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1시쯤일것이다...방울이(강아지)를 옆에 재워놓고 할일도 없고 심심하던 차에 엔탑에 들가따..ㅡㅡ;;;그림이나 바꿀까나~하는 생각인데...
별 마땅한 것이 없어 10분이란 시간을 허비하면서 혀를 끌끌차고 있던 중...
그것은 내가 입고있는 흰 티의 정확히 겨드랑이와 옆구리 사이로 떨어졌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다.뭔가 '툭!'하는 소리에 방울이는 살짝 고개를 들었고 그것이 무엇인지 슬쩍 곁눈질 하는 순간,방울이와 나는 해괴한 비명을 지르며 벌떡 일어나야 했다.강아지의 눈도 글케 커지는구나...라는 생각을 뒤로한채 정말정말 기괴한 비명을 질러버린 것이다.
혼자있을때 난 소리를 낸 적이 없다 ㅡㅡ:중학교때 어느 집에서 도망왔는지 엄지손가락 두개만한 바퀴벌레가 피아노 위로 떨어질때도 난 아무소리도 내지 않았었다...
그러나...나도 모르게,부모님이 곤히 주무시고 계신데도 "꺄악!"이라는 하이소프라노의 말도안되는 여성스러운 비명을 지르고야 만 것이다 -_-;
나에게서 그런 목소리 나온것도 신기하지만.아무것도 없는 천정에서 떨어진 그것은 나에게 더 충격적이었다.
입 벌리고 자는 분들 조심하기 바란다.만약 그것이 내 얼굴위로 떨어졌다고 상상...조차 하기 싫다.
왜!왜 그넘은 저 천정에 있다가 나에게 돌진해야 했던 것인가.
그넘의 외모에 대해 말하겠다.그넘은 걔네 과에서는 수려한 용모를 갖춘 한마리 잘나가는 벌레였을지 모른다.
왠지....다리가 무쟈게 많은 것이 지네과에 속한다는 추측을 뒤로하고..
더듬이같은 그...그....아악 닭살돋는다
길이는 새끼손가락 한마디정도...물론 내 손가락으로 말이다.
그러나...몸통보다 더 긴 늘씬한 다리에 난 할말을 잃고 있었다.
닫혀있는 문을 염과 동시에 문 앞에서 전투태세로 돌입하던 방울이는...거실로 그대로 내뺀다.개늠 시키..ㅡㅡ^ 못 지켜줄망정..으득-_-+
아까 저녁먹고 나서 모기가 보이길래 온 집안에 약을 뿌렸는데...옆 베란다에서 도망쳐온 것인지.......
아까 뿌렸던 약을 찾아(한 쪽으로는 이불 위에 내던져진 그것을 주시하며) 후데덱 내 방으로 돌아온다.그넘...바퀴벌레보다 빠르다.하긴 다리가 몇개가 더 많은데....
신제품 은색 에프X라를 선방으로 쏜다.이불이 있던 지라..살짝 쏴따.
역시...절라 빠르게 더망간다.방바닥에 그넘이 발을 딛는 순간...
나는 무차별 사격을 감행한다.
절라 질긴 넘이다.다리가(으윽..표현하기 싫다) 흠뻑젖은 상태에서도 더망간다.그러다....책상 밑에 있는 상자 옆에서 쓸쓸히 죽어갔다.
나는 확인사살겸해서 한참동안 에프X라를 뿌려대고 있었다.
드디어 고요해지고..그넘의 용모를 다시한번 살피려다가 눈을 질끈 감았다.처참히 죽은 그 시체는 죽었어도 다시보기 겁나는 몰골이었던 것이다.
나는 그넘을 치울 엄두도 못내고....슬쩍 방밖을 바라본다.
그곳에는 우리의 영웅,나의 흑기사 방울군이 기웃거리고 있었던 것이다.
다시한 번 '개늠시키'를 중얼거린 후에 옆에있는 크리넥스 티슈를 사정없이 박박....뽑으려는데 4장밖에 없다 -_-
아악....나는 작은 바퀴벌레를 잡을때도 10장을 소비하는 인간이다.
그러나 내가 누군가....그 벌레(-_-)가 숨으려던 비닐봉지를 안쪽에서 잡고 휴지를 그넘 위에 덮고....집어든다음 싸려고하는데..그넘의 배가 보인다.으..빵빵한 새끼.......ㅡㅡ^
꼭 이런거 치우면 코 풀고 확인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휴지를 들춰본다 -_- 그러나 난 그런 취미는 없다. 재수없게 그넘의 배가 빵빵한 탓에 삐져나온거지...-_-;
봉지를 틀어막은 채....부엌으로 간다....다른 쓰레기통에 쑤셔넣고 내 방으로 들어왔다.
방울이...방문 밖에서 대기중이다 -_- 쓰벌놈...
내 눈치를 슬슬 보며....발을 넣었다 뺐다....옜날 언 코미디언의 "넣을까~마알까~♬" 를 연상하게 하는 그 동작...
내가 "괜찮아 들어와~~"하니까 머뭇머뭇 들어온다.-_-+
그러곤 아직 안심이 안되는 듯,천장과 나를 번갈아 쳐다보더니 한숨을 푸욱 쉬고는 늘어져 잔다 ㅡㅡ+
정작 한숨 쉴 사람은 난데 ;;
저넘은 그렇다 쳐도 난 이대론 못 자겠다.그 끔직한 미스터(미스일까?)벌레가 여기 잠시 두 다리...아니 그 많은 다리를 딛고 섰다는 것 자체로도 나는 잠 다잤다 ㅡㅡ;
근데 오죽하랴.암것도 없는 그 천장에서 떨어진 것에...또 이번엔 무엇이 떨어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나는 일어나 고수덥을 잡는다.
시간 때우기는 이게 최고라니까...ㅡㅡ;
하지만 그것도 잠시.혼자 무엇을 하겠는가 ㅠㅠ
어쩔수 없이 한시간 반정도의 시간을 잠을 못 이루며 안절부절하던 나는...결국 잠이 들었다.
음...날이 밝았군.이라는 생각과 함께 몸을 일으킨 나.어제의 처절한 사투의 흔적이.....방 한쪽 구석에 자리하고 있다.
다 뽑혀진 휴지...번들번들 약 때문에 반짝이는 바닥 ㅡㅡ;
내가 이건 정리를 안했던가 ㅡ ㅡ;
시계를 보니...5시반.......
원래 이쯤 눈뜨고 다시 자야할텐데...
며칠째 잠을 못이루기도 하지만..왠지 오늘은 자고 싶은 기분도 안든다.
구냥 벌떡 일어났다. 방울이?코골고 잠꼬대까지 하면서 잘 자던 넘이 내가 일어나자 지도 따라 나온다.아침엔 혼자 잘만 자던 넘이...ㅡㅡ^
에쒸.........
제발 어제 이후로는 그런 다리많은 것들은 내 눈에 안 보였음 좋겠다
눈물을 글썽이며 하나님께도 간절히 부탁했으니...제발 들어주셨음 좋겠다.
P.S아무래도 그 벌레의 친구가 복수를 하러 온 듯 싶다.어머니는 어제 나의 사투를 듣고 얼마 지나지 않아 베란다에서 그넘의 친구로 추정되는 벌레가 돌진했다고 한다.유유히 에프X라의 성능을 확인하시는 어머니.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고 벌레를 사살하시는 어머니의 모습에 난 넋을 잃었다.
어머니..그 이름은 위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