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박인지 수박인지
장마철과 무더위가 반복된다는 계절(季節)이란
그야말로 여름은 여름철이다
장맛비란
어느 지역은 메마른 대지(大地)를 적시고 마는
비가 내리는가 하면
또 어느 지역은 집중호우(集中豪雨)가 내려서
재난 피해(災難 被害)를 입히기도 하니 말이다
오늘은 여름철다운 무더위 속의 하루를 보내며
점심시간에 시원한 콩국수를 먹었다
백반(白飯)보다 2천원 비싸게 받는 콩국수라서
찾는 사람이 별로없다
콩국수를 단돈 천 원만 내려 준다면 직장인들이
많이 찾으리라 본다
오늘따라 점심시간에 거래처에서 찾아온 손님이
2천원짜리 커피도 사준다
너무나 오랜만에 조금 비싼 시원한 커피 한잔을
얻어 마셔보니 오늘같은 무더위도 견딜만 했다
오늘따라 조금 바쁘다보니 무더위 속의 하루도
금방이었다
이웃집 직장(職場)이 셔터문을 닫는 것을 보고는
퇴근 시간을 알게 되었다
하루가 저물어 가는 가운데 퇴근을 하면서 음악을
듣다 보니 뭔가 지루함이 없게 만든다
전철역에서 내려 대합실로 들어가는데 전화(電話)가
걸려와 보니 아내였다
어딘가 묻는다
5분후면 도착한다고 했더니 하는 이야기가 올 때
마트에 들러
“수박(호박)하나 큰 것으로 사와” 그런다
그래서 호박이 아니라 수박인줄 알고서 제일 크고
좋은 것을 하나 산 것이다
무거운 수박을 들고 쉬어가기를 반복하다 보니까
어느새 도착을 하게 되었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니 아내가 하는 이야기가
“누가 수박을 사오라고 했어
호박을 사오라 했지”
알고 보니 호박전을 부쳐서 막걸리 한잔하려고
했나보다
내가 한마디 했다
“이 무더운 날 무슨 막걸리가 뭐야”
“치킨에 생맥주가 좋은데”
아내가 아무 말 없이 수박을 칼로 싹둑 자르더니
한 조각을 입에 넣으면서 한마디 한다
“그참 수박 맛이 좋으네 ”
나는 호주머니 돈만 쓰게 만든 탓에 수박 맛이
좋은줄 모르겠다
호박을 살 것을 하필 수박은 왜 샀는지
내 속마음 어이할꼬 ..... 飛龍 / 南 周 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