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인간이 느낄 수 있는 여러가지 즐거움의 종류에 대해서 이야기해 볼 겁니다.
당연히 인간이라면 누구나 얻을 수 있는 즐거움이지만,
각각의 즐거움을 경험한다는 것이
"성격"에 따라서,
누군가에게는 더 쉽고 누군가에게는 더 어렵게 느껴질 수 있어요.
자, 나에게 특화된 즐거움은 무엇이며, 내가 좀처럼 가지기 힘든 즐거움은 또 어떤 것일까?
다섯가지 즐거움
몰입감
심리학에서는 인간의 성격을 크게 5가지로 구분합니다.
그 중,
호기심이나 감수성과 관련된 부분이 "개방성"인데,
고(高) 개방성은 한마디로,
"우주를 향해 온 감각과 주의력이 활짝 열려져 있는 상태"
라고 보시면 됩니다.
고 개방성인들의 특징이
마음이 끌리는 것을 만나게 되면 정말 딥(deep)하게, 아주 딥하게 빠져들어요.
그것이 학문 분야든, 예술 분야든, 스포츠 분야든, 덕질이든, 뭐든지간에,
거의 끝장을 볼 때까지 몰입하고, 그 속에서 만족감을 느끼죠.
이건 개방성이 낮은 사람들은 잘 이해하지 못하는 즐거움이기도 합니다.
뭐하나에 깊이 빠져서 거기에서 극도의 만족감을 추구한다는 건,
사람에 따라, 누군가에게는 쓸데없고 과도한 행동처럼 보일 수도 있겠죠.
한편, 흥미로운 사실은
고 개방성의 이러한 특징 때문에,
특히 사이비 종교에 잘 빠질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일단 걸려들기만 하면,
그 속으로 깊이 몰두하면서 "집단 트랜스 상태"에 빠지는 것이죠.
생물학자 최재천 교수님께서 이런 말씀을 하신 적이 있습니다.
'긍정적인 것에 빠지는 것이 몰입이고,
부정적인 것에 빠지는 것이 중독이다.'
종이 한 장 차이인 거죠.
내가 탐닉하는 것이 무엇이냐에 따라서 몰입과 중독으로 갈린다는 것이.
고 개방성인들은 자나깨나 중독 조심!
성취감
성취감은 "성실성"의 영역입니다.
성실성이란,
"목표를 얼마나 크게 잡고, 얼마나 치열하게 노력할 수 있는가"
에 대한 부분이에요.
간혹 우리는
정말 열심히 사는 누군가를 보며,
저 사람은 안 피곤할까?
너무 힘들어 보여. 건강이 걱정될 정도네..
와 같이 염려하곤 하는데,
막상 하드워커들은 에너지가 넘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왜냐하면,
내가 열심히 해서 뭔가를 이루어내고 그 결과물을 즐기면서
내면의 정신력 배터리가 급속하게 충전되기 때문이에요.
바로 "성취감"이죠.
심리학 연구들에서는,
고 성실성인들의 주관적 웰빙 지수가 모든 성격들 중에서 가장 높게 보고되곤 합니다.
스스로 자신에게 만족하는 거죠.
왜? 내가 열심히 했고, 그에 따르는 결과물이 내 앞에 있으니까.
주변에 보면,
자기 관리 철저한 사람들 있잖아요.
매일 2시간씩 운동하고,
저녁 6시 이후에는 안 먹고.
와 저러고 어떻게 살지? 안 힘드나?
싶지만,
그 사람들은 그렇게 살면서
거울을 보고 성취감을 느끼는 거에요.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고 승리감을 만끽하는 거죠.
이건 성실성이 낮은 사람들은 이해하기 힘든 즐거움의 영역이면서 동시에,
성실성이 높은 사람들에게는 무엇보다도 달콤한 "내 땀에 대한 대가"이기도 합니다.
활력감
극내향인 저는 이제껏 살면서 거의 못 느껴본 감정입니다.
"활력감"
즉, "내가 살아있음을 느끼는 것"이죠.
온 몸의 세포가 뛰는 것 같고, 뭘 해도 익사이팅한 그런 느낌.
(내가 쓰고 있으면서도 사실 잘 모르겠는 그런 느낌)
이건 성격 팩터에서 외향성의 영역인데, 사람들이 흔히 알고 있는 MBTI식 외향이랑은 좀 다릅니다.
성격심리학에서 구분하는 외향성이란 개념은 "긍정적인 감정을 얼마나 쉽게 느끼느냐"에 가까워요.
(고 외향성은 재미를 더 쉽게 느끼므로, 사람들과 더 많이 어울리려 하겠죠.
MBTI와 BIG 5는 개념은 달라도 그 양태는 비슷합니다.)
일종의 버프(buff)라고 보시면 됩니다.
게임에서 다른 능력치들을 향상시켜주는 걸 버프라고 하잖아요.
비유하자면, 그들이 갖는 활력감이, 온 몸의 세포가 뛰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다른 긍정적 감정들을 배가시켜 주는 것이랄까.
그런 사람들 있잖아요.
옆에서 보고만 있어도 기가 쫙쫙 빨리는 것 같은 사람들
극 외향적인 사람들이 왜 그러냐면 자신의 활력감을 주체를 못해서 그래요.
갓 잡은 활어처럼 온 몸의 세포가 팔딱팔딱 뛰고 있으니까
행동거지나 말이나, 액션이 크고 목소리도 크고, 쉴새없이 움직이고 이야기하고 할 수 있는 거죠.
재밌는 건,
활력감은 일종의 버프이기 때문에 다른 즐거움들에도 당연히 영향을 끼칩니다.
고 개방에 고 외향이면 몰입감의 수준이 달라져요.
전문성의 가히 끝판왕급이죠.
고 성실에 고 외향이면 성취감도 더 크게 느껴져요.
그게 일종의 유포리아(euphoria:극도의 희열)처럼 느껴질만큼
그렇기 때문에, 고 외향성인들 역시 중독을 조심하셔야 합니다.
종이 한 장 차이잖아요. 뭐든지 과하면 모자른 것만 못하다고,
일도 몰입을 넘어서 나에게 소중한 관계들까지 파괴할 정도가 되면,
일 중독이 될 수 있습니다.
친밀감
인간관계에 대한 내용이죠.
성격 팩터에서는 "우호성"과 관련된 부분이며,
"다른 사람과 얼마나 긴밀하게 연결돼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느냐"
에 대한 감정입니다.
일종의 커넥션, 즉, "너와 내가 연결돼 있다"는 느낌인 건데,
이것도 우호성이 낮은 사람들은 잘 이해하지 못하는 감정의 영역입니다.
고 우호성인들,
즉, "좋은 사람", "착한 사람"들의 특징 중 하나가 "높은 공감력"입니다.
공감력이란,
타인의 감정을 "복사 붙여넣기라도 된 것처럼" 나도 똑같이 느끼게 되는 정신적 과정을 의미해요.
상상해 봅시다.
누가 마음이 아픈 걸 보면 나도 아파.
누가 괴로워하는 걸 보면 나도 괴로워.
누가 너무 기뻐하는 걸 보니 나도 기뻐!
이렇게 되면 그 사람을 보며 나는 어떠한 감정을 느끼게 될까?
남 같지 않다는 느낌을 받게 되겠죠.
마치 저 사람과 내가 연결돼 있는 것처럼 느껴지게 되고,
그 사람과 잘 지내고 싶단 생각이 들 겁니다.
실제로 친해지게 되면 이제는 정말 연결됐다는 충만감과 따스함을 경험하게 되죠.
정말 사랑하는 사람과 기분 좋게 스킨쉽하는 느낌과 비슷한 겁니다.
고 우호성인들이
친밀감을 느끼는 "진짜 친구들"을 곁에 많이 두게 되면,
이러한 연결성들이 모이고 모여서 어마어마한 지지력이 돼 줍니다.
그리고 이러한 관계성은
곧 자존감의 토대가 되기도 하죠.
'나는 무슨 일이 벌어져도 내 편일 친구들이 이렇게나 많아!'
'나는 괜찮은 사람이야!'
안정감
안정감이 도대체 무슨 즐거움인데?!@!
하시는 분들도 계실 겁니다.
제가 계속 말씀드리는 바이지만,
각자의 성격에 따라서,
어떤 즐거움에는 익숙한 반면,
어떤 즐거움은 도저히 이해가 안 될 수도 있어요.
"안정감"은 "신경성"이라는 성격 팩터와 관련된 즐거움 요인입니다.
이게 뭐냐?
스트레스 제로 상태를 의미해요.
아무 일도 없는 상태를 의미한다구요.
그니깐 기분 나쁜 일이 하나도 없는 걸 뜻한다구요.
아시겠어요?
(필자에게 가장 중요한 즐거움이라 과몰입해버림)
......
고 신경성은 고 외향성의 대척점에 서있는 성격 팩터라고 보시면 됩니다.
디버프(de-buff)죠.
안 좋은 기분을 더 더 안 좋게 만들어요.
일종의 "스트레스 감수성"인데,
이게 높을수록 부정적인 감정들을 더 크게 더 쉽게 체감합니다.
이들에게는
스트레스가 너무나도 치명적이기 때문에
이 치명적 바이러스가 없는 상태가 바로 "다른 의미의 즐거움"이 돼요.
어떤 병으로 고통받다가 이제는 다 나았다고 상상해 보세요.
별다른 일이 없어도 기분이 막 좋고 즐거울 것 같죠?
똑같은 겁니다.
조상의 지혜에 감탄하는 것이,
우리나라 인사말이 크게 두가지가 있어요.
그간 잘 지냈소???
이건 외향성과 관련된 인사입니다.
재밌게 지냈냐는 뜻이죠.
그간 별 일 없었소???
이건 신경성과 관련된 인사입니다.
그동안 힘들지 않았냐는 뜻이에요.
그러니 여러분,
혹시나 앞으로 저에게 안부를 물으실 일이 생기면,
꼭, "그간 별 일 없었소?" 라고 물어봐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저 "저외고신"입니다.
※ 무명자 블로그 : https://blog.naver.com/ahsune
첫댓글 좋은글 감사해용 ^^*
매번 잘 보고 있습니다~!!!
항상 별일 없으시길요. 늘 감사해요
별일 없으시죠? 저도 제 스스로 생각할때 안정감에서 즐거움을 느끼는 거 같네요...
점점 Big5에 빠지는 나ㅋ
올리시는 글 항상 잘 보고 있습니다.감사해요~
저도 별 일 없는 게 너무 좋은데, 이렇게 살면 거지꼴을 못 면한다고 해서 고치려니 힘듭니다. ㅎㅎ
늘 좋은글 감사합니다.
네가지는 충분히 느껴 본 듯 하네요. 도박은 관심 없고 ㅋ
노년에 갈 날 다 되어서 진통제용으로 대마나 ^^;
요즘은 안정성 즐거움에 노력 중인 것 같네여 ㅎ
그간 재밌게 읽고 있습니다.
오늘도 감사합니다아
모든 유형이 다 제 안에 있지만 점점 나이가 들수록 안정감을 갈구하게 되네요. 별 일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ㅎ 좋은 글 감사합니다. 머리가 환기되는 느낌이에요~
네가 들으면 깜짝 놀랄 얘기를 들려주마, 아마 절대로 기쁘게 듣지는 못 할거다, 나는 별일없이 산다 뭐 별다른 걱정없다
라던 장기하의 노래는 안정감에서 오는 극도의 즐거움 추구였군요 ;)
고 개방성
저 성실성
저 외향성
저 우호성
저 신경성 <- 이게 "나"라는 사람이었군요. 역시 이상한 사람이네요.