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일본 프로축구 J리그 결승전이 열린 사이타나 스타디움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희귀한 광경이 연출됐다. 관객들이 티켓을 내고 입장하는 대신 경기장의 입장 게이트에 설치된 감시카메라에 자신의 얼굴을 슬쩍 비추는 것으로 본인 확인이 이루어진 것. 이처럼 게이트를 통과한 관객들은 입장 후에 자신의 얼굴 사진이 들어간 입장권을 기념품으로 받았다.
즉, 관객들의 얼굴이 티켓 기능을 대체했으며, 입장 후 받는 종이 티켓은 단순한 기념품이었던 것이다. 캐논과 NEC가 개발한 이 기술의 원리는 단순하다. CCTV에 얼굴인식이라는 새로운 기술을 융합한 것. 관객이 미리 얼굴 사진을 등록해놓으면 관객의 얼굴 자체가 티켓으로 인식된다.
원리는 단순하지만 이 기술은 매우 다양한 장점을 지닌다. 많은 사람이 일일이 게이트를 통과하면서 장시간 기다려야 하는 불편함을 해소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티켓 사재기를 방지할 수 있다. 또한 음식점에서 단골손님을 식별하는 등의 비즈니스용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단순히 사람의 눈을 대신하던 CCTV가 사람의 두뇌를 대신하는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 Pixabay Public Domain
감시용으로만 사용되는 CCTV가 최근에 개발된 신기술과 융합되면서 그 용도가 점차 확대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인공지능(AI)과의 융합이다. CCTV가 지능을 가지게 되면 단순 행동 감지에서 벗어나 객체를 추적해 행위를 판단할 수 있게 된다. 단순히 사람의 눈을 대신하던 CCTV가 사람의 두뇌를 대신하는 형태로 진화하고 있는 셈이다.
특정 인물의 행동을 사전에 예측하는 CCTV
인공지능을 장착한 CCTV는 범죄 현장에서 이상 행동을 하는 사람을 선별하고, 범인을 추적하거나 도주 방향을 예측해 통합관제센터로 통보할 수 있다. 또 수상한 사람의 행동 패턴에 따라 지속적인 추적이나 감시를 수행하고, 차량번호 및 사람 얼굴 등을 인식해 관련 정보를 분석해 제공할 수 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에서는 CCTV 등의 영상 데이터를 활용해 특정 인물이 어떤 행동을 할지를 사전에 예측하는 영상분석 기술을 연구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공지능 CCTV는 범인 추적뿐만 아니라 자연재해를 예측하는 데 사용할 수도 있다. 장마철이나 국지성 집중호우 때 홍수로 범람하는 하천의 수위를 감지하는 것은 물론 산이나 도로 등의 붕괴 예측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RTA) 나고야무역관에 의하면, 일본 미쓰비시전기는 CCTV에 인공지능 기술을 도입해 공공장소에서 휘발유 등 인화물질 및 위험물을 소지한 사람을 자동으로 찾아내는 기술을 개발 중인 것으로 밝혀졌다. 미쓰비시전기의 니시무라 상무는 “인공지능의 진화로 감시카메라를 이용한 영상 해석 기술의 발전은 가속화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CCTV에 빅데이터 기술이 결합되면 더욱 다양한 정보처리가 가능해진다. 영상에 찍히는 사람의 나이와 성별까지 분석이 가능한 것은 물론 날씨를 판별할 수도 있는 것. 기상청에서는 CCTV 영상에 빅데이터 기술을 활용해서 비, 눈, 안개 등 날씨를 판별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사물인터넷(IoT)이 기술이 결합되면 CCTV가 주변 기기들과 폭넓게 연결돼 통합 관리 시스템의 구축이 가능해진다. 슈퍼마켓을 예로 들면, CCTV가 출입문 센서, 계산대, 난방시설, 창고 등과 연결됨으로써 고객의 얼굴 인식, 도난 등의 특정 동작 감시, 방문 고객수 분석(피플 카운팅) 등의 업무를 척척 해낼 수 있다.
이 같은 기술은 CCTV의 용도를 마케팅 수단이나 공장의 생산효율화 등으로 변모시킬 수 있다. CCTV를 통해 취득한 정보를 바탕으로 소비자의 행동을 분석할 경우 마케팅 자료를 활용할 수 있으며, 제조공장 내 작업자 움직임을 해석하면 생산 효율성 증가를 위한 자료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위에서 예로 든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등은 모두 4차 산업혁명을 견인하는 핵심 기술로 꼽히는 분야다. 따라서 CCTV의 진화가 4차 산업혁명의 핵심 분야 중 하나로 자리매김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카메라 제조사들도 CCTV 기술 개발에 참여
CCTV의 진화는 전통적인 카메라 제조사들까지 움직이게 하고 있다. 기존 카메라 제조사의 대다수는 감시카메라를 전문으로 취급하지 않지만, 기존에 보유한 전자기술과 일반 카메라 기술을 응용함으로써 스마트한 감시 카메라 개발이 활발해지고 있는 것.
예를 들면 파나소닉은 경비원에게 장착 가능한 웨어러블 카메라와 감시 카메라를 연계한 방범 시스템을 개발했으며, 소니는 복수의 카메라로 대상을 추적해 저해상도의 광역 감시 카메라로도 사람을 식별하고 인증하는 일까지 가능한 기술을 개발했다.
한편 캐논은 감시 카메라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기술을 가진 스웨덴의 액시스(Axcis) 사를 28억 달러에 인수했다. 2015년에 이루어진 액시스의 인수는 캐논 창립 이후 최대 기업 인수․합병(M&A)으로 주목을 끌었다. 액시스는 네트워크 감시 카메라 솔루션을 취급하는 업체로, CCTV 카메라를 제어하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공급하는 회사다.
네트워크 카메라란 디지털 버전의 CCTV라고 할 수 있다. 기존 CCTV가 유선으로 연결된 폐쇄회로 기기였다면 네크워크 카메라는 영상신호를 디지털화해 통신으로 보내는 것이 차이점이다. 캐논이 액시스를 인수한 것은 성장 가능성이 높은 산업으로 전환하기 위해서인데, 현재 전 세계 CCTV 시장은 네트워크 카메라로 재편되고 있는 상황이다.
첫댓글 진화의 속도가 굉장히 빨라요....요즘은 시골길에서도 함부로 소변도 보지 못하게 되었어요.....넋놓고 있다가 정신차려서 주변을 살펴보면 어느세 카메라가 빼꼼히 보고 있으니 말이죠....
기술의 진화는 사람의 의식을 높이게 만들어 주니
앞으로는 양심을 속이고 살지 못하는 시대가 올 것 같습니다. ^^
참 좋은 현상이지요.~~~~~~~
기술의 발전 속도가 엄청 나네요 나중엔 인간은 소멸될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