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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스버 선녀의 아름다운 작은 성
선경세상인 보시럿이 도시에서 처음으로 신선들의 가정집을 방문한 것은 루스버 선녀가 성주로 살고 있는 작은 성이었다. 그 성의 이름을 루스버 성이라고 불렀다.
너사미 신선마을의 모든 집들은 루스버 성처럼 크고 작은 성으로 이루어져 있고, 모든 성들은 똑같은 모습이 없었으며, 다양한 구조의 성마다 가족 단위의 신선들이 오순도순 정겹게 살고 있었다.
너사미 신선마을 뿐만 아니라, 뵤시럿이 전 도시의 선경세상에 위성국가들처럼 만들어져 있는, 숫자도 셀 수 없을 만큼의 모든 마을들의 집들이 화사한 복사꽃과 어루러지며 숲속의 성으로 만들어져 있었다.
그래서 보시럿이 도시 전체를 한 눈에 내려다보면 작은 성들이 무수한 별의 숫자만큼 모여서 만들어진, 성의 제국처럼 느껴졌다.
즉 샤르별의 존재들은 누구나 공평하게 아름다운 성을 소유한 성주들이었고, 아름다운 성들은 소유주 신선들의 취향에 맞춰 형이상학적이고 우주적인 철학을 깃들여서 다양한 형태로 지어져 있었다.
루스버 성을 방문했을 때, 그 기하학적인 설계의 건축양식이 한 눈에 들어오고 저절로 마음속에서 감탄이 터져 나오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저 섬세하고 아름다운 집을 사람이 지었을까? 신의 솜씨로 지었을까? 사람의 솜씨로 지었다면 도무지 믿어지지 않는구나!'
뾰족뾰족 하늘을 향해 높이 솟은 탑, 보석처럼 보이는 물질들로 화려하게 장식된 조각문양들, 자연발광체처럼 쉴 새 없이 반짝거리는 크고 작은 섬광, 그 화려하고 신비로움이 감도는 보랏빛 작은 성의 분위기는, 그 집의 소유주인 성주를 만나보지 않아도 고상한 취향을 단숨에 읽을 수 있었다.
루스버 성의 성주인 루스버가 다름 아닌 초시의 첫째 부인이었고, 샤르비네에게는 큰어머니이기도 했다. 그뿐만 아니라 샤르비네가 태어나서 자란 곳이기도 하고, 처음에는 샤르비네의 친모인 수스코가 함께 생활했던 집이기도 했다. 수스코는 현재 지구의 해저기지에서 초시와 함께 맡겨진 임무를 수행하고 있었다.
그래서 루스버 성의 옛 성주는 초시였지만, 지금은 루스버가 물려받아 새로운 소유주가 된 셈이었다.
샤르비네가 루스버 성에서 태어났을 때 루스버로부터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자라났으며, 그래서 샤르비네는 루스버를 친어머니와 똑같이 생각하며 따른다고 했다.
샤르별에서는 한 신선남자가 여러 명의 선녀아내를 거느리고 살아가는 중혼제도가 통용되고 있었다. 샤르별에는 남자의 인구보다 여자의 인구가 4배 이상 많은 이유로 한 신선남자가 여러 명의 선녀아내를 두는 일은 자연스런 현상이었다.
그래서 한 남편에게 딸린 여러 명의 아내들은 대부분 한 집에 모여 함께 살아가면서, 아내들끼리 따뜻한 형제애를 발휘하며 화목한 가정을 이루고 있었다. 그리고 어느 선녀아내에게서 출산한 신선자녀이든 모든 아내의 공동자녀처럼 사랑하면서, 아름다운 가족문화를 꽃피워가고 있었다.
내가 루스버의 성을 방문하는 것은 샤르별에 도착하여 처음으로 신선의 가정을 방문하는 셈이었다. 그래서 루스버의 성을 방문했을 때 기분은 묘하게 흥분되고 들떴다. 지구에서 바라보면 천상계라고 부를 수 있는 그곳 외계의 신선들이 살아가는 삶의 현실을 목격할 수 있는 첫 순간이었기 때문이다.
'신선들은 어떻게 가정을 꾸리고 어떤 모습으로 신선놀음을 즐기며 살아갈까?'
이런 생각은 샤르별에 도착해서 처음부터 궁금하게 생각했던 문제였다.
성주 루스버가 살고 있는 보랏빛의 작은 성은 복사꽃 만발한 숲 속의 넓은 풀밭에 자리를 잡고 지어져 있었으며, 울타리도 없는 정원은 온통 보드란 풀밭과 화초들로 덮여 있고 정원의 둘레에는 울타리 삼아 기화요초들로 어우러진 수풀이 감싸고 있었다.
말 그대로 천상계의 아름다운 집이요, 무릉도원의 꿈결 같은 신선루이기도 했다.
울창한 기화요초의 수풀에는 붉거나 노란빛을 띤 열매들이 잔뜩 열려 별처럼 반짝거리고 있었으며, 작고 귀여운 새들이 나뭇잎 사이에서 지저귀며 즐거운 합창으로 재잘거리고 있었다.
운동장처럼 넓은 정원의 풀밭에는 종류도 헤아릴 수 없는 화초들이 심어져 화사한 꽃송이들이 만발하여 향기를 퍼뜨리고 있었다. 그리고 풀밭과 화초들 사이로 귀여운 동물들이 뛰어다니며 재롱을 부리거나 장난을 치며 노는 장면들이 무척이나 정겹고 평화스럽게 느껴졌다.
정원 옆의 숲 사이로 맑은 개울물이 흘러가고 작은 연못이 몇 개인가정원 모퉁이와 한복판에 고여 있기도 했다.
우리들은 타고 온 춘우셔시를 작은 성 주변의 풀밭에 세워두고 곧바로 울타리가 없는 루스버 성 정원으로 향했다.
그때는 마침 루스버를 비롯한 모든 신선가족들이 학교와 사회봉사를 위해 직장으로 나가고 없었고, 루스버의 친정어머니인 굽이보드 선녀가 인조인간 서너 명과 함께 집을 지키고 있었다.
굽이보드 선녀의 나이는 우주나이 330세라고 하는데, 그녀의 겉모습은 여전히 젊고 아름다운 피부를 간직하고 있어 도저히 나이 든 노파라고는 생각할 수 없었다.
인조인간 두 명은 정원에서 풀밭을 다듬거나 화초들을 돌보며 열심히 자기 일들에 열중하고 있었다. 인조인간들은 로봇도 아니고 인간도 아니면서 그 중간쯤의 모조생명체라고 설명할 수 있었는데, 사람하고 똑같이 생긴 모습이라든가 사람하고 똑같이 행동하는 모습들이 멀리서 보면 일반 사람들과 구분이 안 될 정도였다. 다만 사람하고 구분되는 특수 복장을 하고 있어서 멀리서도 인조인간을 쉽게 식별할 수 있었다.
인조인간들은 모든 신선의 가정에 3, 4명 배치되어 있었고, 이 인조인간들이 신선 가정의 모든 허드렛일과 관리를 도맡아 하고 있었다.
그렇게 사람하고 똑같은 인조인간들을 이용해서 부족한 일손들을 해결하며 초월적인 4차원 문명세계를 꽃피워 가는 신선들의 삶이 부럽게 느껴지지 않을 수 없었다.
즐겁고 행복한 일을 겪으면 '신선놀음 같다.'고 하지만, 진짜 신선놀음을 즐기며 살아가는 존재들이 샤르별의 신선들이었다.
인조인간들은 신선들의 수행원이요 비서이며 머슴과 같은 존재들이기도 했다. 인간이 인간을 종으로 삼거나 신선이 신선을 머슴으로 부릴 수 없다는 관점에서, 인간과 똑같거나 불사신과 같은 인조인간을 창조해서 머슴이나 종처럼 부리고 있는 4차원 문명세계의 신선들이 지혜로운 존재라고 생각되었다.
루스버 성에 소속된 인조인간 관리인들은 신선들의 심부름도 하고 어렵고 힘든 일을 도맡아 하며, 건물관리나 정원을 가꾸는 일 등을 헌신적으로 봉사하고 있었다. 신선들의 가정인 작은 성들은 정원이 넓기 때문에 인조인간들이 해야 할 역할들이 많았다. 루스버 성을 방문했을 때 누가 시키지 않아도 열심히 정원 일에 열중하고 있는 인조인간들의 모습이 여간 기특하게 느껴지지 않을 수 없었다.
루스버의 친정어머니인 굽이보드는 인조인간들에게 정원 일을 맡겨놓은 채 풀밭에서 아름다운 음악에 심취하며 우아한 몸짓으로 우주 활력무에 열중하고 있었다. 우주 활력무는 몸속에 우주에너지를 증폭시키는 춤이었다. 끝없이 이어지는 춤동작에 도취되어 누가 집 안에 들어서는 줄도 모르고 음악에 맞춰 우주 활력무에 열중하고 있는 굽이보드 선녀에게 우리는 차마 방문했다는 인기척도 할 수 없었다.
우리는 그냥 굽이보드의 춤이 멈출 때까지 곁에서 조용히 지켜보고만 있었다. 우주나이 330 세 선녀의 춤동작이 너무나 아름답고 신비하게 느껴지고 하늘의 여신이 하강하여 무아경지의 춤 솜씨를 선보이는 모습처럼 보이기도 했다.
굽이보드는 마치 우리들의 방문을 예견하고 준비하고 있다가 환영행사로 아름다운 춤판을 벌리는 것 같았다.
춤이 끝나고 나중에야 우리들이 성 안에 도착한 사실을 눈치 챈 굽이보드가 샤르비네를 발견한 후 반갑게 맞이했다.
"어머나. 이게 누구니? 사랑하는 나의 손녀 아니가 아닌가? 우주기운 충만! 우주기운 충만! 사랑하는 나의 손녀, 우주기운 충만! 그동안 못 본 사이에 이렇게 의젓하고 대견하고 아름다운 선녀로 변해 있다니…. 이 할미는 우리 손녀가 보고 싶어 얼마나 다시 만날 날을 기다렸다구...."
샤르비네가 사랑스러워 어찌할 바를 모르는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나에게도 다가와 반가움을 표시하며 어서 안으로 들어가자고 재촉했다.
천상의 여신처럼 보이는 굽이보드 선녀가 그처럼 다정하게 반겨주니감회가 새롭지 않을 수 없었다.
굽이보드와 아니 사이에는 실제로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남남의 관계였지만, 굽이보드는 언제나 샤르비네를 친손녀처럼 생각하고 만날때마다 극진한 애정으로 보살피며 무슨 청이든지 다 들어주려고 애쓴다고 했다.
굽이보드를 뒤따라서 성 안에 들어가 보니 각각 용도가 다른 방들이 여러 개 만들어져 있었다. 방들의 용도는 침실, 문화실, 작업실, 소장실, 의료실, 청정실, 그 외 용도를 알 수 없는 방들이 미로처럼 연결되며 몇 개인지 모르게 만들어져 있었다.
문화실은 신선의 식구들이 함께 모여 대화를 나누거나 오락을 즐기거나 휴식을 취하는 넓은 공간이었고 그 안에 4차원 문명세계의 이기들이 골고루 갖추어져 있었다.
문화실에 갖추어져 있는 문명의 이기들은 포스머스 영상장치, 시스며 의료장치, 화상통신장치, 신선놀음을 즐기는 가상체험 시스템, 전자책 등이었다.
이러한 기기들은 대부분 4차원 전자두뇌라 불리는 이이머 장치가 탑재되어 있었다. 이이머 장치는 성능이나 용도에 따라 전자두뇌 등급이 다르게 부여되어 있었으며, 전자두뇌 등급은 수스탸로 표시했다. 수스탸 단위가 높을수록 고도지능을 발휘하고, 수스탸 단위가 낮을수록 낮은 기능을 발휘했다.
문화실에 놓여 있는 문명의 이기들 중 시스며 의료장치는 350수스탸, 포스머스 영상장치는 150수스탸, 전자책 기능은 120수스탸 등이었다. 참고로 교통수단으로 타고 다니는 춘우셔시 하늘자동차는 220수스탸급이었고, 루스버의 성에서 관리를 하고 시중을 들고 있는 인조인간의 지능은 40수스탸였다. 40수스탸 인조인간이라 해도 지구 인류들의 지능지수로 환산하면 IQ 300 정도의 지능을 보유했으니까 꽤 똑똑한 편이었다.
샤르별에서 사용되는 문명의 이기들은 대부분 이와 비슷한 기능을 지니고 있었다.
샤르별 존재들의 평균 지능지수는 60수스탸에 달하는데, 지구인류의 IQ로 환산하면 500이었다.
즉 샤르별 신선들의 평균 지능은 IQ 500이라고 생각할 수 있었다.
소장실에는 주로 신선 식구들이 취미로 수집한 애장품들, 취미로 만든 창작물들, 선물 받은 귀중품들이 보기 좋게 진열되어 있었다.
소장품들 중에는 최근의 물건도 있지만 수천, 수만 년이 지난 아주 오래된 골동품도 있고, 특별하게 추억을 간직하고 있거나 역사적 의미를 보유한 물건들도 있었다. 그래서 소장실에 들어가면 특별한 추억이나 기억을 더듬을 수도 있고 새로운 역사적 가치를 재발견하는 경우도 있었다.
신선들은 특별하게 개인의 재산이라든가 소유의 개념이 희박하지만 소장실의 물건들만은 소중하게 생각하고 간직하는 습관이 있었다.
작업실에서는 주로 가족 구성원들이 개인의 취미를 살려서 여러 가지 발표, 전시, 훈련 등을 하는 공간이라고 말할 수 있었다. 음악을 좋아하는 신선은 작곡, 연주, 성악연습, 발표회를 하는 공간이고, 미술을 좋아하는 신선은 작품을 연습하고 전시하는 공간, 춤을 좋아하는 신선은 춤을 연습하고 발표하는 공간 등이라고 설명할 수 있었다.
신선들이라고 아무 노력을 하지 않아도 초월적인 힘을 발휘하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무한한 노력과 수련을 거듭해서 초월적인 능력을 발휘한다고 생각할 수 있었다.
작은 성에 살고 있는 신선의 가족들은 모두 개별 작업실을 소유할 수 있고, 개별 작업실은 가상의 공간으로 만들어져 있는데, 공간의 크기는 무한한 확대와 축소가 가능했다. 또한 작업실의 가상공간에는 가상의 개인교수, 가상의 무대와 전시실, 가상의 청중과 관객들이 항상 준비되어 있었다.
그래서 항상 신선 가족들은 개별적으로 좋아하는 분야의 취미를 살려 가상의 훌륭한 지도자로부터 개인교습을 받을 수 있고, 항상 준비되어 있는 가상의 청중과 관객들 앞에서 발표회도 가지고 전시회도 열수 있었다.
신선은 그냥 신선으로 태어나지 않았다.
의료실은 매일매일 신선 가족들의 건강검진과 진료가 이루어지는 가상병원이었다. 의료실에는 시스며라고 하는 의료캡슐이 놓여 있는데, 그 안에 누우면 몸 속의 현상들이 가상화면으로 나타나 눈 앞에 보이고, 건강의 이상이나 장애가 나타나면 가상의 의사가 진료도 해주고 치료도 해주는 의료시스템이었다.
작은 성 가족들은 매일매일 의료실에 들러 가상의 평생주치의로부터 건강검진과 진료를 받기 때문에 항상 건강에 대한 자신감을 가지고 3,4백 년을 불로장생한다고 설명할 수 있었다.
청정실은 집 안의 모든 오염을 정화시키는 시스템이었다.
청정실에는 목욕실, 세탁실, 정화장치 등이 갖추어져 있었는데, 아무리 오염되고 더러워진 것도 청정실의 시스템을 거처가면 새것으로 변했다. 집 안의 티끌 하나 오염물질 하나도 정화되지 않는 것이 없고, 생활 속에서 발생하는 유해물질도 청정실의 시스템을 통해 해독되지 않는 것들이 없었다.
그래서 신선 가족들은 항상 무독청정함의 생활을 지속할 수 있었고, 집 안에서 오염된 폐수 한 방울 밖으로 흘려 보내는 일이 없고, 오염된 공기나 생활 쓰레기를 만들어내는 일은 찾아 볼 수 없었다.
그 외 용도를 알 수 없는 다양한 방들이 가상공간으로 만들어져 있었는데, 가상의 문을 열고 가상의 방들을 찾아가면 생각지도 못했던 가상의 세상과 가상의 현상들을 만날 수 있었다.
가상의 공간에서는 찾아가지 못하는 세상이 없었고, 만나보지 못 할 존재들이 없었으며, 체험하지 못할 일들이 없었다.
가상의 공간은 신선 가족들이 이루고 싶은 모든 일들을 체험하고 이루게 하는 꿈의 공간이라고 설명할 수 있었다.
또 다른 특별한 용도의 방들을 소개할 수 있지만, 음식을 조리해 먹는 장소나 화장실 용도로 만들어진 구조는 없었다.
샤르별의 존재들, 뵤시럿이 선경세상의 신선시민들, 너사미 신선마을과 작은 성의 신선 가족들은 누구도 밥을 먹는 일이 없고 음식을 만들어 먹는 일이 없으며 그 때문에 소변이나 대변을 보기 위해 화장실에 들락거리는 일들도 없기 때문에, 소위 취사실이라고 하는 주방이나 용변 보는 화장실 같은 구조가 필요하지 않았던 것이다.
과히 신선의 삶은 무언가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은 성의 실내 공간들은 대부분 원형으로 이루어져 있고 매우 넓고 높게 만들어져 있었는데, 직경이 25미터에 이르고 높이도 10미터에 달하는 넓은 공간도 설치되어 있었다.
그 넓은 공간에 놓여 있는 물건들은 대부분 바닥에 있는 것이 아니라 바차시의 무중력 기능에 의해 천정에 붙어 있거나 공중에 높이 떠 있었다. 공중에 떠 있는 물건들이 전자조정 장치를 이용하면 이리저리 위치를 옮겨 다니기도 하고 바닥으로 내려앉기도 했다.
침대도 바차시 기능이 있어서 침대에 누운 채 공중에 떠다니며 잠을 잘 수 있었다. 또 바차시 기능이 있는 전자방석에 올라타면 집 안의 높은 곳을 맘대로 오르락내리락 하면서 공중으로 이동할 수 있고 집 안을 수리하거나 관리하는데 매우 편리하게 이용했다. 바차시 방석은 공중이동 사다리인 셈이었다.
지구인들이 생각하면 마술방석처럼 느껴질 것이다.
바차시 방석은 실내에서 뿐만 아니라 높게 자란 나무들을 관리하고 높은 건축의 지붕 등을 관리할 때 아주 요긴하게 사용하고 있어 모든 가정의 필수품이었다.
작은 성은 이처럼 신선으로 구성된 한 가족들이 살아가기에는 내부적으로 너무 규모가 큰 미로의 방들로 이루어진 공간이라고 생각할 수 있었는데, 누군가 앞장서서 안내하지 않으면 함부로 이 방과 저 방을 돌아다니다가 어떤 미로의 방에서 차단되어 방황하게 되는 촌극을 빚지 말라는 법이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작은 성의 내부구조는 그 성의 주인과 가족들이 가장 잘 알고 있고, 그 주인이나 가족들의 안내를 받은 후에야 작은 성의 모든 구경을 만족하게 끝낼 수 있었다.
샤르별에는 이처럼, 모든 세상과 연결된 가상의 방들과 미로의 방들을 가지고 있는 크고 작은 성들이 모든 선경세상의 도시와 신선마을에 만들어져 있고, 샤르별의 신선들은 누구나 아름다운 성의 소유자가 되어 성주로서 신선놀음을 즐기며 살아가고 있었으니, 4차원 문명세계의 실상을 소개할 수 있는 중요한 근거가 아닐 수 없었다.
굽이보드는 우리를 미로의 방들로 만들어져 있는 아름다운 성 안으로 데리고 들어가서 맨 먼저 생활관으로 안내했는데, 어디선가 자연풍같은 바람이 솔솔 불어오는 실내는 상쾌한 공기와 함께 시원했으며, 특히 코끝을 감미롭게 하는 향기가 집 안에 가득해서 기분이 좋았다.
감미로운 향기는 다른 데서 나는 것이 아니라 향불램프에서 타오르는 향기의 냄새였다. 생활관 중앙의 탁자 위에 놓여 있는 아름다운 장식의 향불램프에서는 향기 오일을 태워서 그 냄새로 집 안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향불램프는 신선들이 모든 건물이나 집에서 필수품으로 사용하는 물건이기도 했는데, 여러 가지 향기 오일을 램프에 태워서 그 향기를 맡으며 살아가는 것이 신선들의 오랜 전통이었다.
그 향기로운 생활관의 방으로 안내한 굽이보드 선녀는 우리를 푹신한 의자에 앉게 한 후,규시아 향료수를 가져와 수정으로 만들어진 테이블 위에 놓으며 한 잔씩 마시라고 권했다. 규시아 향료수는 신선들이 즐겨 마시는 신선주로서, 항상 작은 피라미드 속에 보관해 두었다가 우주 에너지를 증폭시킨 후 마시고 있었다. 바깥 날씨가 후덥지근해서 목마르던 터에 향료수 한 잔을 마시고 나니 기분이 매우 상쾌해졌다.
그리고 굽이보드는 소녀처럼 수줍은 표정으로 우리에게 꽃 한 송이씩을 전달하며 루스버 성 방문을 환영해 주었다.
샤르별 선녀들은 누구나 반가운 신선이 방문하면 꽃을 준비해 두었다가 한 송이씩 선물하는 풍습이 있었다. 여성이 남성에게 사랑을 고백할 때 꽃을 전달하는 풍습도 있었는데, 남성이 꽃을 받아주면 사랑을 받아주는 표시이고 받아주지 않고 향기만 맡은 후 되돌려 주면 사랑을 거부하는 표시였다.
굽이보드는 우주나이 330 세라는 고령의 선녀였지만 외모로 보아서는 미모의 젊은 여성으로 보였고 약간 수줍어하는 표정은 소녀의 풋풋한 모습 그대로였다.
이처럼 굽이보드 선녀의 정중한 환영을 받은 후 우리는 청정실로 들어갔다. 바깥 기온이 후덥지근했던 터라 땀에 젖은 몸을 씻기 위해서였다.
청정실은 욕실처럼 몸을 씻는 장소이면서 옷이나 더러워진 물건들을 세탁하는 장소이기도 했다. 청정실에 들어가니 작은 수영장 같은 욕탕에서 맑은 물이 샘솟고 있었으며, 그 안에 옷을 벗고 들어가니 냉탕에 들어 온 것처럼 시원했다. 욕탕은 헤엄을 쳐도 좋을 만큼 실내 수영장처럼 넓었다.
샤르비네와 나는 한참을 시간가는 줄 모르고 욕탕에서 놀다가 밖으로 나왔다. 욕탕에서 나올 때 샤르비네가 향기 나는 물을 내 몸과 그녀의 몸에 뿌렸다. 시원한 물로 몸도 씻고 몸에서 맡기 좋은 향기도 나니기분은 더욱 좋아지는 것 같았다.
청정실에서 나오니 굽이보드는 의료실의 시스며 의료캡슐 속에 누워서 일일검진을 받고 있는 중이었다. 일일검진은 샤르별의 신선들이 불로장생하며 신선의 몸을 유지하기 위해 모든 성의 가정에 비치하고 있는 셀프 의료서비스였다.
시스며 의료캡슐에 들어가 누우면 셀프 의료서비스가 시작되고, 현재의 건강상태라든가 질병의 유무를 비롯하여 부족한 운동량까지 체크해서 건강한 몸과 불로장생을 유지하도록 도와주므로 신선들은 평생동안 작은 질병 하나 치르지 않고 오래 건강한 삶을 누린다고 설명할 수 있었다.
한마디로 시스며 의료캡슐은 의술을 발휘하는 만병통치의 4차원 의료장치이면서 신선들의 개인별 주치의였다.
굽이보드가 우주나이 330세의 고령임에도 불구하고, 소녀처럼 아름다운 피부와 젊은이 못지않은 건강미를 보여주고 있는 것은, 모든 가정의 평생주치의인 시스며 의료장치 덕택이라는 판단은 틀리지 않았을 것이다.
샤르별 신선들은 몸이 아플 때나 건강을 검진할 때 병원을 찾아가는 것이 아니라 집안의 4차원 의료실에 설치되어 있는 시스며 의료장치를 이용했다.
시스며 의료장치는 샤르별 신선들의 모든 가정에 보급되어 있었는데, 이것을 이용하면 모든 질병의 진단과 치료가 가능했다. 350수스탸급 전자두뇌 이이머로 운영되는 시스며 의료장치는 질병을 진단하는 기능, 치료하는 기능, 건강을 증진시키는 기능 등의 종합적인 의료기능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었다.
샤르별 신선들은 매일 같이 몸이 아프든 건강하든 정기적으로 시스며 의료장치의 건강검진을 받으며 건강생활에 만전을 기하고 있었다. 샤르비네와 나도 연구소를 나서기 전 벌써 시스의 건강검진을 받고 나온 터였다.
굽이보드가 시스며의 건강검진을 받고 있을 때 인조인간 한 명이 곁에 따라 붙어 시중을 들고 있었다. 아까 정원에서 풀을 뽑으며 일을 하던 슫이처유란 인조인간이었다. 슫이처유 인조인간은 굽이보드의 건강검진 결과를 체크하고 있었는데 매일 같이 해오는 일인지 시중드는 모습이 의사나 간호원처럼 능숙해 보였다.
시스며 의료캡슐의 작동이 종료되더니 굽이보드가 그 안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왔다. 건강검진을 마치고 나온 굽이보드에게 샤르비네가 상냥하게 다가가며 이렇게 물었다.
"할머니 검진결과가 좋으세요?"
그러자 굽이보드는 밝은 웃음을 띠우며 소녀처럼 활달한 표정을 지었다.
"쾌청이야."
건강상태가 아주 양호하다는 대답이었다.
"그리고 내 생명의 시계는 앞으로 47년이야.” 하고 묻지도 않은 질문에 대답했다.
굽이보드가 앞으로 육체의 몸을 지니고 생존할 수 있는 예상수명이 우주나이로 47년 남았다는 뜻이었다. 샤르별의 신선들은 모두 자신의 예상수명을 알고 있었는데, 시스며 의료장치의 기능으로 그러한 데이터가 산출되고 있었다.
시스며 건강검진을 마친 굽이보드는 무언가 외출준비를 서두르며 인조인간 슫이처유를 불렀다.
"슫이유! 슫이처유!"
금세 정원으로 나갔던 슫이처유는 굽이보드가 부르는 소리에 잽싸게 다가와 대답했다.
“불렀니? 굽이보드?"
“그래 슫이처유, 붐아를 끌고 와, 산보를 다녀올게."굽이보드는 다정한 친구에게 말하듯 대답했다. "그래 알았어. 금방 끌고 올게.”
슫이처유는 숲으로 달려가더니 사슴보다 조금 큰 붐아란 동물을 끌고 왔다. 붐아는 신선들이 말처럼 이용하는 동물이었다. 붐아를 타고 정원을 산책하기도 하고 빠른 속도로 초원을 달리기도 하는 것이 신선들의 취미였다.
또한 굽이보드 선녀와 인조인간 슫이처유의 대화 내용을 들었듯이, 샤르별의 인류들은 곁에서 시중드는 인조인간들과 친구처럼 지내며 허물없이 대화를 나누는 습관이 있었다.
굽이보드는 슫이처유가 끌고 온 붐아 위에 젊은이의 행동처럼 날렵하게 올라타며 정원 밖으로 향했다.
그리고 샤르비네에게 이렇게 말했다.
"사랑하는 손녀님! 할머니 운동 다녀오마……. 오늘 건강검진으로 처방된 운동량을 채워야 해. 1시간은 붐아 달리기이고 30분은 걷기야."
굽이보드가 급하게 붐아를 타고 달리기를 하려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즉 굽이보드 선녀는 취미로 붐아 달리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시스며 의료장치가 지정한 운동량을 채우기 위해서였다.
시스며 의료장치로 일일 건강검진을 받으면 그날 실시할 운동의 종목이나 운동량이 처방되는데, 신선들은 그러한 운동량을 성실하게 실천하고 있었다.
즉 신선들은 아무렇게 살아도 불로장생하는것이 아니라 매일매일 정확한 몸 관리를 하는데서 얻어지는 결과일 뿐이었다.
굽이보드는 그러한 운동량을 달성하기 위해서 붐아를 타고 초원으로 나가려는 중이었다.
샤르비네와 내가 굽이보드에게 "몸조심해서 잘 다녀오세요." 하고 인사를 하자 그녀는 “그래 알았어.” 하고 붐아를 힘차게 몰더니 쏜살같은 속력으로 성 밖 넓은 초원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날렵하게 생긴 붐아 위에서 낮게 엎드려 긴 머리를 바람에 날리며 초원을 달려가는 굽이보드 선녀의 모습이 세련된 여승마사처럼 당당하게 보였다.
4차원 문명세계의 메세지 4 <빛의나라, 4차원 문명세계 샤르별> - 박천수著
첫댓글 감사합니다.
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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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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