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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고필부(登高必賦)
높은 산에 오르면 반드시 시를 지어 회포(懷抱)를 푼다는 뜻으로, 군자는 높은 자리에 오르면 반드시 시를 지어 심중에 쌓인 생각을 푼다는 말이다.
登 : 오를 등(癶/7)
高 : 높을 고(高/0)
必 : 반드시 필(必/0)
賦 : 문체 부(貝/8)
(유의어)
등고능부(登高能賦)
출전 :
한시외전(韓詩外傳)
삼국지(三國志) 위서(魏書) 무제기(武帝紀)
군자는 높은 산에 오르면 저절로 시정(詩情)이 발동(發動)하여 반드시 시가(詩歌)를 한 수 지어 읊조리게 된다는 말이다.
부(賦)는 한문 문체의 하나이다. 부(賦)는 본래 '시경'의 표현 방법의 하나로서, 작자의 생각이나 눈앞의 경치 같은 것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 보는 것이다.
진수(陳壽)가 지은 정사 삼국지(三國志) 위서(魏書) 무제기(武帝紀) 25년 기사에 다음과 같은 내용이 나온다.
25년(220) 봄 정월, 낙양에 이르렀다. 손권이 관우를 공격해 참수하여 그 수급을 보내왔다.
二十五年春正月, 至洛陽.
權擊斬羽, 傳其首.
경자일, 왕(曹操)이 낙양에서 붕(崩-천자의 죽음. 崩=薨)하니 그때 나이 66세였다.
庚子, 王崩于洛陽, 年六十六.
시호를 무왕(武王)이라 했다. 2월 정묘일, 고릉(高陵)에 장사지냈다.
謚曰武王. 二月丁卯, 葬高陵.
위서(魏書)는 이렇게 말한다. 태조가 해내(海內)를 통어(統禦)한 이래 뭇 추악한 것들을 베어서 멸했는데, 행군(行軍), 용사(用師; 용병)할 때는 대체로 손자, 오자의 법을 가늠해 이에 의거하고, 사안에 따라 기책을 세워 적을 속여 승리하니 변화가 신과 같았다.
魏書曰: 太祖自統御海內, 芟夷羣醜, 其行軍用師, 大較依孫吳之法, 而因事設奇, 譎敵制勝, 變化如神.
스스로 병서(兵書) 10만 여 자를 지어 제장들이 정벌할 때 모두 이 신서(新書)에 따라 일을 처리하게 했다.
自作兵書十萬餘言, 諸將征伐, 皆以新書從事.
일에 임해 또한 손수 절도(節度; 명령)를 내리니 영에 따르는 자는 승리하고 위배하는 자는 패배했다.
臨事又手爲節度, 從令者克捷, 違教者負敗.
진을 치고 적과 대적할 때는 편안하고 한가로워 마치 싸우려 하지 않는 것 같았으나, 결기승승(決機乘勝; 결정적인 계기에 결단해 승세를 탐)할 때에는 그 기세가 용솟음치니, 이 때문에 매번 싸울 때마다 반드시 이겼고 군이 요행으로 이기는 일은 없었다.
與虜對陣, 意思安閑, 如不欲戰, 然及至決機乘勝, 氣勢盈溢, 故每戰必克, 軍無幸勝.
사람을 알아보고 잘 살펴 미혹하여 속이기 어려웠는데, 행진(行陳; 군진) 사이에서 우금, 악진을 발탁하고 패망한 적들 중에서 장료, 서황을 취하니, 모두 좌명(佐命)하여 공을 세우고 명장(名將)으로 벌여섰고 그외 세미(細微)한 신분에서 발탁되어 목(牧)이나 태수에 오른 자는 일일이 헤아릴 수도 없다.
知人善察, 難眩以偽, 拔于禁樂進於行陣之間, 取張遼徐晃於亡虜之內, 皆佐命立功, 列爲名將, 其餘拔出細微, 登爲牧守者, 不可勝數.
이로써 대업(大業)을 창조(創造)하고 문무(文武)를 아울러 베풀었는데, 어군(禦軍)한 지 30여 년 동안 손에서 책을 내려놓지 않았으니, 낮에는 무책(武策)을 의논하고 밤에는 경전(經傳)을 생각했다.
是以刱造大業, 文武並施, 御軍三十餘年, 手不捨書, 晝則講武策, 夜則思經傳.
높은 곳에 오르면 반드시 부(賦)를 짓고 새로운 시(詩)를 지으면 여기에 관현(管絃)을 입혀 모두 악장(樂章)을 이루었다.
登高必賦, 及造新詩, 被之管絃, 皆成樂章.
재력(才力)이 남보다 뛰어나 손수 활을 쏘아 나는 새를 맞추고 맹수를 사냥했으니 일찍이 남피(南皮)에서 꿩을 사냥해 하루에 63마리를 잡은 적도 있다.
才力絕人, 手射飛鳥, 躬禽猛獸, 甞於南皮一日射雉獲六十三頭.
궁실을 짓고 기계(器械)를 수리함에 이르러서는 법칙으로 삼지 않을 것이 없으니 모두 그 뜻을 다 펼쳤다.
及造作宮室, 繕治器械, 無不爲之法則, 皆盡其意.
고아(雅)한 성정으로 절검(節儉; 검소)하며 화려한 것을 좋아하지 않았으니 후궁(后宮)들은 금수(錦繡; 수놓은 비단)를 입지 않고 시어(侍禦)하는 이들은 두가지 이상으로 채색된 신을 신지 않았고, 휘장과 병풍이 헐어지면 기워서 쓰고 이부자리는 따뜻함을 취할 뿐 장식하는 일은 없었다.
雅性節儉, 不好華麗, 後宮衣不錦繡, 侍御履不二采, 帷帳屏風, 壞則補納, 茵蓐取溫, 無有緣飾.
성읍을 함락하여 미려(美麗)한 물건을 얻으면 이를 모두 공을 세운 자들에게 내리니, 훈노(勳勞; 공훈과 노고)가 있는 자에게는 의당 상을 주며 천금을 아끼지 않았고, 공이 없으면서 시혜를 바라는 자에게는 한오라기 털조차 나누어 주지 않았으며, 사방에서 헌어(獻禦; 진상)한 물건은 여러 신하들과 함께 나누었다.
攻城拔邑, 得靡麗之物, 則悉以賜有功, 勳勞宜賞, 不吝千金, 無功望施, 分豪不與, 四方獻御, 與羣下共之.
일찍이 말씀하시길 송종(送終; 장례)의 제도에서 습칭(襲稱; 수의)의 수가 번잡하여 무익하고 풍속에서도 또한 이를 허물로 여긴다 하시고, 이에 미리 스스로 죽은 뒤에 입을 의복을 만드셨으니 네 상자에 불과했다.
常以送終之制, 襲稱之數, 繁而無益, 俗又過之, 故預自制終亡衣服, 四篋而已.
⏹ 시인 조조와 간웅 조조
술 마시며 노래하세/ 우리네 인생 살면 얼마나 산다고(단가행)/ 천리마는 늙어 마구간에 매여 있지만/ 마음은 천리를 치닫듯/ 열사 비록 몸은 늙었지만/ 큰 포부는 가시지 않네(보출하문행).
조조(曹操)가 남긴 시구의 일부다. 시인 조조. 나관중의 소설 삼국지에 익숙한 우리에게는 다소 생소하다. 그러나 조조는 중국문학사에 뚜렷이 자취를 남긴 건안문학의 주역이다.
무제 조조와 그의 아들 문제 조비, 조식은 당대의 문인으로서 정치와 문학을 함께 아우른 삼국시대의 대표적 정치인이다.
조조는 높은 산에 오르면 반드시 시를 짓고(登高必賦), 전쟁터에서도 손에서 책을 놓지 않았다(手不舍書).
소설가 루쉰은 조조의 시는 완고하고 편벽한 후한의 시풍에서 벗어나 자유롭고 활달한 패턴을 보여준다고 평가하고 있다.
북송의 소동파는 "술을 걸러 강가에 가고 창을 옆에 끼고 시를 읊었으니 일세 영웅이다"고 조조의 모습을 전하고 있다.
그의 시에서는 자신의 정치적 이상을 구현하려는 의지가 치열하게 느껴진다. "비록 몸은 늙었지만 큰 포부는 가시지 않네"라는 구절에서 시대의 혁명가 조조의 매서운 기상과 의지를 엿볼 수 있다.
또한 이상과 낭만이 흘러넘치고 굳센 도전 정신을 보여준다. '우리 인생 살면 얼마나 산다고'에서는 조조의 외로움과 회한을 느낄 수 있다. 그렇기에 그의 시 세계는 '고적하고 비량한 시풍'을 보여준다고 평가된다.
조씨 부자와 공융, 진림 등 건안칠자(建安七子)는 건안문학을 창조했고 건안문학 집단을 융성케 하였다. 조조는 재능 있는 문인을 등용하고 적극 지원하고 건안풍골(建安風骨)이라는 시풍을 주도하였다.
조조의 아들 조식이 특히 시에 뛰어나, 일곱 걸음만에 시를 지었다는 '칠보시(七步詩)'는 널리 후세의 사랑을 받았다.
시심이 두터운 조조이지만 자신의 권력을 지키는 데는 더없이 비정한 정치가였다. 한마디로 치세의 능신이요 난세의 간웅이었다.
조조는 후한 마지막 황제 헌제를 옹립하여 '천자를 끼고 제후를 호령'하는 소위 협권(挾權) 정치로 권력을 장악하였다.
조조의 인재에 대한 갈망과 애정은 특별하였다. 참모인 곽가를 발탁하고는 "나의 대업을 성취시킬 이는 그대 말고는 없다"고 극찬하였고, 순욱을 '나의 장량'으로 애지중지하였다.
210년 유명한 구현령(求賢令)을 발표하여 "천하에 묻혀 있는 인재를 찾아내라. 오직 능력만으로 천거해라. 나는 능력이 있는 사람을 중용할 것이다"고 천명하였다.
정사 삼국지의 저자 진수 말처럼 불념구악(不念舊惡) 즉 지난날의 원한을 마음에 두지 않았다. 자기 아들을 죽음으로 몰고 간 장수도 용서했고, 조조 집안 3대를 능멸한 진림도 그 재능을 가상히 여겨 참모로 발탁하였다.
특히 격식과 틀에 얽매이지 않고 인재를 구하였다. 조인, 조홍처럼 친인척도 능력 있는 자는 중용하였으며, 귀순자나 신분이 비천한 자도 과감히 발탁했다.
반면에 조조는 극단적 이중성을 갖고 있어 '잔인'하고 '의심'이 많고 '자신을 무시'한 자는 결코 용서치 않았다. "내가 남을 버릴지언정 남이 나를 버리게 하지 말라"는 말처럼 자신에게 해가 되거나 순종치 않는 자는 잔인하게 살해하였다.
순욱을 재상인 상서령으로 중용하고 그의 아들을 사위로 삼았지만 자신의 통치방식에 반대하자 자살케 하였다.
진수는 조조는 사람을 미워하는 감정 기(忌)가 심한 사람이라 평하였다. 환관의 후손이라는 콤플렉스 때문인지 명문귀족이나 말 잘하는 변설가 등에 대한 혐오의 감정이 특히 심했다.
후대에 조조는 늘 호훼포폄의 대상이 되었다. 명 말 청초의 명신 왕부지는 조조의 지략과 지능을 높이 샀다.
반면 청의 건륭제는 조조를 '찬역자'로 규정하였다. 청의 역사가 조익도 권모술수로 사람을 다스렸다고 부정적인 평가를 내린 바 있다.
하지만 마오 시대의 석학 궈머루는 조조를 혁명가로 재평가하였다. 루쉰의 말처럼 '적어도 영웅'인 조조의 치적은 우리에게 사람에 대한 세평은 늘 변할 수 있음을 잘 보여준다.
▶️ 登(오를 등)은 ❶회의문자로 발을 들어 올리고(필발머리; 癶; 걷다, 가다) 제사에 쓸 그릇(豆)을 높은 곳에 올려 놓는다는 뜻이 합(合)하여 오르다를 뜻한다. ❷회의문자로 登자는 '오르다'나 '나가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登자는 癶(등질 발)자와 豆(콩 두)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豆자는 제기 그릇을 그린 것이다. 그런데 登자의 갑골문을 보면 제기 그릇 위로는 癶자가, 아래로는 그릇을 받들고 있는 양손이 그려져 있었다. 이것은 신에게 바칠 음식을 들고 제단 위로 올라가는 모습을 그린 것이다. 소전에서는 제기 그릇을 들었던 양손이 생략되면서 지금의 登자가 만들어지게 되었다. 그래서 登(등)은 (1)오랜 옛날에 쓰던 그릇의 한 가지. 질로 만들며 굽이 높고 모양이 두(豆)와 같음 (2)성(姓)의 하나 등의 뜻으로 ①오르다 ②나가다 ③기재하다 ④익다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도울 우(右), 오를 승(陞), 오를 척(陟), 오를 양(敭), 오를 승(昇), 오를 등(騰),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덜 손(損), 덜 감(減), 내릴 강(降), 떨어질 락/낙(落)이다. 용례로는 소설이나 영화 또는 무대 등에서 나옴을 등장(登場), 문서에 올림을 등록(登錄), 학교에 출석함을 등교(登校), 서적 또는 잡지 등에 올려 적음을 등재(登載), 산에 오름을 등산(登山), 인재를 골라 뽑아 씀을 등용(登用), 원의 이름이 붙는 곳에 출석하거나 출두함을 등원(登院), 임금의 지위에 오름을 등극(登極), 매우 높거나 험한 산 따위를 오름을 등반(登攀), 곡식이 잘 여묾 또는 그런 해를 등세(登歲), 과거에 급제함을 등과(登科), 산 따위의 정상에 오름을 등정(登頂), 배에서 육지에 오름을 등륙(登陸), 배에 오름을 등선(登船), 즉시나 죄를 범한 그때 그 자리를 등시(登時), 높은 곳에 오름을 등고(登高), 용문에 오른다는 뜻으로 뜻을 펴서 크게 영달함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등용문(登龍門), 높은 곳에 올라가려면 낮은 곳에서부터 오른다는 말로 일을 하는데는 반드시 차례를 밟아야 한다는 말을 등고자비(登高自卑), 군자는 높은 산에 오르면 반드시 시를 지어 회포를 푼다는 말을 등고능부(登高能賦), 누상에 오르게 하여 놓고 오른 뒤 사다리를 치워 버린다는 뜻으로 처음에는 이롭게 하는 체하다가 뒤에 어려운 처지에 빠지게 함을 이르는 말을 등루거제(登樓去梯), 태산에 오르면 천하가 작게 보인다는 말로 큰 도리를 익힌 사람은 사물에 얽매이지 않는다는 말을 등태소천(登泰小天), 산에 오르고 물가에 나아감을 이르는 말로 명산대천의 명승지를 유람한다는 뜻을 이르는 말을 등산임수(登山臨水), 죄를 저지른 그때 그 자리에서 곧 잡음을 일컫는 말을 등시포착(登時捕捉), 날개가 돋아 신선이 되어 하늘에 오른다는 뜻으로 술이 거나하게 취하여 기분이 좋음을 이르는 말을 우화등선(羽化登仙), 착한 일을 쫓아 하는 것은 산을 오르는 것과 같다는 뜻으로 착한 일을 하는 것이 매우 힘들다는 말을 종선여등(從善如登) 등에 쓰인다.
▶️ 高(높을 고)는 ❶상형문자로 髙(고)의 본자(本字)이다. 성의 망루의 모양으로 높은 건물의 뜻이다. 후에 단순히 높음의 뜻이 되었다. ❷상형문자로 高자는 '높다'나 '크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高자는 높게 지어진 누각을 그린 것이다. 갑골문에 나온 高자를 보면 위로는 지붕과 전망대가 그려져 있고 아래로는 출입구가 口(입 구)자로 표현되어있다. 이것은 성의 망루나 종을 쳐서 시간을 알리던 종각(鐘閣)을 그린 것이다. 高자는 이렇게 높은 건물을 그린 것이기 때문에 '높다'라는 뜻을 갖게 되었지만 높은 것에 비유해 '뛰어나다'나 '고상하다', '크다'와 같은 뜻도 파생되어 있다. 高자는 부수로 지정되어 있기는 하지만 상용한자에서는 관련된 글자가 없다. 그래서 高(고)는 (1)높은을 뜻함 (2)높이 또는 어떤 일을 한 결과 얻어진 양을 뜻함 (3)높이 (4)성(姓)의 하나 등의 뜻으로 ①높다 ②뛰어나다 ③크다, ④고상하다 ⑤존경하다 ⑥멀다 ⑦깊다 ⑧비싸다 ⑨뽐내다 ⑩높이, 고도(高度) ⑪위, 윗 ⑫높은 곳 ⑬높은 자리 ⑭위엄(威嚴)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윗 상(上), 높을 항(亢), 높을 탁(卓), 높을 교(喬), 높을 준(埈), 높을 존(尊), 높을 아(峨), 높을 준(峻), 높을 숭(崇), 높을 외(嵬), 높을 요(嶢), 높을 륭/융(隆), 밝을 앙(昻), 귀할 귀(貴),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아래 하(下), 낮을 저(低), 낮을 비(卑)이다. 용례로는 높은 지위를 고위(高位), 비싼 값을 고가(高價), 나이가 많음을 고령(高齡), 아주 빠른 속도를 고속(高速), 등급이 높음을 고급(高級), 뜻이 높고 아담함을 고아(高雅), 높고 낮음을 고저(高低), 몸가짐과 품은 뜻이 깨끗하고 높아 세속된 비천한 것에 굽히지 아니함을 고상(高尙), 상당히 높은 높이를 가지면서 비교적 연속된 넓은 벌판을 가진 지역을 고원(高原), 인품이나 지위가 높고 귀함을 고귀(高貴), 여러 층으로 높이 겹쳐 있는 것 또는 상공의 높은 곳을 고층(高層), 등급이 높음이나 정도가 높음을 고등(高等), 높은 산과 흐르는 물 또는 훌륭한 음악 특히 거문고 소리를 비유하는 말을 고산유수(高山流水), 베개를 높이 하고 누웠다는 뜻으로 마음을 편안히 하고 잠잘 수 있음을 이르는 말을 고침이와(高枕而臥), 베개를 높이 하여 편안히 잔다는 뜻으로 편안하게 누워서 근심 없이 지냄을 일컫는 말을 고침안면(高枕安眠), 높은 언덕이 골짜기가 된다는 뜻으로 산하의 변천이나 세상의 변천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고안심곡(高岸深谷), 술을 좋아하여 제멋대로 행동하는 사람이라는 비유하여 이르는 말을 고양주도(高陽酒徒), 학식과 품행이 우수한 제자를 일컫는 말을 고족제자(高足弟子), 지위가 높은 큰 벼슬자리 또는 그 직위에 있는 사람을 일컫는 말을 고관대작(高官大爵), 목소리를 높이어 크게 부르짖음을 일컫는 말을 고성대규(高聲大叫), 높다랗게 짓고 호화롭게 꾸민 집을 일컫는 말을 고당화각(高堂畫閣), 큰소리로 떠들고 마구 노래 부름을 일컫는 말을 고성방가(高聲放歌), 학문의 이치 따위가 고원하여 행하기 어려움을 이르는 말을 고원난행(高遠難行), 멀리 달아나서 종적을 감춤을 일컫는 말을 고비원주(高飛遠走), 사람이 우러러보는 산과 사람이 걸어가는 큰길이라는 뜻으로 만인에게 존경받는 사물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고산경행(高山景行), 뛰어난 재주를 가진 인물로 키는 크고 걸음이 빠르다는 뜻에서 나온 말로 뛰어난 활동가를 이르는 말을 고재질족(高才疾足), 목청을 높이어 큰 소리로 글을 읽음을 일컫는 말을 고성대독(高聲大讀), 베개를 높이 베면 오래 자지 못함을 이르는 말을 고침단면(高枕短眠), 베개를 높이 베면 오래 살지 못함을 이르는 말을 고침단명(高枕短命), 고귀한 벗들이 자리에 가득하다는 뜻으로 마음이 맞는 고귀한 벗들이 많이 참석하여 성황리에 모임을 가졌음을 비유하는 말을 고붕만좌(高朋滿座), 높은 갓과 넓은 띠라는 뜻으로 신분에 걸맞지 아니한 의관 차림을 이르는 말을 고관광대(高冠廣帶), 높은 누대와 넓은 집이라는 뜻으로 크고도 좋은 집을 이르는 말을 고대광실(高臺廣室) 등에 쓰인다.
▶️ 必(반드시 필)은 ❶회의문자이나 형성문자로 보는 견해도 있다. 八(팔; 나눔, 필)과 주살익(弋; 줄 달린 화살)部의 합자(合字)이다. 땅을 나눌 때 말뚝을 세워 경계를 분명히 하여 나눈다는 데서 반드시의 뜻으로 쓰인다. ❷상형문자로 必자는 '반드시'나 '틀림없이'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必자는 心(마음 심)자가 부수로 지정되어 있지만 '심장'이나 '마음'과는 아무 관계가 없다. 왜냐하면, 必자는 물을 퍼 담는 바가지를 그린 것이기 때문이다. 갑골문에 나온 必자를 보면 바가지 주위로 물이 튄 모습이 그려져 있었다. 그래서 必자는 바가지나 두레박을 뜻했었다. 하지만 후에 '반드시'나 '틀림없이'라는 뜻으로 가차(假借)되면서 지금은 여기에 木(나무 목)자를 더한 柲(자루 비)자가 뜻을 대신하고 있다. 참고로 必자는 心자에서 유래한 글자가 아니므로 글자를 쓰는 획의 순서도 다르다. 그래서 必(필)은 ①반드시, 틀림없이, 꼭 ②오로지 ③가벼이, 소홀히 ④기필하다, 이루어 내다 ⑤오로지, 전일하다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없어서는 아니 됨을 필요(必要), 그리 되는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음을 필연(必然), 반드시 없으면 안 됨을 필수(必需), 꼭 이김이나 반드시 이김을 필승(必勝), 필연이나 반드시를 필시(必是), 반드시 패함을 필패(必敗), 반드시 읽어야 함을 필독(必讀), 장차 반드시 이름이나 필연적으로 그렇게 됨을 필지(必至), 반드시 죽임 또는 그런 마음가짐을 필살(必殺), 꼭 얻음 또는 꼭 자기의 물건이 됨을 필득(必得), 필요하게 씀을 필용(必用), 반드시나 틀림없이 꼭을 필위(必爲), 꼭 그리 됨을 필정(必定), 반드시 명중함을 필중(必中), 반드시 앎을 필지(必知), 우편물 따위가 정해진 기일까지 틀림없이 도착함을 필착(必着), 꼭 이루기를 기약함을 기필(期必), 다른 방도를 취하지 아니하고 어찌 꼭 또는 어찌하여 반드시를 하필(何必), 필요가 없음을 불필(不必), 생각하건대 반드시를 상필(想必), 다른 방도를 취하지 아니하고 어찌 꼭을 해필(奚必), 죽기를 각오하면 살 것이다는 뜻으로 이순신 장군의 임진왜란 임전훈을 일컫는 말을 필사즉생(必死則生), 살고자 하면 죽는다는 뜻으로 이순신 장군의 임진왜란 임전훈을 일컫는 말을 필생즉사(必生則死), 반드시 무슨 까닭이 있음을 이르는 말을 필유사단(必有事端), 틀림 없이 꼭 망하고야 맒이나 패멸을 면할 길이 없음을 일컫는 말을 필망내이(必亡乃已), 반드시 무슨 까닭이 있음을 이르는 말을 필유곡절(必有曲折), 품은 원망을 반드시 풀어 없애고자 애씀을 일컫는 말을 필욕감심(必欲甘心), 결코 이러할 이치가 없음을 일컫는 말을 필무시리(必無是理), 아내는 반드시 남편의 뜻을 좇아야 한다는 말을 여필종부(女必從夫), 생명이 있는 것은 반드시 죽게 마련이라는 뜻으로 불교에서 세상만사가 덧없음을 이르는 말을 생자필멸(生者必滅), 처음에는 시비 곡직을 가리지 못하여 그릇되더라도 모든 일은 결국에 가서는 반드시 정리로 돌아감을 일컫는 말을 사필귀정(事必歸正), 헤어진 사람은 언젠가 반드시 돌아오게 된다는 말을 거자필반(去者必返), 덕이 있으면 따르는 사람이 있어 외롭지 않음을 이르는 말을 덕필유린(德必有隣), 누구나 허물이 있는 것이니 허물을 알면 즉시 고쳐야 함을 이르는 말을 지과필개(知過必改), 세상일은 무상하여 한번 성한 것은 반드시 쇠하게 마련이라는 말을 성자필쇠(盛者必衰), 어찌 꼭 이익만을 말하는가 라는 뜻으로 오직 인의에 입각해서 일을 하면 이익을 추구하지 않더라도 이익이 돌아온다는 말을 하필왈이(何必曰利), 황하가 수없이 꺾여 흘러가도 결국은 동쪽으로 흘러간다는 뜻으로 결국은 본뜻대로 됨을 이르는 말 또는 충신의 절개는 꺾을 수 없다는 말을 만절필동(萬折必東) 등에 쓰인다.
▶️ 賦(부세 부)는 ❶형성문자로 赋(부)는 간자(簡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조개 패(貝; 돈, 재물)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동시(同時)에 뽑아 모은다는 뜻을 가지게 하기 위한 武(무, 부)로 이루어졌다. 모으는 재물(財物)의 뜻으로 쓰인다. ❷회의문자로 賦자는 '부세'나 '매기다'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賦자는 貝(조개 패)자와 武(굳셀 무)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武자는 창 아래에 발을 그린 것으로 '굳세다'나 '무인'이라는 뜻을 갖고 있다. 賦자는 이렇게 '무인'이라는 뜻을 가진 武자에 貝자가 결합한 것이다. 고대에는 국가가 백성들에게 많은 명목의 세금을 거두어 갔었다. 이러한 세금은 매우 강제적이어서 부세를 거부하거나 내지 못할 시에는 그에 따른 처벌을 받았다. 그러니 賦자에 쓰인 武자는 세금을 내지 않을 때는 무력을 행사하겠다는 의미가 담긴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賦(부)는 ①부세(賦稅: 세금을 매겨서 부과하는 일) ②군비(軍費) ③문채(文彩: 문장의 멋)의 이름 ④군사(軍士) ⑤선비(학식은 있으나 벼슬하지 않은 사람을 이르던 말) ⑥구실(온갖 세납을 통틀어 이르던 말) ⑦매기다 ⑧거두다 ⑨헤아리다 ⑩받다 ⑪주다 ⑫(시가를)짓다 ⑬읊다 ⑭펴다,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조세 조(租), 세금 세(稅) 등이다. 용례로는 세금 따위를 매기어 물게 함 또는 임무나 책임 따위를 지워 맡게 함을 부과(賦課), 지니거나 갖도록 해 줌을 부여(賦與), 일정한 기간마다 내는 돈을 부금(賦金), 선천적으로 타고난 성품을 부성(賦性), 나라나 공공단체가 대가 없이 백성에게 의무적으로 시키는 노역을 부역(賦役), 타고난 운명을 부명(賦命), 부에 붙이는 서시를 부서(賦序), 세금을 매겨서 물림을 부세(賦稅), 과거를 볼 때 쓰게 하는 부의 시험 제목을 부제(賦題), 천부적으로 존재함을 부존(賦存), 타고난 소질을 부질(賦質), 공물을 매김을 부공(賦貢), 부과금을 냄을 부납(賦納), 시가詩歌를 지어 읊음을 부영(賦詠), 지급할 돈을 여러 번으로 나누어 줌을 할부(割賦), 논밭의 구실을 고르게 함을 균부(均賦), 빚이나 값을 해마다 얼마씩 나누어서 갚아 가는 일을 연부(年賦), 나라에 바치던 물건이나 세금을 공부(貢賦), 세금 따위를 돌라 매김을 배부(配賦), 나라나 공공단체가 대가 없이 백성에게 시키는 노역을 역부(役賦), 하늘이 주었다는 뜻으로 선천적으로 타고남을 이르는 말을 천부(天賦), 매겨서 물리는 돈을 일컫는 말을 부과금(賦課金), 매겨서 물리는 돈의 액수를 일컫는 말을 부과액(賦課額), 선천적으로 타고난 모양을 일컫는 말을 천부적(天賦的), 해마다 얼마씩 나누어 갚는 돈을 일컫는 말을 연부금(年賦金), 다달이 나누어 얼마씩 치르는 돈을 일컫는 말을 월부금(月賦金), 일부로 갚아서 꺼나가는 돈을 일컫는 말을 일부금(日賦金), 정한 시간 안에 시를 짓는 놀이를 일컫는 말을 각촉부시(刻燭賦詩), 군자는 높은 산에 오르면 반드시 시를 지어 회포를 품을 일컫는 말을 등고능부(登高能賦), 군자는 높은 산에 오르면 반드시 시를 지어 회포를 품을 일컫는 말을 등고필부(登高必賦), 운이 좋고 나쁨은 모두가 하늘의 뜻이라는 의미로 운을 하늘에 맡김을 이르는 말을 운부천부(運否天賦), 하늘이 사람에게 평등하게 부여한 권리를 일컫는 말을 천부인권(天賦人權), 인력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천부의 성질을 일컫는 말을 천부자연(天賦自然)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