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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순 교수님의 글 공유합니다.
< 치열하게 절망하라 >
1. 카페인에 약해서 커피를 마시면 안되는 오후 시간에, 커피 한잔을 놓고 이 글을 쓴다.
얼마전 지인과 대화를 하면서, 이번 한 대통령 후보의 여러 측면을 면밀히 살펴보니, 트럼프와 그의 배우자가 오히려
돋보이기까지 하다는 공허한 말을 한 적이 있다.
그 대통령 후보의 면모를 조금만 깊숙이 들여다보면 알아차릴 수있다.
타자에 대한 존중의 자취는 찾아볼 수 없는 인성, 국내정세는 물론 국제 정세에 대한 믿을 수조차 없는 무지함, 자기 학습조차 하지 않은 정치적 무책임성, 또한 지금의 문제만이 아니라 미래 사회/세계에 대한 분석과 비전의 부재, '정권교체'의 구호 자체만이 주요정책인 후보, 소위 ‘선진국’에서 가장 중요한 사회정치적 주제가 되는 갖가지 차별과 혐오 문제에 대한 인지는 커녕, 그 차별과 혐오를 정치적 프로파겐다로 이용하는 사람—이러한 대통령 후보가 2022년 3월 9일, 한국의 대통령으로 당선되었다.
믿을 수 없는, 믿고 싶지 않은 일이 벌어진 것이다.
◆ ‘돌아갈 일상’이 따로 있는가
2. 많은 이들이 이제 선거가 끝났으니, ‘일상으로 돌아간다’고 한다.
그런데 이 말은 반은 맞지만, 나머지 반은 어긋난다.
적절한 비판적 거리를 두고서 자신의 삶을 이어간다는 마음가짐으로서는 충분히 이해한다.
이 점에서 반은 동조할 수 있다.
그러나 나 개인의 일상적 삶이 한국 사회와 완전히 분리되어 전개될 수 없다.
이점에서, '돌아갈 일상'이 따로 존재하는 것처럼 생각하는 것의 나머지 반은 틀리다.
결국 우리가 ‘돌아갈 일상’이란 다른 곳에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한국에 살든 미국에서 살든, 우리 중 그 누구도 지금 한국의 정치 상황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으로부터 완전히 분리되어 무관하게 전개되는 ‘일상세계’를 가진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철저히 무관심하겠다고 마음먹지 않는 이상, 본인의 의도와 상관없이 어떠한 지도자가 한국 사회를 이끄는가는 우리의 일상세계 구석구석에 가시적-비가시적 영향을 미친다.
이 절망적인 상황 한가운데에서 우리의 일상이 펼쳐진다.
◆ 신은 한국 선거에 개입하는가
3. 선거에 개입하는 신은 있는가. 단적으로 말하면 “그런 신”은 없다.
소위 역사에 개입하는 신, 정의의 심판을 하는 신, 이러한 신 이해가 적나라한 한계에 부딪힌 것은 세계2차대전 후다.
1960년대 신학계에서 “신 죽음의 신학”이 등장하게 된 배경이다.
기독교가 그 오랫동안 교리적 프로파겐다로 삼았던 ‘승리의 신,’ ‘역사에 개입하는 신,’ 또는 ‘정의와 심판의 신’—이러한 신 개념은 기독교를 종교적 상품생산하는 기업화된 기독교로 전락하게 했다.
선거에서 누군가를 이기게 하는 신, 전쟁을 일으키게 하는 신, 기도를 열심히 하면 우리가 바라는 것을 들어주는 신—그런 신은 이전에도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인간의 역사는 인간이 전적으로 책임져야 하는, 인간의 책임적 영역이다.
이 지점에서 2000여 년의 기독교 전통에서 자명하다고 생각하던 ‘기도,’ ‘신,’ ‘구원’ 등의 이해를 근원적으로 재구성해야 한다.
이러한 근원적 사유의 전환을 해야 한다는 요청이 2차대전 후 신학/종교계에서 제기되어왔다.
문제는 한국의 교회들, 그 교회의 ‘성공’에 집착하는 목회자들은 이러한 근원적인 문제제기에 대하여 외면할 뿐만 아니라, 이들을 교육시키고 목회자들을 배출하는 신학대학에서도 이러한 것을 가르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국 기독교계에서 파괴적인 신학적 악순환이 반복되는 이유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러한 종교적 왜곡이 교회만이 아니라, 한국 사회와 정치를 파괴적으로 오염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 승리를 비는 기도를 들어주는 ‘신’이 있는가
4. 이번 대통령으로 뽑힌 후보를 지지하고 ‘기도’해주던 많은 대형교회의 목회자들이여, 이번 선거에서 ‘하나님이 도와주셔서 승리하게 되었다,’
또는 ‘하나님이 우리의 기도를 들어주셨다’ 등의 레토릭으로 예수와 신의 이름을 오염시키지 마시라.
그렇다면 왜 그 신은 지금 우크라이나에서 죽어가고 쫓겨나가는 200만 여명의 난민들을 보호하지 못하는가.
두려움에 찬 모습으로 영문도 모른 채 추운 길로 내쫓기고 있는 아이들, 죽임을 당한 그 아이들과 시민들의 생명을 왜 신은 지켜주지 못하는가에 대하여 목회자들이 대답할 수 있는가.
◆ 선거의 승리/실패의 원인은 무엇인가
5. 어느 현상에든 물론 '주요 원인’은 있다.
그렇다고 해서 눈에 당장 보이는 원인만으로 선거의 승리/실패에 모든 원인이 있다고 고정하는 것은 위험하다.
한국 사회를 이루어온 수없이 많은 결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작동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이번 선거에 승리/실패의 원인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000 때문”이라는 단순 이유적 (mono-causal) 접근은 경계하면 좋겠다.
‘인사에 실패한 우유부단한 대통령과 180석 민주당 의원들의 무능,’ ‘60대 이상의 보수 노인들,’ ‘부동산 문제,’ 또는 ‘2030의 갈라치기’ 등이 선거 결과의 ‘원인’이라고 돌리는 글들을 곳곳에서 만난다.
물론 이 모든 요소가 이번 선거에 다층적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그런데 하나의 현상에 대하여는 이러한 ‘미시적 조명’만이 아니라, ‘거시적 조명’까지 해야 한다.
미시적 정황과 거시적 정황, 이 두 축 사이를 오가며 지속적인 성찰과 분석을 하는 것이, 미래를 위해서도 절실하게 필요하다.
거시적으로 보면 비판적 사유의 부재, 물음표를 박탈하는 한국의 교육 제도와 입시제도 등은 국민의 의식은 물론 그 국민들이 몸담은 종교의 왜곡까지 이어진다.
그렇기에 한 사회에서 일어나는 현상은 단순하게 한 두 가지 이유로 설명하면 ‘반쪽 진리’를 ‘전체 진리’로 확대하는 위험이 있다.
◆ 차라리 치열하게 절망하라
6. 실망스러운 상황에 대하여 손쉬운 위로, 성급한 낙관이나 긍정주의는 오히려 ‘마약’의 기능을 할 뿐이다.
문제를 문제로 보지 못하고 외면하게 만들며, 또한 단순 요인으로 성공/실패를 귀결시키기에 장기적으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를 보지 못하게 한다.
또한 외부에서 어떠한 일이 일어나든, 그것이 나의 내면세계를 파괴하도록 방치해서는 안 된다.
외부세계에 개입하면서도, 동시에 중심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들로부터 ‘비판적 거리’를 유지하는 것은, 성숙한 세계 개입을 위해서 ‘나’를 보호하는 장치이기에 오히려 언제나 필요하다.
또한 거시적 접근과 미시적 접근 사이를 오가며 이 현상에 대한 성찰도 절실하게 필요하다.
◆ 절망을 정면으로 직시하는 시지프스의 몸짓으로
7. 포스트-선거의 시간, 나는 ‘치열한 절망’속에 당분간 머물 것이다.
아니 ‘당분간’이 아닐지도 모른다.
나의 존재 한쪽 구석에 그 절망의 응어리를 늘 품고서, 그 절망적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티끌만한 것들이 무엇인가를 성찰하며 시도하는 나를 애써 끌어내어야 할 것이다.
내가 살아있는 한, 인간과 사회에 대한 절망의 응어리를 품고서, 동시에 나 역시 그 인간/사회의 한 부분이라는 사실을 나 자신에게 상기시켜야 할 것이다.
이제 외부세계와 비판적 거리를 더욱 의도적으로 유지하면서 나의 내면세계를 지켜내고 가꾸고, 동시에 그 세계에 부단한 개입을 시도하는 나를 계속 끌어내야 하리라.
떨어지곤 하는 바위를 다시 산꼭대기로 올리는 시지프스의 몸짓으로. 절망을 정면으로 대면하면서.
-지인이 보내준 톡에서-
https://www.youtube.com/watch?v=ZY65EIp4EJ8
산수유
별꽃
아 수선화도 웃었구나
봄은 왔건만
왜 이리 내 가슴엔 찬바람만 불지
어제 밤부터 목이 칼칼
뭔가 목에 걸리는 듯한 느낌
안되겠다며 목감기에 좋은 콜데원을 하나 먹었다
혹 오미크론에 감염되었을까?
톡보내고 아침 산책이나 나서려니 집사람이 이따 삼봉산이나 오르잔다
그도 좋을 듯해 다시 잠 한숨
어깨가 불편스러우니 기분도 다운된다
잠이나 한숨 더 자면 나아질까?
일어나니 어느새 8시가 다 되간다
집사람이 식은밥 끓여 한술 하잔다
밥을 끓이는 사이 동물들 챙겨 주었다
하우스 안 병아리장을 보니 병아리 몇 마리가 박스 안에서 나와 놀고 있다
이제 좀 따뜻하게 느끼나 보다
한두어달 컸으니 제법 커야하는데 아직도 넘 어리다
병아리들은 추우면 활발하지 못한다
병아리 때는 따뜻해야 잘 큰다
그래도 한겨울 견디어 냈고 따뜻해지니까 무럭무럭 잘 크리라
기러기들은 하우스 안에 잘 있다
좀더 지켜 보아야겠다
하우스 문 앞에 보릿겨를 깔아 두어 볼까?
그럼 어떤 짐승이 와서 기러기를 노리는지 알 수 있을 것도 같다
오골계가 알을 품고 있는 주변으로 쥐들이 드나든다
모이를 주어 놓으면 다 먹어치운다
그 주변으로 쥐약을 모두 놓아두었다
쥐들을 잡아 버렸으면 좋겠다
끓인 밥이 그런대로 맛있다
김치 넣어 맛있게 한술
밥맛이 좋은건 괜찮은데 이거 살이 넘 찌니 불안스럽다
먹으면 모두 살로 가는 것같다
요즘 운동도 잘 안하니 먹는 양을 줄일 수 밖에 없다
지인들이 보내온 톡
어떤 분이 긴급전달로 그동안의 정치에 관한 톡은 다 지우란다
벌써 네이버에서 톡을 검색해 자기네에게 불리한 톡에 대해 고발한단다
마치 그게 실제인양 믿고 퍼 날리는데 그건 가짜뉴스가 아닐까?
그건 상대편에서 괜히 민주시민에 대해 겁주기 위한 작업이리라
아무리 권력을 잡았다 해도 무조건적으로 밀어 부칠 순 없겠지
가만 누워 있으려니 더 찌뿌듯
나가서 무어라도 할까?
집뒤에 심어 놓은 도라지를 캤다
도라지가 꽤 있는 줄 알았는데 겨우 세뿌리 캤다
심어 놓았던게 다 죽어 버린 것같다
8년전에 심었던 건데...
도라지도 오래되면 절로 죽어 버리나보다
집사람이 부추 뿌리를 옮기잔다
하우스 옆에 있는데 하우스 앞 상추 밭 옆으로 옮기자고
하우스 앞에 상추와 부추밭을 만들어 놓으면 좋겠단다
부추를 캤다
부추밭이 괜찮았는데 부추 뿌리가 별로 없다
겨울 동안에 부추가 죽어 버린 것같다
인경이네가 친구들이랑 왔다
저번에 기러기와 오골계가 있으면 친구들이 사고 싶다 했다고
기러기를 산짐승이 잡아 가 버려 몇 마리 남지 않았지만 가지러 오라 했더니 오늘 왔다
집 한번 둘러 보며 너무 넓단다
집사람이 뭐 그런대로 가꾸어가며 산다고
시골은 시골대로 사는 맛이 있다
오골계보다 기러기를 가져가고 싶다고
기러기 한쌍만 남기고 4마리를 주었다
산짐승에게 뺏기지만 않았어도...
한쌍이 또 부화하면 무리가 불어 나겠지
여러 가지 약초도 조금씩 주었다
내가 직접 키운 것들이니까 같이 넣어 약해 먹어도 좋을 듯
오골계 알이 20여개 바에 없어 동생에겐 주지 못하고 같이 온 친구들에게만 주었다
여러 가지를 얻어 간단다
시골이니까 있는 것 나누어 먹어도 좋지
내가 키우는 동물을 돈 받고 팔아 보긴 처음
웬지 좀 어색
재미로 키우기 때문에 팔진 않았지만 이렇게 팔고 보니 그래도 사료값은 되겠다
나가서 점심이나 먹자고
김가네 가서 김치찌개
난 여기 김치 찌개 맛이 좋다
거기에 막걸리까지 곁들이니 금상 첨화
다음에 시간 있으면 들리라고
김샘이 보내온 돌산갓김치가 도착
먹어보니 상큼한 봄내음
지금이 참 맛있을 때란다
생각고 보내준 김샘이 넘 고맙다고 전화
낮잠 한숨
집사람은 나가서 부추밭 정리하자는데 팔이 아프니 선뜻 나서기 싫다
왜 빨리 낫지 않지
집사람은 아산아짐에게서 부추를 얻어다 상추밭 옆에 다 심었다
참으로 부지런한 사람
그런데 무슨 일을 그리 하고 싶을까?
난 웬지 흥미가 없다
그래도 나가서 캐 놓은 접시꽃을 울타리 가에 심는다기에 땅을 파 주었다
땅 파느라 몇 번의 곡괭이질
금방 어깨가 아파온다
팔을 안쓰는게 좋을 것같다
접시꽃 심고 매제가 가져온 백도화도 연못가로 심었다
하얗게 꽃 피면 예쁠 것같다
전소장이 바둑 한수 어떠냐고 문자
같이 둘만한 분이 있으면 전화하라고
나가 보았자 둘 사람 없으면 품만 버린다
어깨가 아파서 안되겠다며 방에 들어와 다시 누웠다
노열동생 전화
방에서 쉬고 있다니 집에 왔단다
오늘은 할 일 없어 심심해 올라왔다고
그럼 막걸리나 한잔 하겠냐니 그러겠단다
반건조 간재미를 쪄서 막걸리 한잔
집사람도 일을 마치고 올라와 같이
술이나 한잔씩 하면서 노는게 즐겁지 무얼 가꾼다고 일하는건 별로
아산아짐이 유채모종을 가져다 옮긴다며 올라오셨다
같이 한잔 했다
집사람이 아침에 캔 도라지 잔뿌리를 떼어와 한입씩 먹어 보자고
도라지 뿌리가 달작지근
도라지 뿌리를 생으로 먹으면 알알한 느낌이 나는데 이건 단 맛이 난다
아산아짐이 도라지도 오래되면 달단다
그런데 도라지를 심은지 오래되면 거의 죽어 버린다고
도라지는 자주 옮겨 심어주어야 한단다
아 그래서 도라지가 없나 보다
집사람이 저녁은 딸기잼에 식빵 발라 먹잔다
그도 괜찮겠다며 사거리 나가 식빵을 사 왔다
이왕 사는 김에 아산아짐에게도 식빵 한봉지 사다 드렸다
노인네들이라 잼 발라 하나 드시는 것도 좋겠다
아산형님 집에 가니 형님은 저녁 약속있어 나가셨다고
식빵이나 드시라니 무얼 그리 사왔냔다
작은거라도 나누며 살면 좋겠지
어제 저녁부터 목이 칼칼
목도 쉬어 버린다
혹 오미크론?
특별히 만나는 사람없었는데...
비아장과 바둑 모임 나가서 사람들과 접촉해 혹 걸리지 않았을까?
자가진단키트가 있으면 검사해 볼건데 그도 없고...
내일은 마트에 가서 진단키트 사다가 검사해 보아야겠다
작은애에게 도라지 세뿌리 캤는데 꿀에 조여 가져다 줄거냐니까 나중에 가지러 오겠단다
지금 처제가 와 있는데 오미크론에 걸렸다고
나도 목이 칼칼 하다니 빨리 검사해 보란다
작은애네는 모두 오미크론에 걸렸다 나았지만 지금도 후유증이 있다고
후유증으로 몸이 무척 무기력하단다
엄마는 건강이 더 나쁘니 혹여라도 전염되지 않도록 마스크를 잘 쓰란다
만약 내가 걸렸다면 이미 전염되어 버렸겠지
그나저나 검사를 빨리 해보아야겠다
식빵에 잼발라 막걸리만 한잔 더 마시고 저녁은 생략했다
오미크론에 감염된 건 아니겠지
소금물로 가글
목소리가 변해 버리고 목이 따끔거린다
보통 감기라면 괜찮겠는데...
당분간은 어디 나가지 말고 몸을 쉬어주어야겠다
주말 연속극 보며 집사람 부황 떠 준 뒤
바로 잠자리에 들었다
창문을 여니 밖이 푸근
빗방울 소리 들린다
님이여!
오늘은 종일 촉촉한 봄비 내린다네요
이 비 그치고 나면 봄꽃과 새싹들 활짝 피어 나겠지요
오늘도 님의 하루가 따뜻함으로 촉촉이 젖으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