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낮의 태양이 내리쬐는 어느날 오후 농장에는 아무도 없었다 문을 열고 방안을 들여다 보니 깡마른 사람이 이를 갈며 낮잠을 자고 있었다 이를 갈면서 자는 사람은 정서가 불안하다는데 자는 사람을 깨웠다가는 별로 안 좋을 것 같아서 조용히 문을 닫았다 한참만에 트럭이 나타나서 농장주인의 이름을 불렀고 고추밭에서 우리는 인사를 나누었다 그가 자고있는 사람을 깨우자 그는 일어나더니 입에 담지 못할 욕을 퍼부으면서 손님도 아닌데 손님이 왔다고 해서 나를 깨웠느냐고 했다 우리는 돗자리에 앉아 대면하면서 서로를 탐색하였다 그는 내눈빛이 오만하다면서 수컷들의 세계에서의 위계질서를 강조하며 나의 기를 제압하려 하였다 생기기는 물에 빠진 쥐새끼같이 생긴 늙은 것이 눈에 쌍심지를 켜고 선제공격을 가해오자 나도 아드레날린이 분비되면서 여기가 교도소도 아니고,공동체인데 나는 일하러 왔지,당신을 죽일려고 온 것이 아니다 누구는 결기가 없는줄 아느냐고 뱉었다 그랬더니 몸을 부르르 떨면서 무슨기?라고 했느냐 결기라고 했다 했더니 , 아 그러냐 하면서 기가 죽더니 그럼 우리 같이 한번 일 해 봅시다 해서 바로 고추밭에서 일을 하였는데 고추밭을 메다보니 나 참 이런 황당한 일이 있나 싶다 성격장애 가운데서 피해망상이나 정신분열이 이런 경우일 것이라 생각하면서 이해를 했지만,옆에 있던 사람이 그 사람은 노동시인이며 엄혹한 세상을 살다보니 그리 된 것이라 한다 고추밭을 메고 저녁을 먹는데 그는 다시 한번 자기를 건드리면 안된다고 하면서 내 눈빛이 거슬리는지 괜히 흥분을 하곤 했다 나는 젊기 때문에 당신보다 낫다 그리고 가능성이 있는 사람이다 라고 했더니 그는 이빨을 부드득 갈면서 나를 죽일 듯이 바라보았다 밤이 되어 저녁상을 마당으로 내어가 술잔을 기울이며 다시 한번 마주앉았는데 그는 다시한번 그의 피해의식을 드러내며 나보고 내일 당장 떠나라고 했다 자기는 도저히 나에게 맞출수가 없다고 했다 옆에 앉은 사람에게도 자기에겐 부담이 되니 내일 당장 떠나라 나는 감방에 가기 싫다고 했다 다음날 고추밭의 풀을 매고 있는데 할아버지가 자기 논에 모를 심지 못해서 그곳에 가서 도와 주라길래 바지를 걷고 들어갔는데 할아버지는 두사람은 필요없으니 나가라고 했다 나는 얼른 나왔지만 한 사람은 조금 뭉개더니 곧 나왔다 모심기도 해본 사람이 하는 것이다 너희 두 사람은 농사일도 못짓고 앞으로 뭐 하면서 살겠느냐 실패,영원한 실패라고 독설을 퍼 부었다 저 할아버지는 위암말기이며 자기가 암인줄도 모르고 일을 하고 있다 할아버지 내년에는 산으로 찾아뵙겠습니다 하니 그 할아버지는 그냥 웃더란다 지금 세사람은 일을 하고 있는데 너희 둘은 지금 뭐하고 있느냐 그사람들은 고통을 희열로 바꾼 거야 그의 입에서는 백기완 선생님과 백무산 시인 박노해가 나왔다 김남주 선생님께서는 간암으로 고통스럽게 돌아가셨는데 선생님 힘들지 않으십니까 하니 무릅을 모로 꼬우면서 나 때문에 슬퍼하지 마시오 하던 노시인을 흉내내면서 너희들은 모른다고 했다. 왓두유 씽커오브 파암? 아무말도 않자 내가 질문을 하면 바로 대답이 나와야지 하면서 화를 버럭 내면서 다시한번 왓두유씽커오브 파암? 그래도 가만 있자 포기한듯 가만히 있다 한참만에야 화기운이 대단히 강한 것 같습니다. 하니 굉장히 쎄지 쎄 한다 이튿날 저녁에는 그의 마누라가 울산에서 티코를 타고 오고 손님 두분이 합천에서 오고 젊은 마을 농부 한분이 트럭을 몰고 들어왔다 한사람은 돼지 수육을 가져오고 또 한사람은 북면 막걸리를 한말 가져왔다 별명이 헌터인 젊은 농부와 마주앉자 그는 결기를 내세우며 허리를 곧추세우며 강렬한 눈빛과 단호한 어조의 썰로 분위기를 휘몰아갔다 농부는 바리톤의 음성으로 구수한 입담으로 맞서면서 상대방의 신체적 약점을 정면으로 공략했다 "뻐끄" 그는 뻐끄였던 것이다 그 말이 나오자 우리는 탄성을 뱉었다 풍자와 해학과 구수하고 부드러운 수육과 막걸리향이 어울어진 한판 승부였던 것이다 돌아가면서 노래를 부르는 시간이 되자 손님2는 침묵속에 대기하고 있다가 내 허파 깊숙히 찔러 들어왔다 그것은 와인이었다 와인처럼 감미롭고 달콤한 노래가 밤하늘을 수놓고 있었다 손님2는 이방인처럼 아무말없이 시니컬한 표정만으로 그날 밤을 마무리 지었다 그때 나는 김태곤의 송학사를 불렀다 "산모퉁이 바로 돌아 송학사 있거늘 무얼그리 갈래갈래 깊은 산속 헤메나 밤벌레의 울음계곡 별빛곱게 내려 앉나니 그리움만 님에게로 어서 달려 가보세" 다음날 마늘밭을 할아버지내외분과 농장식구들이 함께 메고 풀밭에서 막걸리와 고추를 안주삼아 먹고난후 노래를 불렀다 그동안 광인때문에 사는게 힘들었을 젊은 농부가 사랑가를 미친듯이 불렀고 광인은 사노라면을 불렀고 손님2는 "당신과 나 사이에 저 바다가 없었다면 쓰라린 이별만은 없었을 것을 해 저문 부두웃가에 떠나버린 연락선을 가슴아프게 가슴아프게 바라보지 않았을걸 갈매기도 내 마음 같이 목매어 우네" 를 불렀다 절창이었다 할아버지는 청춘을 돌려다오를 불렀다 할머니는 손님2가 제일 좋단다 북면 막걸리 한말이 그 이유지만 자주 와서 일 도와줘서 고맙기도 하기 때문이고 키크고 잘생겼기 때문일 것이다 서부출신의 총잡이면서 시니컬한 표정때문에 광인은 감히 그에게 나에게처럼 시비를 걸지 않았다 그 농장에서 나는 도망쳐 나왔지만 나의 신경과 호르몬과 근육을 혹사당한 이날을 기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