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30일 丁酉일 월요일--지금 나를 행복하게 하는 5가지
1. 오늘은 산행에 지홍스님도 빠지고 동문회장님도 빠지는 등 핵심 인물이 결석하였습니다.
지홍스님은 해인사에 투표하러 가셨습니다.
방장 후보에 기존의 원각스님과 도전자 대원스님이신데 결국 대원스님이 되셨습니다.
조용히 투표만 해도 될 것을 몇달전부터 종단의 권위가 실추될 만큼 어마무시한 비방전이 있었습니다.
해인사야 시끄럽지 않은 적이 없을만큼 격전지 이지만, 출가인이 턱없이 줄어들고, 신도들도 줄에 드는 이런 위기 상황에까지 저렇게 싸움질을 해대니 낯 뜨거울 만큼 부끄럽습니다.
이제 방장이 선출되었으니 제발 수행에만 집중하면 좋겠습니다.
2. 산행 중에 덕상스님이 묻더군요,.
"참선을 해야 해요, 염불을 해야 하나요?
광우스님 책 읽어보면 기도해서 안되는 것이 없던걸요?"
대답하길
"첨선하냐 염불하냐 이전에 발심이 중요합니다. 발심은 엔진과 같습니다.
엔진 위에다 무엇을 덮느냐에 따라 비행기도 되고, 자동차*배도 될 수 있습니다.
엔진이 꺼지면 제아무리 비싼 자동차도 무용지물이 됩니다.
엔진만 돌아가면 허름한 자동차도 목적지에 이를 수 있습니다.
발심이 되어야 염불을 하든, 참선을 하든, 치열하게 정진합니다. 치열하게 정진하면 비록 염불을 하더라도 깨달음을 얻게 됩니다. 발심이 안되 있으면 제아무리 뛰어난 참선법이라도 도움이 되지 못합니다."
3. 조보살님과 상담을 하는 도중 낯선보살님 세분이 오셨습니다.
한쪽에 앉아 차를 마시며 담소하고 계시다가 제가 상담을 끝나니 오시더라구요.
"유튜브 보고 왔어요. 이 앞에 지나다닐 때마다 한번은 꼭 오고 싶었는데요, 이제야 인연이 되네요. 와보니 분위기 좋고 참 넓으네요~"
생년월일을 물어보고 대화를 이어가려 했는데 왠지 대화가 진전되지 않네요, 무언가 경계하는 듯, 마음을 터 놓지 않는 느낌입니다. 어떤 사람은 너무 많이 물어보려 해서 힘든데 이런 경우는 더 대화 하고 싶은데 너무 빨리 물러가니 아쉽네요.. 세명 중 두명만 상담하더라구요.
조옥조 보살님은 저랑 상담하려면 미리 예약해야 하고, 상담비 같은 것을 따로 준비해야 하는 줄 아시더라구요.
아마 대부분 그런 생각을 하실 것입니다.
제가 바쁠 때도 있지만 대부분 한가합니다. 오셔서 잠깐 기다리다보면 자기 순서가 오게 되고, 어떤 경우는 기다릴 필요도 없습니다. 설사 제가 매우 바쁘더라도 다음날 다시 오면 됩니다.
그리고 상담비는 없습니다. 제가 자처해서 대화하고 싶은 것입니다. 제 원력을 실천하려는 것이니 돈 받고 하는 것은 맞지 않습니다.
4. 박미 보살님이 다시 오셨습니다.
아들은 외자나 넉자 이름을 원한다고 합니다. 李씨가 외자를 원하면 왕의 이름이 되버리기 쉽죠.
세종 이도, 문종 이향, 세조 이유, 효종 이호, 현종 이원, 숙종 이순, 경종 이윤, 영조 이금, 정조 이산 등등....
이렇게 이씨는 외자가 되면 왕의 이름입니다. 뭐 지금은 상관없고 오히려 좋을 수 있죠.
나름 고심해서 <이든>, <이대아>, <이로운>을 이름으로 만들어 보냈어요. 반응이 어떨까요? 받아들일까요?
5. 옷 장사를 해봤다는 분들은 재고처리를 원가로 처리해야한다고 주장합니다. 심지어 손해 보고서라도 처리해야 한다고 강력이 주장합니다.
요즘은 테무와 쉐인같은 중국 쇼핑몰과 쿠팡 등에서 정말 싼 가격에 팔고 있죠.
그래서 옷장사들이 모두 망해가는 중입니다.
그런 곳에서 사는 가격이 얼추 비슷하기라도 해야지 두배 혹은 한배반이나 비싸면 매장을 찾는 사람이 줄어들다가 끊어질 수 밖에 없죠.
오랜 경험이 하는 말이 더 맞습니다. 재고는 무조건 처리하는 방향이 맞죠.
재고를 쌓아놓으면 그 옷은 일년 묵히고, 이년 묵히게 됩니다. 묵힌 옷을 누가 좋아할까요?
옷을 팔든 커피를 팔든, 김치를 팔든 이익을 남기고자 하면 인심을 잃게 되죠
본래의 취지에도 맞지 않고요.
어려운 사람끼리 서로 돕자고 매장을 운영하는 것입니다. 절에 다니는 사람들은 싼 가격이 좋은 물건 구해서 좋고, 절에서는 사람이 끊이지 않고 오니 좋습니다.
이익을 남기면 발길이 끊깁니다. 그것이 더 무서운 것입니다. 발길이 끝없이 이어지면 이익이 남지 않는다해도, 더 중요한 부처님 인연이 지속되어 결국 발보리심하여 불제자로서 인연으로 이어지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니 이익을 보지 말고 인연을 보아 부처님 곁으로 인도하여야 합니다.
미혹의 세계에서 깨달음을 세계로 인도하는 것에 더 가치를 두어 전념하여야 합니다.
6. 주택 새로 짓는 것에 견적을 몇군데 의뢰 했는데 너무 많이 나올까봐 걱정입니다.
싼 금액으로 짓고 싶다는 것도 욕심이지만 그래도 절을 짓는 것이니 서로 뜻을 모아 불사를 이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