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격 있는 대화-아픈 과거는 모르는 척하라
“헬스클럽에 다니겠다고? 괜히 생돈 날리지 말고, 우리 그 돈으로 맛있는 거나 사 먹자! 너 지난번에 제과학원 끊었다가 두 번이나 갔나? 아, 또 작년에는 요가학원 등록했다가 사흘 만에 그만뒀지! 선생님이 마음에 안 들어서 못 다니겠다고 했던가?”
대화를 나누다 보면 시시콜콜한 과거까지 기억해뒀다가 기회가 왔다 싶으면 무차별 공격을 퍼붓는 사람들이 있다. 없는 이야기를 꾸며 내는 건 아니니 들어보면 모두 맞는 말이다. 그러나 비록 사실이라 할지라도, 잊고 싶은 흑역사를 다른 사람에게서 들으면 기분이 상한다.
“다이어트도 하고 체력도 관리하겠다는 건 좋은 생각 같아. 그런데 문제는 일이 많다는 거야. 퇴근하고 집에 가면 밤 열 시라며? 그 시간에 헬스클럽에 갈 수 있겠어?”
과거와 같은 일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는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그 대책을 스스로 찾아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품격 있는 대화법이다.
상대방의 잘못을 지적하는 목적은 틀어진 일을 바로잡기 위함이다. 그런데 감정에 격해지면 종종 대화의 목적을 잃어버린다.
“뭐, 클레임 걸렸다고? 무슨 일을 그따위로 해! 얼마 전에는 거래처 간다고 해놓고 은행에 가서 개인 업무를 보질 않나, 지난달에는 몸이 아파서 못 나온다고 해놓고는 여행을 갔다 오질 않나? 일은 안 하고 매일 놀 생각만 하니까 클레임이나 걸리지!”
세상에 죄 없는 자 없듯이, 회사 일을 완벽하게 하는 사람은 없다. 단지 문제점이 드러났느냐, 드러나지 않았느냐의 차이일 뿐이다.
좋은 상사는 문제를 바로잡고, 같은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해결책을 마련하기 위한 대화를 한다. 나쁜 상사는 기다렸다는 듯이 과거의 잘못을 들먹이며 공격을 퍼붓는다. 상대방이 제정신을 못 차릴 때, 슬쩍 책임을 전가한다.
“김 대리가 싼 똥이니까 김 대리가 책임져!”
우리는 일이 잘못되면 그 원인을 과거로부터 찾는다. 그러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과거충’으로 전락한다.
“지난번 일만 해도 그래! 아홉 시에 만나기로 했는데 한 시간이 지나서 나타났잖아. 그때는 약속 시간을 착각했다며? 착각할 일이 따로 있지, 어떻게 나하고 한 약속 시간을 착각할 수가 있어! 내가 그렇게 별 볼 일 없는 사람이야?”
약속 시간에 늦게 나타나면 별의별 생각이 다 들게 마련이다. 상대방이 약속 시간에 상습적으로 늦는다면 과거의 잘못을 하나하나 소환해서 잘못을 추궁할 게 아니라, 바로잡을 방안을 찾아야 한다.
상습적으로 약속 시간에 늦게 나타나는 사람들은 시간 개념이 없다든지, 기다리기를 싫어한다든지, 일이 항상 바쁘다든지, 준비하는 데 걸리는 시간 계산을 잘 못한다든지 등등의 특징이 있다. 상대방의 특징을 파악해서 근본적인 개선책을 마련해야지, 과거 일을 들먹이다 보면 “내가 말을 안 해서 그렇지, 넌 잘못한 게 없는 줄 알아!”라는 반발을 불러와서, 결국 관계만 악화된다.
미국의 36번째 대통령 린든 B. 존슨은 “과거 속에서 교훈은 얻을 수 있어도 과거 속에서 살 수는 없다”라고 말했다.
살아가는 데에서 중요한 것은 과거의 잘잘못이 아니라 과거를 통해서 무엇을 배웠느냐다. ‘과거충’ 소리를 듣고 싶지 않다면 상대방의 아픈 과거는 모르는 척 눈감아줘라.
*위 글은 한창욱님의 저서 “품격 있는 대화” Chapter 2 ‘당신의 품격을 낮추는 말’ 중 “21. 아픈 과거는 모르는 척하라”를 옮겨 본 것입니다.
*참고로 한창욱님은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하고, 여러 해 동안 기자생활을 하다가 투자컨설팅 회사에서 전문위원으로 일하였으며, 첫 작품 “나를 변화시키는 좋은 습관”이 베스트셀러가 된 이후, 대청호가 내려다보이는 평화로운 마을에 ‘마음연구소’를 열었고, 이곳에서 독서와 명상 등으로 삶의 의미를 찾고 있으며, 저서로는 “나를 변화시키는 좋은 습관”, “완벽하지 않기에 인생이라 부른다”, “나는 왜 사소한 것에 목숨을 거는가”, “나를 이기는 5분 습관”, “마음을 슬쩍 훔치는 기술”, “펭귄을 날게 하라”, “서른, 머뭇거리지 않기로 결심했다”, “진심으로 설득하라” 등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