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울, 버섯요리를 하며
김 상 미
춥다. 한겨울 날씨는 살을 엔다. 이런 날은 버섯요리를 하자. 어제 읽은 책*에 적힌 그대로 큰갓버섯 요리를 하자. 젊음을 모르는 큰갓버섯. 하얀 털모자를 쓰고 땅에서 올라오지만, 땅속에서 이미 늙어버려 땅 위에선 노파로 살아야 하는, 큰갓버섯을 다듬으며 나는 내가 아는 버섯 이름들을 생각나는 대로 소환해 본다.
거친껄껄이그물버섯, 구릿빛무당버섯, 구름버섯, 꾀꼬리버섯, 노루궁뎅이버섯, 어린말불버섯, 깔때기무당버섯, 웃음버섯, 주사위환각버섯, 냄새무당버섯, 구멍장이버섯, 알광대버섯, 독우산광대버섯…
하나같이 이름들이 희한하게 재미있고 자연 친화적이다. 그중 광대버섯, 독버섯 중에서도 가장 독종인 광대버섯을 맛나게 요리해 먹는 여자 둘을 만났다. 어제 읽은 책에서. 죽음의 모자, 파괴의 천사라 불리는 그 독버섯을 먹고도 죽지 않는 여자들. 그들은 마녀일까? 성녀일까? 그들과 사귀고 싶다! 나는 나도 모르게 열에 들떠 책을 끌어안았다. 치명적 독을 능가하는 여자들. 한겨울 날씨처럼 아름다운 여자들. 순수한 독. 그 순수한 어둠과 빛을 온몸으로 다 소화해내는 여자들. 에밀리 디킨슨의 시 같은 여자들. 갈수록 자연이 되어가는 여자들. 나는 그 가까이에도 못 가봤지만, 그래도 정말 그들과 사귀고 싶다! 눈 덮인 한겨울, 깊고 깊은 산 적막 같은 여자들. 그들처럼 나도 독버섯을 먹고 그들 곁에 나란히 누워 꿈꾸듯 밤하늘의 별들을 헤아리다 잠들고 싶다.
남십자성과 기울어진 국자, 전갈과 도마뱀, 거꾸로 선 게와 사냥개, 안드로메다와 카시오페이아, 물고기와 처녀, 페가수스와 작은 곰, 오리온과 엎질러진 물병, … 그리고 멀리서 들려오는 파도 소리, 파도 소리.
* 올가 토카르추크『낮의 집, 밤의 집』민음사, 2020.
- 시집〈갈수록 자연이 되어가는 여자〉문학동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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