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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전 파주 감악산 등산도 하고 평소 낚시를 자주 다니던 임진강도 둘러볼겸 새벽에 자유로를 탔는데 갑자기 뒤에서 불빛이 번쩍거린다. 룸미러로 확인해보니 웬넘이 비켜달라고 바싹붙어 불을 번쩍이고 있었다. 이상한 넘이네.. 내가 추월선으로 가는 것도 아니고 2차선으로 가고 있는데 비키라고 전조등까지 번쩍이다니.. 녀석이 괘씸하기도 하고 은근히 화가난다 그래 한번 붙어보자 오랜만에 힘찬 엔진소리를 함 들어보자 고맙게도 네가 잠자는 나의 야성을 깨우고 있구나 그런데 네가 나의 화려한 운전경력을 알면 감히 도발따윈 엄두도 못낼텐데 정말 안타깝구나.. 젊은이여, 잠시 나의 독백을 들어보렴..
나는 7살 때 소를 타고 다녔고 열 살때는 경운기를 몰았다 그리고 시골에서 막걸리를 마셔가며 운전을 배웠다 면허증도 없이 볏가마를 가득실은 1톤 트럭을 몰고 꼬불꼬불한 농로를 질주했다. 어느 폭우가 쏟아지는 날 동동주 몇잔 마시구 시냇물을 건너다 차와 함께 떠내려간 적도 있다. 차주인 친구 아버지한테 엄청 혼났지. 돈이 없어 운전면허학원을 다니지도 못했다. 아는 선배 차를 빌려 틈틈이 연습을 해서 응시를 했는데 결국 세 번이나 떨어지고 네 번째 겨우 합격했다. 면허를 따자마자 바로 중고차를 사서 혼자 시내주행 연습을 하는데 신호등을 제대로 볼줄 몰라서 계속 직진만 하다보니 안산에서 수원까지 갔다온 적도 있다.. 지금 생각해도 이건 좀 심했다..
그넘 참 빨리도 달리네 벌써 뒷모습이 가물가물하군 이제 내차례.. 속도를 높여보자 170.. 180.. 190.. 서서히 간격이 좁혀지고 30m 정도까지 따라붙자 이번에는 내가 비키라고 전조등을 번쩍 거렸다.. 하지만 비켜줄 넘이 아니지.. 나름대로 한가닥 하는 넘 같은데 여기서 비켜준다는 건 엄청난 자존심의 상처를 감수하는 거겠지.. 게다가 옆에 친구도 타고 있으니 더더욱 꼬리 내리는 모습을 보이기 싫겠지 동그라미 네 개가 일렬로 서서 약간씩 겹쳐있는 마크를 보니 아우디로군.. 그런데 차는 정말 멋지네.. 농부가 쌀을 몇가마나 팔아야 저런 차를 살수 있을까..
넘이 다시 속도를 낸다.. 거리가 조금씩 멀어지기 시작한다.. 여기서 선택을 해야한다. 속도경쟁을 계속 할것인가 말것인가.. 이겨봤자 내가 얻는건 아무것도 없으리다.. 얼마나 무의미하고 위험한 짓인가.. 하지만 그냥 지나치기에는 넘 괘씸한 넘이 아닌가.. 추월선도 아닌 2차선에서 비키라고 불을 번쩍거리다니.. 운전을 개떡같이 배운 저런 버릇없는 넘을 그냥 두고만 볼수 있겠는가.. 어디 그뿐인가 맑은 공기를 마시고 높은 산에 올라 천하를 바라보며 호연지기를 키우겠노라 들뜬 마음으로 나서는 나의 상큼한 아침을 망쳐놓지 않았는가 다시 화가 나기 시작한다 그래 이왕 시작한 게임이다. 여기서 멈춘다면 화장실에서 일을 보다말고 중간에 나오는 것처럼 찝집하지 않겠는가 대한민국의 운전을 제대로 배운 선량한 운전자와 수백만 등산인의 이름으로 너을 응징 해야겠다. 다시 엑셀을 힘차게 밟는다 차야, 힘을 내라 이순간 나의 뜨거운 피와 정열은 너의 것이다. 너도 마음껏 달려보고 싶지 않았더냐 이제 곧 4차로가 끝나고 2차로로 접어들 것이다 승부는 지금부터다 점점 거리가 좁혀진다 계기판은 210km를 넘어서고 있다 멀리 무인카메라가 눈에 들어온다 그런데 녀석이 속도를 줄이지 않는다. 그냥 통과할 모양이다 2년전에 경찰서 교통계에 전화를 한적이 있다 나 : 시속 170km 이상으로 달리면 카메라가 제대로 찍지 못한다는데 사실입니까? 경찰 : ??? 당신 뭐하는 사람이야? 나 : 걍 선량한 시민입니다.. 그저 궁금해서요 경찰 : 이 사람아, 안찍히긴 뭐가 안찍혀.. 지금 내손에 230km 찍힌 것도 있어.. 나 : 예, 그렇군요.. 쓸데없는 전화해서 죄송합니다 경찰 : 당신이 잘몰라서 그러는 모양인데 내가 방법 하나 알려주지 정 찍히기 싫으면 차선을 가운데 두고 주행하면 돼.. 나 : 정말 고맙습니다.. 그런데 너 왜 반말이냐? 경찰 : ??? 나 : 그만 끊어 임마!! 그래, 그 경찰을 믿어보자 차선을 중앙에 두고 카메라를 통과한다 운이 좋으면 벌금통지서가 날아오지 않을테고.. 만약 벌금을 낸다면 10만원을 내야겠지.. 50km 이상 초과 했으니.. 커브 길을 도는순간 어느새 나는 녀석을 추월하고 있었다 속도를 늦추지 않은 상태로 좀더 달린 다음 룸미러를 보니 녀석이 점점 멀어져 간다 다시 따라 붙을려는 기색이 보이지 않는다 속도를 줄이니 녀석도 따라서 속도를 줄인다 생각보다 쉽게 항복하는군.. 요즘 젊은이들은 끈기가 없다니까.. 통쾌하기는 하지만 한편으론 개운치가 못하다. 이기고 지는 것이 다 무엇인가 억지로 이기느니 아름답게 지는편이 낫다 흐르는 물처럼 자연스럽게 살자고 그렇게 다짐을 했건만 아직도 수양이 부족한 모양이다. 오늘 젊은이도 나도 한가지씩은 분명히 얻은게 있을 것이다 나는 여유와 용서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을 하게되었고 젊은이는 겸손의 의미를 다시금 깨달았으리라.. 이렇게 반성하고 느끼면서 인생은 말없이 늙어간다 과속하지 맙시다.. ㅎㅎ |
첫댓글 쌍코피님 가입 하신지 얼마 안되는거 같은데 이렇게 아름다운 글까지 올려 주셔서 고맙습니다 자주 오셔서 고운 글과 아름다운 사랑을 나누었으면 좋겠습니다 상코피님 위험한 질주를 하셨네요 젊으이를 좀 바주시지 그렇게 속도를 많이 높이십니까 그래도 대단 하십니다 늘 건강 안에서 행복 하세요
한국인은 하다못해 엘리베이터를 타도 빨리빨리 한대요.
급한건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는 듯 혀요..고운글 감사히 읽고 갑니다.고운날 되십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