이 될것 같군요.
과학의 발전은 결국 지구 뿐 아니라 우주와의 연결고리를 만들게 될 것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